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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6185 vote 1 2009.02.27 (14:39:29)

경제는 사기다.

-처음 동영상 강의 해설로 썼으므로 어색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발 금융거품경제가 붕괴되면서 폰지사기, 메이도프사기 따위가 언급되고 있다. 심지어는 신자유주의가 총체적 사기극이라는 주장도 있다. 기본적으로 경제라는 것을 모르는 청맹과니 좌파들이 하는 소리다.

그렇다. 경제는 통째로 사기다. 원래 사기가 맞는데 새삼스럽게 폰지사기를 강조한다는게 말이 되느냐다. 물론 경제가 사기라는 당연한 사실도 몰랐던 바보들에게 주의를 환기시켜 주는 정도의 의미는 있다.

경제에 대한 무지를 무슨 훈장이라도 되는듯이 자랑하고 다니는.. 좌파들의 주장을 액면에서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경제 자체를 원천부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발하려는 것이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하자.

오늘날 지구가 이 모양 이꼴로 되어버린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한계가 고작 이 정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미미한 존재다. 별 볼일 없는 존재인 인간의 원초적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자본주의, 금융제도, 경제 시스템에 대한 원천부정은 결국 그 제도를 만든 인간의 부정이다. 자본주의를 없애라는 말은 인간을 없애라는 말로 된다. 비판은 좋으나 뭘 비판할 건지 가려해야 한다.

오늘날 인간의 수명이 고작 이 정도밖에 안되는 것은 의사들의 역량이 그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의학을 없애랴? 만병통치약은 원래 없다. 병을 못 고치는 것은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가 이렇게 된 것은 명의가 없기 때문이다. 의사 멱살잡는다고 환자가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아마추어가 너무 나서면 안 되고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이명박 같은 비전문가가 나서기 때문에 문제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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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경제가 ‘사기’인가? 모르기 때문에 사기다. ‘예술은 사기다’라는 말과 같다. 아는 사람에게는 사기가 아니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는 백퍼센트 사기다.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는 당연히 사기다.

자신이 ‘돼지’라는 판단이 서면 예술이라는 진주목걸이는 던져버려야 한다. 묻노니 그대는 돼지인가? 그대가 돼지라면 예술은 사기다. 돼지인 그대에게 그 어떤 예술도 우스꽝스런 코미디일 뿐.

마찬가지로 경제를 모르는 그대에게 경제는 통째로 사기다. 주식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주식은 당연히 사기고, 부동산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부동산이 사기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역설’이다.

역설을 이해못하는 사람에게만 사기다. 역설이란 결과가 의도와 반대로 되는 경우를 말한다. 경제는 항상 반대로 간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한다는 양반 있는데 그거 유럽에서는 500년 전부터 했다.

그게 중상주의. 중상주의가 경제를 망치고 비즈니스프렌들리가 경제를 망친다는 학설이 아담 스미스의 시장경제 이론이다. 경제살리기 하면 경제죽는다고 아담스미스가 200년 전에 이미 갈파했다.

경제는 항상 의도와는 반대로 간다. 북유럽의 경우 노조가 들고 일어나서 경제를 망쳤는데 그결과로 경제가 번영했다. 경제의 숨통을 조이면 오히려 경제가 살아난다.(항상 그런 것은 물론 아니다.)

아담 스미스의 시장경제이론도 사기다. 경제가 항상 의도와 반대로 가니까 ‘모르면 놔둬라. 중간이나 가게.’ 이게 시장경제이론이다. 아마추어가 모르면서 손대다가 경제 망치는 것 보다는 시장에 맡겨두는 게 낫다.

가만 놔둬도 시장이 저절로 경제를 살리다니! 그럴 리가 없잖은가? 그렇지 않나? 가만 놔둬서 아프리카 경제가 살아나고 필리핀 경제가 살아났나? 시장이 경제 살린다는 말은 경제살리기를 무수히 실패한 경험칙에 불과하다.

