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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038 vote 0 2021.10.01 (20:48:19)

    파인만은 인류가 알고 있는 모든 과학지식 가운데 가장 중요한 지식은 원자가설이라고 단언했다. 그런데 원자가설은 정설이 아니고 가설이란다. 실패다. 원자는 인간의 상상에 불과하다. 그런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이다. 수학이 자연수로만 되어 있다면 좋겠다. 계산하기 편하잖아. 정수, 유리수, 무리수, 실수, 허수 하며 얄궂은 것이 자꾸 나오면 피곤하다. 원자의 쪼개지지 않는 성질은 숫자가 똑 떨어지는 자연수로 출발하는 것과 같다. 미안하지만 수학은 자연수로 한정되지 않고 원자가설은 양자역학에 의해 박살이 난다. 원자든 소립자든 쪼개면 쪼개진다.

   

    사유의 방법으로 연역과 귀납이 알려져 있지만 귀납은 사유가 아니라 사유에 필요한 소스의 조달이다. 귀납이 사유를 보조하지만 사유의 진행 그 자체는 연역이다. 요리에 필요한 다양한 재료를 가져오는 것은 귀납이라면 요리사가 그걸로 지지고 볶고 삶고 굽는 것은 연역이다.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연역은 알고 있는 지식을 복제하므로 원본이 있다. 사유의 출발점이 있다. 모든 연역추론의 근거가 되는 인류의 제 1 지식은 무엇일까? 그것은 관점의 깨달음이다. 인간은 언어로 사유한다. 언어에는 관점이 있다. 사유는 관점의 차이에 막힌다.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관측값이 다르다. 상대성도 있고 절대성도 있고 주관도 있고 객관도 있다. 원인을 보느냐 결과를 보느냐, 전체를 보느냐 부분을 보느냐에 따라 진술이 달라진다.

   

    룰의 부재가 문제다. 싸움을 한다면 선빵을 갈기고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한다. 도박을 한다면 따고 배짱이다. 챔피언이 의무방어전을 거부하고 도전자를 고르려고 한다. 단기전이냐 장기전이냐, 전면전이냐 국지전이냐, 총력전이냐 제한전이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진다. 관측자가 사건에 개입하면 안 된다. 사물은 관측자가 있다. 관측자에 의해 진술은 왜곡된다. 사물은 사유에 필요한 재료일 뿐 그걸로 사유할 수 없다.

   

    연역과 귀납의 차이, 요리와 재료의 차이, 사건과 사물의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계산과 숫자의 차이다. 1, 2, 3, 4는 계산의 재료이지 계산이 아니다. 계산은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는 것이다. 우리는 계산과 숫자를 혼동한다. 재료와 요리를 혼동한다. 연역과 귀납을 헷갈린다. 문법과 단어는 다른 것이다. 숫자가 단어라면 계산은 문법이다. 귀납이 단어라면 연역은 문법이다. 숫자가 귀납이면 연역은 계산이다. 재료가 귀납이면 요리는 연역이다.

   

    연역의 상호작용 - 요리, 계산, 문법, 사건, 밸런스   
    귀납의 일방작용 - 재료, 숫자, 단어, 사물, 관측값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사물과 사건은 다르다. 사물의 일방작용은 곤란하고 사건의 상호작용이라야 한다. 알아야 할 진리는 그곳에 있다. 단어에 없고 문법에 있다. 상호작용에는 랠리가 있다. 랠리의 연결이 자가 된다. 배구든 탁구든 자기 진영에서 점수를 올리는 일은 없다. 사물의 일방작용은 축구선수가 자기편 골대에 슛을 성공시키고 득점을 올리는 것과 같다. 인정할 수 없다. 인간의 모든 오류가 알고 보면 자살골을 득점이라고 우기는 거다.

   

    사유의 출발점은 '나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생각의 주체는 나다. 그런데 내가 누구지? 존재라는게 뭐지? 사유는 판단이고 판단에는 자가 필요하고 자는 일차적으로 자신이다.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토대로 추론한다. 그 자를 믿을 수 있나? 나를 믿을 수 있나? 나는 관측자고 존재는 관측대상이다. 관측자가 관측대상에 개입하므로 왜곡된다. 관측자가 사건의 어느 부분에 개입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여기서 관점의 문제다. 머리를 보느냐 꼬리를 보느냐다. 원인을 보느냐 결과를 보느냐. 전체를 보느냐 부분을 보느냐에 따라 다른 관측값을 얻는다. 혼란에 빠져버린다. 인간은 언어로 사유한다. 언어를 믿을 수 없다. 언어는 관점을 반영한다. 관점은 제각각이다. 주관도 있고 객관도 있다. 절대성도 있고 상대성도 있다. 내가 무엇인지 말할 수 없고 존재가 무엇인지 알 수도 없다. 오류와 혼란에 빠진다. 이래서는 진리를 볼 수 없다.

