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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465 vote 0 2023.06.13 (13:13:29)

    진리는 정말이지 가슴이 뛰는 단어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된다. 진리에는 인간의 목숨을 걸게 하는 힘이 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점차 사어가 되어가고 있다. 검색해도 나오는게 없다.


    기독교와 관련한 내용이 일부 검색되지만 의미가 다르다. 기독교에서는 진리를 팩트의 의미로 쓴다. 그러나 우리가 진리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가슴이 뛰었던 이유는 다른 것이다. 


    진리를 ‘참인 명제’로 정의한다면 잘못이다. 진리眞理에 참 진眞 짜가 붙어 있지만 리理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리理는 결이 나누어진 것이다. 진리는 이치다. 이치는 근원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다. 나무의 가지처럼 갈라지고 강의 지류처럼 갈라졌다가 본래의 합쳐진 모습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진리다.


    참이냐 거짓이냐가 중요한가? 천만에. 그렇지 않다. 예컨대 이런 거다. 고아 소년을 찾아온 사람이 있다. 소년에게 '사실은 네게도 부모가 있다. 함께 부모를 찾으러 가자'고 하면 소년의 가슴이 뛰지 않겠는가? 인간은 버려진 존재가 아니다. 알고보니 내게도 부모가 있었어.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었어. 내가 여기까지 흘러든 과거를 알고 내가 앞으로 가야 할 미래를 알겠어. 모두 연결돼.


    그런 것이다. 진리는 절대성이다. 상대적 진리라는 말은 불성립이다. 그런 말이 없다. 결정자는 절대성을 가지고 전달자는 상대성을 가진다. 상대적이라는 말은 전달자를 의미하는데 진리는 전달자가 아니다. 부모는 나를 결정한 사람이지 입양한 사람이 아니다.


    인간이 비참한 이유는 버려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온 것도 이유가 없고 가는 데도 길이 없다. 우연히 왔고, 될 대로 되고, 갈 데로 간다. 가거나 가지 않거나 차이가 없다. 살거나 살지 않거나 차이가 없다. 그래서 비참한 것이다.


    진리는 비참의 반대말이며 구원과 통하는 말이다. 내가 지금 왜 여기에 와 있는지, 내가 어디서 굴러먹다가 이리로 흘러든 존재인지 내 잊어버린 과거를 누가 말해줘야 한다. 빅뱅 이후 137억 년 걸려서 여기까지 왔다면 이유가 있다. 온 곳을 알면 갈 곳을 안다.


    진리는 참이냐 거짓이냐 하는 논쟁을 벗어나 있다. 그런 논쟁은 전달자에게 따라붙는 것이다. 엄마는 참이다. 거짓 엄마는 없다. 우주 안의 모든 엄마는 참 엄마다. 거짓 엄마는 유모나 보모나 이모라고 불러야 한다.


    진리는 나를 여기까지 이르게 한 과정과 내가 앞으로 가야 할 여정의 연결이다. 그래서 내 가슴이 뛰었던 것이고, 그래서 아침에 진리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진리는 부모를 잃은 아이가 마침내 부모를 찾는 소식이고, 자녀가 없는 부모가 마침내 자녀를 얻는 소식이다.


    진리는 있다. 내가 있기 때문에 진리가 있다. 어떻게든 내가 여기 이 자리에 와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설사 내가 홀로그램이라고 해도 그 홀로그램이 있는 것이다. 진리는 참, 거짓을 논하지 않으며 유무를 논하지 않는다.


    진리가 참이니 거짓이니, 혹은 절대적이니 상대적이니, 혹은 있느니 없느니 하고 떠드는 사람은 진리가 아니라 다른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진리의 의미는 연결이다. 부모가 있어도 연락이 끊어졌으면 가슴이 아픈 것이다. 자녀가 있어도 생사를 모르면 고통이 있는 것이다.


    진리는 오직 연결되었는가 단절되었는가, 내가 진리의 편에 서 있는가 반대편에 가 있는가 하는 실천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라디오가 있으면 방송국도 있다. 상대적인 방송국이니, 존재하지 않는 방송국이니, 거짓 방송국이니 하는 것은 없다.


    라디오가 찾는 것은 하나뿐이다. 주파수가 맞는가다. 지직거리고 잡음이 나면 안 된다. 방송이 선명하게 들려야 한다. 방송국이 있고, 라디오가 켜져 있고, 사이클이 맞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방송 내용에 팩트가 아닌 부분이 있다는 둥 하는건 지엽말단의 문제다.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왜 진리 앞에서 인간은 흥분하는가? 왜 인간은 전율하는가? 왜 손에 불끈 힘이 들어가는가? 왜 잠이 확 달아나는가? 처음 연결될 때 그랬잖아. 첫 키스처럼. 첫 만남, 첫 인사, 첫 사랑, 첫 소풍, 첫 해외여행, 첫 출근을 잊을 수 없잖아. 다른 세계와 처음 연결될 때 인간은 흥분한다. 그것이 진리의 힘이다.


    구조론은 진리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을 거쳐서 인간은 연결된다. 원인과 결과 두 단어만으로는 연결이 안 된다. 라디오를 구입하기만 하면 되는게 아니고 주파수를 맞춰야 한다. 질의 방송국 앞에서, 입자의 라디오를 켜고, 힘의 주파수를 맞춰, 운동의 소리가 나오면, 량 만큼 듣는다. 비로소 통한다. 통할 때 심장이 뛴다. 흥분한다.


    진리는 인간을 통하게 하는 것이며, 통하기 전까지는 죽은 존재다. 인간은 통하는게 진리, 생명은 호흡하는게 진리, 자동차는 달리는게 진리, 문명은 진보하는게 진리다. 미완성의 존재가 진리의 연결에 의해 통했을 때 완성된다. 진리가 인간을 완전하게 한다.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레벨:11]큰바위

2023.06.13 (19:48:57)

존재와 존재의 연결이 진리다 라는 말을 길게 쓰셨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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