경제는 역설. 항상 반대로 간다. 살리려 하면 죽는다. 비전문가가 환자를 손대면 어떤 경우에도 죽는다. 전문가라면 다르다. 전문가가 살리면 산다. 문제는 이명박이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

시장이 저절로 경제를 살릴 때도 있지만 반드시 누군가를 희생시킨다. 명의는 누구도 희생시키지 않고 경제를 살린다. 문제는 그린스펀이라는 명의가 있어서 한 동안 경제가 잘 살았는데 지금은 명의가 없을뿐더러 그린스펀이 명의였는지도 의심스럽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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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자본주의를 열어젖힌 프랑스의 존 로와 동업자 캉티용은 원래 사기꾼이었다. 존 로는 영국에서 사기치다가 들켜서 프랑스로 튀었는데 미시시피 주식회사라는 것을 만들어 존재하지도 않는 신대륙의 금광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황금을 엄청나게 실어온다고 속이고 폰지사기를 하다가 들통이 나서 이탈리아로 튀었다.

존 로와 캉티용의 지폐사기를 지금은 프랑스 정부가 하고 있고 주식 사기는 정부의 보증하에 진행되고 있다. 이 양반이 화폐경제로 대변되는 근대 자본주의를 만들었다. 함께 사기치던 캉티용은 살해되었는데 죽은 후 불타버린 그의 집에서 그의 저술 ‘상업론’이 발견되었다. 이 책이 근세 자본주의의 교과서 격으로 되었다.

자본주의는 사기꾼이 만든 것이고, 처음부터 사기로 성장했고, 사기로 지금까지 굴러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여러분을 속일 것이다. 그러니 눈 부릅뜨고 조심하라. 이런 류의 이야기에 항상 언급되는 대사기극 튤립효과만 해도 그렇다. 네덜란드 자본주의는 튤립소동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주식회사 제도와 보험제도 금융제도를 비롯한 대부분의 경제시스템이 그 시점에 생겨났다.

누군가가 사기를 친다. 잠시동안은 잘 돌아간다. 사람들은 환상에 빠져 들뜬 마음으로 거리를 쏘다닌다. 졸지에 떼부자가 된 하인과 옛주인이 오페라 극장에서 조우한다. 3~4년간 잘 돌아가던 시스템이 고장난다.

회사는 파산하고 주주는 거지가 된다. 그러나 나중 문제를 보완했다는 누군가에 의해 그 수법은 다시 사용된다. 나중에는 국가가 그 사기수법을 공개적으로 사용한다. 그러면서 삼백년을 굴러온 것이 자본주의다.   

서부시대 미국은행의 달러는 절반이 위조지폐였다고 한다. 은행에 금이 있는 만큼 달러를 발행해야 하는데, 금고에는 금박 입힌 돌을 넣어놓고 달러를 발행했으니 사기다. 그 사기극 때문에 미국경제는 번영했다.

만약 은행들이 사기를 치지 않고 정직하게 장사했다면? 달러가 없어서 경제는 아예 시작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경제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은 누군가가 외부에서 발동을 걸어줘야만 작동하게 되어 있다. 그 발동을 거는 과정이 거의 사기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고장나고 엎어지고 자빠지고 파산하고 재탕하고 그러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금이나 은이라는 것은 원래 먹을 수도 없고 입을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니 원래부터 사기다. 아무것도 아닌 종이에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이걸 믿으라. 믿으면 벌지니라’ 하고 선교를 해대니 사기가 맞다. 그 사기에 속을 것인가 속지 않을 것인가?

마호멧은 말했다. ‘내가 돼지가 새끼를 치는 것은 봤어도 돈이 새끼를 치는 것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이자놀음은 사기다.’ 그래서 아랍에는 이자를 받는 은행이 없다. 이자를 안받으니 정직하게 경제가 망했다.

경제는 사기다. 속지 않으면 망한다. 아랍처럼 망한다. 속아도 망한다. 미국처럼 망한다. 이래도 망하고 저래도 망하고 어차피 망한다면 수백년 동안 계속된 무수한 사기와 무수한 파산과 무수한 실패를 딛고 또 한 걸음 전진해 보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 운하붐에 투자했던 유럽 귀족들은 다 망했다. 왜? 철도가 등장했기 때문에. 철도붐에 투자한 유럽 귀족들 다 망했다. 왜? 자동차가 등장했기 때문에. 자본주의는 속이고 또 속인다. 신대륙에 투자한 유럽귀족들은 결국 거지가 되었다. 속여먹은 미국은 대박이 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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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지사기를 들먹일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가 폰지사기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단 때로는 성공하는 폰지사기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가? 메이도프는 20년 동안 불법다단계를 했는데 그 20년 동안은 순조로웠다. 그 20년을 200년으로 연장하는 기술만 개발하면 안전하다.

