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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면 어때?" - 할 말은 하는 세상]
이겼습니다. 우리들 세상이 왔습니다. 무엇이 달라졌나요? 노동자 농민이 대접받는 좋은 세상이 왔나요? 천지가 개벽했나요? 하늘에서 금덩이가 쏟아졌나요? 노숙자가 사라지고 성평등이 실현되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회복지가 만개한 좋은 세상이 열렸나요?

아서라 말어라! 아닙니다. 본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천리길을 나서면서 신발 한 켤레와 지팡이 하나를 얻은 것입니다. 우리는 또 싸워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게임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습니다. 진보는 일단 제쳐놓고 논의하기였거든요.

우리가 얻은 것은 발언권입니다. 게임의 룰이 공정해진 것도 아니고, 심판이 중립인 것도 아닙니다. 다만 심판이 편파판정을 시도할 때, 항의할 수 있는 권리 정도를 얻은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세상을 살아왔습니다.

오늘 새벽 2시경이었습니다. TV에서 유시민, 김경재 등이 참여하는 대담을 방영하더군요. 민주당의 승인을 분석하는 자리였습니다. 유시민 대표, 김경재의원 말 한 번 거침없이 잘하더군요.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저런 속시원한 말을 왜 지금까지는 한 번도 못했지?"

말을 할 수가 없었지요. 또 무슨 꼬투리를 잡혀 조,중,동에 융단폭격을 맞을지 모르는데 어떻게 말을 합니까? 김경재의원은 이런 말도 했습니다.

"나 미국에서 15년간 살다왔는데, 내가 반미를 이야기하면 주변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그런데 정작 반미가 제일 심한 나라는 바로 미국이다. 미국인들도 자유롭게 반미를 외치는데 한국에서는 반미를 말하면 무슨 큰일날 죄라도 짓는 것처럼 여긴다."

대개 이런 요지의 발언이었습니다.

"반미면 어떠냐?"

이건 노무현당선자의 말이었습니다. 결과가 어땠습니까? 조,중,동의 융단폭격을 맞았지요. 지금까지 우리는 내나라 내 땅에서 말도 마음대로 못하고 살았습니다. 자유대한에 말할 자유조차 없었습니다.

세계에서 인터넷 게시판문화가 제일 발달한 나라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입니다. 그동안 말을 못해서 얼마나 속이 썩어 내려앉았으면 네티즌들이 이렇게 많은 게시판을 만들어서 말을 하고 있을까요?

조선일보의 구호가 뭡니까? '할 말은 한다'입니다. 이 나라에서 할 말 하고 사는 사람은 조선일보 밖에 없습니다. 노무현의 당선으로 그동안 조선일보가 독점하였던 그 자유를 우리도 병아리 눈물만큼 나눠가지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얻은 전리품의 전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말 좀 하고 삽시다. 마음 놓고 외쳐봅시다.

"반미면 어때?"


[몽새는 날아가고]
정몽준의 막판 뒤집기 시도는 저에게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배신도 이런 배신이 없습니다. 노무현의 승리를 의심하지는 않았지만 저는 정말 인간이라는 존재에 환멸을 느꼈습니다.

왜 몽준은 지지를 철회했을까요? 우리는 어린 아이가 아닙니다. 당연히 회창 쪽의 큰 배팅이 있었겠고, 은밀히 쪽지가 건네졌겠고, 재계의 압력도 상당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오늘 새벽 TV대담에서 있었던 유시민 대표의 말을 빌면 정몽준은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입니다. 약간 다른 관점이 되겠지만 굳이 분석하자면 노무현과 정몽준의 성장배경에서 이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과 정몽준의 공통점은 집안의 막내라는 점입니다. 노무현은 부친 노판석(盧判石)씨의 셋째 아들로 막내이고, 정몽준도 많은 형들 밑에서 한참 아래의 서자 신세입니다. 막내의 특징은 뭘까요? 응석받이입니다.

막내들의 특징 중 하나는 주위 사람을 잘 챙겨줄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노무현도 사람 챙겨주는 데는 인색한 사람입니다. 원래 막내들은 반항적이고 모험적이며 자유분방합니다.

보통 큰 형은 집안의 가장역할을 떠맡아서 동생들을 책임지고 잘 챙겨주는 습관이 있습니다. 둘째아들은 형님과 동생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입니다. 세째 이하 막내들은 반항적이고 응석받이입니다.

막내들은 사고를 쳐도 형들이 해결해 주겠거니 하고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역사의 모험적인 영웅들 중에는 셋째 아들이 많다는 속설도 있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노무현은 몽을 조금도 챙겨주지 않았습니다. 응석받이 몽은 어찌할바를 몰랐던 것입니다. 눈칫밥으로 커온 서자의 한계입니다. 이것이 막판에 비뚤어진 자존심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노무현의 리더십은 주위 사람을 일일이 챙겨주지 않는 대신 간섭도 안하는 주의입니다. 권한을 부여하고 본인이 알아서 하라는 식입니다. 이걸 몽이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몰랐던거죠.

