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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답지않게 ‘한나라당이 완전히 허물어져야 한다’는 ‘맞는 말’을 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을 이지경으로 만든 조선일보는 어째야 하나? 윤전기를 부숴서 용광로에 처넣어야 하나?

『 최병렬과 조순형은 참 도움되는 적장이야~. 』

그렇다. 친일이다. 이승연소동이다. 광복하고도 무려 60년이나 지났다. 왜 60년이나 지났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친일이고, 친일이면 조선이고, 조선이면 한나라당인가?

특히 좌파들 중에서도, 조선일보를 비판하려면 그들의 수구성을 비판해야지 왜 60년 전의 친일전력을 들추고 있느냐고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다. 이럴 때는 이상한 인용이 되겠지만.. 김종필의 한마디를 들려줄 수 밖에 없다.

‘역사란 면면히 이어져 오는 것이다.’

5공청산을 반대하고, 전직대통령에 대한 단죄를 반대하기 위해 한 말이지만 맞는 말이다. 역사는 면면히 이어져오는 것이다. 일본을 끌어들인 친일세력이, 미국을 끌어들인 반공세력으로, 작금의 수구세력으로 면면히 이어지는 것이다.

발본색원이라 했다. 자르려면 뿌리부터 잘라내야 한다. 오염된 토양부터 갈아야 한다. 친일의 그 시점으로 돌아가서 뿌리부터 갈고 종자부터 갈아야 한다. 씨감자가 오염된 것이다.

이념의 허상에 속지 말라  
한나라당은 '머리와 꼬리'를 가지고 있다. 머리는 이회창을 앞세워 청렴결백을 강조하고 있고, 꼬리는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색깔론을 펴고 있다.

비록 차떼기로 붕괴되기는 했지만 전략으로 치면 이회창방식이 맞다. 청렴결백 이거 먹힌다. 머리는 제 역할을 했다. 문제는 꼬리다. 이회창의 다된 밥에 조선일보가 재를 뿌린 것이다. 왜 조선일보의 이념공세는 안되는가?

유권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이다.

역할분담으로 치면 조선일보의 이념공세는 굴 속에 숨은 적을 유인하는 미끼 역할이고 청렴결백을 내세운 이회창이 최종적으로 적을 제압한다. 이거 먹히는 전략이다. 조중동만 없었다면 이회창이 대통령이다.

1) 조선일보가 색깔론을 내세워서 개혁세력을 진영 밖으로 유인한다.
2) 개혁세력이 이념논쟁에 말려들면 청렴결백을 내세운 이회창이 제압한다.

이념은 그 자체만 가지고는 백날을 논쟁해도 답이 안나온다. 한쪽의 이념으로 다른 쪽의 이념을 이길 수는 없다. 이념은 굴 밖으로 유인하는 역할이다. 승부는 청렴결백으로 내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이 공식이 역으로 적용되고 있다. 유인조를 맡은 개혁세력이 이념논쟁을 벌여서(노무현의 시민혁명발언이 그 예) 한나라당을 굴 밖으로 유인하고, 정동영을 앞세운 젊은 물결이 체포조로 나서서 제압하는 식으로 요리한다.

실패하기는 했지만 조선일보가 유인조를 맡고 이회창이 체포조를 맡는 역할분담은 맞는 전략이다. 그런데 왜 현장에서 안먹히고 있는가? 이념공세가 선택을 강요하는 방법으로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이다.

개혁세력의 이념공세는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가? 준다. 좌파들의 ‘똘똘이스머프 노릇’도 국민들에게 선택을 강요하므로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파병논란 같은 것은 논쟁이 벌어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국민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데도 왜 개혁세력의 이념공세는 작전이 먹히고 있고, 조선일보의 색깔공세는 먹히지 않는가? 또한 본질을 봐야 한다.

앞에서 필자는 조선일보의 친일전력을 언급했다. 이거 100년 가는 논쟁이다. 100년짜리 거대한 스트레스인 것이다. 식민지 컴플렉스가 100년짜리 스트레스라면 냉전은? 50년 가는 스트레스다. 박정희시대에는 색깔론이 먹혔다. 그때는 냉전시대였기 때문이다.

