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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176 vote 0 2015.11.10 (12:00:14)

     

    시간은 흐른다. 그런데 과연 흐를까? 강물은 흘러간다. 그러나 1만미터 공중에서 보면 강물은 그저 거기에 있다. 지구는 돈다. 지구 안에 갇힌 사람들은 지구가 도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시간의 흐름이란 하나의 관점에 불과하다. 거기서 그 각도로 보면 그렇게 보인다. 다른 곳에서 다른 각도로 보면 달리 보인다.


    무슨 말인가? 죽음의 두려움을 거론하는 것은 죽음 다음의 계획을 세우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계획세우기에 거듭 실패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상처받는 이유는 실패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책은 그것을 하지 않는 것이다. 죽은 뒤에 어찌 해보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뇌는 정보를 요구한다.


    죽은 다음의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한다. 그렇다면 승부다. 내가 이겨야 한다. 뇌를 이겨야 한다. 뇌의 주문에 반영된 인간의 생존본능을 이겨야 한다. 이길 마음을 먹어야 이긴다. 적극적으로 거부해야 한다. ‘나랑 한 번 해보자는 거냐?’ 하고 반발해야 한다. 누구나 생선회를 처음 먹으면 비린내에 얼굴을 찌푸린다.


    뇌는 ‘그 음식을 조심하라!’는 경고를 날린다. 그렇다면? 이겨야 한다. 나무에 오르면 고소공포증을 느낀다. 이겨야 한다. 그 스릴을 즐기는 것이다. 친구가 나의 제안을 거부하면 쪽팔린다. 이겨야 한다. 그 쪽팔림을 즐기는 거다. 차를 타면 멀미가 난다. 이겨야 한다. 익숙해지면 괜찮다. 뇌에게 경고 때려야 한다.


    ‘그만하면 됐어.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네가 경고하지 않아도 돼.’ 멀미를 극복할 수 있다. 고소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다. 생선요리를 즐길 수 있다. 매운 고추도 먹을 수 있다. 뱀을 무서워하지 않을 수 있다. 바퀴벌레를 죽일 수 있다. 이겨야 한다. 이길 마음이 없기 때문에 지는 것이다. 죽음의 공포에 지는 거다.


    이길 마음을 가졌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 어른이면 세상 앞에서 포지션이 바뀌는 것이다. 의사결정권을 가진다. 내가 결정한다. 날생선이 비린건지 고소한건지는 내가 결정한다. 높은 곳에서 현기증이 나는 건지 스릴있는 건지는 내가 정한다. 좀 컸다. 내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라. 내가 뇌를 지배해야 한다.


    뭐가 두렵다는둥, 뭐가 창피하다는둥, 뭐를 못하겠다는둥 하는 사람은 정신적 유아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왜 어른이 되려고 하지 않지? 왜 갑이 되려고 하지 않지? 왜 의사결정하는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지? 문명사회의 거대함 앞에서 쫄았나? 그렇다. 쫄았다. 쫄아서 어린이로 퇴행한 것이다. 극복해야 한다.


    하느님 정도는 찜쪄먹어야 어른의 대화에 낄 수 있다. 하느님을 섬기겠다는 노예들은 발언권이 없다. 의사결정을 안하겠다는데 무슨 할말이 있어? 팀원이 아니면 내가 패스를 해줄 이유가 없다. 내 패스를 받지 않겠다는데 내가 왜 그 사람의 패스를 받아줘야 하지? 왜 말대꾸를 해줘야 하지? 바보와는 말 안 한다.


    싫어하는 음식을 탐식하는 아이러니를 실천해야 한다. 만약 미녀에게만 눈이 간다면 그게 열등감을 들키는 거다. 맛있는 음식에만 젓가락이 간다면 그게 열등감을 들키는 거다. 고수라면 높은 음에서 낮은 음까지 마다할 것이 없어야 한다. ‘난 이게 좋아.’ <- 이런 태도 창피한 거다. ‘뭐든 좋아.’ <- 이거 정답이다.


    미녀에게 눈길이 가는 순간 자신이 을이 된다. 고수라면 당연히 나는 ‘저 사람의 얼굴에서 이런 표정을 끌어낼 수 있다.’는데 흥미를 가져야 한다. 상대방의 얼굴에서 내가 원하는 표정을 끌어낼 때 내가 갑이 된다. 의사결정권자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존엄이다. 미녀에게 내 마음이 끌려다니면 비참을 면할 수 없다.


    한 가지 표정밖에 짓지 못하는 미녀라면 흥미가 없다. 물론 화난 표정밖에 못 짓는 사람에게도 당연히 흥미가 없는게 정상이다. 미추가 문제가 아니라 내면의 활력이 문제인 거다. 내부에 에너지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음식이라도 마찬가지다. 내 입에 맞는 맛있는 음식만 찾는다면 이미 을의 신세다. 그거 좋지 않다.