처음에는 터무니없이 많은 것을 요구했습니다. 당연히 퇴짜를 맞았습니다. 그 다음 수순이 문제입니다. 저쪽에서 알아서 몇자리 배려해 주겠거니 하고 열심히 눈치를 살폈습니다. 그런데 부지런히 눈치를 살펴도 노무현이 아무런 신호를 보내오지 않는 것입니다. 미치죠.

노무현의 자서전 '여보 나좀 도와줘'를 참고하면 노무현도 한때는 큰형 노영현씨에 정신적으로 의존한 응석받이였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큰 형은 노무현이 기가 죽지 않게 다독여주었고 노무현은 형님만 믿고 사고를 치고 다닌 것입니다.

1973년 큰형님 노영현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였습니다. 저는 이 사건이 노무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노무현은 정신적으로 완전히 독립하고 고시공부에 전념하게 되었습니다.

공사판이나 돌아다니던 사고뭉치 노무현이 변호사 노무현으로 거듭난 것입니다. 완전히 딴 사람이 되었습니다. 반면 몽은 여전히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형들의 명령에 순종만 해와서 스스로 헤쳐나갈 줄 몰랐던 것입니다.

최근 언론 보도를 참고하면 정몽준은 작은 일은 매우 신중하게 결정하고 큰 일은 경솔하게 결정하는 버릇이 있다고 합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작은 일은 아버지와 형들의 비위에 거슬리지 않게 신중하게 결정하고, 큰 일은 아버지가 시키는대로만 해왔으니 그럴 수 밖에요.

후보단일화 이후 노무현은 주도권을 잡고도 몽에게 아무런 명령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이게 더 무서운 거죠. 저는 노무현의 방임적인 행동에 몽이 모종의 두려움을 느꼈다고 확신합니다.

"뭐? 나더러 정동영과 추미애와 경쟁하라고? 그렇다면 나를 조금도 챙겨주지 않겠다는 뜻 아니야? 난 어떡하라구. 엉엉 T.T;"

이게 엄청난 공포로 다가온 거죠. 어린시절 아버지에게 떼쓰듯이 울어버리고 싶었을 것입니다. 사진에 나타난 명동유세에서 정몽준의 똥씹은 표정은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의 어린아이의 모습이더군요.

서자 신세에 눈치 하나로 살아온 정몽준, 언제나 형들이 챙겨주고 아버지가 이끌어주는대로 고분고분 말도 잘들었던 정몽준, 그는 응석받이로 시작해서 끝내 그 응석을 극복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민중의 지도자가 걷는 길]
인간은 시련을 겪으면서 강해집니다. 노무현에게 최초의 시련은 큰 형 노영현씨의 사망이었습니다. 그 이후 정신적으로 한 단계 성숙해졌던 것입니다. 보통 사람이 큰 인물이 되는 데는 누구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 인정받으려는 대상이 누군가가 문제이죠. 어떤 지위의 그룹에 소속되므로서 인정받게 되기도 합니다. 이문열이라면 조선일보 사주와 형님 동생 하는 위치에 소속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김영삼이라면 아버지 홍조옹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겠지 싶습니다. 중학생 때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이라고 책상머리에 써붙인 포부도 실은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고 싶은데서 오는 야망일지도 모릅니다.

한 인간의 야망은 그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그 구체적인 대상이 있습니다. 정몽준이라면 아버지로부터 늘 들어온 '몽준이 하는 일이 늘 그렇지'라는 평을 벗어던지고 아버지 앞에서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버지! 옛날의 그 몽준이 아니라니까요!"

김용옥을 인정해줄 사람이라면 그래도 달라이라마급은 됩니다. 김수환 추기경이나 김우중사장과 형님 동생하는 정도의 야심이 김용옥의 인격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김용옥이 그 인정받고 싶어하는 버릇을 못 버리고는 진정 깨달을 수 없습니다.

정치평론가 진중권 등이 그 자유분방함에도 불구하고 강준만이나 시민 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하므로서 껍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 인간의 한계가 되고 그릇 크기가 되는 것입니다.

노무현과 그 인정받고 싶어하는 대상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큰형님 노영현씨가 1973년 교통사고로 운명하셨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노무현의 삶에서 지속적으로 관찰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정받고자 하는 대상이 없다는 것은 오히려 단점으로 될 수도 있습니다. 노무현의 일부 조심성 없는 행동이 거기서 연유합니다. 추미애의원의 거침없는 발언에서도 이런 점을 엿볼 수 있습니다. 불교용어로 말하면 무애행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울분입니다. 울분은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억울함에서 시작됩니다. 가슴 밑바닥에서의 응축된 에너지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은 약간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등이라도 두들겨주면 인정받았다 싶어서 그만 헤헤거리게 됩니다. 순치됩니다. 길들여집니다. 갇혀버립입니다. 타락합니다. 조선일보 사주가 등이라도 두들겨주면 인정받았다 싶어서 헤헤거리는 김근태입니다. 소인배이죠.

노무현과 추미애의 언행에서는 그 인간을 한계 지우는 그 울타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길들여지지 않은 사람입니다. 야생마같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노무현은 고독합니다. 추미애의원도 고독합니다. 결국 신으로부터, 역사로부터, 세상 모두로부터 인정받는 길을 택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위대한 지도자가 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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