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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6687 vote 0 2012.06.06 (00:35:33)

 

연역적 사고

 

구조론적 사고는 연역적 사고다. 그것은 에너지의 결을 따르는 것이며 전체에서 부분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자연은 모두 이 방향으로 간다. 인간의 사고 또한 이 방향에 맞추어야 한다.

 

인간 또한 연역적으로 사고한다. 문제는 연역으로 사고할 뿐 대화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연역은 전체에서 부분으로 가는데 전체는 명명될 수 없다. 전체는 개체가 아닌 그룹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 연역 – 전체 ≫ 부분 (그룹 ≫ 개체)
◎ 귀납 – 부분 ≫ 전체 (개체 ≫ 그룹)

 

개체는 특정될 수 있지만 그룹은 특정될 수 없다. 개체는 손으로 가리킬 수 있으나 전체를 손으로 가리킬 수는 없다. 개체인 사람은 손으로 가리킬 수 있으나 전체인 인류를 손으로 가리킬 수는 없다.

 

연역적 사고를 위해서는 전체를 가리키는 단어와 개념이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그 단어들이 없거나 부족하다. 전체를 가리키는 단어들은 고도의 추상개념이다. 인간은 원래 추상적 사고에 약하다.

 

연역은 그것을 표현할 단어가 없어서 말을 못한다. 연역을 말할 때는 구체적인 설명을 못하고 ‘감’이라는 표현을 쓴다. 흔히 ‘직감’적으로 느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뇌가 분명히 판단한 거다.

 

인간이 사물을 인식하는 것은 그 대상과 접촉하기 때문이고 그 접촉은 전체가 아닌 부분에서 일어나므로 굳이 전체를 말하지 않아도 일정한 수준의 의사소통은 된다. 다만 진리가 죽는다.

 

사람이 화살에 맞았다면 몸에 박힌 화살은 분명히 인식되나 그 화살이 어디서 날아왔는지는 모른다. 활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인간은 귀납한다. 귀납은 자연의 원리와 맞지 않으므로 잘못이다.

 

패턴인식으로 연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것은 추상화다. 추상(抽象)의 추(抽)는 뺄 추다. 별개의 두 사건에서 공통요소를 뽑아 전체를 인식한다. 그렇게 빼다보면 최종적으로 남는 것이 수학이다.

 

연역적 사고는 추상적 사고이며 수학적 사고다. 수학에서도 대수 보다는 기하, 기하보다 구조론이 더 추상화 되었다. 사물≫대수≫기하≫구조로 갈수록 추상화, 보편화 된 정도의 수준이 높아진다.

 

사물에서 보편되는 공통요소를 계속 뽑아가다보면 세상의 모든 존재가 공유하는 하나의 플랫폼이 발견된다. 근원의 자궁이다. 옛사람들은 그것을 도(道), 리(理), 법(法), 질서 등으로 표현했다.

 

연역은 추상의 최종단계에서 얻어지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것은 틀이다. 연역은 틀에 맞춘 사고다. 문제는 그 틀이 잘못된 틀일 경우 편협한 사고를 가지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바른 틀이면 거대한 인식의 비약이 일어난다. 사람들이 틀에 맞춘 사고를 하는 이유는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어린이들이 모든 것을 선과 악, 우리편과 나쁜 편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다.

 

이는 낮은 수준의 연역이며 잘못된 연역의 틀이다. 인간은 원래 연역한다. 단지 그것을 나타낼 언어가 없으므로 본인이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인간은 패턴을 정해놓고 지식을 복제한다.

 

어린이 때는 우리편과 나쁜편의 틀로 나누다가 어른이 되면 진보와 보수의 틀로 나눈다. 이는 조악한 수준의 잘못된 연역이다. 단지 진실을 나타낼 적당한 단어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거다.

 

누구나 연역한다. 대개 대칭원리를 적용한다. 선악, 흑백, 음양, 호오, 정사, 완급, 상하, 고저, 장단, 장유, 남녀 등으로 무수히 많은 대칭 개념이 있다. 연역할 때 뇌세포가 흥분하므로 기억이 각인된다.

