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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6]id: 15門15門
read 9177 vote 0 2013.02.20 (15:53:56)

크기변환_우주.jpg


우주 상공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입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지만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저같은 경우 이 사진은 아니지만 이런 종류의 사진을 바탕화면에 걸어놓고

항상 바라보곤 합니다. 그만큼 저에겐 아름답고 기분좋은 풍경이었습니다.


크기변환_우주번지.jpg 


하지만 얼마전에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든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펠릭스 바움가르트너라는 사람이

인간한계에 도전하기 위해 바로 제가 지구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던 그 우주에서 그는 뛰어내린 것입니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어떻게 저기서 뛰어내릴 생각을 할까 싶은 존경심마저 일었죠.


그런데 그 뒤부터 제게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컴퓨터 바탕화면에 걸린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사진에 대한 시점의 변화였습니다. 전에는 아름답고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던 사진이

그가 뛰어내린 후 마치 내가 그 위에서 뛰어내릴 준비라도 하는 양 흥분되고 고소공포증을 유발하는

사진이 된 것입니다. 


크기변환_DSC_0053.jpg 


예전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렇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번지점프에 올랐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자리에서 이런 저런 제 사정을 이야기하며 뛰기를 주저했습니다. 다들 의외라는

얼굴이었죠. 꽤나 남성적이고 활달하며 운동도 좋아하는 저를 아는 친구들이기에 더욱 그랬을 겁니다.

게다가 앞서 저보다 연약해보이는 여자들도 곧잘 뛰어내리곤 했으니까요.

그러자 그 위에 있던 안전요원이 사진에 걸려있는 팻말 같은 격려를 해주더군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고소공포증에 관한 제 사정을 이야기 하며 벌벌 떨었습니다. 그러자 다들 화를 내더군요. 

"그럴거면 아예 올라오지를 말던가, 올라왔으면 뛰어내려야지. 지금 와서 네 사정이야기 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번지점프대 밑에서라면 합리적인 이유가 될 제 사정이 번지점프대 위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말이 된 것입니다. 결국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 저는 내려왔고 친구들이 즐거운 듯 번지점프대 위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습니다.


점프.jpg 


그 기억 덕분에 저는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주에서 내려다본 지구가 찍힌

사진 속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때문에 아름다움이 두려움으로, 차분한 기분이

흥분된 기분으로 뒤바뀐 것이죠.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서야 저는 사진 속 고소공포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전체를 하나의 깨달음으로 조망하려는 구조론 연구소의 위치도 번지점프대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번지점프대 위에 서기 전에 자신의 사정 이야기는 충분히 이유가 되고 합리적인 설명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번지점프대 위에 오른 순간 자신의 사정 이야기는 아무런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다만 저나

이곳에 오신 모든 분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번지점프대 위에서 뛰어내리는 것 뿐일 것입니다.


그래도 이곳에서 뛰어내릴 수 없다고 망설이시거나 두려워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곳에서 만큼은 제 자신 그리고 당신이 바라보고 있는 세상 속에 자신을 개입시키지 말라고 말입니다.

자신을 배제하는 그 순간 두려움으로 볼 수 없었던 세상의 진짜 아름다움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제 자신과 당신의 눈에 비치는 순간 뛰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빠져들고 싶은 강렬한 

유혹을 느끼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번지점프대가 높으면 높을수록 두려움이 커지는 것처럼 

그 유혹도 높으면 높을수록 더욱 커지기 때문입니다.


지구.jpg


언제나 구조론 연구소는 제가 정신을 잃을만큼 아찔한 곳입니다. 그것은 아직도 제 스스로가 고소공포증에

얽매여 있다는 말이고  아직도 이곳에서 제 자신을 부당하게 개입시키고 있다는 뜻이겠죠.  

그러나 있는 그대로의 세상은 정말 신비롭고 아름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우주에서 바라보는 푸른 별의 지구처럼 말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3.02.20 (16:00:22)

솔직히 그 느낌이 어떤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겁이 많은 편인데 높은 곳에 올라서면 발끝이 찌릿하죠.

