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509 vote 0 2016.08.09 (23:28:03)

     

    환경이 역사를 결정한다


    앞에서 논한 것은 우주는 물질이 아닌 사건이며, 모여서 이루어진 집합이 아니라 흩어져 이루어진 족보이며, 그러므로 외부환경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각자 환경에 맞는 의사결정구조를 가진다. 생명의 진화와 역사의 진보 역시 환경이 결정한다.


    최초에 지구환경은 단순했고 점차 복잡해졌다. 복잡한 환경이 생명의 진보를 촉발했고 생명의 진보가 다시 환경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상호작용이다. 역사 또한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결정한다.


    지정학적 환경이 중요하다. 아프리카가 가난한 이유는 더워서다. 알래스카의 이누이트가 가난한 이유는 추워서다. 아프리카 환경과 알래스카 환경은 단순하다. 반면 한국은 사계절의 날씨가 복잡하다.


    일본은 섬이라서 길이 없으므로 단순하고 중국은 대륙이라 길이 막혀서 단순하다. 반면 반도는 길이 없으면서도 있고 길이 있으면서도 없으니 복잡하다. 게다가 자원의 질과 의사결정구조가 또한 환경의 역할을 한다.


    외부환경이 있듯이 내부환경도 있는 것이다. 우수하고 다양한 자원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한편으로 고도의 의사결정구조를 가진 나라가 발전한다.


    전통적으로 유럽은 발전했고 아시아는 정체했다. 지리적인 환경의 복잡한 정도로 보면 유럽은 네거리 상권처럼 지리가 복잡했고, 아시아는 막다른 골목상권처럼 지리가 단순했다.


    유럽은 아프리카, 지중해, 인도, 아랍, 게르만이라는 다섯 곳에 문명의 핵을 두어 적절히 분산했기 때문에 발전했고 중국은 문명의 핵이 하나 밖에 없어서 발전하지 못했다.


    상호작용이 진보의 동력원이라면 그 상호작용 대상이 없었다. 중국은 왕이 한 명 밖에 없어서 의사결정구조가 단순하고 일본은 봉건영주가 왕노릇을 하니 의사결정구조가 복잡하다.


    복잡한 환경이 이기고 단순한 환경이 진다. 너무 복잡해도 교착되어 단순해져버리는 수가 있다. 프랑스가 흥할 때는 주변에 독일과 이탈리아와 스페인과 영국과 네덜란드를 두니 복잡해서 흥했고 프랑스가 망할 때는 그 많은 이웃나라들에 집중 포위되어 구조가 단순해져서 망했다.


    네거리에 신호등을 두어 교통정리를 잘하면 흥하지만 반대로 최악의 교통정체를 일으켜 망할 수도 있다. 교통이 좋은 외곽 신도시로 상권이 빠져나가버리는 것이다.


    문명은 이러한 다양한 환경 안에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대칭을 만들려고 한다. 디자인의 본질은 대칭이다. 좌우대칭이 되면 인식하려는 뇌에 부담이 적다.


    한 번 훑어보고 전체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얼굴이 대칭을 이루면 미남이고 대칭에서 벗어나면 추남이다. 그러나 너무 대칭만 있으면 지루하고 엣지가 있어야 한다.


    남자의 넥타이나 미인의 목걸이처럼 튀는 부분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나가는 눈길을 붙잡아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심플하면 달걀귀신같아서 무섭다. 디자인은 뇌가 의사결정하기 쉽도록 심플하면서도 동시에 뇌가 주목하도록 강한 인상을 줘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모순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 대륙이면서 섬인 반도가 그러하다.


    문명은 남녀사이에, 인종사이에, 계급사이에, 지역사이에, 종교사이에, 이념사이에 대칭을 추구한다. 지금은 한중일이 활발히 일어나 서구와 대등해지려는 에너지가 작동하고 있으니 밸런스의 원리다.


    다만 한중일의 정치인들이 이 에너지를 격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어떤 이유로 환경변화가 일어나 평형에서 이탈하면 이를 복원하여 균형을 잡는 쪽으로 문명의 에너지는 작동한다.


    단순히 균형만 이루면 지루하므로 동시에 파격을 이루어 때로 노인이 득세하는가 하면 청년이 득세하기도 한다. 시소처럼 교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구심력과 원심력이 출렁거리며, 장기전을 하는 진보에너지와 단기전을 하는 보수에너지가 출렁대기도 한다.


    섬나라는 내부를 잘게 쪼개어 그 파격하려는 에너지 유입을 약화시키는 전략을 쓴다. 군대에서 병장과 이등병만 있다면 대립이 일어난다. 어느날 이등병이 일제히 반기를 들 수 있다. 상황은 교착되고 난국은 쉽게 타개되지 않는다.


    그러나 중간에 상병과 일병이 있고 또 신병이 있는가 하면 말년도 있는데다 하사관이 끼어들어 물타기를 하면 혁명은 좌초된다. 일본은 이 방법을 쓴다. 반대로 대륙은 그 에너지를 크게 뭉치려고 한다.


    외부에 배후지를 얻어 일제히 진출함으로써 그 내부의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방법을 쓴다. 아일랜드에 감자흉년이 들면 빈민을 신대륙으로 이주시켜 내부의 모순을 약화시키는 것과 같다.


