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칭을 만들기 좋아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세상은 비대칭이다. 대칭은 겉보기다. 외부 관찰자 시점으로는 그렇게 보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비대칭이다. 화살은 머리와 꼬리가 있지만 총알은 꼬리가 없다. 꼬리는 머리를 보조할 뿐 실제로는 머리가 간다. 실제로는 진보가 가는 것이며 보수는 뒤에서 받친다. 뭐든 둘씩 짝을 지으면 기억하기에 좋지만 세상은 한 방향으로 간다. 세상은 진보와 보수가 있는게 아니라 진보와 진보의 속도조절이 있는 거다. 보수는 진보의 반대가 아니라 조금 뒤처져서 진보와 같은 방향으로 간다. 여기서 헷갈린다. 문재인 반대로만 하고 민주당 반대로만 하면 표를 얻기는 좋다. 인간들이 대칭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길이 없다는 거다. 진보의 길은 있어도 보수의 길은 없다. 진보는 가다가 막히면 기다렸다가 다시 가면 된다. 보수는 가다가 막히면 절벽이다. 보수는 이념이 없다. 진보를 조절하는게 보수다. 비행기의 꼬리날개와 같다. 꼬리날개가 없으면 추락한다. 보수가 없으면 진보는 추락한다. 추락해도 엔진이 있으면 진보는 다시 이륙한다. 꼬리가 없으면 못 가지만 꼬리만으로는 못 간다. 보수가 진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진보는 이념이 있다. 그런데 지금 혼미해졌다. 지나친 세계화 때문이다. 15억 백인 인구가 잘 가는데 뒤에 중국 15억 + 범 인도권 15억이 붙었다. 갑자기 세 배로 피부양자가 늘어났으니 문명의 속도가 느려진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문명이 속도조절 구간에 들어간 셈이다. 역사적으로 문명이 먼저 변하고 학자들이 뒤늦게 개소리로 얼버무리며 변화를 해설해 왔다. 진보는 메시아가 아니라 뒷북이다. 진보는 도덕이 아니다. 도덕타령은 엘리트 우월주의로 보여진다.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대중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이 경향은 심해졌다. 진보는 무기의 선점이다. 과거에 진보는 편했다. 지식을 선점하면 되었다. IT를 선점하면 되었다. 컴잘알은 진보, 컴맹은 보수다. 총이 나오면 총을 선점하는게 진보다. 산업이 나오면 산업을 선점하는게 진보다. 보수는? 그때그때 다르다. 이명박은 신자유주의가 있었다. 일정 부분 먹혔다. 신자유주의는 탈냉전의 청구서다. 소련 눈치를 보며 노동자를 우대하다가 소련이 망하자 본색을 드러내고 동유럽 시장을 먹으려고 새로운 식민지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그 장사도 이제 끝났다. 이명박은 신자유주의를 팔았는데 윤석열은 무엇을 팔 것인가? 윤은 판매할 상품이 없다. 있어 보이려고 일단 문재인 반대로 가본다. 망한다. 진보가 정치적 올바름을 내걸었던 것은 몰렸기 때문이다. 도덕밖에 팔게 없다면 매우 몰렸다는 증거다. 돈 있는 자는 돈으로 덤비고, 총 있는 자는 총으로, 아무것도 없는 자는 청렴으로 덤벼본다. 도덕자랑은 진보가 마지막에 쓸 수 있는 카드다. 청빈으로 욕은 안 먹을지언정 그걸로 남의 머리꼭지 위에 올라설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진보가 팔아먹을 것이 없으니까 보수도 팔게 없다는 거다. 다 같이 망하는 장면이다. 이명박은 노무현의 성과를 주워먹은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본질은 미중 교착시대에 한국이 중간에서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사드배치 이후 미중이 불화하므로 한국이 머쓱해진게 진보의 패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조금 기다렸다가 다시 가보는 것이다. 샅바씨름 하는 미중이 한국을 중재자로 호출한다. 본질은 생산력이다. 보수가 부패한 이유는 부패밖에 할게 없기 때문이다. 생산력이 있으면 선점하기 바빠서 부패할 시간이 없다. 기술이 없는 자는 땅장사밖에 할 게 없고 땅은 공공재이므로 부패는 필연이다. 백화점과 건설업 하는게 기술이 없는 자의 유일한 방법이다. 필리핀 같은 후진국 귀족은 대형마트를 한다. 호텔업과 대형마트뿐이다. 공무원 끼고 이권사업 하려면 부패는 필수다. 후진국은 국토와 자원을 외국기업에 팔아먹는 것 외에 되는게 없다. 왜? 기술이 없으니까. 좋은건 능력이 안 돼서 못 하고 나쁜건 조폭 동원해서 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