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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097 vote 0 2016.08.15 (15:04:28)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예전에 다 말한 거지만 모르는 분도 있을테니 언어를 보태기로 하자. 미학의 깊은 경지를 논하자면 한이 없고, 여기서는 일단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위주로 논해보자. 아름답다는 '안음+답다'이니 두 팔 벌려 껴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대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여있는 것이 아름답다. 모여 있어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각적으로는 뇌가 인식하기에 쉬운 것을 의미하게 된다. 뇌가 한 번 보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반대로 더러운 것은 눈살이 찌푸려져서 가만이 쳐다보고 있기가 힘든 것이다. 눈감고 싶은 거다.


    어떤 것이 한 번 보고 알 수 있는가? 첫째 자연의 에너지 결을 따르는 것이 아름답다. 화성은 바위가 삐쭉삐쭉해서 아름답지 않다. 에너지의 결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것도 아니고 바람이 부는 것도 아니라서 에너지의 결이 드러나지 않았다. 중력은 드러난다.


    만약 화성의 중력이 약하다면 바위와 흙이 공중에 떠 있어서 쳐다보기가 힘들게 되는 식이다. 그런데 자연의 에너지 원리와 인간 뇌의 의사결정 원리는 다르다. 자연은 비바람과 중력과 동식물이 상호작용한 결과로 통제가능성을 얻어서 아름다워졌다. 자연에 맞설 수 있다.


    인간의 뇌는 별도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인간의 눈은 평면 2D를 보지만 이를 3D로 해석한다. 게다가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동영상을 보게 되어 있다. 또 눈이 두 개다. 눈동자가 수평으로 배열되어 수평은 편안하고 수직은 불안하다. 수직은 실제보다 크게 보인다. 


    의자를 낮추고 모니터를 올려다 보면 글자가 커보인다. 반대로 눈을 내리깔고 내려다보면 실제보다 작아보인다. 양아치가 눈을 야리는 것은 상대방을 작게 보려는 것이다. 깜짝 놀라서 동공이 확대되면 더 크게 보인다. 겁이 많은 사람은 동공이 커서 상대를 더 우러러 본다.


    인간은 원숭이 시절부터 높은 곳에서의 습격을 두려워해서 큰 것을 겁내는 본능을 얻었다. 개나 소도 직립하는 사람은 우러러 보고 겁을 먹는다. 봉건시대 사람이 뾰족한 관을 쓰거나 투구끝에 로마군과 같은 닭벼슬을 다는 것은 그래야 커보여서 상대가 겁을 먹기 때문이다. 


    아름답다는 것은 뇌가 평면영상을 입체영상으로 해석하기 편한 것, 그리고 정지화상을 동영상으로 해석하기 편한 것이다. 그 외에도 진화과정에서 얻은 다양한 해석팁이 존재한다. 송충이나 벌은 원래 무섭다. 뱀이나 달걀귀신은 눈동자가 잘 보이지 않으므로 더 무섭다. 


    인간의 눈은 일단 표적의 눈을 찾게 되어 있다. 동물은 눈을 맞추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개를 정면으로 쳐다보면 무는 수가 있다. 지렁이나 구더기를 보면 징그러운 것은 썩은 냄새를 맡고 코를 싸쥐듯이 획득한 본능이다. 둥근형태나 황금비례에 가까운 것이 안정감을 준다. 


    시각, 후각, 청각, 촉각이 다 마찬가지다. 어떤 것은 좋고 어떤 것은 싫다.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 후각은 썩은 것과 오염된 것을 구분하게 되어 있다. 청각도 불협화음은 싫다. 스티로폴로 유리를 문지르면 싫은 소리가 난다. 무언가 마찰하여 찢어지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다.


    촉각도 마찬가지다. 더우면 싫다. 습기가 몸에 달라붙으면 체온조절에 방해받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인 학습과 맞는 것이 아름답다. 일단 본 적이 없어 표정을 읽지 목하는 것은 무섭다. 백인들은 동양인의 무표정한 얼굴을 두려워한다. 사실은 표정을 못 읽는 것이다.


