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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465 vote 0 2003.06.30 (11:28:22)

『최병렬에게는 보수라는 딱지가 붙어있다. 이 딱지는 매우 소중한 것이다. 그 딱지는 그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진보라는 딱지는 완웨이 통행권인데 반해 보수라는 딱지는 투웨이 통행권이다. 보수는 진보로 나아갈 수 있지만, 진보는 보수로 나아가기 어렵다. 전자의 경우는 용단이나 환영의 찬사를 들을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변절이라는 냉소만 쏟아진다. (문화일보 발췌)』

인간아! 네게도 한 때는 순수한 시절이 있었겠쥐! 너 돌려보내고 싶어!


천만에! 보수에서 진보로 나아가는 경우는 역사에 없다. 실제로 그러한 사례가 거의 없다. 설사 그런 일이 있다 해도 30살 이전에나 가능한 일이다.

반대로 진보에서 보수로 훼절하는 경우는 흔히 있다. 아니 대부분이 변절한다. 끝까지 지조를 지키는 사람은 극소수다.

왜? 기수가 달리는 말등에서 굴러떨어지기는 쉬워도, 맨 땅에 선 기수가 달리는 말위로 올라타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개혁은 달리는 말과 같아서 한번 낙오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 동길이도 가고 찬종이도 갔다. 민새도 가고 몽새도 갔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

최병렬은 죽어도 전두환 집안의 귀신
개혁은 의(義)고 수구는 이(利)다. 이(利)는 먹는 밥이고 의(義)는 빛나는 금이다. 금에 돌이 섞여있어도 여전히 금이지만, 밥에 똥이 섞여 있으면 그 밥은 먹을 수 없다.

한번 똥이 된 최병렬이 다시 따뜻한 밥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비가역성의 원리』에 의해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김용옥은 재주 있거든 똥을 밥으로 환원시켜 보거라.)

빛나는 금은 설사 오점이 있고 뉘가 섞여 있다 해도 걸러내면 된다. 노무현의 개혁에 경박함의 돌이 섞여 있고, 신주류의 보석에 한 둘의 잡티가 섞여 있다 해도 용한 세공사에게 맡겨서 잘 갈아내면 된다.

그러나 한번 똥은 영원한 똥이다. 다시는 밥으로 돌아올 수 없다.

의(義)는 스탠스이다. 스탠스는 디디고 선 발판이다. 발판을 잃으면 곧 밑으로 굴러 떨어진다. 한번 5공은 영원한 5공이다. 최병렬은 죽어서 저승에 가더라도 전두환집안의 귀신이 될 것이다.

김용옥의 끝이 없는 몽언시리즈
망언(妄言)은 과분하고 몽언(夢言)이 적당하다. 한나라당 등신주자 전원을 인터뷰한 김용옥기자의 6등신시리즈를 전부 읽어주기에는 내 비위가 강하지 못하니 6월 21일자 썩을 넘의 이재오 인터뷰건만 발췌하기로 한다.

『변절! 과연 정당한 명명(命名)일까? 그에게 이런 수사구가 붙을 수 있는 것은, 민중당 해체된 후, YS가 대권을 잡으면서 자신의 정치적 칼라의 다양성의 과시하기 위해 진보세력을 수용해야 했고, 그 프로그램에 따라 영입한 재야 3총사, 김문수, 이우재에 이어 이재오라는 이름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 하나 때문이다. 그러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나 도올은 그들의 행보를 변절로 생각할 수 없다. DJ밑에 들어가면 진보, YS밑에 들어가면 보수? 그들의 결단은 나약한 인간의 욕망의 함정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시대를 앞지르는 형안일 수도 있다. 변절이라는 이름으로 매도된 세월, 그것은 우리 해방이후 분단사의 굴절일 뿐이다. 변절아닌 굴절, 이제 우리는 그러한 굴절들을 씻어내고 바로 잡아야 할 새로운 시대에 당도한 것이다.』(문화일보 발췌)

『변절』 김용옥세탁소에 맡기면 『굴절』이 된다. 개인의 변절이 시대의 굴절로 책임이 떠념겨지니 잘못한 것은 대한민국이요 이재오는 죄없단다. 조성기의 중앙일보 연재소설 금병매에서, 반금련과 서문경을 흘레붙이는 뚜쟁이 왕파도 김용옥의 솜씨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 조중동의 전선은 어디인가?
생각하라! 이 시대 개혁의 전선에서 본질에서의 싸움이 무엇인가? 좌파 혹은 진보, 소위 빨갱이가 그 낙인을 지우지 않은 채 권력을 잡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조중동의 신화 바로 그것을 깨는 것이다.

예컨대 이재오나 김문수가 잘해서 정권을 잡고 나라를 아주 잘 다스렸다 치자. 조중동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재오는 한때 빨갱이였으나 한나라당에 들어와서 조중동의 검열을 받고 세척과정을 거치더니 개과천선 했다. 다 한나라당의 덕이요 우리의 잘 가르친 덕이다!』

바로 이 논리가 문제인 것이다. 바로 이러한 조중동의 프레임 때문에 이재오의 회개, 최병렬의 개과천선, 한나라당의 환골탈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헤게모니다. 김용옥은 최병렬을 격려하며 진보정책도 수용해주기를 주문하고 있다. 그랬다 치자. 최병렬이 새만금을 살리고 대북정책을 일부 받아들였다 치자. 그래도 조중동의 프레임은 여전히 작동한다. 바로 이 점이 문제인 것이다.

