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여자 조카 둘이 있습니다. 소영이와 메이. 아빠는 브라질 사람, 엄마는 한국사람.

둘이서 하도 싸워서 제 동생의 근심은 커가고, 애들 할머니는 서로 안지려고 하다가 몸싸움까지 벌이는

애들 싸움에 지쳐서 감당이 안되신다고 합니다. 싸움이 줄어들기는 커녕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심해집니다.

서로 억울하다고 하소연에 울고 불고 난리치니 강하게 혼내는 아빠가 아니면 해결이 안됩니다.

결국 애들 싸움에 스트레스 받은 할머니와 엄마 목소리만 커져만 가고...

그래서, 제가 대화법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분노, 훈계,지시와 명령은 자제하고 지켜봐 달라고 했습니다.

그 결과...

소영이 말로는 한시간에 한 번씩 싸운다고 했는데, 지금은 하루에 1번 정도 싸운답니다.

물론싸움의 강도와 시간도 짧습니다. 소영이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삼촌이 도와줘서 그렇답니다. 저는 역으로

삼촌은 옆에서 몇가지 방법만 알려줬을 뿐, 노력해서 친하게 된 것은 너희들 덕분이라고 칭찬했습니다.

이렇게 변화하는 데 3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중간에 반동현상,일시적인 말싸움 심화등도 있었으나 약간의 시행착오였을 뿐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저야, 뭐 애들이랑 자주 본다고 해봤자 한달에 2-3번, 얘기도 5-10분 정도 밖에 안합니다.

왜냐면, 초등 저학년 애들이랑 오랫동안 이야기 해봤자 잔소리가 되기 십상이고, 저도 학교일에 여러가지 일에 얽매여서

애들이랑 편하게 얘기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죠.

제가 사용한 방법의 전체적인 바탕은 ' 마음의 구조', 실제적인 기술은 감정코칭 + 비폭력대화 +교사역할훈련의 갈등문제해결 방법이었습니다.

애들은 감정은 최대한 받아줍니다. 공감해줍니다. 둘이 싸우면 혼내지 않고 아이들의 말을 충분히 들어줍니다.

감정이 휘몰아칠 때는 무슨 말을 해도 자기중심적이고 방어적인 모습이 되고,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애들의 감정이 공감을 통해서 정화되면, 감정에서 생각의 단계로 올라갑니다.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도록 돕는 겁니다.

내가 그 상황에서 관찰한 것은 무엇이고, 어떤 문제로 싸우게 되었고, 그때 나의 느낌은 어떠했는지. 다툼의 원인을 파악하고 자기감정을 읽고,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게 됩니다.

생각의 단계에서 이제는 의도의 단계로 올라갑니다. 의도의 단계에서는 원래 자신들의 의도는 어떠한 것이었는데 어떤식으로 어긋나게 된것인지, 앞으로 이런 싸움이 다시 벌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만약 똑같은 싸움이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할지를 충분히 얘기하게 합니다. 서로 싸움의 원인을 제공한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기로 다짐을 하고 끝납니다. 누가 잘하고 잘못했느냐, 사과해라 싸우지 마라의 방식에서 벗어나 서로 다치지 않게 윈윈의 전략을 모색합니다.

다음으로 의식의 단계입니다. 너희 둘은 자매이고, 어머님이 없을 때 둘이 싸우게 되면 너희들을 돌보는 할머니가 너희 싸우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하신다는 것. 할머니가 너희들 밥주고 돌봐주기도 힘든데 너무 자주 싸우면 할머니도 힘드시다는 것. 엄마가 저녁시간 까지 일나가야 하고, 아빠는 주중에 순천향대에서 영어를 가르쳐야 하니 너희들도 엄마 아빠를 볼 수 없는 시간을 보내기 힘들고, 싸우기 쉽다는 것을 긍정합니다. 그런면에서 싸우게 되면 해결해줄 사람이 마땅치 않다는 것을 의식합니다. 다음은 정신의 단계입니다. 둘은 자매이기 이전에 똑같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 내가 소중하듯이 상대방도 소중하기 때문에 약올리는 말이나 욕하는 말은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내가 남에게 상처를 준 것만큼 자신도 상처를 받을 수 있음을 인식하게 합니다. 언니이기 때문에 동생을 함부로 대하고, 동생인데 언니한테 막말을 하는 것은 형제관계를 망치는 길이라고 얘기해줍니다.

물론 때마다 이렇게 길게 못합니다. 전체적인 방식이 이렇다는 겁니다. 외적 보상기술도 1-2차례 썼습니다. 서로 사이좋게 지내면 떡볶이 사준다고 했고, 1번 사줬습니다. 연말에 가족회식을 했는데 그때 가족회식을 한 이유가 너네들이 사이좋게 지내서 하게 된거라고 치켜세웠습니다. 연령 수준에 맞게 외적 보상을 약간씩 해주면 성취감을 키워줍니다.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게 맞습니다. 문제는 싸움이란 역할놀이에 빠져서 서로 감정을 퍼붓고 상처주고 감정수준에서 티격태격하게 됩니다. 싸움이 아이들을 성장시키기 보다는 자신의 문제행동으로 상대방이 짜증나고 괴로워하는 반응을 보고 쾌감을 느끼는 것에 그친다는 겁니다. 그것도 반복적으로 복수에 복수를 일삼는 거죠. 대화법 이전에 제 동생에게 주문한 것은 언니 소영이앞에서 동생 메이 귀엽다고 끌어안고 예뻐하지 않기. 서로 혼낼 때는 장소를 이동해서 두 사람이 서로 보지 않는 곳에서 혼내기. 싸웠을 때는 잘잘못을 가리는 것 보다 서로의 감정을 충분히 풀어주고, 각자의 느낌과 욕구에 주목하기였습니다. 애들과 잘 놀아주나 잘못하면 무조건 겁주고 혼내는 외국인 매재에게도 존중과 대화를 부탁했습니다. 고집이 세서 실천은 별로 안했지만서도...

대화법은 대화술이전에 존중의 철학, 관계형성의 기술이요, '스스로+협력적 문제해결'을 성장의 방향으로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을 넘어 이해의 관점으로, 문제해결을 넘어 이신전심의 성장을 지향합니다. 부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도려내는 것에 매달리지 않고 존재와 현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서로의 느낌과 욕구에 주목하는, 상호 공존하고 성장하는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대화법이 전부는 아니나 대화법을 통해서 감정문제로 뒤엉켜 제살깎아 먹는 인간들의 악순환을 차근차근 생각과 의도, 의식과 정신의 세계로 이끌 수 있습니다. 대화법은 마음의 선순환을 이끌어내는, 지극히 현실적인 대안이며 60억 인류 개개인의 이상실현을 꿈꿉니다.

 


[레벨:1]마음다함

2012.04.07 (22:13:57)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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