그런 식이다. 지폐경제를 실험한 존 로가 사기꾼으로 몰린 것은 그가 조급하게 서둘렀기 때문이고, 어쨌든 그 결과로 자본주의가 태동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

지금 이명박이 돌려막기 경제를 하고 있는데 미국 자본주의가 그랬다. 운하로 사기친거 철도로 돌려막고, 철도로 사기친거 자동차로 돌려막고, 전력으로 돌려막고 그런 식이었다. 줄기차게 사기친 미국은 대박이 나고 줄창 사기당한 유럽귀족은 거덜이 나고.

자본주의란 메이도프 20년 사기를 200년 사기로 늘여놓은 것에 불과하다. 보이지 않게 조금씩 사기를 치되 손실은 후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미국경제가 망한 것은 사이클을 너무 빠르게 순환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중국은 미국에 계속 물건을 주었고 미국은 중국에 계속 종이(국채)를 주었다. 미국이 중국에 줄것이 없다는게 위기의 본질. 과거 영국이 줄 것이 없으니 아편을 주었듯이.)

그린스펀이 속도조절을 했다면 더 오래도록 사기쳐먹을 수 있었다. 사기가 계속되는 동안 미국경제는 번영했을 것이다. 사기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사기가 아니라 마술이다. 마술에 속는 사람이 문제다.

주식에 속고 부동산에 속고. 속지 말라. 안속으면 사기가 아니라 예술이다. 경제는 마술이고 또 예술이다. 마술사의 진짜 속임수는 마술사의 손끝에서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가려놓은 천 뒤에서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극장 입구 매표소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그대가 알아채는데 성공한다면 자본주의는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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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세계에서 1+1은 2다. 그러나 구조의 세계에서 1+1은 구조를 조직하기에 따라 3이 될 수도 있고 4가 될 수도 있다. 구조는 복제되므로 잉여가 창출된다. 구조는 두 당구공의 사이다. ●와 ●의 사이에 무엇이 있나? 접점이 있다.

접점은 혼자서 두 ●를 상대한다. 1로 2를 해결하므로 잉여가 창출된다. 구조는 포지션이다. 포지션은 최적화 될 수 있다. 칼로 무를 한토막씩 썰면 칼질 1회에 토막 1개가 탄생하지만, 종이를 여러번 접어놓고 칼로 자르면 칼질 1회에 무수한 카드가 생산된다. 그것이 구조다. 구조는 명백히 잉여를 탄생시킨다. 그러므로 구조는 사기가 아니다.

백 명의 마을이 있다. 백 명이 숟가락 한 개로 순번을 정해서 돌아가면서 사용하면 1개의 숟가락으로 백배의 효율을 얻는다. 이익이 백 배. 잉여는 여기서 창출된다. 문제는 숟가락이 부러졌을 때 백 명이 밥을 굶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위험 역시 백배로 증폭된다. 그러므로 사기다.

공산주의 집단소유개념도 본질은 숟가락 하나로 둘아가면서 밥먹자는 식의 눈가림이자 사기다. 일시적 효율을 얻지만 위험이 증폭되므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자본주의도 본질은 같다. 세계의 네티즌들이 MS의 익스프롤러 하나로 밥먹고 있다면 위험하다. 위험분산 시스템을 적절히 구비할 수 있느냐가 자본주의의 발전의 핵심이다. 지금의 불경기도 위험분산 실패에 따른 것이다.

어차피 언젠가는 숟가락이 부러진다. 언젠가는 망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일단 시간을 벌 수 있다. 경제의 본질은 시간차를 어떻게 활용하는가다. 시간차를 활용해서 요소투입 최적화로 얻은 잉여를 에너지로 돌려 시스템에 재투입하면 생산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백명이 숟가락 하나를 공유하고 남는 99개로 산업을 건설하면 이익을 낼 수 있다.