 

인간은 원래 연역하고, 연역할 때 뇌의 흥분에 의하여 그것을 잘 기억하며 그 대표적인 방법은 대칭원리에 따른 이분법적 사고, 흑백논리다. 어린이들은 경찰과 도둑이야기만 나오면 눈빛이 반짝반짝 한다.

 

연역적 사고는 둘 이상의 개념을 하나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동시에 제어하므로 뇌의 자원을 최대한 사용한다. 따라서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된다. 상당히 심한 피곤을 느낄 정도이다.

 

연역할 때 뇌가 쾌락물질을 분비한데 따른 중독성에 의해 각인효과가 얻어지고 이 때문에 인간은 틀에 박힌 사고에 빠지며 한 번 굳어진 편견과 아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엉터리 연역의 병폐다.

 

아프리카 어느 부족은 세상의 모든 것을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의 이분법으로 바라본다고 한다. 인류학자들은 그 어떤 원시부족도 고유한 이분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법칙은 부족간의 결혼관계 등에도 두루 적용이 된다. 아메리카 인디언 부족은 대개 서로 죽이는 적대부족과 서로 결혼하는 친구부족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부족민 사회가 그러하다.

 

백인이 인디언 마을을 찾아가면 '당신은 친구냐?'고 묻는데 이때 대답을 잘해야 한다. 친구부족이 아니면 적대부족이므로 친구가 아니라고 대답하면 당장 손도끼로 때려죽이려고 한다.

 

친구라고 대답하면 당장 결혼하자고 한다. 여자를 불러와서 티피로 들어가라고 다그친다. 이러한 곤란을 당할 때는 유명한 족장의 이름을 대고 그 유력자와 친한 사이라고 슬며시 둘러대면 된다.

 

연역은 틀에 맞추는 사고이고 인간은 흔히 잘못된 연역의 틀을 사용하므로 점차 나빠진다. 귀납으로는 지식의 전달이 가능할 뿐 지식의 창출은 불가능하므로 어차피 연역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패턴인식이라는 연역의 틀로 지식을 대량으로 복제한다. 패턴을 정해놓고 억지로 때려맞추는 형태로 지식을 늘려간다. 그 틀은 대개 수학에서 얻어진다. 근대과학은 수학에 의해 복제되었다.

 

수학자가 진리를 발견하면 철학자가 그것을 개념화 한 다음 보편화 시키고 모든 학문분야에 적용이 된다. 생물학자가 진화론을 만들면 사회학자가 그것을 베껴서 사회진화론을 만드는 식이다.

 

근래에 가장 크게 복제된 것은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이다. 모든 학문분야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프로이드 이전에는 잘 모르는 것은 대개 ‘이성(理性)이라는 가짜 단어로 얼버무렸다.

 

이성은 참된 뜻이 없는 허어(虛語)다. 모르는 것을 얼버무리는데 쓴다. ‘거시기’와 같다. 적(的)을 붙여 ‘이성적’이라고 표현하면 그나마 약간의 뜻이 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이성은 없다.

 

‘이성을 찾아라’고 흔히 표현하지만 그것을 동대문에 가서 찾겠는가? ‘정신 차려라’ 혹은 ‘상황파악을 하라’가 맞다. 이성을 잃은 상태는 어떤 행동을 하는데 그 행동의 대상과 목표를 잃어버린 것이다.

 

예컨대 개를 찾으러 나왔다가 자신이 개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먹은 채로 계속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격이다. 분위기에 휩쓸려 어떤 행동이 애초의 목적을 잊은채로 가속화 되는 것이다.

 

프로이드 이후 인류는 ‘이성’과 같은 가짜 단어를 버리고 구체적인 상황 안에서 판단하게 되었다. 이후 인류는 한 차원 더 현명해졌다. 프로이드가 일정부분 연역적 사고의 시범을 보였다.

 

구조론은 바른 연역의 틀을 제시한다. 잘못된 연역은 뇌세포가 흥분하는 결을 따르며 그것은 대개 선악구도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분법적 사고는 평면에서의 대칭을 이용한다.

 

평면적인 이분법 버리고 입체적인 구조 안에서 연역해야 한다. 좌우대칭이 아닌 상하관계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상하관계로 보면 사건은 원인에서 결과로의 진행이 아닌 전체에서 부분으로의 진행이다.

