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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560 vote 0 2003.07.15 (13:31:38)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이라는 사람이 쓴 책에 『정치하는 원숭이』라는 것이 있다. 동물원에서 집단사육하는 침팬지무리 안에서 벌어지는 권력투쟁에 초점을 맞추어 기록한 책이다.

왕따로 몰려 리더자리에서 축출된 수컷원숭이는 모래바닥에 데굴데굴 구르고 괴성을 지르며 똥을 싸는 등 『떼쓰기』라 불리는 퇴행현상을 보인다.

이 책의 결론은 정치의 기원은 인류의 기원보다 더 오래되었다는 것이다. 침판지무리에도 인간사회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고도의 정치적 책략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침판지사회가 단순히 덩치 큰 수컷의 완력에 의해 유지될 것이라는 짐작한다. 그렇지 않다. 또 암컷이 성을 매개로 수컷과 거래하는 방법으로 생존을 도모한다고 알고 있다. 역시 위험한 편견일 수 있다. 또 수컷이 종족보존본능을 발휘하여 암컷과 그 무리들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 역시 편견과 무지의 소산이 된다.

침판지 사회에서 중요한 개념들은 권위, 체면, 존경, 관용, 서열, 중재, 인사하기, 떼쓰기, 무시하기, 모욕주기, 따돌림하기 들이다. 이는 그동안 인간사회에나 있으며 동물의 군집에는 없다고 생각되어온 고도의 정치적 행동들이다.

침판지사회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키워드는 『동맹』이다. 무리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투쟁은 동맹을 고리로 하여 일어난다. 젊은 도전자 수컷 침판지는 무리의 리더에게 도전하기 전에 다른 수컷들과 동맹을 맺어두어야 한다. 또 리더와 암컷들 사이에 맺어진 동맹을 해체하는 일련의 공작을 먼저 성사시켜야 한다.  

노련한 리더는 젊은 수컷들 및 암컷무리와 동맹을 맺는 방법으로 권력을 유지한다. 침판지 사회의 권력은 종종 젊은 수컷의 쿠데타에 의해 전복되기도 하며, 또다른 젊은 수컷을 앞세운 늙은 수컷의 배후조종에 의해 역쿠데타가 성사되기도 한다.

정치 못하는 원숭이 정대철
예컨대 이런 것이다. 대장원숭이는 아침부터 여러원숭이들의 인사를 받는데, 충성스런 신하원숭이가 반복하여 머리를 조아리고 후우후우 하는 소리를 내면 리더는 짐짓 무시하고 딴전을 피운다. 속된 말로 『생까는』 것이다.

왜 리더는 신하들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것일까? 이를 지켜보는 다른 원숭이들이 질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가 수컷들의 인사를 받아주고 친밀감을 과시한다면 곧 반대파가 생겨난다. DJ 리더가 정대철원숭이나 김상현원숭이, 이부영원숭이의 인사를 받아주고 이들과 친밀감을 나타내면 곧 반대파의 입지가 공고해져서 도전을 받게 되는 것이다.

리더원숭이의 기본책략은 분할통치다. 분할통치에 능했던 원숭이로 박통원숭이를 들 수 있다. 그는 JP원숭이부터 시작해서 이후락원숭이, 김형욱원숭이 등 2인자가 되려고 기어오르는 모든 원숭이들을 차례차례 물먹이곤 했다. 결국 부하의 총탄을 맞아 뻣뻣해지고 말았지만.

정대철의 어리광은 원숭이만도 못한 짓이다. 김상현원숭이도 마찬가지다. 그는 DJ리더가 자신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고 대놓고 화를 내곤 했다. 그는 다중이 지켜보는 앞에서 리더에게 친밀감을 과시하므로서 리더의 입장을 곤란하게 했다는 사실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정치를 하려면 이심전심이 되어야 한다. 노무현처럼 스스로 리더와 일정한 정도의 거리를 벌리는 방법으로 리더의 입장을 배려하는 고도의 정치적 책략이 요구되는 것이다. 하여간 정치의 속성상 공개된 장소에서 노무현과 지나치게 친한척 과시하는 인간들은 모두 제거되게 되어있다.