여기서 시간과의 경주가 벌어진다. 위험의 증대가 생산력 혁신보다 더 빠르면 시스템은 붕괴한다. 자본주의 엔진은 발동이 걸리려다 말고 시동이 꺼져버린다. 생산력 혁신이 더 빠르면 그 생산력으로 위험을 해소할 수 있다. 이것은 경제의 선순환이다.

메이도프가 20년 동안 조용하게 사기를 쳐서 번 돈을 다른 곳에 투자해서 큰 이익을 낸 다음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면 된다. 경제는 이런 식으로 순환된다. 문제는 자본주의가 통째로 이런 식의 불안정한 구조라는 거다.

자본주의의 핵은 잉여다. 잉여는 최초 단계에서 시스템의 구조화로 인한 요소투입 증대로 얻어진다. 요소투입을 늘리면 잉여가 얻어지고, 잉여는 회수되어 에너지로 변환시킨 다음 신기술, 신발명, 영토개척, 시작확대, 전쟁, 고밀도화에 투입된다.

발견, 발명, 시장개척, 공공투자 등으로 생산력 혁신이 일어나면 재질서화가 일어난다. 위험천만의 요소투입에 의한 구조화를 폐기하고 혁신된 생산력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변경한다. 이 과정이 선순환의 1사이클이다.

재질서화가 중요하다. 최초 단계에서 위험의 증대를 수반하는 형태로 설계된 구조화를 해체하는 것이다. 게가 허물을 벗듯이 경제구조는 부단히 교체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경제에는 항상 파괴가 따른다.

전혀 경제적이지 않은 파괴가 도리어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 파괴는 물질의 파괴가 아니라 낡은 패러다임의 해체다. 그러므로 여러 사회주의적인 방법이 경제에 기여하는 것이다.

30년대의 공황은 급격한 생산력 증대를 생활양식이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2차대전의 충격으로 인식이 바뀌었다. 인식이 바뀌자 삶이 바뀌었다. 삶이 바뀌자 불경기에서 벗어났다. 생각을 바꾸고 삶을 바꾸어야 경제는 살아난다. 그러므로 개혁이 필요하고 계몽이 필요하고 사회주의적 가치의 안전망이 필요하다.

파괴와 해체는 항상 일어나야 한다. 90년대 IT거품 뿐이 아니다. 19세기 운하거품, 그 다음의 철도거품과 전기거품(에디슨 이후 영국에 전기회사 수백개가 난립해서 싸그리 다 망했다. 그때도 엄청난 투자광풍이 불었고.) 자동차거품(포드자동차 등장으로 영세 자동차공장 5만개 몰락.) 등 거품과 그 거품의 몰락이 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했기 때문에 경제는 사기인 것이다.

투자자는 망했지만, 인터넷 거품 때 창업했다가 망한 백수들이 살아남은 구글과 NHN에 취업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이익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재질서화를 위해 피해갈 수 없는 필연적인 과정이라는데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기능하는가는 재질서화에 성공하느냐에 달려있다. 시장이 새로이 리더를 선출하고 리더에게 힘을 몰아주고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느냐다. 마차시대에서 운하시대 철도시대를 거쳐 자동차시대로, 또 전기시대에서 전자시대로, 가전시대에서 컴퓨터시대로 바뀌면 사회구조가 전면 개편된다. 인식도 바뀌고 삶도 바뀌고 문화도 바뀐다. 교육, 문화, 예술까지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느냐에 자본주의 시스템의 운명이 달려있다.  

자본주의가 사기인 이유는, 그대의 헛된 믿음을 배반하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기존체제가 부숴져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공황이 일어난 이유는 마차시대에서 자동차시대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생산력 증대로 자동차는 있지만 팔리지 않는다. 왜? 자동차 운전수를 고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손수운전 하면 되잖는가? 만약 직접 핸들을 잡고 손에 기름을 묻힌다면(당시 자동차는 고장이 잘나서) 운전수로 신분이 격하된다.

