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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8680 vote 0 2014.02.17 (11:57:27)

 


    지난 주 팟캐스트 생각의 정석에 이상 이야기가 나왔기로 한 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팟 캐스트 녹음은 사전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한 건데 할 이야기는 많고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아 두서없이 이것저것 늘어놓은 셈이 되었다.


    간단히 검색해보니.. 여전히 이상을 이해하는 사람은 한국에 없는 듯 하다. 이상도 아마 일본인 스승 누군가의 영향을 받았을테고, 비슷한 문학적 경향에 속하는 사람이 여럿 있을텐데 전혀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느낌이다.


    요즘 자주 보는 엔하위키미러로 검색해보니.. 이상? 이거 뭐야! 이거 소설 맞아? 미쳤구만! 하는 정도다. 이렇게 말이 통하는 사람이 없다니. 필자는 오래전부터 이상을 높이 평가해 왔다. 왜냐하면 이건 진짜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하철 시나, 고매하신 정명석 시인의 시나, 노벨상 후보이신 고은 선생의 시를 보면 ‘이게 시가 맞냐?’ 하고 이맛살을 찌푸리게 된다. 괜찮은 것도 더러는 있다. 그러나 본질에서 이걸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상은 진짜다. 우선 그는 화가에 건축가다. 시인에 소설가다. 문학의 어떤 본질에서 시작했다. 구조론의 입장에서 문학은 과학이어야 한다. 탐구의 대상이 있어야 하고 성과가 있어야 한다. 발명이 아닌 발견이어야 한다.


    그 결과로 얻어지는 것은 보편성이다. 이상의 날개에서 33번지.. 두 개의 방이 있다. A를 통과해야 B로 갈 수있다. 구조론의 대칭구조다. 이런 구조는 필연적으로 딜레마를 낳는다. 딜레마를 타개하는 과정이 묘사된다.


    문제는 이게 우리의 보편적 모습이라는 거다. 아스피린과 아다링, 앞방과 뒷방, 일본과 조선.. 손기정 선수만 해도 일본이라는 현관을 통과해야만 베를린으로 갈 수가 있었다. 일장기를 달지 않고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


    무엇인가? 장지문 하나로 나누어진 두 개의 방, 출입구는 하나.. 이런 모순된 구조가 사실은 보편성을 띠고 있었다는 거다. 매춘부 누구의 특수한 공간이 아니라 인류의 근본적인 존재의 조건이었다는 거다. 누구나 해당된다.


    이상은 백부의 양자로 들어갔다. 백부를 통과해야 친부를 만날 수 있다. 이 또한 구조적 모순이다. 지금 한국도 그렇다. 어디로 가려면 미국이라는 금홍의 방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보편성 너무 짜릿하지 않나?


    살 떨리지 않나? 뇌를 번쩍 깨어나게 하는 전율함이 있잖아! 그런거 느끼지 못하나? 이상에 대한 평론은 많은데 아무도 이런 짜릿함에 대해서 논하지 않는다. 왜 이걸 말하지 않지? 짜릿하지 않다고? 이상문학상은 뭐야?


    필자가 아니라도 다들 이상을 높이 평가한다. 그들도 뭔가 느낀 것이다. 뭘 느꼈는데? 왜 그걸 말하지 않지. 느낀걸 말해보라고. 뇌에 뜨끔한 신호가 온 지점이 어디냐고? 부분을 건드렸는데 전체가 반응하면 전율한다.


    입술을 포갰을 뿐인데 온 몸이 화끈 달아오른다. 그런게 있으니까 점수를 주는 것 아닌가? 작은 부분을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와장창 하고 전체가 반응하는 것. 바로 그것이 보편성이다. 모두에게 해당되는 존재의 조건이다.


    조선족들은 중국이라는 금홍의 방을 통과해야 두만강 건너 자기네 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 답답하게도 항상 무언가를 거쳐야만 하게 되어 있다. 그네는 오바마의 중재를 거쳐야만 아베를 만날 수 있다. 이거 웃기지 않나?


