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짐승의 구분입니다.
현대사회의 신분은 정해진 채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가는 것입니다.
사람은 사람과 대화하고 짐승은 짐승과 대화합니다.
계엄군이 먼저 학살을 자행했기 때문에
분노한 광주시민이 일어났다는 식의 태도는 광주시민을 모욕하는 것입니다.
그때 저는 흥분해서 경주에서도 일어나는줄 알고
자전거로 시내 한 바퀴 돌아봤는데 아무도 일어나지 않아서 실망했습니다.
부마항쟁이 바로 직전의 일이었는데도.
419와 부마와 광주와 유월은 연속된 것이며 어느 쪽이든 일어나야만 했습니다.
저쪽이 먼저 그래서 할수없이 그랬다는 식의 태도는 비겁한 것입니다.
저쪽이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내가 먼저 능동적으로 움직였어야 했습니다.
전두환이 먼저 움직였고 광주도 전두환에게 지지 않았습니다. 이게 본질입니다.
누구라도 한 사람이 가야하는 상황에서는 내키지 않아도 내가 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가지 않으니까 내가 그 길을 가는 것입니다.
그게 여러분이 오해하고 있는 인간의 본래 모습입니다.
서울에서 한창 시끄러울 때는 광주도 조용했습니다.
그때 그시절 대학생들이 해방구였던 서울역에서 회군하고
부산도, 대구도, 마산도, 인천도, 눈치보며 움직이지 않으니까
광주가 총대를 맨 것입니다. 누구라도 했어야 할 일을 한 것입니다.
누군가는 마지막까지 도청에 남아야 하는데
남들이 집에 가니까 '나 밖에 없네.' 해서 내가 남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민주주의와 선거를 얻었습니다.
누구는 비겁하게 공짜로 얻었고
누구는 남의 몫까지 대신해서 자랑스럽게 얻었습니다.
우리들의 대한민국은 광주의 피 위에 우뚝하게 서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