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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797 vote 0 2015.11.26 (14:53:41)

      

    뉴턴 우주, 아인슈타인 우주, 구조론 우주


    세가지 우주의 모형이 있다. 뉴턴 우주와 아인슈타인 우주 그리고 양자역학 우주다. 양자 우주는 아직 논의중이므로 구조론 우주로 명명하겠다. 뉴턴 우주는 시계와 같아서 감긴 태엽이 풀리는대로 정해진 한 가지 길을 간다. 정보를 저장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 우주는 음악상자와 같아서 악보를 읽는다. 저장장치를 쓴다. 단 조건문이 없다. 구조론은 조건문이 있다. 비교판단이 가능하다.


    ◎ 뉴턴 시계우주 – “이리오너라.”
    ◎ 아인슈타인 음악상자우주 – “우산을 들고 오너라.”
    ◎ 구조론의 조건문우주 –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오너라.”


    문제는 게임의 법칙이다. 공간에 대응하는가 아니면 시간에 대응하는 가다. 축구든 야구든 게임은 상대가 하는 것을 보고 수시로 작전을 바꾼다. 조건문을 쓰는 것이다. 곧 시간의 변화에 대응하기다. 우주도 조건문을 써야 한다. 그렇다면 우주는 게임이어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신은 당연히 주사위를 던져야 한다. 왜? 상대가 이쪽의 패턴을 예측하지 못하도록 교란하기 위해서다. 신과 사탄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사탄이 힘으로 이기려 하지만 신은 사탄을 속여서 이긴다. 무력으로 하면 사탄이 세지난 신은 머리로 이긴다.


    전술은 공간에 대응하고, 전략은 시간에 대응한다. 길이 있다면 그냥 가는건 뉴턴이다. 미리 정해둔 길을 가는건 아인슈타인의 공간전술이다. 축구선수의 약속플레이와 같다. 한쪽에서 드리블을 하면 다른 쪽에서는 훈련한 대로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하여 크로스를 받는다. 구조론이 쓰는 시간전략은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여 중간에 작전을 바꾼다. 프로야구감독이 사인을 내는 것과 같다. 약속대로 하는게 아니라 그 약속을 바꾸어 적을 기만한다. 지켜보고 있다가 중간에 가는 길을 바꿀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워즈니악이 해낸 일이다.


    ◎ 뉴턴의 단순 공격 – 그냥 열심히 간다.
    ◎ 아인슈타인의 공간전술 – 미리 정해둔 약속플레이를 한다.
    ◎ 구조론의 시간전략 – 실시간으로 전술을 바꾼다.


    천재와 바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당연히 천재가 이긴다. 그런데 첫 판은 천재가 진다. 왜냐하면 천재는 손자병법을 쓰기 때문이다. 손빈이 제나라 장군 전기의 빈객으로 있을 때다. 말 세 마리가 차례로 나서는 경마시합에서 첫 게임을 져주고 나머지 두 게임을 잡는 삼사법三駟法을 써서 인정을 받았다.


    이기려면 첫 판은 내줘야 한다. 그러므로 우주는 확률로만 접근되는 세계다. 상대의 예측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길을 가다가 벽을 만나면 왼쪽으로 방향을 틀까 아니면 오른쪽으로 틀까? 확률은 50 대 50이다. 그런데 적을 헷갈리게 하려면? 무질서한 선택을 해야 한다. 적이 이쪽의 패턴을 예측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신은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주사위를 던져야 한다. 룰을 정해놓고 싸우는게 아니라 싸우면서 룰을 만들어가야 한다. 정치판이 늘 그러하듯이.


    컴퓨터와 바둑을 두어 이기는 방법은 엉뚱한 데를 놓아서 컴퓨터를 헷갈리게 하는 것이다. 컴퓨터의 계산에 없는 수를 두면 된다. 이는 의도적인 비합리성의 연출이다. 당신이 우주의 창조자라면 첫 판을 져줘서 상대방을 함정에 빠뜨리고 나머지 두 게임을 잡는 게임의 법칙을 써야 한다. 그렇다. 존재는 게임이다.


    ◎ 뉴턴 시계모형.. 기차처럼 정해진 길을 간다.
    ◎ 아인슈타인 음악상자모형.. 공간의 가장 빠른 길을 찾아서 간다.
    ◎ 구조론 게임모형.. 시간의 마지막에 상대보다 한 걸음 빠르면 된다.


    우주는 수동적인 계산기가 아니다. 능동적인 게이머와 같다. 컴퓨터는 바둑을 일부러 져주지 않기 때문에 전략으로 인간을 이길 수 없다. 인간이 강한 이유는 거짓말을 할줄 알기 때문이다. 존재의 근본원리는 상대방에게 이쪽의 패턴을 읽히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거짓말은 나쁘지만 팀플레이 안에서의 거짓말은 허용되는 전략이다.


    11.jpg


    인간의 모든 세포는 DNA를 가지고 있다. 이는 개별난방과 같아서 자원 낭비가 아닌가? 그러나 생명은 효율의 방법이 아니라 이기는 방법을 쓰므로 비효율적인 길을 간다. 무엇인가? 물리적인 효율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효율이다. 변화하는 환경 안에서 상대방을 통제할 수 있는 효율이다.


    생명은 물리적인 비합리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의사결정에 있어서의 합리성을 추구한다. 비용이 들더라도 이기는게 장땡이다. 이기려면 각자 자신의 눈금을 가져야 한다. 뉴턴의 시계모형은 비용이 싸게 먹히는 효율적인 모형이고, 아인슈타인의 음악상자모형은 길을 바꿀 수 있는 융통성 있는 모형이고, 구조론의 게임모형은 이기는 모형이다. 우주의 방법은 효율성의 방법이 아니라 이기는 방법이다. 강해봤자 쓸모없다. 속이더라도 이기면 된다.


    생명이 진화할수록 에너지 면에서는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항온동물이라 24시간 예열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잠잘때도 쓸데없이 체온을 유지한다. 겨울잠을 자는 뱀들이 고맙게도 정부의 에너지 절약 시책에 동참해주고 있다. 상관없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따라 우주 안 어딘가에 에너지는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일수록 에너지 낭비가 심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의사결정을 잘하는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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