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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166 vote 0 2018.02.25 (22:56:30)

     

    종교는 불필요하지만 인류는 당분간 종교를 버리지 못한다. 그럴 수준이 못 되기 때문이다. 종교를 대체하는 것이 철학인데 그 철학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학이 종교의 몇몇 교리를 해체하고는 있으나 그 교리라는 것은 있어 보이려고 구색을 맞춰둔 것일 뿐 종교의 본질과 무관하다. 과학은 절대 종교를 이길 수 없다.


    옛날에는 교리 대신 터부가 있었다. 한국인들은 이사를 가도 손 없는 날을 골라서 가는데 그게 일종의 터부다. 터부가 기독교의 십계명이나 불교의 오계와 십계 따위 교리로 바뀐 것은 좀 있어 보이려고 광을 낸 것이다. 교리라는 것은 사실 다른 신도들과의 통신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일종의 프로토콜을 맞춰둔 것뿐이다.


    그러므로 과학은 종교를 치지 못한다. 다른 프로토콜로 대체될 뿐이다. 과거의 십계명이 요즘은 '즐겜하세요'로 바뀌었을 뿐이다. 젊은이가 은어를 쓰거나 욕설을 하거나 게임용어를 남발해서 어른들과의 대화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도 일종의 프로토콜 맞추기다. 무전을 할 때는 알파, 브라보, 찰리 하는 포네틱 코드를 쓴다.


    무전은 잡음 때문에 알아듣기 힘들어서다. 본질은 같다. 교리는 장식이고 본질은 의사결정의 용이함이다. 무전기 잡음 때문에 포네틱 코드를 쓰듯이 인류가 국경을 넘어 이민족과 공존하며 의사결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기독교와 불교를 만들어낸 것이다. 손 없는 날에 이사를 가는 것도 같고 일요일에 쉬는 것도 같다.


    행동통일이 필요해서 휴일을 맞춰둔 것이다. 과학은 원래 이 문제에 대안을 내지 않는다. 대신 철학이 답해야 하지만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당장 종교를 버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속지는 말라. 종교의 본질은 집단 속에 자리하고 또 환경 속에 자리한 인간의 의사결정에 있다. 그 집단과 환경에 을이 되어 있다.


    집단이 갑이고 환경이 갑이다. 그래서 의사결정을 못 한다. 그래서 종교가 필요하다. 인정해야 한다. 신도들은 믿는다고 말한다. 뭘 믿는다는 거지? 믿는다는게 뭐지? 다들 멍청한 소리를 하고 있다. 한국어가 안 되고 있다. 믿는다는 것은 상부구조에 의사결정을 위임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동시에 위임받는다는 의미가 된다.


    사건은 항상 전체에서 일어난다. 인간은 집단 속의 개인이요 환경 속의 부분이다. 종교의 본질은 인간이 무의식의 깊은 곳에서 항상 사건전체, 인생전체, 부족전체, 우주전체로부터, 신으로부터 의사결정을 위임받고 또 위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신론자는 능동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사건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신론자도 타인의 공격을 받았을 때 방어하거나 혹은 어떤 곤란에 빠졌을 때 헤쳐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수동적이다. 능동적으로 사건을 조직하지 못한다. 사건의 중심이 어디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건은 중심에서 일어나는데 중심을 사유하지 못하므로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다.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든 수십 년간 켜켜이 쌓인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 그냥 어떤 상황에 임하여 즉흥적인 판단을 하는게 아니라 사실은 그동안 살아온 지난 수십 년과의 일관성을 생각하고 앞으로 살아갈 수십 년과의 연속성을 생각한다. 그 에너지 흐름과 결이 맞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심하면 정신병에 걸리게 된다.


    그것이 무의식에서 작동하므로 과학은 도움이 안 된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싶지만 이미 스트레스를 받아버렸기 때문에 뜻대로 잘 안 된다. 내가 판단하고 결정하고 실행하지만 사실은 무의식의 명령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인류를 대표하여, 집단을 대표하여 또 내 인생전체를 대표하여 의사결정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사물의 집합이 아니라 사건의 연결이다. 사물에는 중심이 없지만 사건에는 반드시 중심이 있다. 우리가 사물에도 중심이 있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것은 사건의 중심에서 베껴온 가짜다. 복숭아는 씨가 있다. 중심이 있다. 그러나 반드시 중심에 씨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없다. 청포도는 씨가 없어 형태가 뭉개진다.


    원형이 아닌 타원형이 된다. 중심의 씨는 과일의 성장과정에서 과육의 형태를 지탱하기 위한 장치이며 과일의 성장이라는 사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음은 물론이다. 씨 없는 포도처럼 그것이 없어도 된다. 지구의 중심에는 핵이 있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라는 사건에 의해 있는 것이다.


    오뎅꼬치가 있는 이유는 그 오뎅을 손에 들고 먹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건은 중심에서 시작되며 이때 에너지를 전달하는 중심이 그 에너지를 전달받는 주변부보다 강해야 한다. 사건은 처음 질로 시작하며 질은 균일해야 한다. 외부에너지를 전달받아 그것을 처리하면 축이 있어야 하고 축은 주변보다 강해야 한다.


    그래야 에너지가 지나가는 경로가 개설될 수 있다. 부부가 평등해야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전달받을 수 있다. 불균일하다면 부부는 깨지고 에너지를 전달받지 못하니 사건은 실패다. 그러나 일단 전달받은 에너지를 다시 외부로 처리함에 있어서는 특이점을 형성하여 반드시 불균일을 도출해야 한다. 그것이 차별은 아니다.


    부부가 교대로 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드시 한 사람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날아오는 공을 잡을 때는 두 손에 균일하게 에너지를 배분해야 한다. 그러나 잡은 공을 되던질 때는 한 손에 힘을 줘야 한다. 받을 때는 두 손으로 받고 줄 때는 한 손으로 준다. 사건의 시작점은 반드시 있고 그 지점은 주변보다 강해야 한다.


    모든 사건의 궁극적인 시작점을 사유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반드시 있다. 그래야 의사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종교는 의사결정을 위임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미션을 위임받는 것이며 그 위임의 대상은 철학에 의해 인생전체의 중심, 우주의 중심, 진보의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에너지를 유도할 수 있다.


    지식인이 냉소적으로 되고 현실도피적으로 되는 것은 그 에너지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노자는 에너지가 없고 공자는 에너지가 있다. 노자는 자기 일신의 건강만 챙기므로 에너지가 없고 공자는 천하를 대표하므로 에너지가 있다. 에너지는 개인이 집단을 대표하는 데서 유도되기 때문이다. 집단은 클수록 좋으니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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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5]김미욱

2018.02.26 (10:43:35)

내면의 영혼을 찾아 떠나는 인간의 여행은 이미 만족할 만한 종착역에 이르렀고 이젠 외연의 진리도 확산해야할 숙제가 인류에게 남아있습니다.4차산업이니 인공지능이니 하는 것들도 그 양면의 조화를 일구어내는 한에서만 과감히 취해야 할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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