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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601 vote 0 2020.04.29 (18:01:16)

      

    참교육으로 갈아타자


    우상을 깨지 않으면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다. 대중에게 아부하지 말고 냉정하게 진실을 말해야 한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다’고 믿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답이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내기를 하면 어떨까? 정답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이긴다. 정답이 있다면 그 정답을 제시해야 한다.


    누군가 제시한 정답은 오답일 확률이 높다. 진지하게 정답을 논하면 진지충으로 몰린다. 정답을 부정하고 유쾌하게 살면 된다. 적당히 눈치를 보고 분위기 맞춰 주면 된다. 그런데 말이다. 누군가 진짜로 정답을 알아낸다면? 당황하게 된다. 그런 일은 30만 년에 한 번 정도 꼴로 드물게 일어난다.


    대략 1만5천 년 전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인류의 문명이 시작되었다. 잠복해 있던 에너지가 마침내 격발된 것이다. 누군가 정답을 맞출 확률은 로또 당첨 확률보다 낮다. 인류 숫자는 70억이다. 주사위를 70억 번 던지면 로또가 1천 번 당첨된다. 세상의 사이즈가 그만치 커졌다.


    상상력의 저변을 넓혀야 한다. 평생을 시도해도 당첨되지 않는게 로또다. 그러나 70억이 사는 세상에는 1주일마다 천 명씩 로또가 당첨된다. 1년에 5만 명이 당첨된다. 시골 사람 마인드는 버려라. 21세기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 남다른 상상력이 필요하다.


    어떤 교육이 좋은가? 구체적인 학생 지도 방법은 논하지 않겠다. 근본적인 자세와 철학이 중요한 것이다. 합리주의냐 실용주의냐, 절대주의냐 상대주의냐, 진보주의냐 보수주의냐, 일원론이냐 다원론이냐, 이념적 목표냐 환경적 적응이냐, 공자의 권력의지냐 노자의 자연주의냐다.


    루소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 있다.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교육이다? 교육하지 않는 것이 교육이다? 아프리카 방식이 좋은 교육이다? 이러다가 히피가 되고 펑크가 되니 교육실패다. 집단적 의사결정이라는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가다. 집단이 의사결정을 하려면 일단 서로 간에 말이 통해야 한다.


    프로토콜을 일치시켜야 한다. 대화가 되는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야 한다. 그런 구조의 건설이 교육이다. 집단의 구성원이 백 명이라면 그중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의 판단이 맞다. 똑똑한 사람도 실수할 수 있으므로 어시스트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메시에게 패스를 해줘야 한다.


    메시를 발굴하고 메시에게 패스를 공급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교육이다. 지식의 주입은 하급 실무자의 영역이다. 교육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 말을 들어 먹게 하는 것이 교육이다. 일단 한자리에 모일 수 있어야 한다. 앉아있으라고 하면 그 자리에 앉아있어야 한다. 그래야 집단의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선수단을 소집하면 그라운드에 모여야 한다. 거기까지 가기가 참으로 힘들다. 자연을 탐구하여 무언가를 알아내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집단의 의사결정그룹에 드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다. 변방에서 깔짝대지 않고 용기있게 집단의 의사결정 중심으로 쳐들어가야 한다.


    대학교육의 의미는 무엇을 아는데 있지 않다. 대학 졸업자는 친구도 대졸자다. 그제 중요하다. 고졸은 개인이고 대졸은 집단이다. 진보는 집단이고 보수는 개인이다. 밑바닥에서부터 기어올라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이 백 퍼센트 보수로 가는 이유다. 도와주는 친구와 밀어주는 동료가 없어서 손해봤다는 피해의식에 쩔어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도와주려고 해도 프로토콜이 막혀서 방법이 없다. 무엇이 중요한가? 교육의 의미는 부족민이 되는가, 문명인이 되는가에 있다. 본능대로 사는가, 이성으로 사는가다. 집단과 관계 맺는 방식에 따라 나오는 호르몬이 달라진다. 병정개미 호르몬이 나오면 병정개미가 되고 일개미 호르몬이 나오면 일개미가 된다.


    교육받은 자와 교육받지 못한 자는 호르몬이 다르다. 두목 침팬지와 졸개 침팬지는 호르몬이 다르다. 지식은 중요하지 않다. 지식은 도서관에서 빌리면 되고 구글에서 검색하면 된다. 문제는 세상의 편인가 그 반대편인가를 결정하는 태도와 자세다. 진보와 보수는 나오는 호르몬이 다르다.


