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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조용하니 천하가 조용
정국이 소강상태에 들어간 모양이다. 노무현이 조용하니 천하가 조용하다. 논객들도 조용하다. 글감이 없어서 남프까지 방문해 봤지만 거기도 조용하다.

민주당, 한나라당.. 잔말이 많지만 그들은 노무현이 던져주는 몇마디로 연명하는 자들이다. 노무현에 의해 관리되는 존재에 불과하다. 때로는 릴을 감아주고 때로는 릴을 풀어준다. 탈진이 되면 낚아올린다. 40일 남았다.

조간에 몇가지 이슈가 올라와 있지만 논평할만한 대사는 아니다. 민주당의 게리멘더링 소식이 올라와 있고, 유시춘, 유시민의 ‘남매는 용감했다’편이 개봉을 앞두었다 하고, 또 경의선도로가 상반기 중에 개통된다 한다.

필자가 가끔 유시민에게 견제구를 날리는 것이 이유가 있다. 사고 칠 인간은 딱 표시가 난다. 필자가 지난해 3월부터 ‘안희정은 할복하라’고 쓴 것이 그 당시엔 오바처럼 보였겠지만, 지금은 누가봐도 오바가 아니듯이 말이다.  

물론 유시민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란 원래 무한책임이다. 사전에 예방해야하고 사후에 수습해야 한다. 그 일이 진행되는 전 과정에 종합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정치다.(유시춘의 해명이 있겠지만 한 집안에서 두 명이 출마했다는 그 자체로 우낀 거다. 개념없는 짓으로 본다.)

그러므로 설사 잘못이 있다해도 능히 수습할 수 있는 일이면 격려가 필요하니 노무현이고, 또 본인에게 잘못이 없다해도 수습이 안되는 일이므로 제까닥 사표를 써야 하니 남궁석이다.  

저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분도 있을 것이다. ‘노무현은 잘못해도 수습할 수 있으니 용서해야 하고 국회의원이 잘못하면 용서가 안되구? 이건 불공평한 일이 아닌가?’ 하고 핏대 올리는 독자 있다. 그러나 대통령 좋다는게 뭔가? 임기는 5년이다.

5년의 임기를 보장해준 것은 100년 앞을 내다보는 ‘큰 일’을 하라는 거다. 진행과정에서 작은 잘못을 저질러도 수습할 수 있다면 믿고 맡긴다는거다. 그러니 노무현을 욕하려면 5년 후에 해야한다.

의원은? 우리는 그들에게 권한을 주지 않았다. 수습할 필요도 없다. 당신네 아니래도 의원할 사람 많다. 의원이 잘못을 저질렀으면 제깍 개작두에 목을 늘이고 정치판을 떠나야 한다. 차라리 새 인물에게 맡기는 것이 유권자 입장에서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난닝구 구락부의 쇼쇼쇼
한마디로 집안에 어른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 개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간밤에 사고 친 민주당의원들도 그렇다. 대표 잘못인지 총무 잘못인지 게리맨더링 당사자의 잘못인지 불분명하다. 결론은 딴잔 양당의 총체적인 무능력이며 이는 집안에 어른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어른이 앞으로도 계속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이다. 당이라는 것이 그렇다. 원래 쉽지 않은 것이다. 그냥 사람 모아놓았다고 다 당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당도 아니다. 당이려면 갖추어야 할 무언가가 빠져있다. 왼쪽은 이념이 그 무언가가 되고, 오른쪽은 권력이 그 무언가가 된다. 권력도 없고 이념도 없다면 존재이유가 없다.

민노당은 이념이 있으니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우리당은 권력이 있으니 살아남는다. 그도 저도 아닌 당은 차차로 소멸해 갈 것이다. 당이 망해서 당이 아니게 되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당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이 망하는 것이다.  

『 김기덕이라는 이름의 세상을 움직여 가는데 작으나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은 지렛대 하나를 차지하기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시려우?』



김기덕의 사마리아 관전법

이왕 싱거워진 김에 썰렁한 야그를 하나 더 보탤까 하오. 필자가 심심하면 김기덕감독 이야기를 하는 것도.. 물론 앞을 내다보고 장기적인 포석을 두는 것이오.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것은 수년전부터 해온 필자의 그러한 투자가 성공한 셈이 되오.