정대철원숭이의 퇴행현상
궁지에 몰린 정대철원숭이는 노무현리더에게 떼장을 쓰고 있다. 원숭이사회에도 『떼쓰기』라는 행동이 있는데, 보통 리더의 위치에서 축출된 늙은 원숭이가 중재역할을 담당하는 암컷들의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하여 어린아이와도 같은 퇴행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아넴침판지공원에서 이에른이라는 늙은 수컷은 2인자였던 루이트의 공격을 받아 리더자리에서 축출되자 모래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괴성을 질러대곤 했다. 이는 이제까지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기괴한 행동으로 연구자들의 주의를 끌기에 충분했다.

몰락한 늙은 원숭이의 떼쓰기행동은 여러 암컷들에게 경멸과 조소를 당할 뿐이다. 보통 리더의 지위 하락을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서 확정짓는 행동이 되곤 한다. 정대철원숭이의 떼쓰기 행동이 가련하기는 하지만 떼쓰기로 리더자리에 복귀한 경우는 아넴침판지공원이 설립된 이후 관찰된 바 없다.


침판지들은 싸움을 벌인 후 반드시 화해의 절차를 가진다. 침판지가 인간주인에게 야단맞은 후 30분이 지나도록 인간이 화해의 제스처로 안아주지 않으면 침판지는 심적고통을 느낀다.

정치하는 원숭이의 두가지 권력형태
침판지사회에서 리더가 되는 데는 기본적으로 두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강자들과 개별적으로 동맹을 맺는 것이고, 하나는 약자그룹과 집단적으로 동맹을 맺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권력이 확고하지 못하여 종종 쿠데타가 일어나곤 한다. 후자의 경우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게 된다.

강자간의 동맹은 일종의 귀족정치다. 이 경우 계급이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 귀족과 민중으로 사회가 계층적으로 완전히 갈라지는 것이다. 약자그룹과의 동맹은 리더가 민중과 손잡고 귀족을 견제하는 것이다. 이 경우 경쟁자가 제거되어 독재로 흐를 위험이 있다.

최고의 정치는 경쟁자가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리더가 약자그룹과 동맹을 맺는 것이다. DJ가 김상현이나 정대철, 이부영, 이회창, 이인제 등을 적절히 견제한 것은 강자간의 동맹을 거부하고 약자그룹과의 동맹을 추구한 경우에 해당된다.

노무현정치의 기본속성도 이와 같다. DJ와 일정한 정도의 거리를 벌리고 정대철을 낙마시켜야 하는 것은 약자그룹과의 집단적동맹이라는 목표로 다가서기 위한 기본전략이다.

우리가 원하는 개혁도 이와 같다. 이 사회에서 일체의 『강자간의 동맹』을 파괴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체의 강자들을 노무현의 적으로 만들 것이다. 우리는 노무현이 재벌과, 언론과, 지역주의와, 야당수뇌부와 밀실에서, 골프장에서 동맹을 맺으려 할 경우 그러한 시도를 파괴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정치하는 권숭이의 권력실세들
정치하는 원숭이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세가지 권력형태가 존재한다. 하나는 형식적인 권력서열이며 둘은 배후에서 조종하는 실세이고 세째는 암컷원숭이의 안티권력이다.

형식적인 서열 1위는 수컷 리더가 경쟁자들에게 인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된다. 인간들의 세계에서는 군권을 장악한 것에 해당하겠다. 노무현은 현재 첫 번째의 형식적 권력을 획득했을 뿐이다.

배후실세는 암컷들과 새끼들에게 일어나는 분쟁에서 조정권을 발휘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권력은 오랫동안 암컷들과 맺어온 우호관계에 의해 성립되며 권력자의 관용의 크기에 비례해서 영향력이 확대된다. 인간들의 세계에서는 의회의 권력이다. 노무현은 총선에서 이겨야 이 권력을 얻을 수 있다.

세번째 권력은 암컷리더의 안티권력이다. 암컷 우두머리는 대장원숭이의 집권을 거부하는 방법으로 나름대로의 권력을 행사한다. 암컷 리더는 암컷과 새끼들로 이루어진 그룹을 동원하여 누군가를 왕따로 몰아 무리에서 추방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보통은 리더가 된 수컷원숭이가 몇 개월, 혹은 1년 이상에 걸친 지리한 신경전을 거쳐 암컷 리더와 동맹을 맺으므로서 문제가 해결된다. 인간들의 사회에서 이 권력은 사법부와 종교집단, 재야단체의 권력에 해당한다. 노무현은 재야단체들과 장기간에 걸쳐 인간적인 교감을 갖고 동맹을 맺는 방법으로 이 권력을 획득할 수 있다.  

