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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079 vote 0 2009.01.19 (23: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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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구조론 아카데미 첫모임]

메일을 받은 분도 있겠습니다만
시험삼아 전체메일을 보내보았습니다.

달마강원-구조론 연구소 회원을 상대로 월 1회 정도 전체메일을 보낸다면
의미있는 일인지 아니면 쓸데없는 일을 한 셈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의 ‘학문의 역사’를 구입하신 분께 보내는 전체메일입니다.

구조론 출간 소식에 대해서는 알고 계시겠지만, 그동안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은 분도 계실듯 하여, 이번에 새로 개설한 구조론연구소(http://gujoron.com)의 설립취지와 운영계획을 말씀드릴 겸 편지를 씁니다.

여러가지로 미비한 점이 있지만, 우여곡절 끝에 도서번호를 받아 바코드를 찍은 책이 나왔습니다. 어떻든 교재가 확보되었으므로 아카데미모임 중심으로 연구에 집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려고 합니다.

지난 일요일 바탕소에서 아카데미 첫 오프모임을 열었습니다. 앞으로의 공부방법에 대해 여러분들과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대화하며 느낀 바와 앞으로의 전망이나 계획 등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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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글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째 구조론, 둘째 정치칼럼, 셋째 깨달음입니다. 셋은 하나의 연속적인 과정입니다.

세상과의 근원적인 맞섬에 있어서는 구조론이며, 거기서 얻은 이상주의를 토대로 한 사회와의 맞섬에 있어서는 정치칼럼이 되고, 이를 개인의 삶으로 내면화 함에 있어서는 깨달음이 됩니다.

크게 통찰하여 자연의 완전성을 얻고, 이를 토대로 연역하여 이데올로기로서의 이상주의를 전개시켜내는 것이며, 그 이상주의를 내 안에 품고 오래 진통하여 마침내 낳아내면 ‘새로운 삶의 형태 창출’입니다.

저는 삶의 형태를 바꾸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왜 이렇게 사는가? 다르게 사는 방법도 있는데!’ 개인이 다르고, 남녀가 다르고, 인종마다 다르고, 문화권이 다르므로, 제각기 제 위치에서 자기다운 삶의 형태를 끌어낼 수 있는데.

그것으로 사회 앞에서 알맞은 나의 포지션이 얻어지고, 세상 앞에서 나의 임무가 얻어지고, 신 앞에서 나의 미션이 얻어지는 것인데. 아니면 ‘왜 사는가?’ 하는 근원의 질문에 무엇으로 대답하겠습니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질문. 인생에서 겪게 되는 무수한 좌절과 상실 그리고 근원의 허무, 환멸과 맞서 견디는 힘을 주는 그것. 세상과 맞서 입각한 지점을 가지는 일 말입니다.

개인의 완성에서, 사회의 완성으로, 천하의 완성으로 나아갑니다. 또 천하의 완전성에서, 사회의 완전성과 개인의 완전성을 끌어냅니다. 인간은 결국 무에서 나와서 무로 돌아가지만 그 안에 굵은 매듭 정도는 만들 수 있습니다.

자궁에서 엉금엉금 기어나와서, 그래도 이 척박한 땅에 작은 꽃 한송이 피워놓고 갈 것입니다. 짜릿한 전율이 그 가운데 있습니다. 사회 앞에서도 그러하고 세상 앞에서도 그러합니다.

차가운 겨울맞아 죽어가는 잎새들 가운데도, 절정의 단풍 한 장면은 남겨두고 가는 법. 그렇게 작은 이야기 하나는 완성해놓고 가는 것입니다. 굵은 방점 하나는 찍어놓고 가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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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칼럼 - 앞으로 2년은 더 지나야 글쓰기의 공기가 자유로워지지 않겠나 싶습니다. 대략적인 스케치를 해 보면 한나라당의 분열 여부가 핵심입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뚜렷한 이념이 없는 마구잡이 정당입니다. 물론 전술적인 이념공세가 있지만 실제 표심과는 관련없습니다.

