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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담론시장에서 부동의 파워맨 1위를 자랑하던 강준만이 최근 잇다른 완착으로 네티즌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있다. 그의 파워맨 순위는 크게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자빠링들의 시대도 가고 파워맨들의 시대도 갔다. 인터넷이라는 자체 동력을 장착한 국민의 힘이 시민정치시대를 연다!

그는 두가지 점에서 실수하고 있다. 하나는 인터넷마인드 부재로 ‘서프라이즈’ ‘국민의 힘’이 탄생하는 등 급변하는 인터넷환경에서 네티즌과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고, 둘째는 노무현정권과의 관계설정에 실패한 사실이다.

강준만은 명실상부한 DJ정권 창출의 1등공신이다. 국민의 정부 이후 DJ의 측근정치를 비판하는 등 DJ와의 관계가 소원해졌으나, 대신 노무현을 발굴하므로서 파워맨 1위의 영향력을 유지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노무현정권과의 관계도 애매해져버렸다.

강준만은 서동구를 KBS 사장에 임명하려 한 노무현은 알아도, 정연주를 KBS사장에 임명한 또다른 노무현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그가 노무현에게 『고언사조직』을 건의한 것은 DJ가 그러했듯이 노무현정권 역시 외곽세력을 중용하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강준만은 노무현권력의 특수성을 이해했어야 했다. 노무현은 DJ와 달리 『똑똑한 참모』를  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유능한 팀장』을 구하는 사람이다. 그는 386중심의 인터넷세대가 창출한 전혀 새로운 권력형태의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한 것이다.

강준만! 광야에서 소리치는 한 사람의 논객으로 남을 것인가?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동참할 것인가? 그는 외곽에서 지원하는 한 사람의 논객으로 남는 길을 택할 것이다. 문제는 그의 선택이 과연 순수한 그의 의지였는가이다.

강준만은 적어도 『한국의 앙드레 말로』가 되는데 실패하고 있다. 『참여적 지식인의 한국적 전범』을 보여주는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좋지 않다.

그의 현대사 정리작업과 참여지식인의 한국적 전범을 남기는 일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필자는 후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런 기회는 여러번 오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강준만의 실기는 한국을 위해서도 손실이고 그 자신을 위해서도 유익하지 않다.

시민정치시대의 마인드 부족
문제는 포지셔닝이다. 현실정치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적절한 기회에 지역구포지션에서 전국구포지션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혼탁한 정치현실은 그에게 적절한 포지션 변경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그의 꿈이 너무 소박했는지도 모른다.

인터넷 여론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서프라이즈의 탄생과 국민의 힘, 그리고 노사모의 활동이 추동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건 전혀 다른 것이다. 바야흐로 『시민정치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제 네티즌들은 자기들 스스로의 내재한 논리에 의해 움직이게 되었다. 그렇다면 파워맨의 시대는 갔다.

무엇인가? 시스템이다. 저절로 굴러가는 시스템이 한번 만들어지면 누구도 제어할 수 없다. 그들은 이미 네티즌의 특성에 기초한 그들 스스로의 내재적인 완결성과 논리적 일관성을 획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깃발의 시대는 가고 엔진의 시대가 왔다. 광야에서 홀로 깃발을 흔들었던 강준만의 소임은 끝나고 『국민의 힘』이라는 기관차가 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제 그들은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그들 스스로의 동력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강준만은 어물어물 하는 사이에 지휘자의 위치에서 참견자의 위치로 밀려나고 말았다. 뿐이랴. 진중권, 홍세화, 박노자 등 한 칼 한다던 명망가의 시대는 갔다. 그들은 이제 네티즌을 장악하거나 조종할 수 없게 되었다. 세상이 밑바닥에서부터 변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게임의 본질은 무엇인가?
정치게임의 본질은 『느슨한 다수』『열렬한 소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이다. 민주주의는 산술적 다수가 먹게 되어 있다. 일견 이인제의 느슨한 다수가 노무현의 열렬한 소수보다 우세해 보인다. 그러나 노무현이 이인제를 꺾은 사실에서 보듯이 실제로는 열렬한 소수가 항상 이겨왔다.

