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647 vote 0 2019.07.10 (17:33:57)

      
    박하사탕이 최고영화라고?"

      

    시사리트윗에 올렸는데 오해할 사람도 있을 거 같아 부연하고자 한다. 인상주의 이후 그림에 대한 기준과 방향이 바뀌었다. 이발소 그림은 일단 그림이 아니고, 뽕짝은 일단 음악이 아니고, 무협지는 일단 소설이 아니다. 그렇다면 박하사탕은 영화냐? 고민해봐야 하는 지점이 있다.

      

    뭐 좋게 봐주자면 무협지도 잘 쓴 것은 노벨문학상은 노리지 않더라도 이문열보다 낫다고 평가해줄 부분이 없잖아 있을지도 모른다 할 것이다. 개똥이지만 약에 쓸 수 있다는 말이다. 개똥을 잘 말려서 불을 붙이면 모기가 퇴치될지도 모른다. 뽕짝도 할배들 기준으로는 예술이다.

      

    그러나 이발소 그림은 일단 공예품이다. 그림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게 그림으로 인정되면 그림시장 망한다. 중국 그림공장 아저씨들이 모나리자를 하루에 백 개씩 찍어내는 거다. 박하사탕은 여고생을 죽인 계엄군을 찬양하는 참 어이없는 영화다.

      

    70년대식 룸펜 지식인들이 좋아하는 여러 가지 코드를 맥락 없이 잔뜩 집어넣은 소화불량 영화다. 하여간 먹물들이 떠들기 좋아하는 온갖 상징과 기호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씨네21이 그거 팔아서 밥 먹는 것은 내가 인정한다. 추악한 계엄군들에게 순수를 찾는 어처구니없는.

      

    그런 게 먹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덕을 본 사람이 장선우다. 당시 씨네21 똥들 중에는 장선우의 모든 영화에 별 다섯 개를 준다는 자가 있었다. 그래서 당시 나는 장선우의 모든 영화에 별 0개를 준다는 말을 쓰곤 했다. 그거 일단 영화가 아니라는 말이다. 기본이 안 된 주제에 참. 어휴!

      

    제대로 된 콘티 없이 배우의 기량에 의존하여 무대뽀로 찍어놓고 괜찮은 그림이 나왔다 싶으면 대충 편집해서 엉뚱한 사회비판 조금 집어넣고 뭔가 무게 잡으며 ‘내게 거짓말을 해봐’ 같은 심오한 제목 걸고 이게 누벨바그에 포스트모더니즘이야 하고 구라치면 먹히던 슬픈 시절.

      

    먹물이 영화의 본질을 치면 안 된다는 말씀이다. 이창동의 박하사탕은 기본적으로 영화의 척추가 될 에너지가 없다. 영화냐 비영화냐가 갈리는 지점이다. 그림이냐 공예품이냐. 장선우 영화는 잘 찍고 못 찍고를 떠나 일단 영화가 아닌 게 문제다. 그게 왜 영화냐고? 억장이 무너진다.

      

    대화가 통해야 말을 하지. 이발소 그림은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 일단 그림이 아니라 공예품이여. 본질인 에너지가 없는 영화는 찍을 이유가 없는 것이여. 에너지는 복제되는 성질이 있어. 전염된다고. 그래서 영화인 거야. 본질을 갖추어야 일단 영화로 인정되는 그런 게 있어.

      

    음악이라면 가사를 한 번 들으면 자기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그런 게 있어야 해. 그게 흥이지. 흥이 없는 음악은 음악이 아닌 것이여. 이창동의 문제도 본질에서 먹물이 에너지를 앞서는 장선우의 오류를 답습한 것이다. 최악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국영화 대표작은 절대로 아니다.

      

    전염되고 복제되는 그 무엇이 없다. 흥이 없다. 기세가 없다. 앙꼬가 없다. 이런 식으로 억장이 무너져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 음악에 흥이 없으면 일단 음악이 아닌 거지 더 말로 설명해야 하나? 그림에 창의성이 없으면 일단 그림이 아닌 거지 더 말로 설명해야 하는가?


    잘 그렸다고? 잘 그렸으면 공예품이지 그게 왜 그림이냐고? 더 황당한 게 허영만의 만화 '오 한강'은 내가 처음 볼 때부터 어 이거 안기부 냄새가 나는데 하고 알아봤거든. 그런데 많은 사람이 오 한강을 찬양하더라고. 나중에 알려졌지만 그게 안기부 작품이다. 냄새가 딱 나잖아. 


    이문열의 일그러진 영웅 말이다. 마지막에 엄석대가 감옥에 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뒤통수 맞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까지 나는 엄석대가 전두환인 줄 알았다. 엄석대는 운동권 투사였던 것이다. 이문열은 영웅행세 하는 노무현의 싹을 자르려고 더러운 글을 썼던 것이다. 


    일그러진 영웅은 노무현 죽이기 예고편이다. 영웅을 죽여야 한다. 그게 이문열의 집필의도다. 빨갱이의 자식 이문열은 엘리트 사회의 주류에 들지 못하므로 공을 세워야 주류에 끼워주는데 그렇다면 자객 역할을 해야 하는데 결국 나밖에 없네. 나만 미래의 노무현을 찌를 수 있네.


    오 한강도 마찬가지다. 만화에 나오는 내용이다. '너 아직도.' 나는 이 장면에서 뒤통수 맞았다. 너 아직도 좌빨이니? 우와 뒤통수도 이런 뒤통수가 없다. 쳐죽일 오 한강. 어휴! 박하사탕은 계엄군 찬양인데 어이가 없어부러. 그걸 모르겠냐고? 척 보고도 이문열의 의도를 모르나?

