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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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643 vote 0 2018.07.29 (16:27:22)

      

    인간은 에너지를 원한다.


    원하는게 뭐야? 인간은 진정 무엇을 원하는가? 인간은 첫째, 대상이 반응하기를 원하고, 둘째, 그 반응을 자신이 통제하기를 원하고, 셋째, 그러한 상호작용 과정에 들어간 비용을 회수할 만큼의 보상을 바란다. 내 앞에 무언가 있다. 툭 건드려 봤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실망한다. 만약 반응이 있다면 사건은 시작된다. 인간은 거기서 전율한다.


    아기들은 장난감 방울을 흔들며 까르르 웃는다. 상대가 어떻게든 반응해주기만 해도 즐겁다. 그러나 곧 식상해진다. 게임은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야 한다. 자신이 그 반응을 통제하기를 원한다. 악기라면 연주할 수 있기를 바라고 펜이라면 글자를 쓸 수 있기를 원한다. 대상을 통제하는 데는 노력과 비용이 든다. 투입된 비용을 회수해야 한다.


    대가를 원한다. 성과를 원한다. 당신은 무엇을 원하는가? 보통은 행복이니 쾌락이니 이런 말들을 주워섬긴다. 수준이하다. 그것은 보상이다. 보상은 사건이 종결된 후다. 아직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간은 무엇보다 반응을 원한다. 환경과의 밀도있는 상호작용을 원한다. 인간은 환경 속의 존재다. 첫째, 환경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둘째, 환경이 적극 반응해야 한다. 비로소 사건을 일으킬 수 있다. 인간은 사건을 일으키기를 원한다. 셋째, 그 과정에 자신의 전부를 쏟아부을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존재도 환경의 일부다. 환경에 커다란 바위가 있다면 자신에게는 그 바위를 이길 수 있는 팔근육이 있어야 한다. 환경에 좋은 바이얼린이 있다면 자신에게는 연주자의 재능이 있어야 한다.


    넷째, 환경과의 대결에서 자신이 이겨야 한다. 연주자는 그 바이얼린을 켤 수 있어야 하고 화가는 그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고흐가 아를에 왔다면 고갱이 타히티에 왔다면 그곳의 풍경은 아름다워야 한다. 그 아름다움을 이겨내야 한다. 재능이 있어야 이길 수 있다. 그리하여 환경과의 충분한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그 결과는 적절한 보상이다.


    반대급부다. 마지막으로는 챙기는게 있어야 한다. 그러한 상호작용 과정에 비용이 소비되기 때문이다. 그걸로 돈을 벌든 명성을 얻든 쾌락을 얻든 뭔가 보상이 있어야 한다. 이 다섯 가지 조건이 적절히 맞아떨어질 때 사건은 크게 일어난다. 인간은 그 사건을 근사하게 통제해낸다. 센스있게 처리해낸다. 그럴 때 아름답다. 인간은 그것을 원한다.


    정확히 말하면 인간은 환경 속의 존재이며 그 환경을 통제하기를 원한다. 그 과정에 자기 안의 어떤 숨겨진 가능성을 모두 펼쳐보이기를 원한다. 환경 안의 숨은 요소들을 모두 확보하기를 원한다. 환경은 자연에도 있지만 사회에도 있다. 자연환경에 대해서는 등 따숩고 배부르면 만족하지만 사회환경에 대해서는 간단치가 않다. 통제하기 어렵다.


    자연은 물리적 에너지로 통제되나 사회는 권력으로 통제된다. 곧 사회적 에너지다. 권력을 조직하는 절차가 있다. 권력이 이미 만들어져 있다면 쉽다. 권력자의 자리를 차지하면 된다. 그러나 아직 권력이 조직되어 있지 않다면? 인터넷 동호회를 만들어도 회원들이 따르지 않으면 권력이 없다. 권력은 회원들에게 위임받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위임받기가 쉽지 않다. 진보가 선거에 항상 깨지는 이유는 절차를 빠뜨리기 때문이다. 진보는 권력에 도전하며 권력의 해체를 시도한다. 지도자에게 위임해 둔 권력이 사라져 버린다. 이때 농민과 노동자는 자기네의 저축이 사라졌다고 믿는다. 권력을 조금씩 모아 돼지저금통이 아니라 돼지독재자통에 넣어뒀는데 진보가 돼지를 깨부숴버렸다.


    진보는 다르다. 진보는 자기네 수중에 권력이 있다고 믿으므로 서슴없이 독재자의 권력 저금통을 깨뜨린다. 남의 권력을 제거해야 내 권력이 뜬다고 믿는다. 여기서 어긋나는 것이다. 왜? 사건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먼저 반응하고 다음 반응을 통제하고 마지막으로 보상을 받는다. 진보는 개념이 없으므로 마지막 단계의 보상에만 신경을 쓴다.


    독재자가 사라지면 권력이 반응하지 않는다. 이때 대중은 허탈해진다. 엘리트는 다르다. 엘리트 입장에서는 언제라도 권력이 반응한다. 자기네가 권력자이기 때문이다. 아기는 엄마를 필요로 하지만 청년은 엄마로부터 독립한다. 진보가 청년이라면 대중은 아기다. 대중은 권력자가 거짓 간첩사건을 일으켜 실시간으로 반응해줘야 비로소 안심한다.


   군주는 공포와 위엄으로 통치해야 한다. 그래야 대중이 군주가 반응해 주는구나 하고 만족한다. 대중의 오류는 그 반응단계에 머무를 뿐 통제단계로 나아가지 않으려는데 있다. 엘리트의 오류는 반응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통제단계와 보상단계로 건너뛰는데 있다. 반드시 단계를 밟아야 한다. 문재인은 지금 기무사에 공포와 위엄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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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30]솔숲길

2018.07.29 (19:05:57)

고흐가 아를에 왔다면 고흐가 타히티에 왔다면 => 타히티는 고갱?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8.07.29 (19:19:27)

감솨^^
프로필 이미지 [레벨:11]달타(ㅡ)

2018.07.29 (20:25:17)

기무사를 향한 공포정치 ㅎㅎ
이 얼마나 시원한 어퍼컷인가?
[레벨:3]jaco

2018.07.31 (16:15:33)

진보는 다르다. 문맥상 "보수는 다르다" 인 듯 합니다. 보수가 이름대로 마지막 단계의 보상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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