    백인 꼬마가 흑인을 태어나서 처음 보면 운다. 하긴 할머니가 안아줘도 처음에는 운다.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백인의 나이를 높여잡는다. 15살 된 백인소년을 보고 30살로 착각한다. 한국인은 흑인이나 백인의 얼굴을 잘 구분못한다. 다 닮았다고 착각한다.


    결론적으로 시각적인 아름다움은 첫째 뇌가 인식하기 편한 것, 둘째 생존본능과 맞는 것, 그리고 사회적으로 학습되어 익숙한 것이 아름답다. 즉 아름다움은 개인의 주관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부분 객관적으로 검증이 가능한 것이다. 미와 추를 명백히 판단할 수 있다.


    물론 남녀의 차이, 노소의 차이, 인종적 차이가 있으므로 일반화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그런 부분을 감안하여 판단한다면 역시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미학으로 말한다면 두 가지 원칙을 정할 수 있다. 첫째는 일의성이다. 한 눈에 전모가 보여야 아름답다 하겠다.


    두 번째는 눈길을 끄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그냥 대칭과 균형과 조화만 있으면 지루하다. 그 경우 주목을 끌지 못한다. 심심하면서도 강렬해야 한다. 이 두 가지 규칙은 모순된다. 그러므로 훈련된 전문가만이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보의 방향성이다.


    그런 점에서 예쁘다/더럽다, 곱다/징그럽다, 옳다/그르다, 주체되다/종속되다, 성스럽다/속되다의 다섯가지 계급을 정할 수 있다. 성스러운 것이 가장 아름답고 다음 주체적인 것 > 옳은 것 > 고운 것 > 예쁜 것 순으로 평가된다. 성스러운 것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인류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일단 아름다운 것이다. 수학공식이 아름답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E=MC제곱을 아름답다고 말하면 이 관점이다. 인류전체의 운명을 쥐고 흔들기 때문에 대단한 것이다. 다음은 사건의 주인된 것이 아름답고 종속된 것은 비루하다.


    예컨대 미인대회에서 우승해도 남성위주의 심사를 했다면 그것은 아름답지 않은 것이다. 주인답지 않기 때문이다. 남에게 비위를 맞추는 순종적이고 다소곳한 태도가 아름답다는 식은 후진국 문화다. 청순가련형 미인은 추하다. 요즘은 건강하고 자존감있는 미를 더 쳐준다.


    세 번째 옳은 것은 다른 것과 조화되는 것이다. 혼자 튀는건 추하고 무리없이 공존하는 것이 아름답다. 네 번째 고운 것은 잘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예쁜데 잘난척 하면 거부감을 준다. 거부감이 없는 것이 고운 것이다. 마지막으로 예쁜 것은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것이다.


    튀는 것, 눈길을 끄는 것, 눈에 아른아른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류의 대표성이며 이는 인류전체의 진보하는 방향성을 알아야만 판단할 수 있다. 즉 그 집단에서 가장 똑똑한 철학자가 가리키는 방향과 맞아떨어지면 아름답다.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이나 느낌을 들이대면 곤란하다. 내가 아름답다고 느꼈으니까 아름답다는 식은 불필요한 자기소개가 된다. 젓갈도 처음 보면 역겹다. 생존본능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익숙해지면 괜찮다. 당신이 어떻게 느꼈던 그것은 처음 본 것이므로 안 쳐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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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관적인 미는 분명히 있습니다. 단 그것도 변합니다. 시대가 가는 방향, 인류가 가는 방향과 맞는 것이 미입니다. 미추를 판단하는 여러 기준이 있으나 실제로는 그 중에서 하나만 적용하므로 3초 안에 판단이 가능합니다. 전문가들이 여러가지를 트집잡지만 그것은 핵심 하나가 없기 때문입니다. 1번가치인 성속으로 판단이 안 되면 2번 가치인 주종으로 판단하고 여기에도 해당사항이 없으면 3번가치인 선악으로 판단하는 식입니다. 그러므로 세상이 다양하고 복잡하다고 해서 미추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무식한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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