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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275 vote 0 2016.12.14 (14:21:01)

    

    구조론 5분 스피치


    인간은 눈으로 본 것을 말한다. 뒷북이다. 제대로 보려면 자연의 존재 그 자체의 움직여가는 것을 봐야 한다. 역시 부족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자연의 존재 이전에 밑바닥에 잠복해 있는 에너지의 작동을 봐야 한다.


    지진이 났다. 건물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 이미 늦었다. 지반을 봐야 한다. 무른 지반이냐 단단한 지반이냐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 다르다. 그래도 역시 부족하다. 마그마를 봐야 한다. 밑바닥에 고여있는 에너지를 봐야 한다.


    에너지가 결정한다. 존재는 사건이고 사건의 진행에는 시간이 걸리며 우리가 사건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시간이 흘러 과거가 되어 있다. 밤하늘의 별을 본다면 10만년 전을 보는 것이니 우리은하의 크기가 10만광년이다.


    존재의 배후에 사건이 있고 사건의 배후에 에너지가 있다. 전모를 보지 않으면 안 된다. 눈으로 보는 것은 과거를 보는 것이며, 움직임을 추적하여 보는 것은 현재를 보는 것이고, 에너지를 보는 것은 미래를 보는 것이다.


    ◎ 하수의 과거 – 존재, 가속도의 법칙
    ◎ 중수의 현재 – 사건, 작용반작용의 법칙
    ◎ 고수의 미래 – 에너지, 관성의 법칙


    보이는 사실에 의지하는 것은 가속도의 법칙을 쓰는 것이다. 컵이 있다. 그대가 컵을 손으로 밀면 컵은 저만치 밀려간다. 당신은 원하는 위치로 컵을 옮겨놓을 수 있다. 컵이 당신보다 작기 때문이다. 하수도 컵은 다룬다.


    컵의 질량과 거기에 투입한 시간을 계산하여 컵이 움직여간 거리를 계산할 수도 있다. 문제는 상대가 만만치 않은 경우다. 당신에게 힘이 없을 때이다. 가속도를 쓸 수 없다. 왜냐하면 상대가 꿈쩍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수통을 들어보기로 하자. 힘이 없는 사람이라면 기술을 써야 한다. 먼저 생수통의 무게중심을 파악해야 한다. 생수통을 한 쪽으로 슬쩍 기울인 다음 무게중심에 한쪽 팔을 대어 지렛대 삼아 받치고 들어올려야 한다.


    이 원리가 역으로 작동한 것이 영천할매돌현상이다. 우리는 돌을 들어올릴 때 팔로 든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척추로 든다. 등을 굽혔다가 펴면서 돌을 드는데 문제는 자신이 어떤 방법을 쓰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기도를 하면 조심스러워져서 팔힘만으로 들려고 한다. 돌이 바닥에 딱 붙어서 안 들린다. 양팔을 물체에 고정시키고 등을 굽힌 다음 굽혔던 허리를 펴는 방법으로 상체를 사용하여 드는데 우리는 그런 내막을 모른다.


    이러한 방법을 씨름판에서 쓴다고 하자. 자신의 상체를 상대방보다 낮추어 들배지기를 하거나 뒤집기를 시도해야 한다. 이때 상대가 밀어치기로 나오면 되치기를 당한다. 중수의 방법을 쓰다가 고수를 만나면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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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고수는? 관성의 법칙을 쓴다. 이때는 외부에너지를 쓴다. 촛불의 힘은 정치권 밖의 힘이다. 지난 9년 동안 이명박근혜의 삽질이 누적된 힘이다. 무엇이든 이긴다. 외부 힘을 끌어들일 때는 힘조절을 잘해야 한다.


    에너지 낙차가 있는 방향으로 기동해야 한다. 의사결정이 쉬워지는 정도만큼 에너지 낙차가 있다. 잘못하면 촛불에 치인다. 레닌이 외부힘을 끌어들였지만 스탈린은 국내파의 힘으로 먹었다. 그쪽에 에너지 낙차가 있다.


