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read 3260 vote 0 2008.12.30 (22:31:32)

 

너에게

알아야 할 것.

달마방에는 다만 쓰는 자와 읽는 자가 있을 뿐

그 중간지대란 존재하지 않는다.

쓰는 이는 그 씌어지는 범위 안에서 깨달은 것이며

읽는 이 역시 그 받아들이는 범위 안에서 깨달은 거다.

깨닫고자 하는 이를 위한 자리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달마방은 깨달은 이를 위한 공간이지

깨닫고자 하는 이를 위한 공간이 아니다.

이 말의 의미를 바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상식으로 보라.

지구촌에 인류가 60억인데

깨달은 인간을 모으기가 쉬운 일이지

한 인간을 깨닫게 만들기가 어디 쉬운 일이겠느냐.

‘사랑님’은 사랑님 수준에서 도달할 수 있는 최선에 도달한 거고

‘행복님’은 행복님 수준에서 도달할 수 있는 최선에 도달한 거다.

더 이상 위로 올라가기는 불능이다.

아이큐가 안 되는 이는 아무리 올라가도 그 수준이다.

초딩이 깨달아봤자 초딩 수준에서의 깨달음이다.

목수가 득도하면 훌륭한 목수가 될 뿐이다.

개가 깨달으면 훌륭한 개가 될 뿐이다.

한소식맨들이야 백날을 공부해봤자

그 수준에서 더 위로 올라가기는 불능이다.

자신이 도달할 수 있는

최선에 도달하는 것이 깨달음이다.

중간자들의 문제는

스스로를 비하하고 상대방을 높이며

그에 따른 스트레스를 논쟁으로 돌파하려는 태도이다.

자신은 낮고 상대방은 높기 때문에

자신은 도전자이고 상대방은 챔피언이며

날마다 타이틀 매치를 벌여서 실력을 겨뤄보세.

과연 챔피언의 자격이 있는지 검증해보세.

이런 따위의 얼빠진 생각을 하는 거다.

그는 자신이 고수에게 깨지는 데서 쾌감을 얻을 것이며

그러다가 한번쯤 반격하는 데서 더 큰 쾌감을 얻을 것이다.

이런 취미 고약한 거다.

중독되면 배가 산으로 가게 되어 있다.

하긴 누구나 한 때는 이런 시절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을 낮추어 도전자로 포지션을 정하면

영원히 도전자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호연지기를 기르지 않고

세상을 내려다 보는 큰 마음을 얻지 않으면

무서워서 깨달을 수 없다.

진리의 완전성을 우러러 보는 순백의 마음을 얻지 않으면

조심스러워져서 깨달을 수 없다.

그것이 어색하고 불편해서 깨달을 수 없다.

깨달음 이전에 '큰 마음'을 얻어야 할 것이다.

깨달음 이전에 ‘순한 마음’을 얻어야 할 것이다.

너는 붙임성 있는 좋은 친구일 수도 있지만

대숲에 바람이 불 때 느껴지는 싸아한 분위기가 없다.

소나무 가지 끝에 흰 구름이 지날 때 느껴지는 청량감이 없다.

그리고 너는 또 그런 분위기를 어색해 한다.

그건 네게 ‘큰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건 네게 ‘순한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고독한 늑대의 눈매는 내가 원하는 표정이다.

끌적지근한 세속의 언어를 버리고

바위처럼 ‘큰 마음’을 얻기를 바란다.

백지처럼 ‘순한 마음’을 얻기 바란다.

새매의 발톱처럼 ‘굳센 마음’을 얻기 바란다.

네가 모습을 나타내어 보일 때

대숲에 이는 바람소리가 들리기를 원한다.

고독한 늑대의 질주를 보여주기를 원한다.

너와 대화가 재미있기는 하지만

골목 애들이 떠들썩하게 노는 재미여서 안 된다.

머슴꾼들이 아궁이에 군고구마 묻어놓고

화톳불 쬐며 옹기좋기 모여앉아 노름하는 재미와

정자 위에서 담소하는 선비들의 희열은 다른 것이다.

아이들의 체온을 나누며 떠들썩한 놀이도 즐거운 데가 있으나

그런 따위는 원래 안쳐주는 것이다.

다산과 초의와 추사가 만났을 때의 뻐근한 느낌과는 다른 것이다.

나는 나이와 성별과 환경의 차이를 무시하고

그런 느낌의 교류가 가능하다고 여긴다.

다음에 너를 다시 만났을 때는

산전 수전 공중전 다 겪고 난 사람의

뻥 뚤려버린 빈 마음을 보여주길 바란다.

하얗게 재가 되어버린 빈 마음을 보여주길 바란다.

인정이 없고 감동도 없고 눈물이 없는

하얀 마음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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