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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8350 vote 0 2010.10.14 (11:40:08)

 


  정책과 인물-  까놓고 진실을 말하기로 하면


  2007년 대선 때 어떤 논객이 인물보다 정책이 중요하다며 필자에게 논쟁을 걸어왔다. 맞는 말이다. 정책이 중요하다는 데는 필자도 동의했다. 그런데 왜 그걸 갑자기 강조하지? 정책이란 것은 다 나와있다. 민주당의 평화통일정책과 한나라당의 남북대결정책을 모르는 이 누구랴? 민주당의 서민우선정책과 한나라당의 부자감세정책을 모르는 사람도 있나?


  갑자기 정책타령을 하는 데는 속임수가 있는 거다. 그는 곧 문국현 캠프에 들어갔다. 그가 갑자기 정책을 말하는 것은 변절하기 위한 사전 판고르기 장치였던 것이다. 문국현에게 정책이 있단다. 웃기셔. 정책 하면 허경영이 아닌가? 허경영은 전 국민에게 1인당 백억씩 나눠주는 어머어마한 정책도 쓸 수 있다. 입으로 하는 정책이야 누가 못하겠는가?


  인물이 중요한 이유는 인물이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궁극적으로는 정책이며 정책은 궁극적으로 현찰이다. 지난번에 한나라당이 승리한 이유는 서울집값 하락우려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정책인 것이다. 한나라당 집권으로 종부세는 분명 완화되었다. 서울부자들은 확실히 정책의 이득을 보았다.


  한나라당 이한구에 따르면 노무현 정권 5년간 50만개의 젊은층 일자리가 창출되었는데 비해 이명박정권 들어서 2년간 젊은층 일자리 18만개가 도리어 감소하고 대신 노령층 일자리가 그만큼 늘었다고 한다. 노인들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이 이유가 있는 거다. 현찰을 퍼주는데 누가 거부하겠는가? 이명박이 사대강을 고집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현찰퍼주기를 하고 있다는 상징효과를 기대하는 거다. 모르는 노인들은 ‘저쪽에 공사판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니 확실히 현찰이 들어오기는 들어오고 있구먼’ 하고 신뢰하게 되는 것이다.


  이명박은 환율조작으로 막대한 재벌 퍼주기를 했다. 그 액수가 무려 70조원에 달한다는 말도 들었다. 중소기업 환율피해가 수백조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더라. 자동차를 이용하는 서민들도 환율조작 때문에 확실히 기름값 손해를 보고 있다. 경제위기 핑계로 현대차에 터무니없는 감세혜택을 준 것이 대표적이다. 몽구 입 벌어졌다. 결론적으로 정책이며 그 정책의 본질은 현찰거래인 거다.


  이회창이 두 번 연속 패배한 이유는 하나다. 경상도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책은 같다. 이회창 역시 한나라당 정책을 따른다. 문제는? 신뢰도다. 지금 포항으로 수조원의 예산이 퍼부어지고 있다. 거제도에서는 거가대교 완공을 자축하고 있는 판이다. 돈이 그쪽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회창이 된다고 해서 대구경북에 돈이 들어가겠는가 말이다. 그건 확실히 보장이 안 되는 거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현찰거래를 한 것이며, 이회창으로는 실익이 없다고 본 것이다. 왜? 경상도가 아니니까.


  지금 손학규 타령을 하는 자들은 인물론을 내세운다. 유시민보다 지지율이 높다는 거다. 그게 문국현 환상이다. 하루 아침에 훅 간다. 이회창은 5년 내내 40퍼센트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금 박근혜 지지율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한달 사이에 추락했다. 단지 경상도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아들 병역문제나 호화빌라, 귀족이미지 이런건 본질이 아니다. 이명박은 BBK 핵폭탄 맞고도 그냥 넘어갔다. 왜? 경상도니까.


  본질에서는 인물보다 정책이 중요한 것이며, 인물은 정책을 담보할 보증을 서는 것이며, 이는 정당정치의 낙후로 인하여 유권자들이 정당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정책이고, 그 정책은 정당에서 나오는 것인데, 정당을 신뢰하지 않으니까 인물로 하여금 보증을 서게 하는 것이며, 인물이 보증을 선다고 믿는 이유는 인물은 막후협상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후협상을 하려면 대표성이 있어야 한다. 그 대표성이 모호한 인물은 문국현이나 이회창처럼 하루아침에 훅 가는 거다.