    이 음식에서 어떤 다양한 풍미를 연출할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스크림이나 초컬릿은 한 가지 맛 밖에 내지 못한다. 내가 주도권을 뺏긴다. 좋지 않다. 갑이 되려는 의도를 가져야 갑이 된다. 좋은 것을 추구하려는 태도는 열등감의 보상심리에 불과하다. 내 안의 활력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이 진짜다.


    물론 이왕이면 좋은 옷, 명품이 내 안의 활력을 소화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만약 어떤 사람이 몸에 두 개 이상의 명품을 걸치고 있다면 그 사람은 활력이 없는 사람이다. 에너지가 죽은 사람이다. 에너지가 없으니 의사결정을 못하고 그래서 상대방에게 의사결정을 떠넘길 의도로 물건을 앞세워 말을 거는 것이다.


    ‘내가 비싼 시계를 차고 있으면 가만 있어도 쟤가 먼저 내게 말을 걸어오겠지.’ <- 보나마나 찐따다. 옷이 사람을 압도하면 좋은 옷이 될 수 없다. 간판이 가게를 가리면 보나마나 뜨내기 손님 받는 집이다. 단골이 많은 집은 일부러 찾기 어려운 작은 간판을 단다. 우연히 들른 뜨내기 손님 좀 오지마라고. 전략이다.


    승부할 마음이 없으면 일단 꺼져줘야 한다. ‘난 이렇게 느꼈다.’ <- 자기소개 일단 아웃. ‘내가 어떻게 느껴줄까?’ 이것이 정답이다. 파란을 일으켜 내면의 활력을 들켜야 한다. 뒤통수를 칠 마음을 가지고 찬스를 노려서 뒤통수를 치는게 깨달음이다. 두 번의 반전은 응당 갖추어야 한다. 관객을 이겨야 작가로 된다.


    내면을 이겨야 어른이 된다. 어떻게 죽음을 이기는가? 시간을 공간으로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 방법으로 뇌에 정보를 주는 것이다. 왜 죽은 다음을 계획하려고 하지? 왜 한사코 앞으로만 가려고 하지? 옆으로 가도 되는데 말이다. 옆으로 가면 무엇이 있나? 공간의 확장이 있다. 공간이 확장되면 무엇이 있나?


    70억 인류가 연결된 하나의 커다란 생명이 있다. 그것은 살아있다. 죽지 않는다. 죽는건 내가 죽는 거다. 흐르는건 강물일 뿐 바다는 흐르지 않는다. 인류는 여전히 살아서 계속 진도를 나가준다. 이길 마음을 먹으면 죽음의 두려움 정도는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삶과 죽음은 표면의 일렁임에 불과하다. 잔물결이다.



   DSC01488.JPG


    이길 마음을 먹어야 이깁니다. 죽음이 두려운 사람은 자기 포지션을 그렇게 정한 겁니다. 만약 당신이 100명의 중대원을 거느린 전장 속의 윈터스 중위라면 죽음의 두려움은 이미 없습니다. 포지션이 정하는 거지요. 반면 자신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하는지 모르면 부하가 100만명이라도 죽음이 두려워 벌벌 떨게 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무득

2015.11.11 (14:34:36)

[시간을 공간으로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이 글을 보면서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동안 이길 생각이 적었다고 봅니다.

대충 현실과 타협하면서 살아 왔습니다.

많이 반성이 됩니다.

 

그 동안 글들이 훈련을 하는 글이라 생각되어지는데  시간을 공간으로 보는 훈련에 관한

글을 좀더 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5.11.12 (00:59:05)

특별히 설명할게 없다고 보는데요.

말 그대로 시간을 공간으로 보면 됩니다.


박물관을 견학하는데 선사시대관에서부터 차례대로

고조선관, 삼국시대관, 고려시대관, 조선시대관, 근현대관 이렇게


한 바퀴 돌면 견학이 끝나겠지요.

그렇게 1만년의 시간을 지나온 것입니다. 


근데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그냥 하나의 건물 속에 모여있는 겁니다.

선사시대관에서부터 차례대로 보는건 시간 순서대로 보는 것이고 


공중에서 내려다봐서 한 눈에 다 들어오는건 공간으로 보는 겁니다.

신의 관점에서 보면 과거, 현재, 미래가 다 모여 있는 거죠.


죽음의 두려움은 죽음 이후를 생각하려해도 도무지 생각이 안 나기 때문입니다.

신의 눈높이로 보면 생각이 잘만 나는데 생각나면 두려움은 없어집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무득

2015.11.12 (04:43:19)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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