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연구
read 6465 vote 1 2002.09.10 (13:48:56)

사진을 찍으려고 포즈를 취할 때 '김치이-'라고 합니다. '치이즈'라고도 하고요. 이를 드러내며 웃는 모습을 찰칵 카메라에 담습니다. 자! 독자여러분도 실제로 웃으며 윗니와 아랫니를 보여주세요. 자! 저절로 '이'가 발음이 되고 있지요. '이'를 보이면 저절로 '이'가 발음됩니다.

언어는 명명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저절로 만들어집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배웠습니다. 언어의 기원에는 의성어나 의태어가 있다고요. 천만에요! 의태어도 아니고 의성어도 아닙니다. 그럼 뭐냐고요? 아직 이름도 없습니다. 학자들도 모르니까요.

제가 발견했습니다. 제가 학계를 향해 주장하는 것입니다. 저보다 먼저 발견한 사람은 없느냐고요? 글쎄요.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학계의 정설은 자의성설(arbitrary)인데 자의성설은 틀렸다는 사실입니다.

학자들의 자의성설은 의미와 발성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려놓고 있습니다. 틀렸습니다. 의미와 발성 사이에는 결정적으로 연관법칙이 있습니다.

만약 의미와 발성 사이에 일정한 연관법칙이 있다면 만국의 언어는 다 같아야 합니다. 그런데 나라마다 언어가 다릅니다. 이 점이 학계에서 말하는 자의성설의 증거가 됩니다. 천만에요. 놀랍게도 만국의 언어는 다 똑같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우리나라만 '이'를 '이'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어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를 '이'라고 합니다. 놀랐죠? 증거를 대라고요? 또한 다음과 같습니다.

이빨이ivory(아이보리)라면 상아색입니다. 코끼리 이빨이 상아(象牙)죠. 코끼리 이름은 이를본다elephant입니다. 코끼리는 커다란 어금니(상아)를 보여주고 있잖아요. elephant는 이를ele+봤다photo입니다. 봤다photo가 사진이란건 아실테구요.

사진photography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빛(봤어)phos+그림판graphy입니다. 빛phos에서 봤다photo가 나오고 다시 이를+본다ele+phant가 되었습니다.

사람의 '이'만 '이'가 아니라 톱니도 '이'죠. 톱니처럼 날카롭고 뾰족한 것을 어귀edge라고 합니다. 역시 어근을 추적해보면 '이(齒)'와 연결됩니다.

이갈어eager는 이를 갈 듯이 날카롭게 갈망한다는 뜻입니다. 보셨듯이 미국사람도 옛날에는 우리처럼 '이'를 '이'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다음은 '이'와 관련된 단어들입니다.

이다, 이가 뾰족한 귀퉁이, 끝부분end
이끝에, 이빨 끝처럼 예리한acute
이같다, 이로 깨물듯 톡 쏘는 신맛, 산(酸)acid
이갈래, 이로 깨무는 신맛의 원소, 산소oxygen
아카시아, 이빨같은 가시나무, 아카시아acacia

뾰족한 귀퉁이를 뜻하는 '귀'나 '가시'도 넓은 범위에서 '이'에 속하지요. 아카시아에 이빨처럼 가시가 있다는건 다 아실테구요. 한다리 건너 '이'와 관련된 말은 매우 많습니다. 더 살펴보면.

귀, 이처럼 뾰족한 귀ear
앓는, 이(가시)에 찔린, 치통을 앓는ill
가시, 이처럼 뾰족한 가시heath (G>H법칙)

그러고보니 우리말로 아프다고 '아야ill', 아이구ache도 치통에서 나왔습니다. 옛날에는 치통이 대표적인 통증이었으니까요. 이가 아파서 '이야'>'아야>앓을ill'로 되었군요.

참! 영어로 '이(齒)'는 tooth가 아니냐고요? 네! 맞습니다. 그러나 갈래가 다릅니다. '이(齒)'를 뜻하는 떼다tooth, 뗀다dental는 음식을 이빨로 씹어서 잘게 '떼어낸다term'는 뜻입니다. 쓰임새가 다를 뿐 이 역시 알고보면 우리말입니다.

이렇게 영어와 우리말의 발음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단어가 과연 몇 개나 될까요? 5퍼센트나 10퍼센트 쯤 된다면 대수로운 일은 아니지만 흥미거리는 되겠죠. 20퍼센트나 30퍼센트라면 학자들이 연구해야 합니다. 30퍼센트만 되어도 영어학습에 크게 도움이 될테니까요.

놀라실 준비 하세요. 100프로입니다. 어원과 계통이 확실히 밝혀진 단어의 경우 100프로 우리말과 일치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학계는 몇 안되는 의성어와 의태어를 제외하고는 언어가 임의로 작명된다고 알아왔습니다. 그 옛날 아담과 이브가 '산'은 산이라고 이름 붙이고 '나무'는 나무라고 이름 붙이고, '불'은 불이라고 이름 붙였다는 식입니다. 그냥 막연히 이름 붙였다는 거에요. 천만에!

산을 뜻하는 '묏등mound,' 묏등이mountain는 덩어리가 '모였다'는 뜻으로 우리말 '뫼'와 연결됩니다. 불fire은 부싯깃을 입으로 살살 불어blow 불을 붙인다는 뜻이고, 나무는 베틀을 짜듯이 재목으로 틀tree을 짠다, 재료를 땋다text(튼튼히tight 동여tie 묶는다)는 뜻입니다.

학계가 틀렸습니다. 언어는 명명되지 않으며 작명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언어는 어떻게 만들어 지느냐고요? 진화합니다. '이'를 보이다가 '이'가 되었듯이 최초에 언어는 손짓발짓으로부터 저절로 발생합니다. 그 다음에는? 일정한 진화법칙을 따라 진화합니다. 진화법칙에 따르면 항상 동사가 먼저 만들어지고 명사가 나중에 따라옵니다.

물론 고유명사들은 임의로 작명됩니다. 그냥 이름을 짓는 거죠. 예를 들면 '터프가이'라 할 때의 'guy'는 옛날 영국에서 'Guy Fawkes'라는 젊은이가 폭탄을 터뜨렸는데, 명절날 이 못된 '가이' 녀석의 인형을 만들어 끌고다니며 혼내주던 풍속에서 생겨났답니다.

'보이코트'는 보이코트라는 지주 때문에 생긴 말이고, '린치'는 린치법을 만든 '린치'라는 사람 이름에서 나온 말이죠. 그러나 이렇게 명명된 말들도 그 어원의 어원이 또 있기 때문에, 궁극적인 단계까지 따져보면 언어의 진화법칙을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의태어나 의성어도 마찬가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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