  우리쪽에서 지금 막후협상의 주체는 보수호남과 개혁비호남이다. 보수적인 호남은 현찰의 이익을 얻고, 개혁세력은 대신 문화분야에서 실익을 얻어야 한다. 손학규가 당선되어 문화부장관을 김흥국 비슷한 뜨내기로 앉혀버리면? 그건 최악이 되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 5년간 문화인들은 어깨 힘주고 다녔다. 지금은 유인촌 태풍 맞고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필자가 주장하는 3단계 선거연합 방안대로 권력배분이 되려면, 노동정책은 민노당에서, 문화-언론개혁-정치개혁 분야는 참여당에서, 경제부서는 민주당에서 가져가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그런 조율을 훌륭하게 해냈다. 대신 김종필에게 엄청나게 퍼주고. 노무현 대통령도 고건총리와 이해찬 총리를 기용하여 실권을 주고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이명박은? 김황식이 무슨 실권이 있나? 없다. 정운찬이나 김황식은 대독총리에 불과하다. 이명박은 독식하고 있는 거다.


  무엇인가? 인물타령 하지만 본질은 대표성을 말하는 것이며, 이회창은 단지 경상도가 아니라는 이유로 추락한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손학규는 지금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대표성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이쪽은 호남보수와 비호남개혁으로 나누어져 있다. 지역대표성이나 개혁대표성 중에 하나라도 있어야 인물이다. 그게 없으면 그냥 뜨내기 문국현인 거다.


  정동영은 호남이기 때문에 인물이다. 호남의 지역대표성과 비호남의 개혁대표성을 조합하려면 비호남인물은 반드시 젊은 개혁인사여야 한다. 손학규는? 지역대표성도 없고 개혁대표성도 없다. 아무 것도 아닌 거다. 그냥 막연한 인물론이다. 막연한 인물로는 5년간 40프로 압도적 지지에 빛나는 이회창이 최고의 인물이었다. 그러나 알고보니 허당이었다.


  핵심은 정책이고, 정책은 수백조원에 달하는 국가예산이고, 그 예산을 어디로 가져가느냐다. 현찰이다. 이러한 본질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물론 정책이 꼭 돈 쓰는 정책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환경도 있고, 인권도 있고, 외교도 있고, 대북정책도 있다. 그러나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유권자들은 돈이라는 본질쪽으로 마음이 기울어간다. 그래서 후단협 등에 업고 몽이 떴던 것이다. 처음에는 '이회창이 대쪽이지' 하다가 막판에는 '돈은?' 이렇게 된다. 이것이 선거판의 법칙이다.


  물론 젊은 세대는 자부심을 중요시한다. 결국 젊은세대의 자부심과 기성세대의 돈욕심을 잘 조합해야 승리할 수 있는 것이며 손학규는 그냥 이도저도 아닌 뜨내기에 불과한 거다. 문제는 손학규 본인이다. 아직 포지션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개혁대표성을 얻으려는 노력을 전혀 안 하고 있다. 그가 김정길과 손만 잡았어도 나는 그를 달리 보려고 1초간 생각을 해주었을 것이다. 뭐 그래도 아닌건 아닌거지만.


  까놓고 진실을 말하는 이런 글은 막연한 환상을 깨뜨리기 때문에 읽기에 불편할 거다. 그러나 길게 보면 진실은 힘이 세다. 전혀 신뢰할 수 없는 두개의 축이 있다. 호남보수와 비호남개혁이다. 서로의 불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서로의 욕심을 분명히 드러낼 때, 진정한 신뢰는 시작된다. 줄 것 주고 받을것 받겠다는 거다. 고객은 장사꾼을 믿지 않는다. 밑지고 판다는거 다 거짓말이라는거 알고 있다. 그래도 신뢰한다. 장사 한 두 번 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저 장사꾼 내일도 물건 팔아야 하기 때문에 속여도 아주 속이지는 못한다는거 알기 때문이다. 속임수로 먹을 수는 있어도 튈 수는 없다는거 알기 때문이다. 막연히 통합을 외칠 것이 아니라 서로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지금 이야기하자. 연막치지 말고, 얼버무리지 말고, 안개피우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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