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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모에 참여하는 이유는 노사모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좋기 때문이다.

노사모 해체요구 옳은가?

대선도 끝났으니 노사모를 해체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다수인 듯 하다. 옳은 말이다. 필자도 상당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에 혹시 인터넷에 대한 무지가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

먼저 노사모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말하면 필자는 노사모 회원이 아니다. 필자가 노사모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는, 노사모를 오프라인 위주로 활동하는 모임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과연 그런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는 노사모에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오프라인 번개모임이야 말로 노사모가 보여주는 특유의 역동성의 원인이 아닌가 한다.

인터넷에는 몇가지 종족들이 있다. 게시족이 있는가 하면 리플족도 있고, 롬족도, 번개족도 있다. 노사모의 원동력은 번개모임에 있다고 본다. 그들 번개족들은 왜 걸핏하면 번개를 치고 모이는 것일까? 그렇게 모이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그들이 노사모에 모여서 활동하는 이유는 노사모에서 활동하는 인간들이 좋기 때문이다. 그들을 만나고 술 한잔을 나누고 대화하는 데서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누가 이들의 행복을 빼앗을 수 있다는 말인가?

사람이 사람이 좋아서 만나겠다는데 누가 무슨 명분으로 방해한다는 말인가? 많은 사람들이 노사모를 노무현을 대통령 만들려는 정치적 목적의 결사체로 보는 듯 하다. 물론 그런 목적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들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 모이는 것이 아니라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모이는 것이다. 이거 알아야 한다. 게시족들이 번개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데 이문옥닷컴은 이문옥씨를 서울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사이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문옥씨가 낙선한 후에는 사이트를 닫아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문옥닷컴에 여전히 네티즌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면 단지 거기에 모이는 사람들이 좋아서 모이는 것일 수 있다. 이런 식이다.

노무현은 당선되었다. 그러므로 목적은 달성되었다? 아니다. 애초에 목적이 있어서 안된다. 중요한건 삶이다. 목적과 동기가 앞서는 모든 행동은 불순하다. 촛불시위도 마찬가지다. 미국을 반대한다는 목적이 앞선다면 실패한다. 그것이 우리의 축제이고 삶의 방식이라는 사실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노무현이 당선되었으므로 당연히 노사모의 역할과 성격도 변해야 한다. 그러나 대책없이 해체해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만약 투표로 결정한다면 노사모를 해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줄 이유는 없다.

그것은 한국인이 아닌 사람이 한국의 대선에 투표할 이유가 없는 것과 같다. 노사모를 반대하는 사람에 의해 노사모의 운명이 결정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만들기가 노사모에 참여하는 유일한 이유였던 사람은 당연히 나가야 한다.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는 것이다.

노사모가 부작용을 낳을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허나 세상에 부작용 없는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한 문제는 노사모의 구성원 개개인의 자질에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노사모들이 형편없는 사람들이라면 부작용을 낳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부작용은 없을 것이다.

인사모라고 해서 인물과사상 독자모임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 사람들이 거기에 모여서 도무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거기에 모이는 사람들은 거기에 모이는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모임들이 그러하다.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는 사람이 좋기 때문이다. 서프라이즈 독자모임도 조만간 탄생할 것이라 기대된다. 왜 모이는가? 서프라이저들이 좋기 때문이다. 대화가 통하기 때문이고 의기가 투합되기 때문이다. 술맛이 나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들의 삶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노사모를 해체하라는 말은 인간의 삶을 부정하는 경솔한 판단일 수 있다. 왜 노사모인가? 그게 삶이다. 인터넷 세대의 삶이 그러하다. 왜 촛불시위인가? 그것이 인터넷세대의 삶이다. 어떤 경우에도 그러하다. 정치적 목적을 전면에 내세워서 안된다. 삶이 우선이어야 한다.

덧붙이는 이야기
- 필자는 노사모회원도 아니고 노사모의 향후 진로에 개입할 의사도 없습니다. 그냥 개인의 생각으로 받아들여주시기 바랍니다. 세상엔 다양한 의견이 있어야 하니까.

촛불은 올리고 깃발은 내려라!

촛불시위가 성공한 이유는 범대위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범대위의 역할을 과소평가해서 안된다. 그러나 촛불시위 현장에서 많은 참여자들이 민노당의 깃발 때문에 어색함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촛불시위에 대한 필자의 의견도 앞에서 말한 노사모의 존립에 대한 판단과 같다. 어떤 경우에도 의도와 목적이 전면에 나서서는 안된다. 중요한건 우리의 삶이다. 촛불시위는 인터넷세대의 삶이자 축제이자 문화이다.

필요한건 방아쇠다. 아무리 밑바닥에 고인 분노와 열정이 거대하다 해도 불을 붙여주는 한 알의 불씨가 없고서야 일이 성사되지 않는다. 범대위의 역할은 그 방아쇠의 역할, 요원의 들불을 일으키는 한 알의 불씨의 역할로서 끝나야 한다.

효순이와 미선이가 죽었기 때문에 촛불을 켜는 것이 아니다. 그 이전에 켜켜이 쌓인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른 장작에 불을 당긴 것은 효순이와 미선이지만, 그 장작을 바싹 말린 주범은 따로 있다. 그것은 미국이 그간 한국에서 해온 짓이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목적은 수단 뿐 아니라 그 어떤 것도 정당화할 수 없다. 목적과 동기가 존재한다는 그 자체로 이미 순수하지 않은 것이다. 촛불시위는 어떤 구체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순수란 무엇인가? 미국을 반대하려는 구체적인 목적이 아니라 그동안 미국에 당한 설움이 쌓이고 쌓여 감당할 수 없는 지경까지 차올랐기 때문에,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저절로 터져나오는 목소리이어야 순수인 것이다. 이것이 진짜다.

깃발은 내려져야 한다. 촛불은 올려져야 한다. 촛불시위의 현장은 고대 희랍의 아고라와 같아야 한다. 특정 정치세력의 확성기는 꺼져야 하고 작은 연단이라도 마련하고 시민들이 자유로이 발언하는 자유토론장이 되어야 한다.

왜 깃발을 필요로 하는가? 그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확성기와 깃발 없이는 애초에 시위대열이 도로를 점유하는데도 실패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범대위의 역할을 과소평가해서 안된다. 거기까지다. 깃발과 확성기의 역할은 시위대열이 도로를 점유하는 단계에서 끝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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