 

결과 또한 전체의 바운더리 안에 세팅되어 있다. 원인 다음에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의 틀이며 원인과 결과를 포함한 전체의 영역에서 특정한 부분으로 사건은 전개된다.

 

원인에서 결과로 가는 것은 인간의 관심 뿐이다. 단지 인간이 원인에서 결과로 고개를 돌리는 것이다. 야구장의 관객은 처음 공을 치는 타자를 보다가 고개를 돌려 공을 받는 외야수를 본다.

 

그러나 타자는 애초에 외야수의 당겨진 전진수비 위치를 보고 그 배후의 빈 공간으로 공을 날려보낸다. 전화는 송신자에게서 수신자에게로 가지 않는다. 상대가 받지 않으면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 평면적 사고 – 걸어야 받는다. ( X )
◎ 입체적 사고 – 받아야 걸린다. ( O )

 

편지는 보내야 받는다. 전보도 쳐야 받는다. 그러나 채팅은 상대가 받아야 비로소 시작된다. 이건 다른 이야기다. 인과율에 집착한 평면적 사고는 매우 위험한 것으로 오류의 가능성이 크다.

 

깨달음은 뇌를 흥분시킨다. 뇌가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마약성분과 같은 쾌락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깨달음은 뇌가 주어진 상황과 맞는 패턴을 찾아냈을 때 강렬하게 반응하며 환호한다.

 

에너지의 결과 맞는 연역의 틀을 뇌에 세팅하면 그것을 음악에, 정치에, 경제에, 야구에, 축구에, 전술에, 바둑에 두루 써먹을 수 있다. 어떤 상황이든 구조 안에 숨은 질서의 수를 찍어낼 수 있다.

 

강아지도 연역은 한다. 그런데 에러다. 강아지의 배변훈련을 잘못 시키면 강아지가 자신의 배설물을 먹는 수가 있다. 강아지는 주인의 꾸지람과 자신의 배변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패턴분석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패다. 주인이 전체가 아닌 부분을 훈련시켰기 때문이다. 훈련하려면 반드시 연역해야 하며 연역은 전체를 훈련하는 것이다. 전체는 배변의 성공이다.

 

바른 배변훈련 방법은 잘못된 배변을 꾸짖는 것이 아니라 바른 배변을 포상하는 것이다. 배설물을 바른 위치로 옮겨놓고 상을 주면 강아지는 그곳에 배변한다. 그 위치는 전체이므로 성공한다.

 

◎ 오류의 비판 – 귀납의 실패
◎ 성공의 포상 – 연역의 성공

 

강아지는 오류를 비판하는 방법이 아닌 성공을 포상하는 방법으로만 훈련된다. 성공은 전체고 실패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오답을 비판하는 귀납이 아니라 정답을 찍어주는 연역이어야 한다.

 

주입식 교육은 실패다. 귀납훈련은 뇌가 흥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왼쪽 귀로 들어온 지식이 오른쪽 귀로 나가버린다. 지식을 복제하지 못한다. 플랫폼이 없기 때문이다. 뇌가 노는 시간에 논다.

 

연역은 창의적 교육이다. 뇌가 흥분하므로 노는 시간에도 일한다. 계속 상기되므로 천 번, 만 번쯤 자동으로 복습된다. 평생 간다. 쾌락물질에 중독되므로 술, 담배, 오락에 흥미를 잃는 단점이 있다.

 

연역은 들어온 지식을 뇌에 가두는 장치다. 플랫폼이며 깨달음이다. 상황의 패턴을 기억했다가 동일한 패턴의 상황에 마주치면 온 몸으로 전율한다. 단번에 구조를 읽고 탑 포지션을 차지한다.

 

수학자가 정선 카지노에서 쉽게 돈을 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 접한 게임이었는데도 짧은 시간에 패턴분석을 성공시켰다. 바둑고수인 차민수 4단도 이 분야의 고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월가를 주름잡는 고수들은 20대가 전성기며 30살만 되어도 촉이 죽으므로 현장에서 은퇴한다는 말이 있다. ‘촉이 죽는다’ 혹은 ‘촉이 산다’는 말이 있다. 그 촉이라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패턴을 기억했다가 동일한 패턴을 만나면 몸이 반응한다. 체온이 올라가면서 가시 같은 것이 등을 찌르는 느낌이 든다. 뾰족한 것이 찌르므로 촉이라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뇌가 판단을 한 것이다.

