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불식간에 넘어가 버리는, 모두가 그렇다고 동의해버리는, 절절한 인생사의 뒷편에는 게임이 있다.
너와 나는 도대체 어떤 관계인데 말을 붙이는가? 가족이라는 이름의 간섭, 친구라는 이름의 간섭.
나는 나의 역할을 할테니 너는 너의 역할을 하거라. 인간의 사회성이라는 본능이 그러한 게임에
부지불식간에 동의하게 된다. 처음 인간과 대면할 때의 그 어색함. 학교에서는 친구로 비비고,
집안에서는 가족으로 비비고, 어떻게든 비벼보는, 그 가운데서의 어색함에서 인간의 참 모습이 나온다.
그래 저 먼 옛날 누군가가, 초원에서 사냥을 하다 다른 인간을 마주쳤을 때, 적인이 아군인지
애매한 그 긴장을 피하려고 친구라는 단어를 만들었겠지. 부모가 자식을 잡아먹이 않게, 자식이 부모를
죽이지 않게 하려고 가족이라는 걸 만들었겠지. 그러한 역활속에서 어색함을 피하고 긴장을 피하고
공존하는 것이 가능해 졌겟지.
그러나 누군가 이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낸 역활속에서, 인간은 너무나도 쉽게 그것이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먹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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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은 공동체 내에서의 포지션 우위를 추구하게 설계되 있습니다.
권력이나 명예나 돈은 그러한 포지션 우위를 달성하는 매개에 불과합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문명의 많은 작동원리가 포지션 우위를 추구하는 인간의 에너지를 사용해서
돌아가는 것입니다. 즉 이 사회가, 이 문명이 어떻게 인간을 통제하는 가에 대한 것입니다.
메리케이라는 화장품 회사는 우수 영업사원에게 분홍색 그랜저를 선물합니다.
전투에 공을 세운 병사에게는 무공훈장을 수여합니다.
학생에게는 표창장이, 국회의원에게는 민중의 대표라는 완장이 주어집니다.
꼭 사회의 거창한 원리를 들먹일 필요도 없습니다. 학창시잘을 되짚어봐도
공부잘하는 친구는 시험기간에 거들먹거릴수 있고, 끼가 있는 친구는
인기인이 되기위해 춤과 노래를 연습합니다. 주부라면 청소하는 방법에 대해서
강의를 할 수도 있겟지요. 그러한 사소한 포지션 우위들이 모두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권력이라는 것, 그러한 포지션 우위로 공동체에 당당하게 말을 걸 수 있다는 사실.
인간이 밥을 안먹을 수는 있어도 권력 없이는 살아갈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건강한 사회는 다양한 방법으로 공동체내에서의 권력을 취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되 있어야합니다.
자본으로도 줄을 세우지만, 예술로도 줄을 세우고, 도덕으로도 줄을 세울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평범한 대중이 쉽게 권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교회의 집사님이 되는 것일 테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인간의 마음이 그러한 방식으로 코딩되있다는 것, 삶이 게임이라는
절절한 현실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것. 그리하여 역할 중독, 문명 중독, 인생 중독에서
벗어나 자신의 게임을 설계하는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