 

그러나 찌릿한 것과 뛰어내리는 것은 전혀 다른데.

그냥 뛰어내리면 되는데 도대체 무엇이 그 상황에서 멈추게 하는지.

 

예컨대 발표를 하라고 하면 긴장해서

목소리가 잘 안 나온다든가, 떨린다든가 하는게 있겠는데

 

몸이 굳어진다든가 .. 그래도 하면 되는데

 

프로필 이미지 [레벨:6]id: 15門15門

2013.02.20 (16:11:43)

근육이 붙은 사람이 보수가 될 확률이 많다고 한다면

저같은 경우 강박증이나 두려움 혹은 신경증 같은 정신근육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모습이 바로 저의 모습입니다.

그래서인지 제 사고는 관성이 크고 보수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존재불안과 열등감에서 비롯되었죠.

항상 있는 그대로의 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언가 되려고하고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함으로써 제 인생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제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그 모습이 

결코 제 자신이 될 수 없음을 알아차린 것 뿐입니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이곳에 와서 세상은 마이너스다라는 관점을 알았고

그 덕분에 제 안에 붙어있던 정신의 근육들을 조금씩 빼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제 경우는 보편적인 케이스가 아니기에 당연히 이해하실 수 없을거라 봅니다.

이런 케이스가 많아서도 안되구요^^

다만 제 안에 있는 것이어서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두려움이 종종 투사되는 것

같습니다. 역시 저 자신을 배제하지 못한 불찰일 뿐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2]이상우

2013.02.21 (04:29:31)

철원 한탄강 상류 태봉교에 52m 높이 번지점프대가 설치되어 있다.

다리위 번지 점프대 입구에는 안내하는 사람없이  이렇게 쓰여있다.

 

"번지 점프 하실 분은 위로 올라오세요"

 

번지점프대도 아닌 다리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데,

연예인들이 번지 점프대에서 길게는 한시간 넘게 뛰어내릴까 말까 망설이는게

뻥은 아닌 듯 싶었다. 번지점프대도 아닌, 약 45m다리 위에서 난간으로 푸르른 한탄강물 아래를 내려다 보기만해도 하체가 순식간에 증말된 느낌이었다. 같이 간 친구는 다리위에 있는데도 불안하니 나보고 아래 쳐다보지 말라고 생난리. 난간에서 한 2-3미터 떨어져서 무릎 굽히고 걸어가는 녀석이 애처로웠다.  확실한 것은 아래서 위를 쳐다볼 때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막상 위로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면 후덜덜. 

 

말 그대로 뛰어 내리면 되는데, 뛰어 내리기가...

한 번 뛰어내리면 몸에 배는데...

확실히 남보다 내가 안전에 대한 두려움이 많긴 하다. 뛰어 내렸는데 줄이 끊어져 물에 빠지면???  

 

한편 운동을 잘하는 사람중에서 오히려 어지럼증 때문에 놀이기구를 잘 못타는 사람들이 있더라.

특히 회전하면서 움직이는 놀이기구는...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축구를 매우 잘하던 아는 형도

우리반에서 축구를 제일 잘하는 아이도 어지럼증 때문에 놀이기구를 못탄다고...

 

 

*철원 태봉교위에 설치된  번지 점프 동영상 - 다시 보니 위의 번지 점프 사진이 이곳과 같군요.ㅋ

http://www.cyworld.com/hongyangstory/7990904

프로필 이미지 [레벨:24]꼬치가리

2013.02.21 (10:59:37)

상우님은 번지 잘 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22]이상우

2013.02.21 (15:15:16)

잘할 껄라 믿었는데, 막상 다리 위에 올라가니 쉽지 않겠던데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3.02.20 (17:03:26)

근육을 떼내는 것이 아니라 큰 근육만 있는데 거기에 잔 근육을 만들어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큰 근육만 있으면 경직되지만 잔 근육을 발달시키면 섬세해지니까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6]id: 15門15門

2013.02.21 (14:36:36)


커플번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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