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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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8741 vote 0 2015.08.02 (23:40:00)

 

     이기는 경제가 정답이다.


     경제의 정답은 ‘이기는 경제’다. ‘이긴다’는 표현은 경제의 본질이라 할 동물적 생명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경제와 인간의 대결에서 인간이 이겨야 한다. 타인과 싸워 이기라는 말이 아니다. 경제에 인격성을 부여하고 경제라는 녀석과의 대결에서 인간이 이겨야 한다. 왜냐하면 그 경제라는 놈이 의외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경제는 살아서, 순환하고, 변화하고, 성장한다. 그러므로 경제를 다룰 때는 동물을 다루는 방법을 써야 한다. 식물을 다루는 방법은 곤란하다. 경제는 대항하기 때문이다. 경제는 언제라도 인간을 이기려고 기를 쓴다. 인간에게 반항하고 대든다. 그것은 동물의 속성이다. 그러므로 야생마를 길들이듯이 경제를 잘 길들여야 한다.


     식물은 거름을 주는대로 자라주지만 동물은 그렇지 않다. 경제라는 동물은 청소년처럼 반항하는 속성이 있다. 인간의 자유의지와 같다. 자유의지는 주어진 상황에서 전략적인 선택을 한다. 상대를 꺾으려고 하므로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 단기적인 불리함을 감수하고 장기적으로 유리한 카드를 선택하는 것이 자유의지다.


     그것은 게임과 같다. 게임에 승리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인간의 자유의지다. 경제에도 게임의 속성이 있다. 이는 인간이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고정관념과 배치된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무모한 존재, 도박하는 존재, 게임하는 동물이다. 실리와 권세 중에서 헛된 권세를 추구한다.


     인간의 선택은 개인과 집단 사이에서 일어난다. 개인이 손해를 보더라도 가족이 유리해지는 길을 선택하는게 인간이다. 인간은 본인에게 이득이 되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게 아니라, 먼저 집단의 대표성을 얻으려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며 그것이 바로 자유의지다. 문제는 이러한 선택이 무의식 상태에서 일어난다는 점이다.


     동물의 모성본능과 같다. 개가 짖는 것은 도둑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자기 영역 안으로 들어오면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개 자신은 자신이 왜 짖는지 모른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많은 경우 개인은 집단을 위해 희생하는 비합리적 선택을 한다. 집단의 대표성을 얻으려는 행동이다. 대표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경제는 개인 대 개인의 투쟁이 아니다. 집단 대 집단의 게임이다. 중요한 것은 대표성의 획득이다. 대표성을 잘 조직하는 집단이 게임에 승리하고, 의사결정권을 휘두른다. 그것이 권세다. 인간은 집단 안에서의 권세를 추구하는 동물이다. 개인의 이기적인 행동들이 모여서 결과적으로 집단을 번영시킨다는 공리주의는 틀렸다.


     도리어 집단을 해치기 때문이다. 집단이 죽으면 개인도 죽는다. 인간은 개인의 행복을 원하는게 아니라 집단 안에서의 존엄을 원하는 동물이다. 존엄은 집단환경의 변화와 발전에 스트레스를 받아 차라리 환경변화의 주체가 됨으로써 타의에 의해 휘둘리지 않으려는 태도이다. 그것은 지하철 가장자리 좌석에 앉으려는 것과 같다.    


     지하철은 가장자리가 좋고 집단의 의사결정에서는 가운데 자리가 좋다. 다른 사람의 결정에 내가 영향받아 흔들리는 사태를 피하려는 것이다. 개인의 존엄이 사회적으로는 권세의 추구로 나타난다. 권세는 집단 내부에서의 평판, 지위, 인기, 서열, 명성 등 다양한 추상적 요소를 포함한다. 집단 안에서 게임의 주인이 되려 한다.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겸허해야 한다. 그들은 경제를 너무 만만하게 본다. 경제를 살아있는 야생마가 아니라 죽어있는 석장승으로 본다. 가꾸면 자라주는 식물로 본다. 물과 거름을 듬뿍 주면 경제가 잘 자랄 것으로 여긴다. 틀렸다. 경제는 게임이다. 경제가 도리어 인간과 싸워 이기려고 한다. 경제가 인간을 얕잡아 본다.


     경제는 밭 가는 농부의 마음이 아니라, 대결에 임하는 승부사의 마음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와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 경제는 당신을 만만히 보고 속여넘기려 한다. 경제는 언제든 당신을 배반할 준비가 되어 있다. 믿으면 당한다. 경제는 살아있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와 잘 사귀어서 좋은 친구가 되면 다르다.


     경제를 고착된 사물이나, 뻣뻣한 식물로 보는 태도는 인간이 행복을 원한다는 잘못된 전제와, 경제가 효율에 지배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경제의 본질은 권세다. 권세는 집단의 의사결정권을 장악이다. 좋은 경제는 의사결정권을 장악하고 행사할 수 있는 구조로 된 경제이다. 무엇보다 집단 자체가 짜임새가 있어야 한다.


