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정치적인 스탠스를 버리고 사물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정신무장이 되어있는 사람만 보는 글입니다. -
인간이 배워야 하는 것은 세가지다. 첫째는 『창의』, 둘째는 『정치』, 셋째는 『기능』이다. 한국에서의 유교주의전통이 강조하는 교육은 두 번째의 『정치』에 해당한다. 한국에서 과열되고 있는 영어열풍, 과외열풍도 정치와 관련이 있다. 즉 한국인들은 성공을 바라되 반드시 정치적인 성공이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정치』는 끊임없는 경쟁을 필요로 한다. 어떤 뛰어난 정치가도 자신보다 더 뛰어난 정치가에게는 추월당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의 세계에서 최후의 승자는 언제나 단 한 사람 뿐이다.
반면 『창의』와 『기능』은 경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창의의 세계 또는 기능의 세계에서는 내가 성공하기 위해서 반드시 남이 패배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승자가 될 수도 있고, 모두가 패자가 될 수도 있다.
예컨대 발명가라면 경쟁자를 두고 있지 않다. 그는 특허권을 독점하고 있어서 애초에 경쟁의 소지가 없다. 단순기능공도 경쟁하지 않는다. 기능공은 실업자가 되거나, 안정된 직장을 얻거나 둘 중 하나가 된다.
기능공이 실업자가 되는 경우는 어느 면에서 운명이다. 예컨대 주산을 가르치는 학원선생이 컴퓨터의 등장으로 일거리를 잃는다면 어쩔 수 없는 경우다. 그는 경쟁에서 도태된 것이 아니라 단지 직종을 잘못 골랐을 뿐이다.
『정치』는 다르다. 정치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경쟁이 일어난다. 즉 한국인들은 반드시 경쟁을 통하여 승리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왜? 그들이 경쟁을 선호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그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들은 경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반칙을 저지르는 것이다. 가족과 선후배를 통하여 배후지원을 받는 것이다. 그들은 경쟁에서 유리한 조건을 차지하기 위하여 자녀에게 과외를 시키거나 조기 외국유학을 보낸다.
정치의 본질은 『동맹』이다. 유교주의가 주장하는 인격적인 수양은 타인과 동맹을 맺는데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그들은 일찍부터 지연과 혈연, 학연 등의 연고주의를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하곤 한다.
조선시대처럼 관료가 유일한 직업이었던 시대에는 정치적 책략 곧 타인과 동맹을 맺는 기술이야 말로 유일한 교과목이었다. 유교주의는 효과적으로 타인과 동맹을 맺고 그룹 안에서 서열을 정하는 기술을 가르친다.
아세아의 여러 개도국들이 약진하는 것은 연고주의에 기초한 유교주의 교육의 효과에 힘입은 바 크다. 그들은 유능한 관료가 되거나 아니면 대기업의 중간간부가 된다.
그들에게 필요한 기술은 새로운 것을 창안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개발한 새로운 기술을 타인과 동맹을 맺는 방법으로 재빨리 획득하고 전파하는 일이다. 아세아에서는 유난히 최신기술의 습득과 전파의 속도가 빠르다.
그들에게 최고의 기술은 기억술이다. 그들은 외국의 학자들과 안면을 트는 즉시 상대방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여 가족을 초대하고 사사로운 유대를 맺는데 성공하곤 한다.
이런 식의 배후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투쟁은 조금이라도 서열이 위인 사람에게 유리하다. 막말로 하면 『짬밥의 위력』인 것이다. 부하가 상사를 앞지를 수 없게 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되곤한다. 일본인들은 이를 『연공서열』이라 부르며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이러한 경쟁은 조직 내에서 극도의 불건전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초기의 성장단계에서는 지름길을 제공하지만 어느 정도 조직이 확대되면 터무니없는 비효율을 유발하곤 한다.
패러다임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창의적인 교육
창의적인 교육은 경쟁에서
비경쟁으로의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 이는 경쟁이 아니라 독점 혹은
지배이다. 독점 혹은 지배의 패러다임에서는 연고주의를 매개로 한 정치적인 책략이
무용지물이 된다. 이 경우 조직 내에서 불건전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유발하지 않으므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독점의 제 1 무기는 소재(자원)이다. 자원은 선점될 수 있다. 자원은 품질의 차이가 없으므로 원초적으로 경쟁되지 않는다. 예컨대 호주의 철이 영국의 철보다 질이 더 좋다거나 사우디의 석유가 이란의 석유보다 더 우수하다든가 하는 품질의 차이가 없다.
매장자원은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1인 혹은 극소수에 의해 독점되는 경향이 있다. 첨단소재 역시 특정 소수에 의해 독점 혹은 과점되는 경향이 있다.