    외부의 힘을 함부로 끌어들이다가는 외세에 밀려서 우크라이나처럼 멸망한다. 외부의 힘을 거부하면 고립주의로 망한다. 상호작용총량이 증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에너지 낙차를 따라가면 상호작용이 증대된다.


    외부의 힘을 끌어들이면서도 그 외부에 맞서는 형태로 움직여야 관성을 쓸 수 있다. 앞잡이가 안 되려면 말이다. 하수는 보이는 것을 보고 중수는 역지사지로 본다. 메커니즘을 보고 반대편을 본다. 고수는 외부를 본다.


    그리고 타이밍을 잰다. 고수는 대지가 바싹 마르는 늦봄까지 기다렸다가 때가 무르익었을 때 마른 섶에 불을 지른다. 촛불과 같다. 응축된 에너지를 단번에 폭발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거룩한 분노가 필요하다.


    거룩한 분노는 옳고 그름을 넘어서 있다. 에너지를 통제하는 자가 먹는다. 상대방의 힘을 이용하려고 꼼수를 부리는 자는 망한다. 촛불에 편승해서 어떻게 해보려고 개헌론에 불지피며 수작 부리는 자는 반드시 망한다.


    플러스로 가면 망하고 마이너스로 가면 흥한다. 플러스는 개헌론으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어 에너지 낙차를 없애고 마이너스는 한놈만 패기로 상황을 단순화 시켜 에너지 낙차를 생성한다. 누가 상황을 복잡하게 하나?


    사실의 배후에 메커니즘이 있고 메커니즘의 배후에 에너지가 있다. 에너지를 통제하는 자가 최후에 이긴다. 에너지 낙차를 조달하는 자가 에너지를 통제한다. 상황을 단순명료하게 만드는 자가 에너지 낙차를 조달한다.


    ◎ 하수는 반응한다.
    ◎ 중수는 대응한다.
    ◎ 고수는 설계한다.


    하수는 반응하는 자, 중수는 대응하는 자, 고수는 판을 설계하는 지배자의 관점으로 본다. 반응하면 망하고 대응해도 부족하며 지배해야 한다. 화가 났다고 곧 화를 내는 것은 반응하는 것이다. 선수가 아니라 후수다.


    섣불리 반응하지 않고 본심을 감추며 상대방의 의도를 읽고 선제대응하는 것이 중수다. 그러나 고수는 대응하지 않는다. 그냥 밟아버린다. 고수가 항상 고수의 방법을 쓰는 것은 아니다. 고수의 방법은 가끔 써야 한다.


    고수라도 단기전은 하수, 중기전은 중수의 방법을 쓴다. 고수가 매번 고수의 방법을 쓰면 안 된다. 제갈량이 매번 솜씨를 발휘하면 안 된다. 고수는 한 번 시범을 보인 후 방법을 쓸것처럼 위협해서 자진항복을 받아낸다.


    고수의 방법은 에너지를 충분히 비축해둔 상태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수의 방법이 때로는 하수의 방법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하수는 눈치보지 않고 자기 힘을 쓴다. 중수는 눈치보고 신중하게 행동한다.


    고수는 하수처럼 눈치보지 않고 비축해둔 힘을 쓴다. 그런데 다르다. 비축해둔 상태에서만 하수처럼 그냥 받아버린다. 그 전에 비축하려면 반대쪽으로 움직여야 한다. 왼쪽으로 가려면 오른쪽 깜박이를 넣어야 한다.


    고수는 왼쪽으로 가더라도 사전에 오른쪽을 건드려서 그 쪽의 반작용 힘을 빼놓고 간다. 왼쪽 복지가 중요하다면 오른쪽 성장에 대응해서 그쪽의 맞서는 힘을 빼놓고 간다. 그래야 경제가 정치의 발목을 잡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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