     니체의 권력의지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다르다. 권력은 물리적 지배력이다. 독재자는 권력의 칼자루를 휘두를 뿐 그들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하지 못한다. 그 집단에는 짜임새가 없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멋들어지게 해내지 못한다. 최고의 경제는 최고의 짜임새를 가진 집단에서 최고의 동원력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축구시합이라 치자.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경제가 좋은 경제다. 최고의 포메이션 전술을 가져야 한다. 자본주의는 펠레 한 명의 개인기만 강조하다 재벌독주로 망하고, 사회주의는 일본축구의 패스만 강조하다가 골을 못 넣어서 망한다. 잘못된 포메이션을 쓰고 있다. 때로는 단독 드리볼로 돌파도 해야 한다.


     ◎ 보수의 오류 – 경제를 돌처럼 고착된 효율의 집적으로 본다.
     ◎ 진보의 오류 – 경제를 식물처럼 고정된 행복이라는 척도로 본다.
     ◎ 구조론 정답 – 경제는 의사결정권을 두고 벌이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경제의 목적은 물질적 효율이나 심리적 행복이 아니라 집단의 의사결정권 획득이다. 물질은 죽었고 심리는 판타지다. 과학자는 과학가의 언어를 써야 한다. 행복이니 윤리니 하는 개인의 도덕성을 나타내는 언어들은 신문사 칼럼니스트의 것일지언정 과학가의 언어일 수 없다. 경제는 권력의 한 가지 형태다. 정치가 중요하다.


     자본주의는 총만 있으면 이긴다는 생각이고, 사회주의는 병사만 많으면 이긴다는 생각이다. 실제로는 편제가 잘 갖추어진 군대가 이긴다. 손자병법으로는 이기지 못하나 훈련된 군대는 이긴다. 중대가 강하고 사관이 강한 군대는 이긴다. 국민 개개인이 가진 잠재역량의 백퍼센트를 동원할 수 있는 짜임새 있는 경제가 이긴다.


     그것은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니면서 그 모두를 포괄한다. 자본주의가 이기지 못하는 이유는 개인이기 때문이다. 팀이 개인을 이긴다. 사회주의가 이기지 못하는 이유는 편제가 없기 때문이다. 대장없는 부대는 당연히 패배한다.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전투경험이 없는 군대는 당연히 진다. 이겨본 자가 이기는 것이다.


    ◎ 자본주의 오류 – 뛰어난 병사가 있으나 팀이 없다.

    ◎ 사회주의 오류 – 좋은 팀이 있는데 지도자와 간부가 없다.

    ◎ 구조론의 정답 – 편제를 잘 갖추고 전투경험을 쌓는다.


     남한은 기업가 숫자만큼 지도자가 있는데 북한은 김정은 한 명이다. 중산층도 없다시피 하다. 중간허리인 간부가 없는 셈이다. 구한말 일본에는 수백명의 봉건영주가 있었는데 한국은 고종황제 한 명이다. 지도자 숫자가 너무 적었다. 사회주의는 팀에 집착하여 충분한 숫자의 지도자와 중간 간부를 생산해내지 못한다.


     인간이 원래부터 권세를 추구했던 것은 아니다. 부족민들은 모계사회여서 권세 개념이 없다. 그들은 평화롭게 살았다. 단 튀는 넘은 죽인다. 부족민 사회에서 잘난척 하거나 부를 과시하는 자는 첫 번째로 매장된다. 집단 다구리를 피할 수 없다. 그들은 모두 평등했고 행복했다. 그런데 졌다. 왜? 절대적인 인구증가 때문이다.


     부족민 사회는 많아야 1천 명이다. 그 이상으로 인구가 증가하면 결국 잘난 척 하는 자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으스대는 자가 등장한다. TV 프로그램만 해도 옛날과 달리 잘난척 하며 노래솜씨를 겨룬다거나 하는 프로가 많아졌다. 원래 한국사회에서 잘난척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권세는 근대문명의 산물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가 변한다. 변화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가 개인의 마음을 조종한다. 개인의 존엄에 상처를 낸다. 이에 인간이 권세를 추구하게 된다. 집단의 의사결정권을 장악하려 한다. 의사결정권을 잘 조직한 경제가 흥한다. 재벌은 잘못된 의사결정구조라 망하고 벤처는 좋은 의사결정구조라 흥한다.


     재벌은 한 가지 결정하는데 6개월이 걸려서 망한다. 의사결정권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문제는 권세가 권력과 달리 유행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옷장사들이 계절마다 신상을 내며 유행을 바꾸듯이 의도적으로 바꾼다. 권력은 독재자가 독점하고 바꾸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다. 가부장의 권한, CEO의 권한이 그러하다.


     그러나 권세는 방송국이 해마다 프로그램 개편을 하듯이 수시로 물갈이해야 한다. 북한방송처럼 같은 아나운서가 몇 십년씩 하면 안 된다. 송해 할아버지 장기집권 곤란하다. 권세는 흐르는 물과 같아서 고착될 수 없다. 왜인가? 권세는 애초에 이기려는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거지도 부자 앞에서 오기로 맞서는게 권세다.