냉전이 끝났다. 스트레스가 사라진 것이다. 이건 엄청난거다.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중압감이 마치 짐꾼이 지게를 벗은 듯, 1000리행군을 마친 병사가 40키로 완전군장을 벗은 듯 홀가분하다. 조선일보의 색깔공세는 그 벗어던졌던 완전군장을 다시 짊어지라는 격이다.

개혁세력이 이념공세로 주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10이라면, 조선일보가 색깔공세로 주는 스트레스의 강도는 100이다. 시계바늘이 거꾸로 돌아서 다시 냉전시대로 가지 않는한, 조선일보의 색깔공세는 역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유권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라
‘숨막혀서 못살겠다’ 이거 85년 212 총선구호 중 하나이다. 진짜 숨이 막혔다. 냉전이, 독재가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주었는지 알아야 한다. 물론 노무현도 수구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이문열, 전여옥이 다이어트에 성공할 정도다.

이념을 생각해야 한다. 이념은 두가지 용도가 있다. 하나는 10년, 20년 후를 대비해서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우리는 파병저지에 실패했지만, 20년 후 파병반대세력이 이 나라를 책임지고 있을 것임은 명백하다.

10년 후를 대비해서 하나의 세력을 만들고 구심점을 만드는 것이 이념의 역할이다. 노무현의 여의도발언은 50만표를 까먹는 발언이지만 10년 후를 대비해서는 필요한 발언이었다.

이념의 두 번째 용도는 행동통일에 있다. 이념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반드시 이탈자 나온다. 각개약진 한다. 지금까지는 양김씨의 철권통치가 먹혔지만 앞으로는 이념 아니고는 인간들이 통제가 안된다. 우리당이 특히 각개약진할 위험이 있다.

우리당이 콩가루집안이 안되기 위해서는 이념과 철학을 분명히 해야한다. 노무현도 마찬가지다. 이념과 철학이 불분명해서 끊임없이 이탈자가 나오는 것이다. DJ의 햇볕정책에 버금가는 커다란 뭔가로 울타리를 쳐주어야 한다.

이념은 이 두가지 용도로 쓸모가 있을 뿐이다. 이념과잉은 위험하다. 만약 이념을 내세워서 당장에 승부를 내고 적을 제압하려다간 '하워드 딘'처럼 실패할 것이다. 이념은 어디까지나 적을 유인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하워드 딘이 논쟁을 벌여서 부시를 굴 밖으로 유인하고, 민주당의 정치열기에 점화한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적의 목을 따오는 역할은 케리다. 이념으로는 판을 벌일 뿐 결말을 짓지 못한다. 중도가 최종적으로 오사마리를 짓는 것이다.

정동영, 중도의 길을 찾아라
최종적으로 적을 제압하는 것은 결코 이념이 아니다.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창의 간판이었던 청렴결백이고 하나는 정동영의 간판인 젊은물결이다. 이것이 최종적으로 적의 목을 따는 '중도의 칼'이다.

하워드 딘에게는 바로 이것이 없었던 것이며 노무현은 정몽준을 빌리는 방법으로, 또 정동영을 구사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던 것이다.

동양정신의 정수는 '중도'에 있다. 문제는 중도와 중간을 구분하는 지혜이다. 많은 사람들이 중도를 중간으로 잘못 알고 있다. 역사는 흐른다. 흐르는 것, 움직이는 것에 있어서 중도는 결코 중간이 아니다.

운동의 중심, 힘의 중심, 변화의 중심을 찾아야 한다. 항상 부피의 중간에서 좌로 5보 위치에서 그것을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 국민의 중간에 중도의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 관심있는 사람의 중간에 중도의 길이 있다. 아니다. 정치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중간에도 중도는 없다. 진정한 중도는 새로운 세력, 젊은 세력, 변화를 주도하는 세력의 가운데에 있다.

그러므로 공자형님의 중용을 찾기 위해서는, 또 석가형님의 중도를 찾기 위해서는 군중의 중간, 무리의 중간이 아니라, 전투기의 조종석이 맨 앞에 있듯이, 자동차의 운전석이 항상 전방에 있듯이.. 변화하는 것의 중심은 중간이 아니라 좌로 5보 위치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서구의 합리주의 전통, 마르크스의 찌꺼기 논리가 중용을 표방하고 있는 공자형님, 중도를 표방하고 있는 석가형님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앞의 말은 이를 두고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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