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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417 vote 0 2005.08.23 (22:23:00)

민족세력 대 매국세력, 강남세력 대 비강남세력으로 판을 짜는 정당이 먹는다.

곽호성이라.. 반론할 가치도 없는 글을 썼던데.. 내가 ‘문희상은 물러가라’고 쓴 글의 제목은 데일리 편집진이 다른 제목으로 떠억 바꿔놓고.. 아마 여당 대표 이름을 노골적으로 거명한게 캥긴듯.. 곽호성이 필자의 이름을 제목으로 거명한건 왜 그냥 두는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치고 받으면 데일리 질 떨어지는거 알면서 맞장을 떠줄 수도 없고.. 반론할 가치도 없지만, 혹 데일리 독자 중에 곽의 말이 솔깃하게 들리는 분도 몇은 있을 거 같으니 이 게시판을 빌어.. 한 마디 하고자 한다.

곽의 말은 한 마디로 ‘중도파가 답이다’ 이건데.. 얼빠진 소리다. 여론조사를 하면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파가 가장 많다. 무당당을 만들면 무당파가 무당당을 지지해줄까? 천만에. 무당파는 무당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여론조사를 하면 부동표가 가장 많다. 부동당을 창당하면 그걸로 대권을 거머쥘 수 있을까? 천만에. 부동표는 선거가 임박하면 동표로 바뀐다. 결론인즉슨 무당파나 부동파는 뜬구름 같은 존재인 것이다.

뜬구름을 믿고 정치를 하랴? 뜬구름을 모아 대권을 잡으랴? 어리석을 진저. 해가 중천에 오르면 안개는 흩어져 버린다. 가까이 다가가면 신기루는 사라져 버린다.

중도란.. 입장을 정하지 않은.. 그러므로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입맛이 까다로운 이 사람들을 잡으려면? 그들은 신뢰를 원한다. 그들에게 신뢰를 보여야 한다.

중도란 것은 한나라당도 될 수 있고 우리당도 될수 있다는 건데 이건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권자는 중도할 자격이 있어도 정당은 중도할 자격이 없다. 유권자는 한나라당과 우리당 사이에서 왔다갔다 해도 되지만 정치인이 그러면 안 된다.

남녀관계에 비유해 보자. 먼저 데이트를 신청하는 쪽이 커피값을 지불해야 한다. 먼저 프로포즈를 하는 쪽이 굳건한 신뢰를 보여야 한다. 먼저 데이트를 청한 쪽이 자신이 데이트를 신청해놓고 상대방을 차버린다든가 혹은 먼저 프로포즈를 한 사람이 배짱을 튕긴다든가 이런건 없다.

언제라도 당이 먼저 프로포즈를 하고 유권자가 그들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걸 알아야지.

중도파 유권자는 자신은 중도를 해도 중도당을 찍지 않는다. 왜?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변덕 많은 처녀는 변덕 많은 총각의 프로포즈를 수락하지 않는다. 자신은 변덕을 부려도 자신에게 프로포즈 하는 사람의 변덕은 용서하지 않는다.

유권자가 중도인 것은 정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정보는 증가하기 마련이고 선거전이 첨예해질수록 중도의 영역은 좁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지자체 보다는 총선이, 총선 보다는 대선이 더 중도의 영역이 엷어지는 것이다.

중도파가 중도에 머무르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정치에 무관심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판이 짜여지면 대세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그들을 잡으려면 먼저 세를 만들어야 한다.

세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심점이 필요하고 구심점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하고 신뢰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한쪽으로 기울어야 한다. 바둑이라면 두 집을 날 수 있는 안전한 위치에 집을 지어야 한다.

중도는 중앙에 있다. 변에서 두 집을 나지 않은 채로 중앙에 뛰어든다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다.

민노당은 변으로 살살 기다가, 변에서 두집을 나서 겨우 살기는 했지만 중원을 먹지 못한 당이요. 우리당은 변을 다지지 않은 채로 무모하게 중원으로의 진출을 서두르다가 대마가 죽게 된 당이다.

먼저 변을 다지고 난 다음에 중원을 공략하는 것이 수순이다. 그러므로 먼저 진보나 보수의 입장을 명확히 하여, 당에 이념적 구심점을 만들어 놓고 골수파 세력을 만든 다음에 중도파와는 제휴하는 방법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한국바둑이 강한 이유는 실리바둑을 두는 경향 그리고 전투에 강한 스타일 때문이다. 먼저 변을 다지지 않으면 실리바둑이 되지를 않는다. 먼저 변을 굳히지 않은 채로 전투를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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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가 자신은 중도를 하면서도, 정당의 중도는 허용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한 표를 유의미하게 하려는 경향 때문이다.(게임의 법칙을 참고하라.)