 

패턴인식이다. 단번에 패턴을 읽는다.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 말로 나타내지는 못한다. 말로 나타낼 수 있으면 이미 귀납이다. 노벨상 수상자들도 대개 20대 중반에 중요한 발견을 이룬다고 한다.

 

이후로는 논문을 쓰고 성과를 인정받는데 시간을 보낸다. 필자는 17살 때 구조론의 틀을 짜기 시작해서 24살 때 틀을 완성시켰다. 한 번 틀을 완성한 다음에는 평생 우려먹는다. 연역은 거대한 에너지원이다.

 

P.S.

엄밀히 말하면 추상은 틀린 표현이다. 개별사건에서 공통요소를 뽑아 추상하는게 아니라 그냥 복제한다. 추상은 패턴을 복제해 놓고 어떻게 해서 그런 비약적인 결론이 나왔느냐고 따지니가 답이 궁해서 둘러댄 말이다.

 

 

 

 

 0.JPG

 

예술분야의 종사자들은 '촉'의 의미를  알 것이오.

왜냐하면 예술가들은 아는 것을 설명하는 언어가 없기 때문이오.

 

 

 

http://gujoron.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11]까뮈

2012.06.06 (22:15:14)

이 글을 읽다보니 문득 제 첫 직장 생활이 떠오릅니다.대학 졸업 하자마자 중미의 코스타리카로 날아가서 신입직원 이었지만 2000명 봉제 공장 총무과장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총무는 원래 온갖 잡다한 일을 하는 것이라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본사와의 일(시차때문에 벌어지는 잡무),현지인과의 일 등등 정말 뺑이를 쳤었는데 몇 개월 지나고 나서-제가 워낙 일하는 걸 싫어하고 노는 걸 좋아하는 놈이라 머리를 무지하게 굴렸지요-반복되는 일은 현지인에게 정확히 설명해서 임무를 맡기고 기타 일들은 시스템화 작업을 통해 단순화 시켰더니 달랑 1년 6개월 근무했지만 마지막 6개월은 실제 하루 3시간 정도만 일하고 나머지는 놀았습니다.


이 글과 상관이 있는 지 없는 지 모르지만 갑자기 생각나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2.06.06 (22:44:41)

어떤 틀을 만드는게 중요하지요.

제가 군대에서 느낀 점은 사실 군생활이 매우 단순한데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없으니 쓸데없이 애들을 굴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군생활이 힘든 이유의 90퍼센트는 의사소통 실패 때문입니다.

 

누군가 군생활에 대한 정교한 매뉴얼을 만들고

모든 장병들이 그것을 학습한 후에 입대한다면 스트레스를 1/3로 줄일 수 있습니다.

 

대장 - 연병장으로 집합

 

이게 부대원 300명에게 전파되는데 걸리는 시간 30분~무한대.

부대원들.. 웅성웅성.. 이유는?

 

대장의 집합명령을 누가 왜 어떻게 어디까지 전파해야 하는가?

화장실에서 똥누는 애까지 불러와야 하는가?

자고 있는 병장도 깨워야 하는가?

 

한 시간 동안 뺑뺑이 후

 

대장 - 연병장으로 집합

 

이게부대원 300명에게 전파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30초

 

그렇다면 애초에 똥누는 애까지 불러와야 한다고 말해줬으면 되었잖은가 말이다.

그런거 없이 고참이 인상쓰는 정도와 고함치는 목소리의 옥타브를 계산해서 눈치껏 하라고 하면 실패.

졸라리 굴리면 어떻든 되기는 됨.

근데 비용이 너무 많음.

 

프로필 이미지 [레벨:10]mrchang

2012.06.07 (08:57:00)

마이너스라는 개념을 대입하면 배변에 실패했을때 먹는 것을 줄인다거나 해야 되는...?   흠... 개가 이런걸 알아 먹을리가 없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2.06.07 (09:49:28)

상부구조인 사람 기준으로 마이너스 되는건 간식이지요.

개한테 마이너스 되는건 사람한테 플러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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