    몽골족이 부단한 정복으로 내부의 갈등을 해소시킨 것과 같다. 일본도 임진왜란 때와 2차대전 때는 내부의 모순을 외부침략으로 해소시키려 했다.


    역사는 에너지의 출렁임으로 봐야 한다. 도처에서 대칭을 이루며 출렁댄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출렁대다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로 출렁대다가, 무슬림과 기독교로 출렁대다가 하는 식으로 버전을 바꾸어가며 패턴을 반복한다.


    보수는 닫아걸고 분열과 반목으로 내부를 쪼개어 물타기하여 그 에너지를 막으려 하고 진보는 열어젖히고 진출과 타개로 그 에너지를 북돋우려 한다.


    문제는 무뇌좌파들이 에너지를 응집하여 밖으로 뻗어나가려는 노무현의 열어젖히기를 거부하고 닫아거는 보수의 고립주의 방법을 쓴다는데 있다. FTA가 극명한 예다.


    열린우리당으로 당명을 지은 것이 이유가 있다. 우리는 에너지를 응집하려는 의도이며 열린은 외부로 진출하려는 의도다. 반대로 한나라당과 국민의당은 국경으로 닫아걸고 내부를 쪼갤 목적으로 당명에 국가를 집어넣는다. 당명에 방향이 제시되어 있다.


    예쁜 꽃도 봄이 아니오면 피지 못한다. 풍성한 결실도 가을이 아니오면 맺히지 아니한다.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그 환경을 일정부분 우리가 스스로 조직할 수 있다. 전략에 따라서 다르다.


    열린전략으로 가면 바다는 크게 열린 길이고 닫힌전략으로 가면 바다는 적을 막는 담이다. 로마는 길을 열었고 중국은 닫힌 벽에 스스로를 가두었다. 적절한 전략을 세우고 걸맞는 의사결정구조를 만든 다음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늘려가야 한다.


    긴밀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예민해져야 한다. 남들이 개고기로 시비해도 무감각하면 안 된다. 우리가 먼저 시비를 걸고 들어가야 한다. 의도적으로 대립을 조성해야 한다. 통제가능한 방향으로 기동해야 한다.



555.jpg


    상호작용을 늘려가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런데 내부를 쪼개는 방법으로도 상호작용은 가능하고 외부로 진출하는 방법으로도 상호작용은 가능합니다. 외부진출은 어렵고 내부분열은 쉽습니다. 진보는 어려운 외부진출을 시도하고 보수는 쉬운 내부분열을 꾀합니다. 진보는 성평등으로 코드를 맞추어 유럽까지 크게 진출하려고 하고 보수는 반대로 내부를 지역주의로 가르고 종북놀음으로 남북을 가르고 성차별로 남녀를 가르는 거지요. 문제는 진보 안에도 내부분열에 목숨 거는 쓰레기들이 있다는 겁니다. 통진당이니 정의당이니 녹생당이니 하며 계속 쪼개기만 합니다. 이들은 진보장사 하는 가짜이니 퇴출되어야 합니다. 메갈리아와 일베충의 쪼개기 놀음은 하층민들이 노는 물이니 서브컬쳐입니다. 변두리 문화라는 거지요. 그런 식으로 쪼개는 짓도 꼽살이 끼어 있어야 하나 거기에 천하인의 호연지기는 없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군자의 방향성은 아닙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설의 어원 update 김동렬 2024-12-25 5515
3591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image 김동렬 2016-08-15 7154
3590 왜 여성은 아름다운가? image 14 김동렬 2016-08-12 10468
3589 사랑 127, 사랑이 정답이다 image 2 김동렬 2016-08-11 6956
» 환경이 역사를 결정한다 image 김동렬 2016-08-09 6509
3587 인간은 왜 잘생겼을까? image 2 김동렬 2016-08-08 9935
3586 역사는 진화의 역사다 image 1 김동렬 2016-08-08 6710
3585 태초에 무엇이 있었는가? image 5 김동렬 2016-08-07 6929
3584 누가 역사의 승리자인가? image 3 김동렬 2016-08-06 6593
3583 강자의 철학으로 갈아타라 image 김동렬 2016-08-05 6701
3582 구조론자의 교양을 학습하라 image 김동렬 2016-08-04 7483
3581 서양철학은 없다 image 4 김동렬 2016-08-02 9552
3580 사랑 126, 첫 키스의 추억 image 1 김동렬 2016-08-01 6327
3579 주최측의 의도를 헤아려라 image 1 김동렬 2016-07-31 7088
3578 인생의 비애가 그곳에 있다 image 1 김동렬 2016-07-29 7384
3577 신간 ‘공자 대 노자’를 내면서 image 7 김동렬 2016-07-28 23194
3576 사랑 125, 빛과 그림자 image 1 김동렬 2016-07-26 6015
3575 왜 공자이고 또 노자인가? image 5 김동렬 2016-07-25 6366
3574 진리의 매개체는 무엇인가? 1 김동렬 2016-07-25 5937
3573 사랑 124, 진격은 쾌속이 정답 1 김동렬 2016-07-21 5914
3572 존재론과 인식론 1 김동렬 2016-07-20 6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