선택지가 주어진다. 정당을 선택하기 전에 먼저 투표를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한다. 투표를 하기로 결정한다면 그 유인동기는 무엇인가다.

반드시 댓가가 지불되어야 한다. 즉 유권자는 투표를 하면서 뭔가 가치있는 결정을 했다는 느낌을 가지는 것으로 보상받는 것이다. 자신의 한 표가 가치있는 일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한 표로 말미암아 대한민국의 나아가는 방향이 결정되어야 한다.

자신의 한 표가 가치있기 위해서는 그걸로 대한민국의 운명이 결정되어야 하는데 그 운명의 결정에 관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정당이 어느 정당인가이다. 진보가 그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진보가 승리하고 보수가 그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보수가 승리한다.

미국에서 보수가 승리하고 있는 이유는 공화당이 팍스아메리카나의 혹은 레이거노믹스의 영광이라는 비전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옳은가 그른가는 차지하고 일단 뭔가를 내놨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의 정당이 선전하는 이유는 통일의 비전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큰 틀이다. 더불어 개혁의 비전과 인터넷 신문명의 비전을 내놓고 있기에 먹히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수구는? 별다른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내놓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왜? 한국이라는 나라가 냉전의 결과로 너무나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기 때문에 역사의 자동복원력이 한국호의 중심을 잡아서 왼쪽으로 이동시켜 평형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역사가 결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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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란 무엇인가?

진보란 공동체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공동체라면 민족과 국가, 지역, 신분, 종교, 학교 따위를 들 수 있다. 이들 공동체가 건설되는 과정은 진보적인 경향을 띠지만 일단 완성되고 난 다음에는 일제히 보수가 된다.

- 민족을 건설하는 과정은 진보이나 건설한 다음에는 보수가 된다.
- 국가를 건설하는 과정은 진보이나 건설한 다음에는 보수가 된다.
- EU를 통합하는 과정은 진보이나 통합한 다음에는 보수가 된다.
- 중국은 이미 통합되어 있기 때문에 중화민족주의로 보수가 되었다.

종교를 전파하는 과정에는 진보적 경향을 보이나 전파하고 난 다음에는 보수가 된다. 노조를 건설하는 과정은 진보적이나 건설하고 난 다음에는 보수가 된다. 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공동체의 건설과정은 진보적이며, 모든 공동체의 건설 후에는 보수화 하는 것이다. 이는 역사의 필연 법칙이다.

그러므로 진보주의자는 인류의 이상적인 공동체의 건설을 갈망하면서 끊임없이 기존의 공동체를 해체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건설하고자 하는 것이다.

필자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사의 흐름, 즉 핵심적인 진보의 동력원은 두 가지로 본다. 첫째 70년대 산업하 이후 도시화 과정에서 향촌 공동체의 해체로 인한 정신적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를 향한 열망이다.

두 번째는 남북한의 분단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통일을 향한 열망과 그로 인한 민족주의 성향이다. 즉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핵심적인 대결은 민족세력과 매국세력의 대결인 것이다.

이 지점에서 한국인의 역사의 진보를 향한 열정이 나오고 있다. 즉 한반도가 통일될 때 까지 한국에서는 민족주의가 일정부분 필요한 것이며, 완전히 통일된 다음에는 민족주의가 필요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차기 선거에서 승리하려는 정당은 반드시 두 가지 포인트를 잡아야 한다. 첫째는 민족세력과 매국세력의 대결구도로 가는 것이다. 둘째는 강남세력과 비강남세력의 대결구도로 판을 짜는 것이다.

2005년 지금 한국사에는 두가지 기본 모순이 있다. 첫째는 분단이요 둘째는 향촌공동체의 갑작스런 해체다. 강남병, 서울대병, 수구기득권병은 모두 이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러므로 민족세력 대 매국세력, 강남세력 대 비강남세력의 대결구도로 가는 것이 정답이다.

그것이 지금 이 땅에서 실제로 필요한 역사의 진보다.(마르크스의 진보가 아니라) 물론 이 조건들도 일정부분 충족되는 즉 다른 진보의 대상을 찾아야 한다. 인류는 이상적인 공동체의 비전을 위하여 끊임없이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을 되풀이하며 한걸음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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