    그네는 6월에 있을 오바마의 한국일본 동시방문을 앞두고, 4월에 있을 국제회의에서 아베와 한 번 만나야 할 사정이 생겼다. 이거 참으로 웃기지 않나? 짜릿하지 않나? 하여간 이상은 금홍이 준 동전을 화장실에 던져버렸다.


    그네는 오바마가 준 동전을 화장실에 던져버릴까? 아니면 오바마의 체면을 고려하여 마음에도 없는 아베와의 악수를 할까? 이거 참으로 재미지지 않나? 부분이 전체를 흔든다는 거. 부분과 전체가 동형복제로 공명한다는 거.


    오감도 역시 보편성이 있다. 조감도는 새가 본 그림이고 오감도는 까마귀가 본 그림이다. 까마귀는 까매서 눈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그 결과는? 추상이다. 추상은 간격을 두고 멀리서 희미하게 본다. 그래야 진짜가 보인다.


    가까이서 사실적으로 보지는 말자. 13인의 아해가 무서운 골목으로 질주한다. 이 부분은 마치 2차대전을 향해 질주하는 일본군의 무모한 침략책동을 연상시킨다. 그 현장에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 뿐이 모였다.


    이상은 1937년 27살에 죽었다. 만주사변 이후 중일전쟁 직전의 긴장상태다. 결과적으로 이상은 2차대전을 예언한 셈이다. 작은 골목길의 으스스한 풍경을 말했을 뿐인데 큰 세계의 재난과 연결되어 있다. 구조의 동형복제다.


    이는 이상의 탐구한 과학적 성과이다. 중요한 것은 실제 그 시대가 그러한 시대였다는 것이다. 그는 시대의 피울음을 몸으로 느끼고 그것을 사회에 전한 것이다. 그는 봉건사회와 신세계 사이의 경계선에 애매하게 서 있었다.


    도쿄로 가서 신문물을 보고 싶었다. 그것은 친일파가 되는 길이다. 그는 확실히 일본의 앞선 문물을 동경하고 좋아했다. 친부를 버리고 백부에게 양자로 들어간 자신의 모습과 겹쳐진다. 중국을 버리고 미국에 붙은 한국처럼.


    그것이 자기만의 특수성이 아니라 인류의 보편성임을 알아챈 것이다. 전부 연결된다. 술집이나 유곽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로 인류의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그것은 구조다. 구조로 보면 통한다. 세상과 이어주는 창이다.


    사실을 버리고 구조를 취하라. 그래야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할 이야기는 태산처럼 많지만 너무 깊이 들어가서 시시콜콜 따지는 것도 이상하고, 대략 이 정도만 스케치하기로 하자. 이상 이전에 문학이 없고 이후도 없다.


    P.S.

    오감도는 원래 30편 연재를 예정했으나 독자들의 항의를 받아 연재가 중단되었다. 왜 독자들은 신문사에 항의전화를 했을까? 이건 시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 시가 아닐까? 내용이 너무 쉽기 때문이다. 좀 어려워야 시 다운 맛이 나는 것이다. 그때는 너무 쉽다고 항의를 했는데, 이젠 다들 어렵다고 한다. 그새 180도로 태도를 바꾼 것이다. 얍삽하기 짝이 없다. 왜 태도를 바꾸냐고? 도대체 어렵기는 뭐가 어렵다는 거지? '제 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당신은 안 무서운가? 만주사변에, 중일전쟁에, 진주만 기습에, 세계대전이 일어날 판인데 당신은 무섭지 않은가? 실제로 무서우니까 무섭다고 한 건데 뭐가 어렵다는 거지? 




[레벨:10]다원이

2014.02.17 (12:36:03)

짜릿한 접점...! 진짜배기에 목마른 오늘날 시원한 감로수 ....
프로필 이미지 [레벨:6]블루

2014.02.17 (14:51:28)

이상의 소설과 시를 읽은게 중학교인데 수십년 지나서야 제대로 깨우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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