   

    파인만의 원자가설로 돌아가자. 혼란을 종식하려면 절대적인 자가 필요하다. 그 자의 눈금이 작을수록 측정값은 정밀하다. 눈금이 가장 작은 자는? 원자다. 소립자는? 닥쳐. 힘들게 하지마. 원자 정도로 만족하자구. 개코나. 가장 작은 사유의 표준척도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런거 없다. 양자역학이 말하고 있다. 작은거 찾지 마. 1 보다 작은 것은 0.1이지. 0.1보다 작은 것은 0.01이지. 제발 거기서 멈춰. 마이크로 나오고 나노 단위로 가면 골때린다구. 미안혀. 계속 간다구. 답이 없다.


    우주를 측량하는 표준촛불은 초신성이다. 초신성은 시간에 따라 밝기가 같으므로 적색편이를 이용하여 거리를 잴 수 있다. 우주촛불로는 세페이드 변광성이 유명하다. 그런데 초신성도 믿을 수 없다. 100억 광년 넘어가면 희미하다. 인류가 아는 930억 광년을 커버할 수 없다. 학계는 새로운 촛불을 찾는다. 우주를 뒤져서 활동은하핵을 찾아냈다. 은하 탄생 초기의 흔적에서 일정한 주기를 발견하여 새로운 우주촛불로 삼는다.

   

    원자가설은 세페이드 변광성처럼 믿을 만한 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인간의 희망사항이다. 양자역학이 산통을 깼다. 우주배경복사를 찾아낸 것이 과학사의 큰 걸음이다. 137억 년이라는 숫자를 콱 박아버렸다. 우주배경복사도 하나의 자다. 930억 년까지 관측가능한 우주의 크기를 쟀다. 학자들은 관측데이터를 얻고도 노이즈 제거에 많은 공을 들인다. 인간에게 사유의 방해자는 관점의 혼선이다. 서로 다른 관점이 언어에 노이즈를 만든다. 관점을 바로잡아 표준촛불을 세워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열역학 1 법칙이 변화라면 2 법칙은 사건이다. 인간은 자연의 변화를 측정하여 지식을 얻는다. 1 법칙은 둔갑이나 창조나 상상은 논외고 자연의 물리화학적 변화가 인간의 탐구대상이라는 거다. 2 법칙은 닫힌계다. 자연에서 저절로 일어나는 일이 탐구대상이다. 그것은 사물이 아니라 사건이다.


    사물은 저절로 진행하지 않는다. 사물은 반드시 외부에서 누가 건드려야 움직인다. 돌멩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인간이 건드려야 움직인다. 건드리는 인간에 의해 왜곡된다. 인간의 관측이 노이즈를 유발한다. 저절로 움직이는 사건을 추적하는 것이 엔트로피다. 엔트로피는 사건 속의 변화를 추적한다. 그것이 우주의 절대적인 자다. 인간이 끼어들면 관측의 상대성이 노이즈를 유발하므로 안 되고 사건 자체에 자가 있어야 한다. 사건 내부의 절대적인 자는 무엇인가? 밸런스다.

   

    자는 잰다. 재는 자와 재는 대상은 대칭이다. 그것이 밸런스다. 밸런스가 자다. 랠리는 내가 치는 만큼 돌아온다. 그 안에 밸런스가 있다. 상호작용 속에 자가 있다. 하나의 사건에는 질, 입자, 힘, 운동, 량이라는 다섯 개의 대칭과 밸런스가 있다. 상호작용의 랠리를 이어가는 균형자다.


    원자가 자연의 표준촛불로 상상되듯이, 세페이드 변광성을 우주의 표준촛불로 삼듯이, 우주배경복사가 과학의 큰 걸음을 내디뎠듯이, 관측의 자를 찾는 것이 지식의 출발점이다. 구조론이 새로운 사유의 표준촛불이다.


    귀납은 재료를 조달하고 연역이 그것을 요리하여 지식을 생산한다. 연역은 아는 것을 복제하므로 원본이 있다. 연역의 원본은 사건이다. 인간의 사유는 자연의 사건을 복제한다. 사건은 공간의 전체에서 부분으로 가고 시간의 원인에서 결과로 간다. 인간의 사유는 자연의 질서를 복제해야 한다. 그것이 구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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