     권세는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제압할 의도가 있으므로 역학이 아니라 미학이다. 권력은 역학이나 권세는 미학이다. 권세는 부단히 변신한다. 권세는 변신함으로써 자기 존재를 정당화 한다. 고착된 권세는 죽은 권세다. 세勢라는 단어에는 변화의 의미가 반영되어 있다. 변화하는 권력이 권세다. 바로 그것이 경제의 속성이다.


     그러므로 인류문명은 머무르지 않고 이집트에서 메소포타미아로, 지중해로, 이탈리아로, 프랑스로, 영국으로, 미국과 일본을 거쳐 한국에 상륙하며 지구 한 바퀴를 돌아오는 것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동물이 아니고 변화하지 않으면 경제가 아니다. 자본주의는 지는 경제다. 숫자에 밀려 사회주의에 진다. 사회주의도 지는 경제다.


     포메이션 전술을 변화시키지 않기 때문에 진다. 좋은 포메이션도 고집하면 약점을 찌르는 자가 반드시 나타난다. 누가 이기는가? 계획하는 자가 이긴다. 과연 그러한가? 천만에. 계획하기 때문에 약점이 생긴다. 계획은 일관성을 가지고 그 일관성은 들키기 때문이다. 재벌의 좋은 점은 계획하는 것이다. 벤처가 약점을 찌른다.


     사회주의는 계획하다가 망한다. 계획할수록 약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EU의 내전을 보자. EU는 통합이고, 통합은 계획이고, 계획은 약점을 노출시킨다. 그리스와 독일이 싸우면 누가 어부지리를 챙기는가? 푸틴 웃고 중국 웃는다. 오바마는 금융자본주의 폐해를 지적하고 개혁을 약속했으나 월가의 개혁은 공수표가 되었다.


     왜? 월가의 금융은 찌르기 좋은 칼이다. 그들은 중국의 약점을 보았고 약점을 찌르기 위해서 월가를 키워놓는다. 오바마는 사나운 맹수를 우리에 잘 가두어 놓았다고 여긴다. 힐러리가 개혁을 약속했지만 공수표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나쁜 핵도 자신이 가지면 괜찮다는게 미국과 소련이다. 약점없는 경제라야 한다.


     칼이 나쁘다며 칼을 없애버리는게 사회주의다. 칼로 남을 해치다가 결국 자기를 해치는게 자본주의다. 인류는 팀이므로 남을 해치면 결국 자신을 해치는 셈이 된다. 칼이 있으므로 약점을 발견하게 되고, 그 약점을 해결할 방법도 찾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상호작용으로 부단히 이겨가는 수 밖에 없다. 이기는 경제가 정답이다.


     약점없는 이상적인 경제는 없다. 어떤 뛰어난 디자이너가 꿈의 의상을 만들어서 마침내 인류가 모두 같은 옷을 입는다는 망상과 같다. 그럴 리가 없잖아.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남이 입는 옷은 절대 안 입는다. 자본주의가 추구하는 힘센 경제가 이기는 경제가 아니요,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획일적 경제가 이기는 경제는 아니다.


     아무리 좋아도 남이 하는 건 안 한다. 이것이 미학의 정신이다. 왜냐하면 표절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소설가도 남이 쓴 소설을 쓰지 않고, 그 어떤 시인도 남이 읊은 시를 읊지 않는다. 가수라면 남의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이것이 인간의 자유의지다. 경제에도 바로 그러한 속성이 있다. 경제는 경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려 한다.


     어떻게 모두에게 개성을 부여하면서도 이길 수 있는가? 포메이션 전술로 가능하다. 각자에게 다른 역할을 주는 것이다. 팀플레이를 하면서도 부단히 그 전술을 바꿔가는 것이다. 경제는 언제라도 다중의 예측을 빗나가게 하려는 속성이 있다. 그러므로 창의하는 자는 이기고 모방하는 자는 패배한다. 이기는 경제가 정답이다.



DSC01488.JPG



    팀으로 이겨야 진짜 이기는 겁니다. 최고의 경제는 최고의 팀을 건설하는데 있으며, 최고의 팀은 북유럽처럼 고착된 어떤 복지모델이 아니라, 어떤 환경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술을 훈련한 팀입니다. 환경변화는 돌발상황이 아니라 고정된 상수입니다. 주로 공격쪽을 담당하는 자본의 논리와, 주로 수비쪽을 담당하는 사회주의 논리를 동시에 갖추어야 합니다. 금융자본이 나쁘다 해서 떼낸다면 축구선수가 다친 자기 팔을 잘라버리는 것과 같죠. 최고의 팀을 이루려면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약점까지 끌어안고 함께 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팀이니까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5.08.03 (02:00:04)

감사히 읽었습니다.

[레벨:4]참바다

2015.08.03 (10:14:12)

동렬선생님 잘 읽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홍신

2015.08.18 (18:23:07)

점을 찍자면 교육혁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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