성원이 100이라면 과반수 55의 지지를 끌어내는 자가 승리한다. 처음부터 55를 얻을 수는 없으므로 그 55 안에서 다시 다수인 30의 지지를 먼저 끌어내야 한다. 그 30 또한 쉽지 않으므로 다시 그 과반수인 16의 지지를 끌어내는 것으로 정치인은 데뷔한다.

민주주의가 항상 다수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강력한 16의 지지만으로도 전체 100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기묘한 시스템이다. 문제는 우선순위다. 먼저 강력한 16의 핵을 만들고, 이 핵을 발판으로 여타세력과의 제휴를 통하여 차례차례 다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충성으로 만들어진 상하관계이고, 하나는 계약으로 이루어진 수평관계이다. 처음 16의 핵을 만들 때는 반드시 충성으로 엮어져야 하지만, 이 16을 기반으로 30과 55를 향해 나아갈 때는 수평적인 계약으로 엮어져야 한다.

이 지점에서 지역구포지셔닝과 전국구포지셔닝이 구분된다. 지역구 포지셔닝은 애정결혼으로 엮어진 16의 소수정예를 획득하기 위한 투쟁이고, 전국구포지셔닝은 계약결혼으로 엮어진 55의 산술적 다수를 확보하는 일이다.

투사로 남으려면 지역구포지셔닝이 필요하고 현실정치가가 되려면 전국구포지셔닝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유시민의 포지션 변경은 성공하고 있다.

16의 애정결혼에서 55의 계약결혼으로

개혁의 탑을 쌓기 위해서는 뜨거운 심장과 함께 냉철한 수읽기도 필요하다.

처음부터 다수인 55를 획득하려고 덤비는 자는 100프로 실패한다. 이인제처럼 망가진다. 구심점이 되는 핵이 없기 때문에 애초에 덩어리가 뭉쳐지지 않는다. 노무현의 한 방에 와르르 무너진다. 그러므로 초반에는 강고한 원칙주의로 가서 단단한 핵을 뭉치는데 주력해야 한다.

진보누리와 같은 좌파들은 쉽게 그 핵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강고하다. 그들은 소수의 충성분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점에서 진중권들의 선택은 옳았다. 거기까지다.

문제는 포지션의 변경이다. 적절한 시점에 수평적인 계약을 통한 외연의 확대가 있어야 한다. 속은 단단해야 하지만 겉은 물러야 한다. 그래야지만 덩어리가 크게 뭉쳐진다. 연대라는 이름의 계약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좌파들은 겉과 속이 균일하게 단단하므로 덩어리가 뭉쳐지지 않아 세를 형성하지 못한다. 진중권이 소수의 추종자를 거느리는 데는 성공하고 있지만 그 추종자들의 열성에 반비례하여 여타세력들과의 수평적 연대는 깨지고 마는 식이다.

강준만도 이와 비슷한 딜레마를 안고 있다. 필요한 것은 결단이다. 그는 지금 시험에 들었다. 최근 행보로 보아 그는 현상유지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강준만 개인을 위해서는 아무러나 상관이 없다. 그러나 파워맨 1위로서의 역할이 끝나가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시민정치시대를 열어가는 서프라이즈의 황금률은?
피플파워시대의 8기통엔진 서프의 진로도 이 지점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만약 서프가 무리하게 대한민국의 55프로를 담보하려 하다가는 조중동의 아류가 되고 말 것이다.

대한민국의 100에서 개혁에 반대하는 45는 일단 포기하는 것이 옳다. 그들은 이회창을 지지한 자들 혹은 지역주의자들이다. 서프는 개혁을 지지하는 나머지 55 중에서 다시 다수파인 개혁신당을 지지하는 30의 황금률을 선택해야 한다.

진보누리는 소수정예의 16을 대표하다가 영영 그 16에 주저앉고 말 것이다. 시대소리는 처음부터 55의 다수를 대표하려다가 내부로부터의 균열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세상 이치가 그렇다. 이것저것 다 받아들이면 안에서부터 금이간다. 대장은 간곳없고 병사들만 남아서 아우성친다. 반면 지나치게 목소리를 통일하면 영토가 점점 좁아져서 대장들만 우글거리고 병사가 한명도 남아나지 않게 된다.

이 풍진 세상에 한눈 팔지 않고 꿋꿋히 바른 길을 가기 위해서는 뜨거운 심장도 필요하지만 냉철한 현실인식과 고도의 수읽기도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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