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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450 vote 0 2004.03.01 (15:44:25)

『 가노라 난닝구야 다시보자 민주당아/고국 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몽새가 짹짹거리니 올똥말똥 하여라 . 』

정치란 국민에게 져주기 시합이다. 어떤 경우에도 승리자는 유권자여야 한다. 지난 대선 때 유권자들은 노와 몽의 단일화를 요구했다. 노무현은 1퍼센트의 가능성도 없다며 단일화를 거부했다. 분노한 국민들은 오기로 정몽준을 지지했다.

노무현은 결국 유권자들에게 항복했다.

노무현의 패배, 유권자의 승리다. 이것이 정치다. 정치는 국민에게 져주기 시합이다. 지고, 또 지고, 또 져야만 한다. 그냥 져서 안된다. 생색은 국민이 내도록, 스포트라이트는 유권자가 받도록, 국민이 주인공이 되도록 기술적으로 져주어야 한다.

너무 빨리 져주어도 안되고, 끝까지 버텨서도 안된다. 국민이 약이 오르고 애가 달았을 때 한편의 멋진 드라마와 같이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 내어야 한다. 국민은 그런 식으로 정치인을 이기고, 항복을 받아내고 쾌재를 부른다.

기분 좋은 일이다. 내 한 표를 아낄 이유가 없다. 그래서 선거는 흥겨운 축제의 장이 되는 것이다. 왜? 언제나 승리자는 국민이니까. 언제나 주인공은 유권자니까. 어떤 먹물은 이를 두고 ‘쇼’라고 폄하겠지만.. '몰랐니? 정치는 원래 쇼다'.

최근 노무현은 많이 굴복했다. 대포용정책이 그것이다. 개혁을 내세워서 국민을 꾸짖고, 훈계하고, 가르치려는 듯한 태도를 버렸다. 노무현 많이 겸손해졌다. 코드인사도 버렸다. 눈꼴신 386 측근들 줄줄이 잡아넣었다.

그런 식으로 국민에게 져주고, 국민을 참여시켜 주고, 유권자의 기를 세워준다.

정몽준, 국민과 싸우겠다는 거냐?
정몽준이 민주당을 인수한다고 한다. 언제 국민이 몽준더러 민주당에 입당하라고 압력 넣고, 다그치고, 윽박질렀나? 아무도 시집가라 요구하지 않았는데 지들끼리 뒤로 사바사바 쑥덕쑥덕 협잡하더니 덜렁 합방을 해버린다.

얼씨구 난 청첩장도 못받았는데?

신부 친구들에게 주는 꽃값은 누구에게 받고 신랑 친구들에게 주는 함값은 누구에게 받아야 하는데? 이건 말이 안되는 거다. 세상에 이런 법은 없다. 과부 보쌈을 해도 남들 눈 피해 밤중에 몰래하는 건데.. 벌건 대낮에 야합을 하다니.

정치 참 못한다. 이건 국민에게 져주는 것이 아니다. 거꾸로 국민들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국민을 이기겠다는 것이다. 지들이 이기고 국민이 패배한 셈이 된다. 이렇게 국민을 엿먹어도 되나?


박근혜와 손학규의 파괴력?
한나라당이 환골탈태하면 다시 한나라당을 지지하겠다는 여론이 높다고 한다. 그래봤자 고정표 결집에 불과하다. 박근혜와 손학규가 나오면 파괴력이 있다고 한다. 그래봤자 수도권 못잡으면 말짱 황이다. 수도권은 1000표 안팎에서 당락이 결정된다.

이건 5프로 싸움인 것이다.

박근혜와 손학규의 위력은 영남에서 먹힐 뿐이다. 우리당 150석 전망은 그거 다 감안하고 내린 결론이다. 만약 내일 당장 투표하고, 최근 여론조사 대로 성적이 나온다면 우리당이 220석을 먹고 한나라당 50석 민주당 7석을 먹을 것이다.

