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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217 vote 0 2019.03.19 (12:09:15)



    사랑은 척력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무언가를 싫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누군가를 싫어하지 않는 사람은 진정으로 무언가를 좋아할 수 없다. 그저 흉내나 낼 수 있을 뿐이다. 싫다는 자연에 있는 것이고 좋다는 그것을 틀어 2차적으로 생성되는 것이다. 인간은 원래 에너지가 있고 그 에너지는 확률적으로 충돌한다. 싫다가 만들어진다. 


    싫은 것을 회피할 때 좋은 것을 만난다. 왕자와 공주는 사랑하지 않는다. 싫어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거절당해 본 적이 없는 재벌 2세가 진짜 사랑을 알 수 없는 이치다. 거지도 사랑하지 않는다. 곰팡이가 핀 밥도 먹어야 하는 거지는 그 어떤 것도 싫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족민은 사랑하지 않는다. 


    적은 반드시 죽여야 하는 부족민은 싫어하는 것과 공존해본 경험이 없다. 싫어하면서도 참고 견디는 동물은 인간뿐이다. 그러므로 인간만이 사랑할 수 있다. 7살까지는 괜찮다. 누구든 왕자와 공주 대접을 받는다. 열두 살까지는 그럭저럭 살만하다. 숙제 외에 별로 부담이 없다. 사춘기가 되면 억압은 시작된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사방에서 옥죄어 온다. 자기혐오가 시작된다. 이 시기에 가족과 트러블이 있는 사람이 일찍 독립하고 일찍 결혼하는 법이다. 소년기에 부모의 억압을 피해 또래집단에 가담한다. 부모를 욕하며 패거리 문화를 즐긴다. 비속어를 쓰고 술을 먹고 담배를 피우고 하지 말라는 짓은 골고루 다 해본다. 다만 그 시기는 오래가지 않는다. 


    어느 순간 모두가 모두를 비난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들 입에 욕설이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서로를 향해 졸라와 씨바를 구사하며 만나기만 하면 서로를 경멸하고 비난하고 골탕먹이며 낄낄거리는 자신을 혐오하게 된다. 존중받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마이너스 원리다. 서로 욕설을 하고 깎아내려야 친해진다. 


     잘난 척하면 왕따되는 것은 당연하다. 난폭한 질주를 멈출 수 없게 된다. 패거리에서 인기를 얻으려면 위악을 저질러야 한다. 패거리는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좋은 짓을 하면 다른 사람도 함께 좋은 짓을 해야 하는데 그게 부담이 된다. 동료에게 부담을 줄 수 없으므로 나쁜 짓을 한다. 동료를 얻기 위해 위악을 저지르는 것이다.


    부모의 억압을 피해 패거리에 들었는데 부모처럼 꼰대짓을 할 수는 없다. 나쁜 짓을 멈추지 못하면 정준영 된다. 정준영이 위악이 익숙해져서 악행으로 발전한 경우다. 언제나 나쁜 짓으로만 인간은 동료와 코드를 맞출 수 있다. 자신을 바보 취급해야 패거리가 편안하다. 잘난 척하면 어색한 공기가 감돌게 된다. 위화감 느낀다.


    https://news.v.daum.net/v/20190317060051414


    예술분야도 그렇다. 자기 나라를 까는 영화를 만들면 해외영화제에서 상을 받는다. 국뽕이 들어가면 당연히 엄복동 망한다. 힙합은 역시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찌질이 정신으로 성공한다. 자기비하가 먹히는 것이다. 패거리로부터 밀려나고 있다는 이방인의 심리다. 소외의 두려움을 표현한 거다. 소년이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 나 바보에 머저리에 창녀에 양아치에 상등신이다. 됐냐?' 이러면 에미넴이다. 랩가수들이 서로 디스하는 이유가 있다. 에미넴이 친어미를 디스하는 이유가 있다. 위악을 저지르는 것이다. 청소년이 패거리에 가담하는 방법이다. 이방인의 정신이 그러하다. 모르는 너와 내가 만나 우리가 되는 데는 합당한 절차가 필요한 거다.


    계속 이 시기에 머무르면 안 된다. 그 위악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때 비로소 사랑은 시작된다. 문제는 일정한 시차가 있다는 점이다. 엄마를 미워하면 가출하여 패거리에 든다. 패거리를 미워하여 독립하면 사랑에 빠진다. 두 번 미워해야 한다. 부모의 보살핌으로부터 독립하여 패거리에 들지만 패거리의 위악에 더 절망하게 된다.


    서로 디스를 하다가 절망하여 문득 존중받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사랑을 찾아 결혼하게 되는 것이다. 현실은 어떤가? 미워하는 것이 없으니 독립하여 패거리에 들지도 않고 그러므로 패거리를 떠나지도 않고 따라서 사랑하지도 않고 결혼하지도 않는 시대가 되었다. 대개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이 일찍 결혼하는 법이다. 


    뭔가 갈증을 느끼고 허기를 느끼는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법이다. 자기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척력이 먼저다. 부조리를 발견하고 분노한 사람이 동지를 구하게 되는 것이 사랑이다.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해서 곧바로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과의 싸움을 걸어가는 대진표가 나와줘야만 한다.


    묻노니 당신은 어떻게 세상과 싸움을 걸어갈 대진표를 짰는가? 그게 없다면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거다. 패거리에 들어 남혐하고 여혐하며 흑혐하고 백혐하며 혐일하고 혐한하며 서로를 디스하며 만인이 만인을 비난하며 시시덕거리는 게 당연하다. 청소년은 패거리에 가담하지만 서로 디스하므로 진정한 동지가 못 된다.


    승리나 정준영처럼 누가 더 양아치인지를 경쟁하지만 그게 패거리에 아부하는 행동이다. 존중받지 못한다. 의사결정을 못 한다.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는 게 보통이다. 부담이 되는 척력과 거기서 탈출하는 인력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그러므로 우리는 잘못 알게 된다. 싫음이 좋음을 만든다는 사실을 모르게 되는 것이다.


    척력이 없는 사람 있다. 분노가 없는 사람 있다. 좌절이 없는 사람 있다. 그들은 사랑이 없다. 결혼하지만 쇼윈도 부부다. 쇼윈도 부부가 행복하게 잘 사는 경우도 많다. 함부로 분노를 표출하며 파트너에게 사랑을 갈구하면 오히려 위태로운 것이다. 행복해지기를 원한다면 사랑 없이 좌절 없이 쇼윈도 부부로 사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그런 사람은 집단의 리더가 될 수 없다. 기껏해야 안철수가 될 뿐이다. 인간의 위악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척력을 인력으로 트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척력이 없이 인력만 있는 사람은 인력이 없는 사람이다. 분노가 없이 사랑만 있는 사람은 사랑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본질을 모른다.


    있는 에너지를 소비할 뿐 없는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노무현이 해낸 것을 하지 못한다. 사람을 사랑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구조론연구소에서 환영하지 않는다. 가슴에 슬픔을 담지 않은, 이야기를 감추지 않은, 완전성에 도전하지 않는 안전하게 성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잘 먹고 잘사는 사람과 내가 대화할 이유는 없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3.20 (06:37:53)

척력이 없는 사람 있다. 분노가 없는 사람 있다. 좌절이 없는 사람 있다. 그들은 사랑이 없다. ~ 있는 에너지를 소비할 뿐 없는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http://gujoron.com/xe/107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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