노무현리더가 장악해야할 세가지 권력
새로 대장이 된 원숭이는 먼저 배후의 실세 및 안티권력인 암컷 리더와 동맹을 맺어야 한다. 노무현은 먼저 배후의 실세인 DJ, 안티권력인 시민단체와 동맹을 성사시켜야 한다. 동시에 경쟁자가 암컷이나 다른 수컷들과 동맹을 맺는 것을 방해해야 한다.  

리더가 존경과 위엄을 동시에 획득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는 『관용』을 베푸는 것이다. 관용은 암컷과 새끼들에게 일어나는 잡다한 분쟁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효험을 낸다. 문제는 상대방에게 관용을 베풀기 위해서 몇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첫째는 확고한 힘의 우위에 있어야 한다. 약자가 강자에게 관용을 베푼다는 것은 원초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노무현은 리더의 위치를 장악하였으므로 일단 표면적으로는 힘의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긴장을 조성하여 상대방의 선제도발을 유도해야 한다. 강자가 먼저 약자를 공격해서는 관용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의 이른바 『막말』로 조선일보를 약올려서 조중동의 선제도발을 유도한 다음 이를 응징하는 과정에서 관용을 베풀 수 있다.

셋째는 상대방의 도발을 응징할 때는 철저하게 응징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 공격할 때는 만인이 공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확실한 약점을 잡아야 한다. 상대방의 도발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반격을 가하면 응징도 관용도 불가능한 애매모호한 상태가 된다.

노무현정부의 행보가 이른바 『굽신거리는』듯해서 불안감을 준다는 설이 조선일보들에 의해 유포되고 있다. 조선일보들에 그렇게 비쳐진다면 다행이다. 이는 철저한 응징 그리고 그 이후의 감동적인 관용을 위한 예비절차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 의도적인 긴장의 조성 -》 계산된 호흡조절 -》 적의 선제도발 -》 철저한 응징 -》 감동적인 용서

 이는 리더가 강자그룹과의 동맹을 피하고 약자그룹과의 동맹을 통하여 카리스마와 권위와 위엄을 획득하기 위한 당연한 수순에 해당한다. 신주류의 호흡조절에 구주류가 걸려들고, 노무현의 호흡조절에 조중동이 걸려드는 일만 남았다.

정대철은 그만 원숭이를 졸업하고 인간이 되도록 하라
아넴침판지공원의 대장원숭이들은 경쟁자를 공격하여 혼쭐을 내준 다음, 30분 쯤 냉각기를 거쳐 강자가 먼저 약자를 찾아가서 입을 맞추고 서로 털다듬기를 해주는 것으로 관용을 베푼다. 이 과정에서 암컷리더가 중재역할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중요한 점은 대장이 관용을 베풀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의 선제도발을 유도해야 하고, 응징할 때는 철저하게 응징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줘터지고 울고있는 적을 찾아가 입맞춤을 하는 대장의 관용이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대장이 경쟁자들과 긴장을 조성하지 않아서 서로 친밀해지면 상대방이 정면으로 도발을 해오는 것이 아니라 은근슬쩍 기어오른다는 점이 문제로 된다. 정대철원숭이나 김상현원숭이 같이 머리 나쁜 원숭이는 DJ가 오냐오냐 해주면 할아버지 수염을 뽑으려든다.

DJ리더가 아침부터 알랑방귀를 뀌며 인사를 해오는 정대철원숭이를 짐짓 무시하고 냉정한 태도로 일관했던 것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여간 정대철은 친밀한척 하면서 기어올라서 리더의 입장을 곤란케 한 경우가 된다. 정대철은 심심하믄 『정치하는 원숭이』나 읽어보고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하기 바란다.


인간이 키스를 하는 이유는?
이 책을 읽으면 인간사회에서 볼 수 있는 키스와 악수 및 절하기, 고대사회의 전통인 초야제들이 침판지사회에서부터 있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간의 키스는 상대방을 이빨로 깨물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하는 원숭이시절의 제스처가 전해진 경우로 짐작된다.

한손을 내미는 제스처(악수)는 동맹 및 화해를 제안하는 행동이다. 절(인사)은 자신의 몸집을 작게 보여서 상대방과의 서열을 재확인하는 일이다. 성기를 검사하거나 등에 올라타는 마운트라는 행동은 초야제를 연상시키는데 원래는 가족임을 확인하기 위해 상대방의 냄새를 공유하고 기억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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