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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20360 vote 0 2006.07.14 (11:39:19)

까뮈의 이방인

아랍인 청년 뫼르쏘는
북아프리카의 알제에 사는 평범한 하급 샐러리맨이다.

양로원에서 죽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이튿날,
해수욕장에 가서 여자 친구인 마리와 노닥거리다가,

희극 영화를 보면서 배꼽을 쥐는가 하면,
밤에는 마리와 정사를 가진다.

며칠이 지난 일요일
동료인 레이몽과 함께 해변을 거닐다가

우연히 마주친 한 백인 소녀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날이 휘어진 신월도로 베어 살해한다.

재판에 회부된 그는
바닷가의 여름 태양이 너무 눈부셨기 때문에

백인 소녀를 죽였다고 주장하고
속죄의 기도도 거부한다.

자기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행복하다고
큰소리를 친다.

뫼로쏘가 처형되는 날
많은 군중이 밀려들 것을 기대하며 이 수기는 끝난다.

그리고 까뮈는
1957년에 이 소설로 노벨상을 수상한다.

과연 그럴까?
아무 이유도 없이 백인 소녀를 살해하여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
천만에!

프랑스인이 아랍인을 권총으로 쏘아 죽이는데
아무 이유가 필요없을 뿐이다.

똘레랑스라는 것은
프랑스의 정치와 문화와 역사를 반영하는

프랑스적 특수성에 대한
자화자찬 혹은 변명에 불과하다.

지배자의 관용은 언제라도 위선이다.
알제리 대통령이 지단에게 위로전화를 한 것은 그 때문이다.

세계주의가 당신을 구원해 주는 일은 없다.
코스모폴리탄으로의 도피가 그대를 구원해주는 일은 절대로 없다.

당신은 당신의 현재 위치
바로 그 자리에서 스스로를 구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코스모폴리탄이라는 개념은
식민지를 거느렸던 제국주의 국가 지식인들의

헛된 자기위안에 불과하다.
일본인들이 특히 세계주의에 집착하는 것이 그 때문이다.

지배와 가해의 부끄러운 역사로부터
도피하는 방법에 불과하다.

제 위치에서 스스로 완성되지 않으면
어디에도 소속될 수 없다.

세계를 향하여 나아감은 물론 좋으나
자기 정체성의 깃발을 들고 가는 것이다.

일본인은 일본의 깃발을 들고 갈 것이며
프랑스인은 프랑스인의 깃발을 들고 갈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은
일본열도 바로 그 자리에서 완성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프랑스는
프랑스가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스스로를 완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완성할 때 비로소 초대받을 것이며
초대받은 자는

언제라도 자기 깃발을 들고
세계의 무대에 참석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만약 코스모폴리탄이고 싶다면
지금 바로 그 위치에서 당신 자신을 완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너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각자의 위치에서
제각기 완성된 자들이 모였을 때

세계는 비로소 아름다운 빛을 내뿜는다.
세계는 그 방법으로 완성된다.

네가 네 위치에서 완성되지 않으면
세계는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세계는 그대가 언제라도 도피할 수 있는
어머니의 품속이 아니다.

야단쳐줄 어머니의 부재.
자신을 꾸짖어줄 엄한 조국의 부재.

스승의 부재.
지단의 어리광은 그 때문이다.

그는 크게 한 번
어리광을 부려본 것이다.

마테이치가 언제라도 부릴 수 있는 그 어리광을
지단은 알제리인이라는 이유로 단 한번도 부려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알제리인이기 때문에
원하지 않게 신사의 역할을 맡아야만 했다.

강요된 신사의 얼굴을 언론에 내비칠 때 마다
그의 가슴 한 쪽에 어리광이 축적되었다.

어리광을 부릴 수 있는 특권
엄마 품에서 맘껏 까불 수 있는 특권.

자기 정체성이라는 본질을 획득하지 못하면
결코 얻을 수 없는 권리다.

당신이 현재의 그 위치에서
스스로 완성되지 못하면

세계라는 무대에서 어리광을 부릴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부자연스러운 연극을 강요당하게 된다.

여름밤 축구장의 조명이 너무 눈부셨기 때문에
지단은 문득 그 이상한 연극을 그만둬버리기로 한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당신이 서 있는
바로 그 위치에서 자기 스스로를 완성할 수 있어야 한다.

당신 자신의 자기 완성의 깃발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자연스러움이라는 이름의 특권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권리.
지단이 일생을 투쟁하여 얻으려 했던 그것.

그러므로 묻노니
너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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