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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9337 vote 0 2003.07.07 (22:29:53)

인간의 체내에는 두가지 중요한 조절계가 있다. 곧 신경계와 내분비계이다. 신경계와 내분비계는 각각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을 이용하여 내부환경의 일정화 즉 항상성을 유지한다.

신경계는 짧은 시간에 전기적으로 반응하고 내분비계는 약간의 여운을 두고 화학적으로 반응한다. 신경계는 주로 운동을 조절하고 내분비계는 주로 감정을 조절한다.

쉽게 이야기하자. 신경계가 자동차의 핸들이라면 호르몬은 기어 혹은 엑셀레이터이다.

자본주의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가격결정에 관한 시장원리(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가 신경계에 해당한다면 증권시장의 특수성은 상대적으로 호르몬에 가깝다. 요는 이들 사이의 역할분담이다.

자본주의를 맹신하는 시장만능주의발상은 인체의 신경계만 믿고 호르몬의 작용을 모르는 것과 같다. 이는 세상의 반쪽밖에 보지 못하는 단견이다.(이런 바보들 매우 많다)  

증권가 격언으로 『루머에 사고 재료에 팔라』는 말이 있다. 이는 가격이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산다는 시장원리와 반대로 움직이라는 말이다. 증권시장은 때때로 시장원리와 반대로 움직인다는 면에서 호르몬과 역할이 비슷하다.

● 신경계 - 즉각적 반응 (보이지 않는 손, 시장원리) - 가격이 내리면 사고 오르면 판다.
● 내분비계 - 시간차 반응(증권시장의 역설적 원리) - 가격이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판다.

물론 증권시장이 항상 시장원리와 반대로 가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내분비계(호르몬) 또한 엄밀하게 따지면 신경계의 일부이다.(둘은 학문적으로 엄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동일한 기원에서 출발하여 각기 다른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증권은 시장보다 약간 앞서간다. 앞서가므로 예측에 지배되고, 예측은 시장의 예측이면서 동시에 타투자자의 행동에 대한 예측이기 때문에 현실과 반대로 가기도 한다. 이렇듯 복잡하게 움직이므로 아무것도 모르는 개미들만 골탕을 먹는 것이다.

도무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호르몬의 역할은 증폭이다. 즉 눈앞에 나타난 어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몇십배로 증폭시켜서 터무니없이 과장하는 것이다. 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지 않고 허풍을 치고 과장을 하는가?

철학하자! 도무지 무엇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란 말인가?

우리는 때로 흥분하기도 하고 불안해하기도 하고 때로는 신바람을 내기도 한다. 희노애락의 감정들이다. 이는 언뜻 비합리적으로 보인다. 과연 그럴까?

생각하라! 고소공포증을 느끼지 않는 이성적 원숭이는 실수로 나무에서 떨어져 죽었다. 그 원숭이는 죽어서 후손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에 인간으로 진화하지 못하였다. 고소공포증을 느끼고 나뭇가지에 매달린 겁쟁이 원숭이의 후손들만 살아남아 인간으로 진화한 것이다.

사실이지 컴퓨터와 같은 정확성을 자랑하는 신경반응이 오히려 현실과 맞지 않을 때가 많고 호르몬반응은 투박하지만 의외로 현실과 맞는 경우가 많다. 유비무환이라 했다. 위험은 때로 실제보다 과장되어야한다. 그것이 호르몬의 역할이다.

DJ정치는 신경계 정치와 노무현의 호르몬 정치
시장의 가격결정원리가 신경반응이라면 투기와 작전이 판치는 주식시장의 이상반응은 호르몬반응과 같다. 증권은 시장보다 한걸음 앞서가며 시장보다 더 오래 지속한다. 내려갈때는 시장보다 더 깊이 내려가고 올라갈때는 시장보다 더 높이 올라간다.

왜 현실을 증폭하고 과장함이 필요한가? 진로변경을 위해서다. 신경반응은 컴퓨터처럼 정확하게 작동하기는 하지만 자동차의 핸들이 오른쪽으로 꺾든 왼쪽으로 꺾든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듯이 항상 원위치가 되어 핸들만으로는 진로변경이 불가능하다.

만약 증권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자본주의는 어떻게 될까? 어차피 망할 기업이 망하지 않고 버텨서 국가경제를 거덜내고 만다. 흥할 기업이 자본조달을 못해서 희망이 없다.

5년전의 IMF를 생각하자. 자빠진 김에 쉬어간다고 한국은 IMF를 틈타 구조조정에 성공했다. 핸들을 꺾는다고 진로가 변경되는 것이 아니다. 클러치를 끊고 감속해야 진로변경이 가능하다. 이것이 호르몬이라는 5단기어다.

DJ와 노무현 어떻게 다른가?
DJ는 대세장악형이고 노무현은 위기돌파형이다. DJ는 대마불사(大馬不死)형이고 난국타개형이다. DJ는 위기가 와도 흔들리지 않고 신념을 지키며 제 길을 가는 사람이다. 반면 노무현은 위기가 닥치면 산개하여 퇴각했다가 재집결하기를 반복하는 스타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의 코드를 읽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노무현이 핸들을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꺾었다고 믿는다. 노무현이 과연 노동정책을 왼쪽으로 혹은 오른편으로 전환했는가? 천만에! 착각하지 말라. 실은 노무현이 기어를 1단에서 2단으로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다.

DJ는 우상귀와 좌변을 모두 잃는 대신 중앙에 큰 집을 짓는 스타일이고 노무현은 네귀와 중앙이 분리된 채 각각 살아나 다시 하나로 이어지는 스타일이다. DJ는 잃은 만큼 얻었고 얻은 만큼 잃는다. 노무현은 네 귀가 모두 위태로우나 각각 두 집을 내고 살아내기에 성공한다.  

조중동은 개혁진영을 이간질 할때만 노무현의 코드론을 써먹는다. 내각의 누군가와 노무현의 말이 일치하지 않으므로 코드가 맞지 않다는 식이다. 천만의 말씀! 실은 그 반대이다. 노무현과 언행을 일치시키는 것은 코드를 맞추는 것이 아니다.

기어를 올릴 때는 클러치를 끊고 감속한다. 알아야 한다. 속도를 늦추기 위해 클러치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속도를 올리기 위해서 클러치를 밟는 것이다. 이런 식이다.

노무현과 언행이 일치해서 안된다. 이심전심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시키지 않은 일을 각자가 알아서 하는 것이다. 노무현이 하고 싶으나 차마 하지 못하는 말을 대신 해주는 것이 오히려 코드를 맞추는 일이다.  

이쯤에서 결론을 내리자. 서프라이즈는 호르몬과 같다. 증폭하는 역할이다. 점화단계에서는 불을 붙여놓고 뒤로 빠진다. 폭발단계에서는 널찍히 간격을 벌려주므로서 대피하게 한다. 자동차가 고빗길을 오를 때 1단기어로 높은 RPM의 힘을 비축했다가 단번에 오르는 것과 같다.

아는게 많은 지식인들은 신경계의 역할에 치우치는 것이 보통이다. 진로를 변경해야 하는 결정적상황에는 도움이 안된다. 서프라이즈가 담보하는 광장의 문화는 호르몬의 역할이다. 시장보다 앞서가야하고 시장보다 더 빨리 달아올라야 하고 시장보다 더 깊히 냉각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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