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국호를 남월로 정하려다가 청나라에 빠꾸맞고 월남으로 바꾸어 허락받았다는 이야기는 이전에 했다. 월남은 되는데 남월은 왜 안 되냐? 필자의 예전 해석은 '월'은 중국의 일부므로 '중국의 남쪽'은 되지만 '남쪽의 중국'은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틀렸다. 중국은 나라 이름이 한 글자다. 중국을 일컬을 때는 앞에 대를 붙인다. 대청, 대명, 대당으로 부른다. 대한민국 공식 명칭은 ‘한’이다. 대는 황제국을 의미한다. 황제국은 만세를 부르고 제후국은 천세를 부른다. 북한은 조선국이므로 '조선독립천세'를 불러야 한다. 고종이 국호를 '한'으로 바꾼 덕에 우리가 만세를 부르게 된 것이다. 남월이라고 하면 남은 ‘대’와 마찬가지로 수식어가 되고 국호는 ‘월’이 된다. 청나라가 남월을 국호로 허락하면 대월이라고 바꿔 부를 게 뻔하다. 이렇게 되면 대청과 맞짱을 뜨겠다는 거 아닌가? '대명천지'라고 한다. 명나라 천하라는 의미다. 청나라로 바뀌었지만 여진족 세상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청천지'라는 말은 없다. 중국의 진, 초, 위, 월, 오, 조 등은 한 글자를 쓴다. 중국은 한 글자, 번국은 두 글자, 오랑캐 축에도 못 드는 짐승국은 세 글자를 준다. 포도아, 오지리, 영길리, 불란서, 서반아, 이태리 등은 세 글자다. 흉노는 ‘훈’ 한 글자인데 중국의 번국이므로 흉노 두 글자로 늘렸다. '왜'는 한 글자가 이상하다고 해서 두 글자 일본으로 바꾸었다. 당시에는 '대왜'라고 했다. 자기네는 중국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일본인 스스로는 ‘와’라고 한다. 오나라 사람이 일본으로 건너가서 ‘와’가 되었는데 왜로 기록한 것이다. 倭는 나라 이름이지 矮가 아니라고 떠드는 사람이 많은데 원래 한자는 중의적인 의미가 들어간다. 왜소하다는 의미로 矮와 유사한 倭를 새로 만들어낸 것이다. 한자는 글자를 무시로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하다. 기존에 있는 글자에서 의미를 따와서 비슷한 글자를 새로 만든다. 夷는 '놈'과 마찬가지로 원래 그냥 사람이라는 뜻인데 나중에 멸칭으로 바뀌었다. 오랑캐도 원래는 멸칭이 아니고 몽골 부족 이름이다. 일본서기 기록이 팩트는 맞는데 관점이 왜곡된 이유를 알 수 있다. 자기네들 천하관으로 역사를 기술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기네를 중화의 나라로 생각하고 백제나 가야를 번국으로 생각했다. 실상이 어떻든 사관은 왕이 쓰라고 하는 규칙에 맞추어 써야 한다. 틀린 생각 – 그냥 멋대로 날조했다. 소설이다. 바른 판단 – 기존에 있는 기록을 일본식 천하관에 맞게 각색했다. 사료는 맞는데 사관의 관점이 틀렸다. 이쯤 되면 광개토대왕이 왜 일본을 씹어먹지 못해서 안달이었는지 알 수 있다. 광개토대왕비는 일본에 대한 적대감을 과도하게 표명하고 있다. 고구려가 바다 건너 일본과 마주칠 일이 잘 없을 텐데? 충돌할 만해서 충돌한 것이고 충돌했기 때문에 기록한 것이다. 倭는 나라 이름이면서 왜소하다는 중의적인 표현이 맞고 일본이 열도에 작은 중화를 만들어놓고 지들끼리 천자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도 맞다. 그들의 기준으로는 동쪽의 천자라는 소리를 할 법하다. 어쨌든 한국은 한 글자로 올라왔고 일본은 두 글자로 내려갔다. '반자이 어택'이라고 하면 안 되고 '덴자이 어택'라고 해야 한다. 국명이 두 글자면 번국이 맞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