  

    척 보고도 오 한강에서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 똥들과 대화할 이유가 있을까? 오 한강이 무엇을 표현했나를 보지 말고 무엇을 표현하지 않았나를 봐야 한다. 왜 625를 관통하는 오 한강에 이승만의 30만 민간인 학살 없고 제주싸움과 여순싸움이 없고 보도연맹이 없는가?


    엉뚱하게 그 자리에 인민재판 에피소드가 왜 들어가? 안기부가 관리하니 그 모양이지 참. 오 한강 보고 감동했다는 똥들이나 박하사탕 찬양하는 똥들이나 이문열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를 전두환으로 착각하는 똥들이나 이발소 그림을 걸어놓는 자나 도무지 대화가 안 되는 거. 


    허무한 거다. 박하사탕이 최악의 한국영화는 물론 아니다. 그 정도면 중급은 된다. 다만 영화의 본질인 에너지의 전염성이 없는 영화는 일단 아닌 것이다. 그건 일단 제껴놔야 하는 거다. 부디 공예품과 미술작품을 혼동하지 말자. 잘 만들어도 공예품은 공예품이지 그림 아니다. 


    대충 만들어도 예술은 예술이다. 잘 그려야 예술이 되는 게 아니고 복제되고 전염되어야 예술인 거다. 굳이 잘 그려야 하는 이유가 없다. 요즘 웹툰은 그림실력이 엉망이라고 이현세가 까지만 그림실력이 중요하냐? 창의성이 본질이다.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대화가 되는 거다.

      

    허영만의 오 한강에서 늑대의 썩은 고기 냄새를 맡지 못하는, 늑대가 강변에 숨겨놓았다가 나중에 찾아 먹는 썩은 고기 냄새를 못 맡는 자들과 박하사탕에서 구린 똥냄새를 못 맡았다는 자들과의 대화는 넌센스다. 왜 거기서 순수타령? 70년대 박정희 독재시대로 돌아가고 싶은가?


    난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7.11 (02:24:24)

"잘 그려야 예술이 되는게 아니고 복제되고 전염되어야 예술인 거다. ~ 창의성이 본질이다."

http://gujoron.com/xe/1105067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9.07.11 (13:59:48)

좋아했던 영화인데 눈이 뜨입니다. 
배우고 공감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9.07.11 (15:06:04)

70년대 룸펨 지식인의 변명.

순수한 청년이 전두환 때문에 타락했다는 개소리.

솔직하게 고백해야 합니다.

원래 인간은 추악한 존재가 맞고 

총을 주고 쏘라고 명령하면 쏘는게 군인이며

그 상황에서 선택은 묵묵히 죄 없는 민간인을 쏘든지 

아니면 전두환을 쏘든지 둘 중에 하나지 그 외에 선택지는 없습니다.

마치 독일인들은 선량한데 히틀러가 버려놨다는 식의 변명이 역겨울 뿐입니다.

전두환이 이 영화 보고 이렇게 변명할 거

맞어 맞어 이거 내 이야기네. 

나 원래 조국을 사랑하는 순수한 청년인데

북괴의 남침 우려에 안보를 책임지려다보니 이렇게 꼬여버렸네.

나의 순수를 찾아줘서 고마워. 이창동.

[레벨:2]말시인

2019.07.13 (08:50:23)

그래서 '버닝' 또한 그렇게 척추 에너지 없이 허무하게만 느껴졌나바요;;;;

라이프 오브 파이 란 소설 원작의 영화가 동렬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에너지가 있는 이야기'의 예에 적합할 듯해요. 

작은 보트에서 호랑이와 함께 바다 한가운데를 표류하게 된 청년. 

http://postfiles11.naver.net/20130218_74/zzid2_1361148932703bt1B4_PNG/%C6%C4%C0%CC10.png?type=w2

이 한 장의 이미지만으로 모두의 눈을 동그랗게 만드는 그런 힘.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9.07.14 (20:18:22)

동렬님 댓글로 좀더 명확해집니다.
감사합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508 세상은 효율이다. 김동렬 2019-07-23 3937
4507 모든 존재는 운동한다 1 김동렬 2019-07-22 5665
4506 사건은 일어난다 1 김동렬 2019-07-22 5908
4505 효율의 증가와 감소 2 김동렬 2019-07-21 5846
4504 엔트로피와 필승법 1 김동렬 2019-07-20 3931
4503 엔트로피를 써먹자 2 김동렬 2019-07-19 4907
4502 답은 에너지다 3 김동렬 2019-07-18 5163
4501 지식인이 멍청한 이유 image 4 김동렬 2019-07-18 4827
4500 마흐의 물통 3 김동렬 2019-07-17 4947
4499 왜 공자소환인가? 8 김동렬 2019-07-15 4617
4498 또라이가 문제다 1 김동렬 2019-07-14 4914
4497 소인배의 권력행동 3 김동렬 2019-07-14 5180
4496 나폴레옹의 비결 1 김동렬 2019-07-12 5090
4495 우주는 아름답고 단순하다 1 김동렬 2019-07-11 5163
» 박하사탕은 똥이다 5 김동렬 2019-07-10 4647
4493 백 배로 즐길 수 있다. 1 김동렬 2019-07-09 4849
4492 에너지 회수가 근본이다 4 김동렬 2019-07-08 5154
4491 관계를 보는 눈을 얻어야 한다. 2 김동렬 2019-07-08 5010
4490 만남이 노력에 앞선다 2 김동렬 2019-07-07 4852
4489 진화는 방향성이 있다 1 김동렬 2019-07-07 5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