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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958 vote 0 2024.03.31 (15:42:50)


    객체를 지배하는 것은 지식이다. 주체를 지배하는 것은 지혜다. 자신이 주체가 되는 것이 지성이다. 강호에 나가면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지성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없었다. 때와 장소와 흐름이 맞아서 지성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었을 뿐이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했다. 자신을 변화시켜 더 높은 단계로 올라설 수 있어야 한다. 어린 시절 나의 목표는 지성인이 되는 것이었다. 지성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별을 따지는 못한다 해도 별을 바라볼 수는 있어야 한다.


    전사의 영광은 말안장 위에서 죽는 것이다. 운명의 상황이 벌어졌을 때 운명의 장소에 가 있는 사람이 지성인이다. 운명이 나를 부르거든 하던 일을 멈추고 즉시 달려올 수 있어야 한다. 강호를 떠도는 지사는 될 수 있다. 가슴에 별을 품은 사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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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은 수동이고 지성은 능동이다. 지식은 객체를 알고 지성은 주체가 객체를 장악한다. 지식은 자동차와 마차를 구분하고 지성은 자동차를 운전한다. 지식이라는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것이 철학이다. 철학은 지성이고 지성은 실천이며 실천은 도구를 쓴다.


    지성 - 인간이 주체가 된다.
    지혜 - 주체가 객체를 지배한다.
    지식 - 객체를 파악한다.


    지식과 지혜는 다르다. 지식은 학습하고 지혜는 응용한다. 지식은 하나를 배우면 하나를 알고 지혜는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안다. 지식은 드러난 것을 알고 지혜는 감추어진 것을 안다. 지혜는 주체와 객체의 권력관계를 알고 둘을 잇는 메커니즘을 아는 것이다.


    지식은 자동차와 배를 구분한다. 지혜는 자동차 안에 엔진이 있음을 안다. 지성은 사람이 그 자동차를 운전한다. 안다는 것은 장악한다는 것이다. 세상이 에너지의 연결에 의해 메커니즘을 이루고 주체와 객체의 권력관계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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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은 단서를 통해 추론해야 한다. 부분을 알고 전체로 확장하는 것은 지식이고, 전체의 틀을 알고 거기에 부분을 채워 넣는 것은 지혜다. 부분에 전체를 담을 수 없다. 그러므로 지식의 성립에는 본질적인 모순이 있다. 지식을 스승에게 배워야 하는 이유다.


    지혜는 전체의 틀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배울 수 없다. 지혜의 틀은 타고나는 균형감각이다. 동물은 체계적인 지식이 없다. 학습된 지식은 있어도 응용하는 지혜가 없다. 동물에게 지혜가 없듯이 인간에게는 지성이 없다. 인간의 균형감각은 우연히 작동한다.


    지식 -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간다.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을 수 없으므로 스승에게 배운다.


    지혜 -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간다. 큰 것은 타고나는 것이므로 인간은 지혜가 있고 동물은 지혜가 없다.


    지성 - 타고나는 것은 균형감각이다. 우연히 작동하는 균형감각을 의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지성이다.


    타고난 천재들이 있다. 배우지 않았는데 그냥 안다. 그것은 균형감각이다. 피타고라스가 대장간 앞을 지나가다가 화음을 발견한 것이 그러하다. 문제는 감각이 일회용이라는 점이다. 발명가의 지혜는 문득 떠오른다. 우연을 필연으로 바꾸는 지식이 지성이다.


    자동차 운전은 감각으로 하는 것이다. 타인에게 배우는 것은 필기시험이고 실기는 자신의 감각을 계발해야 한다. 감각의 메커니즘을 알면 막강해진다. 논리적인 분석은 지식인의 것이다. 공자의 '종심소욕불유구'는 감각에 맡기는데도 어긋남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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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성은 주체인 인간이 객체를 장악하여 능동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지식이 객체의 문제라면 지성은 주체의 문제다. 그것은 인간의 문제다. 주체는 권력이 있다. 권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공자의 답은 '도에 어긋나지 않게 하라'다.


    인간의 권력행사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집단의 문제, 둘째 환경의 문제, 셋째 관성의 문제다. 개인이 답을 알아도 집단을 장악하지 못하면 실패한다.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패한다. 지금 하는 일에 관성이 걸려 있으면 포기한다. 에너지의 문제다.


    1. 집단을 어떻게 장악할 것인가?
    2. 환경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3. 하던 일을 그만둘 수 있는가?


    세 가지 장벽 때문에 인간은 알아도 행하지 않는다. 어차피 행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으므로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은 판단하지 않고 집단의 우두머리에게 의사결정을 위임한다. 리더에게 힘을 몰아주다가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진다.


    왜 살아야 하는가? 왜 결혼해야 하는가? 이것은 지식이나 지혜의 영역이 아니다. 자신이 감당할 문제다. 결단의 문제다. 의사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유리한 결정을 하는 것은 지식이다.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것은 지혜다. 운명을 따라가는 결정이 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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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문제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판단하지 않고 결정하지 않는다. 생각은 도구를 쓴다. 인간은 자신이 어떤 도구를 사용하는지 모른다. 무의식적으로 생각할 뿐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못한다. 문득 지혜를 떠올리지만 의식적으로 지혜를 복제하지 못한다.


    생각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단서를 가지고 객체를 추론하는 것이고 하나는 균형감각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객체의 문제는 분석하면 되는데 주체의 문제는 위험을 감수하고 결단해야 한다. 환경을 극복하고 에너지를 동원해야 한다.


    인간의 문제는 공간의 균형은 아는데 시간의 균형은 모른다는 것이다. 도박사의 오류는 균형감각을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 공간의 균형을 시간의 균형으로 착각한 것이다. 균형감각을 잘못 사용하여 실패를 반복하다가 결국 균형감각을 사용하지 않게 된다.


    인간은 타고난 직관력을 사용하지 않고 의사결정을 회피하며 집단에 의존한다. 환경의 방해에 좌절한다. 그냥 하던 일을 계속하며 관성력에 지배된다. 습관과 타성이다. 에너지를 사용하기를 두려워한다. 판단을 거부하고 결정을 거부한다. 용기를 내야 한다.


    주체와 권력과 지성의 삼위일체다. 주체에 서서 권력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세상이 주체와 객체의 권력관계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식은 객체와 맞서고, 지혜는 객체를 이기고, 지성은 에너지를 동원하여 이기게 한다. 이기는 지식이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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