자동차는 마차가 발전한 것이다. 그러므로 운전수는 원래 마부다. 마부는 신분이 낮은 하층민이다. 직접 핸들을 잡으면 부르주아에서 마부로 신분이 추락한다. 그러므로 생산된 차가 팔리지 않는다. 그것이 30년대의 문제였다.

만약 운전수를 고용하면 식모, 찬모, 유모, 정원수에 집사까지 고용해야 한다. 노동자계급과 부르주아 계급 사이에 문화적인 격차가 너무 커서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때는 구멍가게 주인만 되어도 손끝하나 까딱 안하고 하인에게 다 시켰다. 주인은 밥은 굶어도 식모는 두었다. 그런 시대였다. 그 잘못된 문화가 공황을 낳았다.

기존의 마차패러다임을 부수지 않으면 자동차 패러다임에 적응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공황은 필연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김대중 때의 빅딜은 그 자체로 볼 때 기술적인 실패였다고 볼 측면이 있다. 그러나 빅딜 덕분에 IMF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빅딜 내용은 그렇다치고 시장에 보내는 신호는 건전했다. 망할 기업이 정해지니까 동시에 살 기업이 정해져서 투자가 제 자리를 찾아가고 시장이 안정된 것이다.

두 패러다임 사이에서 신속하게 결정해야 하며, 내용은 파괴라도 그 결정의 신속함이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 손해보는 수주계약이라도 일단 계약이 되면 그 이후로는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재질서화다.

자동차를 안탔으면 안탔지 마부는 될 수 없다는 낡은 패러다임이 붕괴되지 않고, 부동산으로 돈벌겠다는 잘못된 인식이 바뀌지 않고, 망할 회사가 망하지 않으면 경제는 필연적으로 불경기, 공황에 직면하게 된다.

본질은 생산력의 혁신

경제의 본질은 신기술, 신발명, 신대륙 개척과 같은 생산력의 혁신이고 생산력의 혁신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초기투자가 있어야 하며 생산력 혁신이 달성된 다음에는 그 패러다임에 맞춰서 모든 것을 재질서화 해야 한다.

여기서 시간차에 의한 착시가 일어난다. 정확히 말하면 역설이지만. 그러한 경제의 다이나믹한 효과, 경제가 생물이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사기다. 원래 의도했던 것과 다른 쪽에서 엉뚱한 효과가 나타나서 경제를 살리기 때문이다. 원래의 의도를 순진하게 믿었던 사람에게는 사기가 된다.

이명박 경제도 역설이다. 지금의 고환율, 저유가는 한국경제에 기회다. 물론 큰 희생을 수반한다. 이명박 경제는 호랑이 입에서 도망치다가 거꾸로 오히려 호랑이 입속으로 들어갔으며, 용케 유가가 하락되는 바람에 치킨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찬스를 잡았다.

한국경제는 당분간 망하겠지만 일본경제와 대만경제가 더 망하면 장기적으로 이득을 본다. 이명박의 경제살리기가 경제죽이기 효과를 가져왔고 그 여파로 희생자가 발생했고, 그 희생자 덕분에 거꾸로 경제살리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복잡한 공식을 모르는 사람에게 경제는 사기다.

만약 이명박이 침착하게 대응해서 경제를 잘 살렸다면 치킨게임은 일어나지 않았고, 따라서 많은 피해자도 생겨나지 않았고, 국민지지도는 올라갔겠지만 기회는 잡지 못했을 수 있다. 중요한건 재질서화다. 어중간하게 경제가 살아나면 재질서화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크게 앓아야 크게 치료된다. 그래서 개혁이 필요하고 혁명이 필요하다.

북한을 의식한 박정희의 중공업 과잉투자가 80년대초 한국경제를 죽였지만 그렇게 죽었기 때문에 도리어 살아났다. 일본은 80년대초 오일쇼크로 경제가 망했기 때문에 대박을 맞았다. 경제죽이기가 경제를 살린 대표적인 예다.

노조와 시민단체가 대기업을 집요하게 물어뜯으면 대기업이 기술개발을 해서 경제가 산다. 반면 조중동식 정격유착을 해서 비즈니스프렌들리를 하면 대기업이 생산을 기피하고 유통을 장악해서 경제가 망한다.