    괴력난신을 추구하고 음모론을 추종하며 외계인, 사차원, 초능력 따위 비루한 것에 관심이 간다면 호르몬이 썩은 거다. 마땅히 지사의 호르몬이 나와야 한다. 경험을 추구하고 실용을 추구한다면 호르몬이 썩은 것이다. 일개미가 된 것이다. 일을 잘하면 부사관이 되고 말을 잘하면 간부가 된다.


    지식을 익히면 부사관이 되고 소통을 익히면 간부가 된다. 존 듀이는 사람을 실용적인 부사관과 하급 실무자를 양성하려고 했으니 교육붕괴다. 곧 죽어도 양반이 되어야 한다. 우수한 의사결정그룹에 들어야 한다. 리더의 호르몬이 나와야 한다. 호연지기를 길러 천하인이 되어야 한다.


    보수주의는 생각이 틀린게 아니고 호르몬이 썩은 것이다. 두목 자리에서 밀려난 늙은 침팬지의 호르몬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과 자세가 틀려먹었다. 일원론적 사유로 돌아와야 한다. 짐승에서 탈출하여 인간이 돼라. 소인배에서 탈출하여 군자가 돼라. 지식 자영업자에서 탈출하여 지사가 돼라.


    아는게 많은 실무자가 되지 말고 참모진에 들어라. 가장이 되고, 팀장이 되고, 족장이 되고, 리더가 되어야 한다. 군대를 가도 한 번은 병장이 된다. 지휘관이 된다. 누구나 한 번은 어머니 되고 아버지 된다. 어린이로 뻗대지 말고 모든 결과에 책임지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교육은 1초 만에 되는 것이다. 이 길과 저 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기다. 절대주의와 상대주의 중에서 선택하기다. 공자의 길과 노자의 길 중에서 선택하기다. 합리주의와 실용주의 중에서 선택하기다. 일원론과 다원론 중에서 선택하기다. 율곡과 퇴계 중에서 선택하기다. 대승과 소승 중에서 선택하기다.


    거기서 호르몬이 바뀐다. 리더를 생산하지 못하는 교육은 망한 것이다. 환경에 적응하면 망한 것이다. 자연스러우면 망한 것이다. 골방에서 혼자 고뇌하는 창백한 지식인상은 망한 것이다. 큰 뜻을 품고 지사가 되어 천하를 경영하는 대업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진짜는 한 명이 앞에서 길을 열고 나머지는 한 명을 탄생시키는데 사용된다. 메시는 앞에서 길을 열고 나머지는 메시에게 패스하면 된다. 재능이 메시에 못 미쳐도 뜻이 메시와 통하면 메시급이다. 재능이 천재에 못 미쳐도 뜻이 잡스와 통하면 잡스급이다. 굳이 천재가 될 필요는 없다.


    천재와 말이 통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일론 머스크만큼은 못해도 일론 머스크의 약점을 메워줄 수는 있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지식을 찾으려고 끙끙대지 말라. 그 한 명을 알아보는 눈을 얻고 그 한 명과 통하는 마음을 얻으면 된다.


    시골에서 도덕을 닦으며 노예 300명을 무리 없이 관리해내는 퇴계의 길은 망한 것이다. 70억이 경쟁하는 현대사회에서 혼자 골방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100명의 선비가 서로 멱살을 잡으며 치열하게 토론하여 한 명의 리더를 발굴해내는 율곡의 길이 진정하다.


    나머지 99명은 그 한 명의 리더와 대화가 되는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그럴 때 불패의 팀이 탄생한다. 그것이 진짜 교육이다. 교육은 한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케미가 맞는 하나의 팀을 건설한다. 문재인만큼 못해도 문재인의 마음은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은 바로 거기에 있다.


    시골에서 산책과 독서를 즐기며 유유자적하는 삶은 교육이 아니라 똥이다. 그것은 불쌍한 자기만족의 추구다. 천하와 함께 호흡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천하의 목소리를 들어내는 귀를 얻지 않으면 안 된다. 천하의 아픈 곳을 보아내는 눈을 얻지 않으면 안 된다. 팀과 함께 호흡하는 사람이 지성인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4.30 (03:10:00)

"지식을 찾으려고 끙끙대지 말라. 그 한 명을 알아보는 눈을 얻고 그 한 명과 통하는 마음을 얻으면 된다."

http://gujoron.com/xe/1196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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