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삼봉을 좋아했다.
그는 거사를 염두에 두고 북쪽 변방에 주둔하고 있던 이성계의 마음을 움직이려,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차례 막사를 방문했다.
교통이 불편하던 그 시절에 한양에서 때로는 남쪽지방에서 거기까지 오로지 설득만을 위해 발품을 팔았던 삼봉.
그 물리적인 거리에서 그의 열정이 감지된다.
그의 연표를 살펴보던 중 남양부사로 재직한 기간이 눈에 뜨였다.
고려말 조정을 휘어잡던 그가 어느날 자청해서 남양으로 내려온 것이다.
공자를 모셔둔 남양향교. 남양부 관아 자리는 남양초등학교로 바뀌면서 흔적이 없어졌고,
남아있는 조선시대의 유적으로는 남양향교만 있다.
공자의 충실한 계승자였던 삼봉이 그런 에너지를 쌓아온 배경은 고려말 불교의 문란한 섭정이 원인이었을 터이다.
고려도 400년을 내려온 중앙집권국가다.
세계사에서도 만만찮은 이력을 가진 나라다.
불교도 역할을 했다.
특히 절집은 교통이 불편했던 시절 사회복지기관의 역할을 하면서 국가를 지탱했다.
흉년이 들면 절간에 쌓인 곡식을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구휼기관으로서의 기능이 컸던 것이다.
하지만 고인 물은 썩는 법.
고려말의 장기간 혼돈으로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자 삼봉과 같은 기운이 모여졌을 터.
하지만 시도는 할 수 있어도 성공은 기약하기 힘든 법.
삼봉은 치밀한 계획과 추진력으로 거사를 성공시킨다.
그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남양부사로 잠시 내려온 것이다.
예전부터 중국으로부터의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곳의 하나가 남양(현재의 화성시)이다.
원래 남양은 장보고 이전부터 중국과의 항로이다.
해안선을 따라 육지의 먼 능선을 식별해가며 항해하던 옛 뱃길에서
편서풍을 타고 산동반도와 직결되었던 남양반도 항로는 특별한 것이다.
중국으로부터 곧장 당도하는 항구이자 진지인 당성이 여기에 있다.
국제정보도 가장 빠르게 입수했으리라.
그리고 거사를 앞두고 시기를 재고 있었으리라~
세종은 삼봉이 낳은 것이다.
방원이 그를 죽인 것이 세종을 심리적으로 압박했으리라.
자신의 아비가 죽인 삼봉이 만약 계속 살았더라면,
그 해놓았을 일보다
자신이 더 뛰어난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보이지 않은 의식을 세종은 가졌으리라.
'아버지의 악명을 벗기는 건 그 수밖에 없어.'
그의 업적이 민족에게 고스란히 내려온다.
불원천리하고 걸음을 아끼지 않았던 삼봉.
그의 원력이 조선 500년을 틀 잡고
그리고 요즘 잘 나가는 문왕에게까지 내려오고 있음을 느낀다.
2018년 봄날에 그를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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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봄날. 당성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신 나그네님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박준범)
물리적 기반이 있어야 흔적이라도 남는다. 흔적에는 역사와 문화와 삶이 통털어 숨쉰다. 호흡만 불어 넣어 준다면...
이 지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는거 같아요. 사람은 모여야 하는 존재이니, 응축할 장소가 필요해요.
인간에게 집이 필요하듯...
철학도 두둥실이 아니라 은거할 집이 필요해요. 사람처럼.
'공간'은 그냥 공간이 아님을, 한 시대에서의 공간은 모든 것인듯.
그너저나 즐거운 시간 만끽 하셨네요^^
신기하게도 아란도님은 제가 오프에서 한 번도 못뵈었네요. 제가 한동안 뜸해서 그렇기도 하고...
언젠가는 뵙겠지요? 앞으로 1박 2일 주말 정모는 없어도 당일치기 번개는 많았으면 합니다.
얼굴 뵙게 될 때가 있겠지요^^
좋은 사진을 찍어주신 아무님과 박준범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