헤게모니는 특정한 논리틀로 만들어진 프레임을 작동시켜 임의로 정치인을 죽이고 살리는 즉 생사여탈권을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 것을 말한다. 조중동의 헤게모니가 바로 이러한 논리틀의 프레임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자칭 진보주의자가 된 김용옥
김용옥은 기자가 되더니 뜬금없이 새만금을 거론하고 특검을 비난하며 진보타령을 한다. 생뚱맞긴 하지만 그 중에는 맞는 말도 있다. 그러나 조중동 프레임에 이용당하기 딱 좋은 소리를 하고 있으니, 무균질 박찬종이 웃고, 이게 뭡니까 김동길이 배꼽잡을 판이다.  

박찬종, 김동길류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아무리 개혁이고 무균질이라도 조중동 프레임에 투항하는 즉 인간이 망가지고 말더라는 뼈저린 교훈이 아닌가?

본질을 봐야 한다. DJ가 이룩한 50년만의 정권교체의 역사적 의의가 무엇인가? 『빨갱이가 잡으면 나라 망한다』는 조중동의 프레임을 깨부순 것이다. 서민후보 노무현 당선의 역사적 의의가 무엇인가? 『엘리트 기득권이 아닌 어중이 떠중이 상고출신이 잡으면 나라 망한다』는 조중동의 프레임을 깨부수는 작업이다.   

생각하라! 왜 조중동이 다른 것은 다 놔두고 DJ의 햇볕정책 하나만 물고 늘어지가? 박전노 50년 독재의 비빌 언덕이었던 『빨갱이가 잡으면 나라 망한다』는 프레임을 다치지 않고 보존하기 위함이다.

생각하라! 조중동이 왜 노무현의 다른 것은 다 놔두고 오직 하찮은 말 실수 한가지만 물고 늘어지는가? 『엘리트 기득권이 아닌 서민이 들고 일어나면 나라 망한다』는 프레임을 보존하여 두었다가 두고두고 써먹기 위함이다.

조중동의 기득권 이데올로기
우리는 흔히 서구에서 흘러들어온 사회주의나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논한다. 우리는 조선일보가 보수우익의 이데올로기를 가졌다고 믿는다. 과연 그럴까? 조중동의 머리 속에 자본이와 우익이가 왕창 들어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철저하게 타산적으로 움직인다. 이것저것 다 따져보고 수지 맞는 장사를 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해관계가 바뀌면 언제라도 태도를 바꿀 집단이다. 그들의 본질은 기득권이며, 이를 위하여 진입장벽을 높이고 여타세력을 배척하는 것이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자기네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양반의 숫자를 줄이려고 무던히 애를 썼던 것과 같다. 이것이 본질이다. 이념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실은 『강남-서울대-특권층문화』를 두드러지게 해서 성역을 쌓고, 진입장벽을 높이므로서 신분상승의 경쟁률을 높이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언제든지 색깔이 다른 이재오, 김문수, 이부영들과 합작할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다.

『개혁? 진보? 좌파? 다데려와. 개네들 폭탄주 석잔만 돌리면 박찬종, 김동길로 만들 수 있어! 쉽잖아!』

조중동의 위세는 자본-우익의 이념이기 이전에 일종의 수구적인 담합이며 텃세다. 이를 위하여 효과적으로 써먹는 논리장치가 DJ를 죽이려는 빨갱이프레임과 노무현을 죽이려는 서민프레임이다.

조중동의 본질은 강남-서울대의 진입장벽
왕조시대에는 양반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서얼을 차대하고 서북출신에게는 벼슬을 주지 않았다. 국가성원 일부를 경쟁에서 원천배제하므로서 기득권을 수호하는 것이다. 조중동의 본질이다.

『너는 여성이니까 빠져! 너는 흑인이니 끼어들지 마라! 너는 외국인이므로 일단 제외된다! 』

이런 식으로 이력서도 보지 않고 원초적으로 배제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필자가 후보단일화 실패에도 불구하고, DJ를지지한 이유는 조중동의 빨갱이프레임을 깨지 못하는 한 독재타도만으로 의미가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냥 DJ가 실패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햇볕 때문에 DJ가 실패해야 하며, 노무현이 실패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노무현의 서민적 면모 때문에 실패해야 한다. 그래야만 같은 논리를 적용하여 두고두고 『원천배제-소수독점』 프레임을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리는, DJ의 성공은 IMF극복 등 타 분야의 성공이 아닌 오직 햇볕의 성공이어야 하며, 노무현의 성공은 다른 분야에서의 성공이 아닌, 오직 『탈권위주의』의 성공이어야 한다.

거함은 함부로 진로를 변경하지 않는다
거함은 일단 번잡한 항구를 빠져나온 다음에는 진로를 변경하지 않는다. 햇볕은 통일의 그날까지 십년이고 백년이고 이대로 간다. 햇볕을 반대하는 자는 영원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이것이 조중동에 맞서는 우리의 프레임이어야 한다.

탈권위주의 또한 계속된다. 차기와 차차기 대통령들도 서민적 면모여야 한다. 이회창류 권위주의자는 영원히 이나라의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신화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조중동의 프레임에 맞서는 우리의 프레임이다.

본질을 논하자. 허무하기 짝이 없는 서구의 수입품 이념타령에 현혹되지 말고 이 땅에 단단히 뿌리박고 있는 본질에서의 악을 꿰뚫어보자. 이 나라의 악은 김용옥이 가치판단의 척도로 제시하는 진보/보수의 개념을 초월하여 더 높은 곳에 군림하고 있다. 강남-서울대 신화를 중심으로 한 조중동의 진입장벽만들기가 그 악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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