물론 절대로 이렇게는 안된다. 박근혜, 손학규 안나와도 한나라당 지지율은 10프로 이상 다시 올라간다. 판별분석을 반영하면 우리당 40 한나라 35 민주 15 무소속 및 기타 10이다. 우리당이 한나라당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수도권에서 전멸이므로 대세는 전과 동.


총선후 정동영은 내리막길?

‘먹물의가면’님 말씀대로 노무현은 제 1공화국 초대 대통령이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진다. 거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번 총선은 과거의 어떤 총선과도 다르다. 생각해보라. 100명도 넘는 초선의원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이들이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을 수 있다. 이들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당 대표에게 권한을 몰아줄 수 밖에 없다.

이는 카이사르가 원로원의원 숫자를 늘리는 방법으로 독재를 휘둘렀던 것과 같은 이치다. 96년과 2000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한 결과로 한나라당 초, 재선의원 숫자가 증가한 것이 이회창 독주의 배경이 된 것과 같다.

총선후 우리당 대표의 위상은 크게 올라간다. 초선의 비중이 높을수록 권한은 대표 1인에게 집중된다. 중진들은 전멸이다. 거대한 판갈이가 진행되는 것이다.

총선후..계보정치가 사라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계보정치가 없는 시대의 정당정치를 상상해본 적 있는가? 사실을 말하면.. 계보정치가 없어진 최초의 정당은 한나라당이다. 계보를 없앤 결과가 어떤가? 오늘날 한나라당이 죽을 쑤는 이유는.. ‘계보’라는 이름의 난닝구부대를 없애버린 때문이다.

필자가 지난번 글에서 ‘정당에는 난닝구도 있어야 한다’고 말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난닝구가 없으면 여러가지로 황당한 일이 일어난다.

계보정치는 사실 권위주의시대의 산물이다.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은 ‘정당에 난닝구도 필요한 이치’와 같이 의원들 간의 상호경쟁과, 수평적 정보교환을 통한 정당의 활력에 있다. 계보가 없으면 당이 시들시들해지는 것이다.

계보는 원래 의원 상호간 정보교환을 목적으로 생겨났다. 계보가 없으면 당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게 된다. 과거 김근태가 동교동이 정보를 독점하고 명색이 최고의원인데도 당이 돌아가는 사정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항의했던 일 기억나는가?

한나라당이 망한 이유는 계보가 없으니.. 당내 경쟁이 없어져서 범생이들의 식물정당이 되었기 때문이다. 의원들 상호간의 수평적 정보교환이 없어지고.. 모든 정보가 총재 1인에게 집중되어 정당이 활력을 잃고 시들어버린다. 그래서 망했다.

총선 이후 계보정치는 없어진다. 또 없어져야만 한다. 계보는 돈으로 의원을 지배하고, 정보의 독점을 통해 의원들을 왕따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동교동계, 상도동계 같은 거대계보는 확실히 없어진다.

계보는 없어져야 하지만 계보정치의 장점은 남겨야 한다. 난닝구도 약간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돈과 정보로 의원을 지배하는 계보정치를 해서도 안되고, 한나라당처럼 계보없는 식물정당을 해서도 안된다. 새로운 형태의 수평적 리더십을 창출하는데 성공해야만 한다. 어떻게?

1) 계보정치에 집착하는 권위주의 스타일의 중진은 망한다.
2) 계보없는 독불장군들도 정보소외 및 신인들의 활약에 치여서 망한다.
3) 이심전심으로 역할분담을 하는 탈권위주의시대의 수평적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먹는다.

필자가 정동영을 유비, 신기남을 관우, 천정배를 제갈량, 유시민과 임종석을 조운이나 장비에 비유하는 것이 농담은 아니다. 계보는 있어도 안되고 없어도 안된다. 계보가 있으면 집안싸움으로 망하고 없으면 식물정당으로 망한다.

계보는 없지만 계보의 장점은 계승하는 대안의 리더십을 정동영의 이심전심 5인조에서 찾는 것이다. 정동영의 겸손이, 나설 때 나서고 빠질 때 빠질 줄 아는 이심전심 코드가, 계보 없는 시대의 계보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가 총선 후에도 정동영의 독주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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