표심은 지역인데 그것을 이념으로 포장하지요. 그러므로 우리당과 민주당 쪼개졌듯이 갈라지는 것이 정상입니다. 갈라지지 않는 이유는 한나라당 내부의 야심가 부족 때문입니다. 당이 개각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폭탄을 안고 가는 셈입니다.

여야가 다 머저리만 모여 있으니 폭탄을 안고도 그럭저럭 굴러갑니다. 바깥에서 원심력이 작용하면 당연히 깨지는데, 야당에도 인물이 없으니 그 원심력이 작동하지 않아서 앞으로 3년은 그냥 굴러갈 모양입니다.

대안부재 때문에 한나라당 지지율이 떨어져도 민주당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 사태가 장기화 되겠지만, 총선 앞두고 이명박과의 차별화, 청와대와 거리두기 시도로 한나라당이 분열되고 천하대란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추대 형식으로 반기문급 의외의 인물이 뛰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역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할 수 있는 도덕적 권위를 가진 양심세력이 주도권을 잡습니다. 다음선거도 지역구도가 결정하지만, 그 문제를 공세적으로 제기할 자격이 있는, 도덕적 정당성을 가진 그룹은 지금 여야 중에 없습니다.

● 깨달음 - 깨달음 혹은 사랑에 대한 글은 쓰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사랑입니다. 깨달음은 사랑을 내 안에 품는 과정입니다. 사랑을 말할 수 있어야 진정 용기있는 철학자입니다. 대부분은 그러지 못합니다.

장자왈 도가 망하면 덕이 나오고, 덕이 망하면 인이 나오고, 인이 망하면 의가 나오고, 의가 망하면 예가 나온다고 했습니다. 도≫덕≫인≫의≫예의 전개가 구조론의 경험≫인식≫판단≫행동≫양식과 맞습니다.

도는 하늘의 것이며 자연의 경험에서 얻어집니다. 덕은 그것을 인식 형태로 내면화 하는 것입니다. 하늘의 도가 내 안으로 들어와 입체적 모형으로 세팅되는 것입니다. 인은 그 덕으로 가치판단을 하며, 의는 인의 실천이며, 예는 여러 사람의 실천이 모여 생활의 양식을 이룬 것입니다.

우리 실생활을 지배하는 것은 예입니다. 다른 말로는 문화! 그 예가 인간을 통제하려 들기 때문에 인간은 불행해졌습니다. 예를 벗어나도 예의 뜻을 이루는 것이 사랑입니다. 구태여 예를 내세우지 않아도 이미 예가 갖추어지게 합니다.

지금은 종교가 예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십계명을 팔고, 오계를 팔고, 삼강오륜을 팝니다. 철학은 그 예를 뛰어넘는 것입니다. 문화의 수준을 높여나가는 것입니다. 예 위에 의가 있으며, 의는 인의 실천 곧 사랑입니다.

하늘의 도를 내안으로 가져와 덕을 이루고, 사회 앞에서 인으로 나타내고 의로 실천하여, 구태여 예를 앞세우지 않아도, 저절로 예에 닿게 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그 사랑에 의해 인간은 자유로와집니다. 존엄에 닿을 것입니다.

결국 깨달음이 하늘의 도를 내 안으로 가져오는 목적은 사랑입니다. 그런데 이 점을 게시판 글쓰기로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솔직히 저의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게시판에서 입으로 떠들면 뭐해? 왕년에 내가 그랬듯이 10년 쯤 산속에서 뒹굴다 오는게 어때?” 이렇게 한바탕 쏘아붙여 주고 싶지요. 그러나 위험합니다. 영향받아 직장 때려치고 산으로 들어가 버리면 곤란이지요.