말하자면 김기덕 개인이나 혹은 그 영화의 예술적 가치에 함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꿍꿍이를 가지고 말하는 것이오. 예컨대 음악은 조또 모르는 필자가 과거 서태지를 우려먹었던 것과 같소.

서태지현상, 인터넷붐, 월드컵 4강.. 최근 TV에서 도올 김용옥의 우회적인 애국주의 선풍.. 이들은 서로 다른 별개의 사건이지만 하나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이오. 그 거대한 에너지의 흐름을 보라는 말이오.

김기덕감독이나 그 영화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거꾸로 필자가 '외부에서 틈입하여 판을 휘저어 놓는 불순세력(?)'을 기다려왔다는 말이오. 그래야만 전체적으로 구도가 갖추어지고 그림이 된다는 말이오.

사마리아, 안봐도 뻔한 이야기
개봉하지 않은 영화의 영화평을 쓴다? 말이 아니되오. 그러므로 이 글은 아마 영화평이 아닐 것이오. 어쨌든 좋소. 김기덕감독의 모든 영화에 대한 나의 태도 혹은 입장으로 받아들이면 되오. 어쨌든 재영과 여진은 둘이 아니오.

재영과 여진은 당신 안의 두 마음이오.

마찬가지로 재영과, 혹은 여진과 원조교제를 하는 그 복수의 한국남자들과, 그 빌어먹을 한국남자들을 응징하는 아버지는 동일인이오. 즉 그대의 적은 그대 자신의 다른 모습일 뿐이오.

‘재영 = 여진’, ‘아버지가 돌로 쳐죽인 사람 = 아버지’.. 이 전제에 동의하지 않으면 영화를 봐도 안본 것이오. 물론 당신은 당신 나름대로의 관전법을 가지고 있겠지만 일단 나의 관람법은 그러하오.

당신이 김기덕감독에게 화를 낸다면, 그것은 김기덕감독이 당신 안에 감추어진 당신 자신의 일부를 드러내었기 때문인 것이오. 왜? '당신 = 김기덕'이니까. 이해하겠소?

예컨대 그대의 적이 한나라당의 김용갑이라면, 김용갑은 한나라당에 파견된 그대 자신의 일부인 것이오. 마찬가지로 그대의 적이 북한의, 혹은 미국의, 혹은 일본의 아무개라면, 그 아무개는 북한의, 혹은 미국의, 혹은 일본에 파출되어 가 있는 그대 자신이오.

나 밖에 또 하나의 나가 있소. 아마 대면하기가 두려울 것이오. 혹 길에서 만난다 해도 당신은 모른 척 하며 비켜가고 싶을 것이오.

인정 할 수 있소? 아마 그대는 결코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오. 그러나 말이오. ‘후세인은 이라크에 파견된 부시의 반쪽이다.’ 이런 표현이면 어떻소? 그럴듯 하지 않소?

요는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는 거요. 단 한번이라도 말이오. 늘 그렇게 생각하고 살 필요는 없지만 한번 쯤은 그런 생각도 해 볼 필요가 있다는 거요. 늘 김기덕 영화를 볼 필요는 없지만 한번 쯤은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오.

이상 김해경이 그의 날개에서 말했듯이.. ‘그대가 가장 싫어하는 음식을 탐식하는 아이러니를 실천해 본 적이 있느냐?’는 거요. 또한 연습되어야만 하오. 일생에 한번 쯤은 그 ‘인생의 다리’를 건너가는 모험을 해보는 것이 좋소!

사실이지.. 나는 김기덕의 사마리아를 별로 보고픈 생각이 없소. 그의 모든 영화는 동일하기 때문이오. 그의 모든 영화는 그의 악어의, 그의 파란대문의, 그의 섬의 복제반복이요 부단한 자기표절에 불과하오. 누구라도 그러하오.

이문열의 모든 소설이 ‘사람의 아들’의 표절이듯이 말이오.

