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536 vote 0 2014.03.25 (16:30:53)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71405


노아 보고 분통을 터뜨리는 분이 많은데.. 

어떻게 보셨는지 보신 분은 의견을 주십시오.


노아는 왜 모두 죽이려 했을까요?


영화 <노아>... 현 인류에 대한 분명한 경고.. 


오마이뉴스 부제인데 이런 관점은 정치적이긴 해도 철학적이지는 않습니다.

영화에서 노아는 인류를 완전히 멸절시키려고 합니다.


현 인류에 대한 경고라면 

당연히 지구와 인류를 살려야지 왜 멸절시키려 하겠습니까?


노아가 인류를 완전히 멸절시키려 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철학적인 관점에서 말씀해 보십시오. 


정치적인.. 윤리, 도덕적 당위를 배제하고 말입니다. 

근데 이렇게 몽땅 죽이자는 관객조지기, 관객 염장지르기는 


헐리우드에서 하나의 정형화된 패턴으로 자리잡은듯.

설국열차도 비슷하고. 


[레벨:15]오세

2014.03.25 (17:49:40)

영화는 안 봤지만, 

리셋에는 5가지 종류가 있소(구조론은 5를 사랑하니까)


1. 바깥에서 에너지를 들여와 판을 뒤엎기 (질)

2. 코어를 교체하기 (입자)

3. 밸런스를 재조정하기 (힘)

4. 속도의 재조정 (운동)

5. 수를 재조정 (량)


이걸 깡패 하느님의 인류 멸절 프로젝트에 적용해보면


Level1(량): 국지적으로 일어나는 전염병, 기근, 제노사이드 등을 통한 인구수 조절

Level2(운동): 피임법의 보급, 종교의 발달(금욕) 등을 통한 인구증가율 감소. 인구수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관건

Level3(힘): 종족과 종족, 국가와 국가, 섬과 대륙, 문명권 단위의 밸런스 패치를 통해 대규모 인류 멸절 가능 (예: 양차 세계대전, 몽골 침략)

Level4(입자): 문명의 코어(운영체제)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인류멸절가능 (예: 신석기혁명 때 구석기 아해들은 떼죽음, 농업혁명 때 수렵채집인들 떼죽음, 산업혁명때 농업인들 떼죽음, 정보혁명때 산업인들 떼죽음)

Level5(질): 공룡을 멸종시킨 운석충돌급 이벤트, 대규모 기후변화처럼 환경을 통째로 갈아엎음. 이에 따라 종단위의 세력 교체(예: 혐기성 세포에서 호기성 세포로, 공룡에서 포유류로) 


대략 이런 5가지 멸절이 가능하다고 하겠소. 


간단히 말하자면, 하느님은 우리가 컴퓨터 갈아엎듯 인류를 갈아엎는 수단을 쥐고 있으며(비유적 표현임)

단순히 프로그램 추가 설치, 램증설, 하드디스크 교체 같은 수준에 그칠 수도 있지만, 아예 운영체제를 바꿀 수도 있고, 심지어 수틀리면 망치로 컴퓨터 때려부수고 원래 쓰던 주판알을 튕기는 것도 가능하오. 


이렇게 다양한 수준의 리셋이 가능하다는거


이 말을 하는 것은 현재도 인류의 멸절은 진행 중이며, 

인류사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갖가지 규모의 인류 멸절이 있어왔으며, 노아 이야기가 새삼스러운 1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에 있소. 


지금도 산업족이 정보족에 눌려 멸절되가는 추세라오. 

신의 멸절 프로젝트는 계속 가동중인데, 인류가 그에 대응하여 번영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최근 들어서 인류의 번영프로젝트가 신의 멸절 프로젝트를  능가하면서 인구수가 70억에 도달하고 있소. 

환경의 변화에 부단히 적응하면서 쇠퇴와 번영을 거듭해온 인류가 마침내 신과 맞장 뜰 때가 온 것이오. 


두려워하지 말고 맞서야 하오. 가만있으면 신은 알아서 멸절 프로젝트를 가동한다오. 화산폭발, 홍수, 지진, 전염병. 

이에 맞서는 방법은 인류 전체를 집단지성으로 묶어 하나의 두뇌로 대응하는 것이오. 


*여기에서의 신은 비유적 표현이므로 오해하지 말 것


[레벨:11]큰바위

2014.03.25 (19:11:22)

많은 사람들이 노아 홍수 이야기를 멸망의 이야기로 읽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건 구원 프로젝트입니다. 


세상 멸망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 구원이야기죠. 


그러면 꼭 이럽니다.


그렇게 무자비하게 해야했냐?

그게 신이냐?

그런 신 안믿겠다. 


등등. 


신이 믿음을 구걸합디까?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3.25 (22:22:00)

철학의 문제는

어떻게 인간이 세상을 통일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가입니다. 


즉 신과 일대일 관계라는 거죠.

인간이 다 죽고 하나가 남으면 신과 일대일이 되겠죠.


그런 생각 소시적에 누구나 한 번쯤 해보는거 아닙니까?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 일대일을 넘어서야죠.


인간이 다 죽으면 최후에는 신 그 자체가 되겠죠.

토탈이클립스처럼 신과 인의 완전한 겹침


영화 노아에서 감독의 전략.

기독교인들의 분노와 불평을 한쪽 귀로 들으면서 입가에 띤 엷은 미소의 정체는?


신과 인간이 일대일이 되었다가 마침내 겹쳐지는 즉

신=인이 되는 장면, 거기서 던져지는 강렬한 영감 뭐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어쨌든 인간을 남깁없이 죽였다면 그 자는 신입니다.