“한번쯤 자살을 시도해보지 않은 사람과 인생의 진정한 대화는 가능하지 않지!” 이렇게 말해주고 싶지만, 그 의미는 ‘자기 자신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이되, 정상을 초극하였을 때, 내면에서의 진정한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는 말이지, 홧김에 자해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제 진심이 언어로 전달되는지는 회의적입니다. 여전히 손가락을 볼 뿐 달을 바라보는 사람 없습니다. 진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내 심중 깊은 곳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초딩도 보고 중딩도 보는 게시판에서는 불가입니다.

내가 겪었던 것을 타인에게도 겪게 하고 싶은 그런 심통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게시판에서 하는 이야기는 껍데기 시늉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쓸수록, 말을 할수록 본뜻에서 멀어지는 느낌입니다.

‘깨달은 사람’은 없습니다. 단지 ‘깨달음’이라는 추상개념이 존재할 뿐입니다. 그것을 내 안으로 가져오는 일이 중요합니다. 사람을 보지 말고 진리를 봐야 하는데, 진리의 완전성을 봐야 하는데, 그 점을 명료하게 전달하기가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변화입니다. 제 글을 읽고 교사는 더 잘 가르치게 되고, 연주가는 더 잘 연주하게 되고, 화가는 더 잘 그리게 되고, 생각하는 이는 더 잘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수준이 높아지면 깨달음입니다.

사람을 보지 말고 그 사람의 변화를 봐야 할 것입니다. 누구든 자신을 실질적으로 변화시켜 내고, 그것을 작품으로 증명하고 글로 증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말문이 터져서 빛나는 글이 태산같이 쏟아져 나와야 합니다.

● 구조론 - 어렵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책에서는 쉬운 부분과 어려운 부분을 의도적으로 반씩 절충해 두었는데, 서두에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전체적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이론을 자연에서 유도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이 부분이 어렵습니다. 구조의 다섯가지 포지션을 만들어가는 절차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구조론을 제대로 공부할 분에게 필요하지, 실생활에 응용할 분에게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실생활에 응용하려면 단지 구조론적 관점과 세계관만 얻으면 됩니다. 다섯 가지 포지션을 알고, 그 중에서 가장 높은 포지션만 제대로 알면 됩니다. 완전성의 이미지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이미지가 지속적으로 영감을 던져주니까요.

질≫입자≫힘≫운동≫량 중에서 질만 제대로 이해하면 됩니다. 질이라는 상식적인 개념을 정확히 모른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흔히 저질이라고 하고 양질이라고 합니다. 질이 좋다고 하고, 질이 안좋다고 합니다. 이렇게 널리 쓰이는 말에서 공통적인 속성을 들여다보면 저절로 명확해 집니다.

사전을 찾아보기 보다는, 구조론의 다섯 포지션이 가지는 맥락 안에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용이 방대하지만 단 하나만 맥락을 제대로 짚어내면 나머지는 저절로 명확해집니다. 다 연동되어 움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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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은 2~3개월 지켜보며 자금이 확보되면 1천권을 찍어서 서점에 깔아볼 생각입니다. 일이 제대로 풀리면 외국어로 번역도 시도해야겠지요. 현실성에 의문이 있지만 일단 구상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천 권의 책을 찍어서 천 명의 독자를 얻어도, 단지 천 사람이 읽을 뿐입니다. 한 명이 두 명을 얻고, 두 명이 네 명을 얻고, 네 사람이 여덟사람을 얻는 방법으로 차차 가지를 쳐나가면 빅뱅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구조론 아카데미 개설이 그 의미입니다. 준비가 갖추어지고 2~3년 안에 구조론 실제적용의 성공사례를 5건 이상 확보하여, 홍보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면 기적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현천님의 난문제 도전, 아무님의 창의적인 학습법, 기랑님의 굽는 삼계탕, 또 더 많은 분이 경영에, 교육에 구조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20년 이상을 준비해 왔으니 앞으로 20년 이상은 더 가봐야겠지요.

조금씩 확률을 높여가다 보면 바깥에서의 좋은 소식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즐거운 설날 맞으시기 바랍니다.

http://www.gujor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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