그러므로 그대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아도 좋소. 어쨌든 나는 김기덕을 빌어 당신에게 따져묻고 싶은 것이오. 그대가 가장 싫어하는 음식을 탐식하는 아이러니를 실천하는 문제에 관해서. 인생의 어떤 다리를 건너는 문제에 관하여.

그리스도의 수난
요즘 미국에서는 ‘그리스도의 수난’이라는 영화가 화제인가 보오. 멜 깁슨이 사재를 털어 감독, 제작 다 했다 하오. 유태인을 악당으로 묘사했다고 해서 말이 많다고 하오.

맞소! 예수를 죽인 사람은 유태인이오. 죽은 예수도 유태인이오. 예수를 창으로 찌른 사람도, 가시관을 씌워준 사람도, 침을 뱉고 저주를 내뱉은 사람도, 마지막 가는 길에 물 한잔을 대접한 사람도 모두 유태인이오.

'네가 곧 내'라는 말이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또한 그곳에 파견된 나라는 말이오. 동의하오? 아마 그대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오. 비위가 좀 상할 것이오. 아담과 이브의 한 부모에게서 났더라도 카인과 아벨은 이미 남남이라고 그대는 굳게 믿을 것이오.

그러나 나는 나의 견해를 취소하거나 수정하지 않는 방법으로 그대를 당혹하게 할 것이오. 앞으로도 계속 말이오. 그러므로 그대는 앞으로도 쭉 피곤해질 수 있소.

공사구분은 하고 살자구요
최악은 말이오. 이 영화를 김기덕의 과거로, 개인적인 체험으로, 그의 인생사로 풀이하는, 안되면 프로이드로 빠지는 자들이오. 그들은 참으로 한심한… 나는 단연코 그들이 필리핀인이라고 생각하오. 필리핀의 그들은 축구를 너무나 사랑했소.

또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한국인은 절대로 월드컵 8강에 들 수 없다고 생각했소. 한국이 월드컵 8강에 오른다는 것은 축구에 대한 모독이 되오. 축구를 너무나 사랑하는 그들은 모두 한국의 적국인 이탈리아와, 포르투칼과, 스페인에 돈을 걸었소.

그들은 거지가 되었소. 한국이 이겼기 때문이오. 그들은 빌어먹을 한국 때문에 거지가  된 것이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소. 뭔가 협잡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소. 그리고 기어이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진출했소.

그들은 한국이 심판을 매수했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든지 한국이 결승전에 나갈 것이라 믿었소. 그들은 이번에도 거지가 되었소. 왜? 한국은 결승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오. 그들은 16강전과 8강전에서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전답을 팔아 한국팀에 걸었던 것이오.

무슨 이야기인가? 편견과,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그들을 거지로 만들었다는 말이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으면 노벨상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진출하면 월드컵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한국인이 세계 3대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으면 영화제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당신.. 거지가 된 필리핀인 당신 말이오.

아 필리핀 사람에게는 죄송하오. 이건 어디까지나 줏어들은 유머일 뿐이오. 축구를 좋아하는 태국이나 방글라데시라도 무방하오. 하여간 그들은 그 편견과, 선입견과, 고정관념 때문에 거지가 되었소. 지금도 한국을 비난하고 있다 하오.

한국인이 그 나라를 여행하기라도 하면 “내돈 내놔라 이놈들아!” 하고 덤빈다 하오. 조심하시오. 혹 그 나라에 여행갈 일이 있으면 말이오. 믿거나 말거나지만 말이오.

순수한 사람만이 볼 수 있다
무슨 말인가? 시장바닥에 금덩이가 굴러다니고 있소? 누가 그 금을 발견할 것인가? 금을 찾는 광산업자? 아니오. 그들은 금을 찾아 강원도의 산골로 가고 없으니 결코 그 금을 발견할 수 없소.

누가 그 금을 발견할 것인가? 눈이 밝은 사람? 재주가 많은 사람? 똑똑한 사람? 천만에! 영리한 그들은 시장거리에 금덩이가 있다는 사실을 결코 믿지 않소. 누가 그 금을 발견할 것인가? 가장 순수한 사람이 그 금을 발견하오.

