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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8]아제
read 2512 vote 0 2011.01.13 (20:03:26)

더 이상 전쟁은 없다.

왜냐하면 더 이상 전쟁이 인간을 성숙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옛날의 전쟁은 재미가 있었다. 스토리가 있었다.

이제는? 재미없다. 끝났다..테레비 끈다.

 

전쟁이란 인간에게 굉장한 충격을 준다.

인간은 섬세해진다. 생명력이 살아난다.

 

숨어있던 인간의 역량이 다 쏟아져 나온다.

한마디로 전쟁은 인간을 " 확~ 깨어나게 한다."

 

농부는 한번씩 표고버섯 나무를 망치로 친다.

그러면 나무 속에 있던 포자들이..버섯으로 성숙하여 앞다투어 고개를 내민다.

 

전쟁의 충격은 인간을 깨어나게 한다.

잠재되어 있던 모든 것이 그 충격으로 한꺼번에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전사가 나오고 영웅도 탄생한다.

무엇보다도 스토리가 나와 주는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부터 전쟁은 없다.

전쟁의 아름다움은 없다..추악하다.

전사도 없고 영웅도 없다.

 

벙커에 기어 들어가서 컴퓨터 책상에 앉는 전쟁이다.

엔터치는 전쟁이다. 이게 전쟁인가? 게임이지.

 

연평도에 포탄이 떨어진다.

그러면 이쪽에서도 자동적으로 포탄이 날아간다.

컴퓨터에 입력되어 있다..발포한 장소로 날아가기로..

 

여기에 스토리가 있는가? 아름다움이 있는가?

전사가 있는가? 영웅이 있는가?

보턴을 누른 자가 영웅인가?

그럼 항법추적 장치를 프로그램한 자가 전사인가?

 

21세기에 전쟁은 끝났다.

단지 개죽음만 있을 뿐이다.

죽음에..아무런 의미가 없다..사연이 없다..그냥 죽는 것이다.

 

아니..21세기가 아니라..

1945년 8월 즈음에 지구의 전쟁은 끝났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최초로 원폭이 터졌다.

그 두 방에 수십만명이 이 지구 상에서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일본 상공에 잠시 왔다가 보턴 한번 누르고 그대로 돌아가 점심 식사한 그 분..

그 한 사람의 한 번의 엔터로 수십만명이 죽었다.

 

역사상 이런 무공을 세운 전사가 있는가?

그가 영웅인가? 아름다운가?

인간의 한계를 이겨낸 모범이 될 수 있는가?

 

그는 말했다.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

 

그는 누가 죽었는지 모른다.

죄책감도 없다. 그냥 보턴을 눌렀을 뿐이다.

 

이건 전쟁이 아니다. 이걸 전쟁이라고 해야 하나.

죽은 수십만명을 장렬히 전사했다고 해야 하나.

 

서로 벙커 안에서 컴퓨터로 보턴만 누르고

벙커 바깥에 있는 자는 어디서 날아오는 것인지도 모르고 죽는 상황.

이걸 전쟁이라고 해야 하나.

 

더 이상 전쟁은 없다.

미친 광기만 있지..

 

자기가 만든 엄청난 과학적 성과를 실험하려는 소아적 광기.

칼을 쥐어 주면 찔러야 하는 유혹을 견디지 못하는 또라이처럼..

 

사실 미국은 일본 본토에 원폭을 터뜨릴 필요가 없었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이미 항복하고 손든 지가 오래다.

 

일본만 남아 악을 쓰고 있었지만 기다리기만 해도 항복이다..

일본은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근데 다 죽어가는 놈한테 뽄때를 보인다고..그걸..

 

포츠담 회담의 내용을 보면 미국은 이미 일본 점령 후의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

일본이 곧 항복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다..전쟁이 아니었다.

원폭을 터뜨려 보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구..얼마나 그러고 싶었을까..전쟁이 끝나기 전에..이걸 ..

 

원폭실험이었던 것이다.

사실 미국은..그리고 원폭 관련 과학자도 원폭 투하 후 그 결과를 다 알지 못했다.

방사능의 영향 정도도 터지고 나서야 알았다. 미친 놈들..

 

더 이상 전쟁은 없다.

인류의 무지와 수치만 있을 뿐이다.

아름다운 전쟁도 없고..성스러운 전쟁도 없다.

 

사연도 없고 이야기도 없고 성숙도 없다.

전사도 없고 영웅도 없으며 애국도 없다.

미친 짓만 있을 뿐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5]aprilsnow

2011.01.14 (03:47:29)

전쟁... 무력사용의 미덕에 애초부터 있었던건진 모르겠지만....

인간의 육체를 벗어난 버튼에 의한 대량살상은 야성이 아닌 야만, 무지와 수치의 참혹함일 뿐. 공감하오.

그렇지만 그 야만과는 전쟁할 수 밖에 없소.

나는 구조론이 깨달음을 무기로 인류를 위한 전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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