그리고 신이 있고, 인간사회에 개입한다는 것은 어쨌든 통쾌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지점에서 인간은 신이니까.

영화를 보면서 그러한 쾌감을 얻었느냐가 중요한 거죠.


어느날 여러분이 모두 죽게 되었다면

여러분은 소설속의 등장인물이고 살인범은 그 소설의 작가인 거죠.


이 영화에서 비추어야 할 초점은 

신에 의해 기획된 인간의 운명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연출된 신의 존재 그 자체가 아닐까요? 

노아는 인간을 모두 죽여서 신을 완성하려 했던 거.


이렇게 보는게 가장 에너지가 강렬함. 

신이 주인공이어야 하오. 


그 홍수에서 신은 살아남을 것인가?

노아에게 달렸소. 

[레벨:11]큰바위

2014.03.26 (10:46:19)

노아든
아브라함이든
바울이든
예수든
그들이 직접 신을 반영했다는게 중요하죠.
자신 안에 있는 신 혹은 신의 형상을 끄집어 낸다는게 핵심이죠.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3.26 (11:07:20)

좋은 말씀이오. 

자꾸 인간 이야기를 하면 그만큼 신을 해친다는 거.

너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에 대입하여 의미부여하지 말고

이야기 자체의 완전성을 따라가야 하오.

[레벨:11]큰바위

2014.03.28 (01:09:10)

이야기 자체의 완전성을 통해 인간이 이해되는 거지요. 

때로는 신의 의도를 해치는 것이 인류의 운명이기도 하지요. 

그렇게 신과 인간이 반응한다는 점에서 인생의 패러독스가 펼쳐지는 거라 생각됩니다.

노아의 칼날이 부드러운 키스로 변모하는 순간,

신에 대한 명령거부가 아니라, 자비의 순간으로 바뀐다는 것이 반전이긴 하나, 

여전히 인간은 고뇌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인류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봅니다. 

[레벨:2]farmer

2014.03.30 (16:30:26)

안녕하세요  지난번 두번 스터디 참가 했던 애니메이션 만드는 사람 입니다.   (아이디가 neodal 인 줄 알았는데,  farmer 로 등록했네요)  


오늘 "노아"를 보고 저도 생각을 적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한 "블랙스완" 감독의 헐리웃 대작이라 관심이 많아 극장에 가서 봤습니다.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컨셉을 천재적으로 잡았던 것 같습니다.     성서라는 기반위지만 현실적으로 인간이 고뇌하는 "자신이 가는 길에 대한 확신" 을 표현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신화에 공감대를 부여한 부분이 천재적으로 보입니다.  

전/중반까지 힘있게 가다가 후반은 너무 설명적으로 풀려가는 것이 아쉬웠지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신화를 과학과 오버랩하여 창세기를 들려 줬던 짧은 시퀀스 인데,   현대 과학이 이야기 하는 빅뱅 부터,  우주의 형성,  광자가 생기고, 지구가 생기고, 바다가 생기고, 생명체가 바다에서 육지로 오는 과학의 비쥬얼을 보여주면서, 노아의 7일간의 천지 창조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풀려 있어.   기독교적인 창조론 이야길 하지만, 6천년이라는 논리에 반증을 보여주는 멋진 시퀀스 였습니다.  


노아는 인류가 말살되어야 한다고 믿고,   후반에는 하늘은 계시는 자신의 자손으로 부터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는 것을 수긍 한 것으로 풀었는데,  이부분이 멋진 문제 제기 였지만,  좀 맥빠지게 풀린 느낌이 있습니다.   

오히려 이 대답은 열어 놓고,  노아는 죽기전까지 자신이 임무완수를 못한,  가족의 정에 져서, "정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끝났다면, 현대인에 더 강한 메시지를 전해 주지 않았을 까 싶더군요.   즉 "현대인은 노아의 실수로 살아남은 잠시 더 살아가면서 계속 지구를 파괴하는, 언젠가 다시 심판 받을 존재니 정신차려라"  1300억 짜기 영화 시스템 속에 이 정도 메시지를 지켜가기도 쉽진 않을 거 같았을 것 같군요.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구조론 매월 1만원 정기 후원 회원 모집 image 29 오리 2020-06-05 139192
787 돈 나고 사람 났다 담 |/_ 2014-04-04 3278
786 디자인과 몽구스 image 2 김동렬 2014-04-04 4507
785 구조는 같다. image 20 김동렬 2014-04-03 6580
784 구조론 문제 22 김동렬 2014-04-02 3720
783 교육에 대한 환상 2 김동렬 2014-04-01 3599
782 북유럽 모델의 환상 4 김동렬 2014-04-01 4258
781 구조론의 이해 4 김동렬 2014-03-31 3234
780 왜 한국에 광신도가 많은가 1 눈내리는 마을 2014-03-31 3196
779 위험한 한국 image 7 김동렬 2014-03-30 4267
778 노동 곧 자본 1 담 |/_ 2014-03-28 3097
777 구조론이 옳다는 과학적 증거 4 김동렬 2014-03-27 3453
776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순서 파란하늘 2014-03-26 3287
775 노동도 자본도 휴지다 5 담 |/_ 2014-03-26 3111
774 진짜 전쟁 담 |/_ 2014-03-25 3149
773 구조론 생각의 정석 31회 오세 2014-03-25 3022
» 노아, 보셨습니까? 7 김동렬 2014-03-25 3536
771 이상적인 친구의 숫자는? 7 파란하늘 2014-03-25 3696
770 아침풍경 image 김동렬 2014-03-25 3182
769 인간은 폭력적인가? 6 김동렬 2014-03-24 4343
768 역사의 코끼리 image 차우 2014-03-23 3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