아무런 의심도 고정관념도 편견의 때도 묻지 않은 사람이 말이오.

깨달음도 이와 같소. 순수로 돌아가기 시합을 벌이는 것이오. 만약 시장거리에 금덩이가 굴러다니고 있다면 그 금덩이를 보고, 곧이 곧대로 금덩이라 믿을 용기와 배짱이 그대에게 있느냐는 말이오.

김기덕은 운좋게도 시장거리에서 그 금을 발견한 행운아에 불과할 수 있소. 알고보면 그 또한 보통사람에 불과한 거요. 금을 발견하기는 했지만 그 금을 제대로 가공하지 못해서, 돼지 목에 진주목거리가 된 마냥 어색한 일면도 있을 수 있소.  

나는 이 영화가, 아니 김기덕의 모든 영화가 .. 깨달음에 관한 영화라 믿소. 그건 이런 것이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장동건과 원빈이, 진태와 진석이.. ‘형님, 아우님!’하며 엉겨붙어서 눈물, 콧물 짜며(정말이지 쿨하지 않은).. 끌적지근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을 때..

우리의 호프 김기덕소위가 나타나서 두 사람의 대갈빡을 박치기 시키며..

“정신차려 이 친구야. 여긴 전쟁터야.”

이렇게 한마디를 던지는 것이오. 나는 김기덕의 모든 영화가 그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다양한 변주라고 믿소. 그렇소. 전쟁이오. 인간의 시간은 24시.. 인간의 시간이 다하면 신의 시간.. 신의 시간은 25시.. 게오르규의 25시적 상황..

정신차려 이친구야. 여기는 전쟁터야.

‘태극기 휘날리며’는 감정과잉이오. 인간의 시간이 다하고 신의 시간이 도래하면.. 그 운명의 굴뚝 안에서는 누구도 흰 얼굴로 나올 수 없다는 말이오.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탈무드의 지혜로운 랍비는 말했던 것이오.

두 사람이 굴뚝을 청소하기 위하여 뻬치카 속으로 들어갔소. 한사람은 얼굴에 검댕이 묻지 않아 얼굴이 희고, 한 사람은 얼굴이 시커멓소. 누가 먼저 세수하러 우물가로 달려갈까요? 정답은 얼굴이 검은 사람이오. 왜? 검댕이가 묻었으니까.

천만에! 서로는 상대방의 얼굴을 보오. 검은 사람은 상대의 흰 얼굴을 보고 자기 얼굴이 흰줄로 알고 흰 사람은 상대의 검은 얼굴을 보고 자기가 검은 줄로 아오. 현실은 그렇소. 굶주린 자 보다 배부른 자가 먼저 숟가락을 챙기는 법이오. 부자가 가난뱅이보다 더 쩐을 밝히는 법이오.

천만에! 운명의 그 굴뚝 안에서 검은 얼굴과 흰 얼굴은 없소. 정신차려야 하오. 그곳은 굴뚝 속이란 말이오. 인간의 시간이 다하고 신의 시간이오. 당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소. 눈물 콧물 짜며 ‘형님, 아우님’ 웃긴 소리요.

검은 얼굴도 없고 흰 얼굴도 없소. 창녀도 없고 여대생도 없고 포주도 없고 깡패도 없소. 너도 없고 나도 없소. 고독한 인간이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오.

어쨌든 굳이 영화를 볼 필요는 없소. 하여간 한국이 8강에 진출하면 축구에 대한 모독이 된다는 이유로 한국팀에 돈을 걸지 않은.. 혹은 한국은 심판을 매수하고 있으므로 물구나무를 서서라도 결승에 오를 것이라며 한국팀에 돈을 건 필리핀인만 개털되는 것이오.

그러니 남 따라 장에 가지는 마시오.

원조교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오. 절대로 내가 네일 수 없는.. 단연코 내가 너를 거부하고 배척해야만 하는 상황, 그 상황에서도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음식을 탐식하는 아이러니를 실천할 배짱이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라오.

인생의 그 어떤 다리를 건너기 위하여~!

노무현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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