돈 버는 방법은 간단하다. 입구와 출구를 지키는 것이다. 입구는 자원이다. 토지를 독점하거나 광산을 개발하는 것이다. 석유를 가지는 것이다. 출구는 유통이다. 산업은 하지 않고 백화점과 부동산만 하는 거다.

이렇게 땅짚고 헤엄치기 돈벌이 방법이 있는데 왜 힘들게 그 중간의 제조업을 하느냐다. 입구와 출구를 장악하는 거저먹기 돈벌이를 하려면 정경유착을 해야한다. 그 입구와 출구는 이권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치가 부패한 나라들은 재벌들이 그 입구인 매장자원의 독점, 그 출구인 유통업과 부동산에만 전념해서 경제가 망한다. 시민에 의해 감시되지 않는 청맹과니 재벌경제는 필연적으로 망하게 되어 있다.

중상주의를 하면 경제가 죽고 중상주의를 폐지하면 경제가 산다. 사회주의적 가치를 존중하고 공공투자를 도입하면 경제가 살고, 자본주의를 극단적으로 신봉하면 경제가 죽는다. 결국은 밸런스다.

이 밸런스는 50대 50의 중간밸런스가 아니라 좌로 1보 후 우로 1보의 살아서 움직이는 밸런스다. 끊임없이 시장을 흔들고 부단한 재질서화를 시도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불경기가 찾아와야 한다. 그래야 옥석이 구분되고 시장을 주도할 리더가 새로 선출된다. 진정한 강자는 불경기에 기회를 잡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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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라면 산서상인이 유명하다. 근본을 더듬어 보면 고대 은나라 곧 상나라가 망해서 상인이 되었고(상인이라는 말의 어원은 상나라 사람이라는 뜻) 상인조합을 ‘행’이라고 하는데 예컨대 ‘은행’ 따위. 많은 행들이 있음.

행(行)은 ‘걸어갈 행’ 자라 상나라 사람이 나라를 빼앗기고 이리저리 떠돌아 다녔기 때문에 행이 생겨난 것. 유태인도 나라를 뺏기고 돌아다니다가 금융업 위주로 장사를 하게 되었고, 개성상인도 고려가 망해서 돌아다니다가 상업을 하게 되었다.

이것이 경제의 역설이다. 망해야 흥한다는 것. 한 번 망해본 사람이 흥하는 방법을 안다는 것. 항상 그렇다. 자본주의는 무수히 속고 무수히 망하면서 커왔다.  

경제는 시스템이고 시스템에는 사이클이 있다. 요소투입에 의한 자원의 최적화≫잉여창출-그러나 위험의 증대≫시간차 획득≫생산력 향상≫재질서화가 경제의 1 사이클을 이룬다. 여기서 시간의 경주가 벌어진다. 생산력 향상이 위험의 증대를 따라잡으면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위험의 증대가 생산력 향상을 따라잡으면 악순환이 일어난다.

생산력 향상은 정복(영토개척, 신대륙), 밀도상승(고층건물, 전화, 인터넷 등에 의한 고밀도 집적), 전쟁(인구감소), 발명과 발견, 공공투자, 교육과 계몽, 신기술에 의해 얻어진다. 만약 이것이 없는 상태에서의 기술적인 최적화만 추구하면 시간차를 소모한 다음 필연적으로 경제는 붕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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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를 비판한다면서 '알고보면 폰지사기'에 지나지 않는 경제시스템 그 자체를 부정하면 안 된다. 자본주의를 맹신해도 안 된다. 경제는 시스템이고 시스템은 살아있고, 살아있기 때문에 역동적이고 시스템은 그 역동성을 따라잡지 못하는 그대를 배신한다.

정답은? 시스템의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는 전문가 양성 뿐이다. 전문가라도 충분하지 않다. 결국 앓으면서 크는 거다. 불경기는 피할 수 없고 불경기라야만 새로운 리더가 떠오르고, 그 새로운 리더 중심으로 질서를 재편하면서 경제는 계속 가는거다.

http://gujoron.com


[레벨:1]선풍기

2009.02.27 (21:08:12)

개인적으로 돈의 정체가 궁금해서 이것 저것 알아 본 적이 있는데,
서양에서의 돈이란 건 미다스의 권능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결론이 나더군요.
미다스에게 그 권능은 준 건 디오니소스인데,
 왜 하필 디오니소스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이다.