독점의 두 번째 무기는 기능이다. 기능은 경쟁될 수 있지만 원청업체가 하청업체를 지배하듯이, 완제품 조립업체가 부품업체를 지배하듯이 수직적인 지배가 가능하다. 기능에 있어서 지배가 가능한 것은 원청업체가 표준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MS의 도스나 윈도는 표준을 장악하는 방법으로 많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을 지배하고 있다. 그들이 MS가 지정한 표준을 사용하는 한 MS의 지배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에서 표준을 변경하는 즉시 그들의 생산품이 무용지물이 된다.
● 소재 - 소재(자원)는 독점된다.
● 기능
- 기능은 표준을 두고 수직적으로 지배한다.
● 성능 - 성능은 품질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경쟁을 벌인다.
● 효능 - 효능은 가격을 중심으로 무제한적인 경쟁을
벌인다.
● 미감 - 미감은 디자인을 중심으로 경쟁이 다원화되고, 특화된다.
『경쟁의 5요소』는 소재와 기능과, 성능과, 효능과, 미감이다. 이들 중 경쟁이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분야는 세 번째 성능과, 네 번째 효능, 및 다섯째 디자인(미감) 분야이다.
세 번째 성능의 분야에서는 품질의 차이를 놓고 제한적인 경쟁을 벌인다. 이 경우 기술의 격차만큼 가격의 차이가 성립하므로 소비자층이 몇 개의 층으로 분화된다. 즉 고품질 비싼가격의 제품을 찾는 소비자와 저품질 싼가격의 상품을 찾는 소비자층으로 구분되어 시장에서 공존하는 것이다. 이 경우 경쟁은 동일한 소비자층 안에서만 제한적으로 벌어진다.
네 번째 효능의 분야에서는 가격의 차이를 놓고 무제한적인 경쟁을 벌인다. 이 경우 상품이 대중화되어 제품간 품질차이가 거의 없어진다. 시장에 서로 다른 가격대의 제품이 존재하지 않는다. 예컨대 컬러텔레비전이라면 10년전만 해도 품질의 차이가 상당히 있었지만 요즘은 품질차이가 거의 없다. 이 경우 원가절감을 두고 무제한적인 경쟁이 벌어진다.
다섯째 미감의 분야에서는 소비자층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주어지므로 경쟁이 완화된다. 소량 다품종 고가상품으로 특화된다. 이 경우 상품의 성공은 시장에서의 유행과 트렌드에 달려있어서 소비자의 기호와 일치하는 경우 가격 등 경쟁의 제반요소가 무시되곤 한다.
하나의 상품이 처음 시장에 등장하는 경우 소재의 단계에서 기능, 성능, 효능, 미감 순으로 경쟁의 요소가 변화한다. 즉 처음에는 특정한 소재에 의해 독점되다가, 그 다음은 특정한 표준에 의해 지배되며, 그 다음 단계에서 성능의 차이에 따른 제한적인 경쟁을 벌이다가 그 다음단계에서는 상품이 대중화되어 무제한적인 경쟁을 벌이는 식으로 시장의 1사이클이 변하게 된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경쟁의 요소가 점점 고도화된다. 즉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나아갈수록 점점 더 소재와 기능 등 첨단의 경쟁으로 옮겨가게 된다. 이 경우 시장전략은 『경쟁에서의 우위 전략』에서 『독점과 지배의 전략』으로 바꾸어야 한다.
현재 한국의 자본주의가 공급하는 상품들은 대개 세 번째 성능경쟁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에서 생산하는 극소수의 일류제품만이 두 번째 표준의 장악을 통한 기능경쟁단계에 돌입해 있고 첫 번째 소재경쟁의 단계에 도달한 경우는 없다시피 하다.
산업이 고도화되면 신소재, 신물질, 신약, 바이오 등 첨단분야에서 소재경쟁을 벌일 수 있다. 이 단계에 도달한다면 화이자그룹이 비아그라를 독점 공급하듯이 시장의 독점이 가능하다.
미래의 교육은 현재의 유교주의 전통에 기초한 『경쟁의 패러다임』에서 『독점과 지배의 패러다임』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수반하는 방법으로만이 유의미하게 성공할 수 있다. 이는 사회, 문화, 예술, 철학, 등의 총체적인 변화를 필요로 한다.
경쟁시대에서 독점시대으로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재래의 교육은 본질에서
정치교육이다. 즉 타인과 효과적으로 동맹을 맺는 방법에 관한 교육이다. 이러한
교육은 경쟁체제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독점과 지배체제에 있어서는 매우
서투르게 된다.
미래시대에 맞는 최고의 교육은 독점과 지배의 교육이어야 한다. 이는 『창의』로만 가능하다. 미래를 위한의 대안은 오직 창의교육이며 이는 타인과 효과적으로 동맹을 맺는 기술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