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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055 vote 0 2019.07.04 (17:15:44)

    
    진화는 방향이 있다.


    진화를 실험해 볼 수는 없을까? 있다. 전통 중국무술을 단숨에 발라버린 쉬샤오둥의 활약이 그렇다. 사실 중국무술은 상당 부분 전통무술이 아니라 19세기에 갑자기 생겨난 것이다. 다양한 문파가 있지만 공통점은 권투를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권투와 권투가 대결하면 누가 이길까? 당연히 권투가 이긴다. 


    지는 권투는 베어너클bare knuckle이다. 그런데 복싱의 원조인 베어너클이 중국 고무술과 비슷하다는 점이 각별하다. 즉 권투도 원래는 영춘권 수준이었는데 대결을 하면서 진보했다. 19세기 베어너클 고수와 타이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당연히 백대빵으로 타이슨이 이긴다. 옛날 권투는 근접전을 하지 않았다.


    상대가 접근하면 팔로 상대주먹을 쳐내는데 이는 영춘권이 상대의 주먹을 쳐내는 것과 비슷하다. 과거에는 하체를 쓰지 않았다. 그래서? 영춘권 고수와 베어너클 고수가 대결하면 비슷하다. 즉 고무술은 동양이든 서양이든 별 차이가 없는 것이며 오직 실전을 많이 한 무술이 이긴다. 권투술은 그동안 진보해 왔다. 


    실전을 해야 진보한다. 그렇다면 중국 고무술의 정체는 무엇일까? 사기다. 팔극권의 이서문, 형의권의 곽운심과 상운상, 홍가권의 황비홍, 연청권의 곽원갑, 태극권의 양로선, 팔괘장의 동해천, 영춘권의 엽문 등은 청조가 망하고 혼란기에 갑자기 유행한 것이다. 청조는 반청복명을 주장하는 무술인을 탄압해 왔다.


    의화단의 난으로 알 수 있다. 이들이 수련하는 투로나 형은 병기술을 차용한 것이다. 권법이 아니라 무거운 창이나 칼을 다루기 위해 힘을 기르는 체조가 갑자기 맨손무술로 둔갑한 것이다. 물론 이들의 다양한 기술 중에는 오래된 것도 있을 것이나 진지하게 무술로 배운 것은 아니다. 칼이 있는데 왜 맨손을 쓰지?


    단순히 병사들의 체력훈련이나 오락으로 전해지던 것이 청조가 망하면서 갑자기 무술로 둔갑한 것이다. 태껸이나 씨름은 무술이 아니라 스포츠였다. 샅바를 잡고 겨루면 씨름이요 샅바를 매지 않고 겨루면 태껸이다. 수벽치기는 손뼉인데 카자흐스탄 등의 스탄나라에서 비슷한 경기를 하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올라온다.


    근래에 다양한 중국무술이 발달한 배경에는 지리적인 격리의 효과가 있다. 이는 진화론과 통하는 것이다. 각 문파는 대결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실전은 없었고 고수들의 일화는 꾸며낸 것이고 이는 섬처럼 고립된 지역에 도도새와 같은 특이한 동물이 사는 것과 같다. 문제는 수렴진화다. 격투기는 결국 비슷해진다. 


    가장 효율적인 동작을 구성하는 쪽이 무조건 이기도록 되어 있다. 다양한 문파의 무술이 각자의 장점을 살리며 공존하는 그림이 근사하지만 현시창이다. 격투기 하나만 살아남고 태권도든 가라데든 유도든 점점 어린이 학원이 되어간다. 무술의 목적은 적을 제압하는 것인데 가장 빠른 방법은 역시 총을 쏘는 것이다.


     칼은 총보다 못하고 맨손은 칼보다 못하다. 중국무술이 흥한 배경에는 청조의 탄압이 있다. 탄압하다 보니 실전성이 사라졌고 갑자기 탄압이 풀리니까 이상한 것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격투기에 밀려버렸다. 진화에는 방향이 있다. 가장 효율적인 동작의 구성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룰이 중요하다. 


    룰은 환경과 같다. 환경만큼 진화한다. 생태계에 동물과 식물의 종이 다양한 이유는 지구의 기후와 환경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사자가 쫓아와도 토끼가 굴속에 숨으면 방법이 없다. 굴이라는 환경이 있는 것이다. 진화의 총량은 환경의 총량에 비례한다. 문제는 인간이 환경을 만들어내고 또 환경을 파괴한다는 점이다. 


    진화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극대화하는 한 가지 방향으로 일어난다. 오늘날 다양한 스포츠 종목은 다양한 환경과 같다. 축구든 야구든 룰의 차이가 환경의 차이다. 실전무술은 격투기 하나로 수렴진화한다. 상대를 쓰러뜨리고 제압한다는 하나의 룰만 채택되면 다양성이 비빌 언덕은 없다. 무술은 점점 왜소해진다.


    틀린 생각 - 진화는 우연이다. 우연히 일어난 변이 중에 자연이 선택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 보수꼴통이 정답이다. 


    바른 판단 - 진화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이다. 환경을 읽는 능력이 유전자 시스템에 있고 환경이 변하면 그 변화된 환경에 맞는 변이가 일어나서 환경에 최적화된다. 환경변화를 선점하거나 능동적으로 환경변화를 주도하는 쪽이 자신에게 유리한 룰을 만들어 지배한다. 진보가 힘을 합쳐 환경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다윈의 진화론은 필연 보수주의를 부른다. 환경의 종류만큼 진화가 일어나므로 의도적으로 다양한 환경을 만들어내야 한다. 다양한 스포츠 종목이 필요한 것과 같다. 부단히 룰을 바꾸어야 한다. 한 가지 룰이 고착되면 백퍼센트 퇴행이 일어난다. 마이너스 되어 단조로워진다. 달나라에 우주선을 보내는 것과 같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1/6이다. 지구에서 달로 보내는 힘은 달에서 지구로 보내는 힘의 6배가 될까? 천만에. 중력의 제곱에 비례한다. 아폴로 계획의 세턴 로켓이 총중량 3천 톤이라면 지구 귀환선 연료는 2.5톤이다. 이는 반대로 진화할수록 경우의 수가 로그곡선을 그리며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한다는 의미다. 동물은 한계점까지 와서 더 진화하지 않는다.


    진화는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의 함수관계에 의해 수학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확률에 의해 답은 미리 정해져 있다. 이는 외계의 다른 별에 생명체가 있다면 지구와 비슷한 코스를 밟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생명체가 진화할 수 있는 축복받은 환경을 이루는 골디락스존이 우주에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문명의 진보 역시 그러하다. 


    유럽이 발전한 것은 지리적 환경이 다양했기 때문이다. 대서양과 지중해와 흑해와 북해라는 네 개의 바다를 끼고 아프리카와 아랍과 동유럽에 알프스와 피레네와 다뉴브강으로 막혀서 적절히 균형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국은 중원이 뻥 뚫려서 다양성이 없다. 반대로 지금은 한반도가 사대강국 사이에서 유리한 지점을 차지했다. 확률이 높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7.05 (03:45:18)

"환경의 종류만큼 진화가 일어나므로 의도적으로 다양한 환경을 만들어내야 한다. ~ 한 가지 룰이 고착되면 백퍼센트 퇴행이 일어난다. 마이너스 되어 단조로워진다."

http://gujoron.com/xe/1103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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