디오니소스는 주기적으로 한바탕 미쳐 돌아가야 하는데,
말씀하시는 부분과 맥락이 맞는 부분이 있겠다 싶습니다.
경제는 그 자체가 사기이고 예술이라는 말씀.
저에게는 많은 시사점을 주시는 말씀이군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09.02.27 (22:29:04)

새옹지마와 같습니다.
그래서 경제문제는 진실을 말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알고도 모르는 척 해야 할때가 많습니다.
진실을 진실이라고 말하는 순간 거짓이 되어버립니다.

순수하게 최선을 다해도 그럴수록 도리어 최악의 결과를 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무모하게 방치하면 신기하게 스스로 살아나게 되는 경우도 많고

긍정과 부정의 두 측면을 동시에 갖춘
시스템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어볼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본질은 경쟁력입니다.
단기적으로는 항상 반대로 나타나지만

장기적으로는 원칙을 지키고 경쟁력을 갖춘 쪽이 항상 이기게 되어 있습니다.
열심히 했지만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지만 길게 보면 오히려 긍정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역설의 역설이 있으니까요.
그 반전이 거듭되는 와중에 사람들은 자기에게 유리한 쪽만 보지요.

루즈벨트의 뉴딜의 대략 실패했다는 전문가가 많은데 사실 실패한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가치..

사람의 생각을 바꾸어서 결국 본질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은 학자들이 간과합니다.
다들 자기에게 유리한 점만 보니까요.
[레벨:17]눈내리는 마을

2009.03.01 (09:17:27)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70년대 이후로, 서구세력에 편입하려는 노력으로 개혁 개방에 나섭니다.
그렇게 공산품 수출로 번돈으로 경제는 서구에 편입되어가는데요...
저는 그러면서, 몸안에서 자라는 숙주를 제거하는 항생제도 같이 키워야했다고 봅니다.

그 항생제가 우리에게는 민주화였죠.
그 민주화의 결과로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구체적인 예로, 일본문화 개방을 신속하게 결정해준 DJ덕분에,
길잃었던 일본 투자자금들이 한류에 들어왔고, 우리는 그 내용물을 제공해줘서
아시아쪽에서 히트를 치는 선순환이 이뤄졌던 것이죠.

DJ나 그린스펀 (금리 조절) 정도의 안목을 가진 전문가들이 양성되어야 하는데,
그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DJ는 민주화 투쟁시절, 미국의 핵심인재들 그리고, 일본의 엘리트들과 교류할
기회를 가졌고, 그린스펀도, 유태인 이민자출신으로 뉴욕 맨허턴에서 자라나는
타 엘리트 이민족들과 교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김동렬님의 의견: (전문가라하더라도)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실패의 경험이라는 점에
동의합니다.
[레벨:1]백당시기

2009.03.13 (12:24:42)

" 불안한 밸런스"란 말에 동의합니다.

가끔 밸런스가 무너질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완전히 붕괴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송나라가 몽골의 침략으로 경제가 완전히 무너지니 회복에 수백년이 걸린 것을 볼 수 있고, 아랍제국은 몽골의 침략으로 그 뒤 다시는 회복하지 못한 전례가 있습니다.

또한 아랍이 회복하지 못한 것은 경쟁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아랍자체만 있었다면 어쨋든 회복했겠지만 주변의 경쟁자인 유럽이 아랍을 유린하고 가만두지 않아서 더욱 기반이 파괴되고, 한번 뒤처지면 따라가기가 더욱 어려운 것입니다.

중국은 따라갈 겁니다. 아마 인도도 가능할 겁니다. 아랍은 모르겠습니다.

한국은 어찌되었던 현상유지 이상을 할 겁니다. 지정학적 저주가 축복이 되는 순간입니다. 중국.일본 등에 끼여 있는 신세가 앞으로의 경제를 보증해줍니다. 그러나 자칫하다가는 그 둘에 깔릴 수도 있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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