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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277 vote 0 2013.08.18 (13:05:45)

 

    신은 죽었다


    목요일 강의에서 한 이야기입니다. 815 해방주에 음주강의로 의사전달이 잘 안됐다고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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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철학의 주제는 본질이냐 현상이냐다. 본질이 현상에 앞선다. 본질은 완전한 전체이며, 현상은 그것을 칼로 잘라낸 단면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막상 현실에 대입해 보면 언제나 현상이 본질에 앞선다.


    본질은 동일성에 있다. 동일성은 무엇이 반복될 때 둘을 연결시키는 끈이다. 보통은 이성이라고 한다. 종교라면 영혼이 본질이다. 어제와 나에서 오늘의 나로 연결되는 끈을 찾고 그것으로 완전성을 삼는다.


    그러나 현장은 어떤가? 상놈이 양반되고, 해적이 신사되고, 류뚱이 에이스되고, 싸이가 스타된다. 본질로 보면 싸이는 클럽에서 노닥거리는 3류 딴따라다. 싸이의 동일성이 홍대앞 클럽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20억뷰를 올리고 기네스북의 사나이 등극이다. 이건 철학자들의 말과 안 맞잖아? 이에 철학가들은 현상의 의미를 확대해석하는 수법을 쓴다. 현상 위에 또다른 어떤 현상이 있다는 거다.


    실존이니, 현존재니, 현상학이니 하며 다양한 시도를 한다. 찰나적이고 말초적이며 1회적 현상 위에 무언가 엄청난 것이 있다. 다들 알고 있다. 사실 철학자들은 두서없이 말하므로 뒤죽박죽이 되어 있다.


    같은 말을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하거나 혹은 같은 사람이 같은 단어를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모형적 사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어는 찬성/반대의 선형개념으로 전달될 수 없다.


    입체적 모형으로 올라서야 한다. 어떤 것의 반대가 실제로는 바로 그것인 경우가 너무나 많다. 승리가 패배이고, 사랑이 증오이고, 선이 악이고, 참이 거짓이고, 이긴 선거가 부정선거인 경우가 너무나 많다.


    선 위에 표현되는 yes/no로는 세상을 옳게 설명할 수 없다. 입체어를 써야 한다. 무엇보다 바른 언어를 설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철학의 논의들은 모두 인간의 신분상승을 통한 동기부여에 대한 이야기다.


    현상은 상놈이 1회로 양반행세 한다고 양반되느냐다. 본질은 양반이 가진 어떤 동일성을 획득하라는 말이다. 그것을 얻으면 상놈도 양반이다. 현상계는 필자가 지어낸 말로 입체적 모형으로 본 현상이다.


    1) 현상계 - 한국이 봄이면 호주는 겨울, 여름과 겨울은 공존한다. 만나야 할 것이 만나면 인간은 상승한다.
    2) 본질 - 계절은 반복된다. 반복되는 동일성을 획득하면 신분이 상승한다.
    3) 현상 - 지금은 여름이다. 일시적인 현상 뿐이다.


    어떻게 신분상승을 할 것인가? 계절은 일시적이면서 동시에 반복적이면서 동시에 전체적이다. 지금까지 철학자의 논의는 반복으로 일시를 극복하려다가 전체 앞에서 당황하여 나자빠지는 실패의 반복이었다.


    찻잔이 있다. 원래는 조선의 개밥그릇인데 임진년에 왜구가 훔쳐간 것이다. 그 개밥그릇을 반복하여 찻잔으로 쓰면 찻잔이다. 이도다완이 그렇다. 동일성 획득에 의해 개밥그릇이 찻잔으로 신분상승한 것이다.


    그럴수록 그 찻잔은 우유잔이나 커피잔이나 막걸리잔이 될 가능성을 손실한다. 동일성을 획득할수록 왜소해지고 마는 것이다. 상놈이 졸지에 양반되어 양반행세에 몰입할수록 점점 비루해지고 마는 것이다.


    3)번 현상은 상놈이 돈 벌어 일시적으로 양반행세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방해자가 나타내서 해꼬지 한다. 김기덕 감독이 초졸 주제에 우연히 감독 되었는데 사회가 절대 용납 안 하는 것과 같다. 한 방에 떠보려고 무리수를 쓰다가는 성재기처럼 박살이 나고야 마는 것이다.


    2) 본질은 같은 짓을 반복하면 된다는 거다. 조선일보가 찬양하는 ‘마스터리의 법칙’의 저자 로버트 그린-구조론 게시판-이 주장하듯이, 1만시간 혹은 2만시간을 반복하면 상놈도 양반된다는 거다. 이런 걸로 집금에 성공한 사기가 ‘영절하’다.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말고, 계속 뻘짓을 하면 갑자기 영어가 된다는 거짓말이다. 그럴 리가 없잖은가?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거짓말에 솔깃한다. 김기덕 감독이 영화를 계속 만들면 언젠가는 인정받는다는 식이다. 세상이 알아줄때까지 하던 일을 계속하라는 거다. 언뜻 그럴듯하게 들린다. 변희재도 그 짓을 계속하면 성공한다는 주장이다. 변희재 선생 탄생이다. 이 거짓말이 먹히는 이유는 ‘시간으로의 도피’ 기술 때문이다. ‘내가 2만시간 수련을 안해서 그렇지. 나도 2만시간 했다면 성공했어.’ 하고 자기위안을 줄 수 있다. 그냥 거짓말이다. 인간은 성공보다는 성공할 수 있는 신분을 원한다. 노력해서 왕자가 되기보다는 원래 왕자로 태어나는게 더 멋있다. 우리 애가 공부를 안해서 그렇지 원래 머리는 좋은데.. 하고 자기위안하며 현실도피할 수 있다. 이 거짓말은 장사된다.


    3) 현상계는 만날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거다. 그냥 만나는게 아니라 팀을 꾸리고 새로운 드라마를 창의해야 한다. 밖으로 나가서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고 왕이 되어야 한다. 모든 천재들은 고유한 자기만의 영토를 건설했다. 양반과 결혼하면 양반이고, 천재와 만나면 천재다. 천재의 특징은 주변에 천재가 계속 꼬인다는 점이다. 왜? 아이디어를 훔쳐먹으려고. 잘 훔치는 자야말로 천재니까.


    마스터리의 법칙에서 로버트 그린이 예로 드는 다윈과 모차르트는 김어준처럼 돌아다녔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로버트 그린 본인도 그렇다. 빨빨거리고 돌아다녀야 한다. 물론 돌아다닌다고 천재가 되는건 아니지만, 돌아다니지 않고 천재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방구석에 갇혀 있어서는 절대 천재가 될 수 없다. 강단에 처박혀 있어서는 절대 천재가 될 수 없다. 천재를 이루는 것은 에너지의 낙차다. 그 낙차는 어떤 둘의 연결에 의해서만 성립하기 때문이다.


    본질은 동일성을 추구한다. 현상계는 비동일성에 의한 창의성을 추구한다. 본질은 농노가 선비짓을 반복하면, 반복의 동일성에 의해 그 언젠가는 선비가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므로 어리석은 대중들은 박그네가 부정선거를 했더라도 사회에 불만을 품지 말고 계속 하던 일을 열심히 하라는 강압이다. 말 안 듣는 노예를 단속할 때 이 수법을 쓰면 성공할 수 있다.


    현상계는 농노가 선비와 결혼하면 당일로 선비가 된다는 입장이다.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짝짓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현상계고, 같은 짓을 반복하면 동일성에 의해 신분상승한다는 것이 본질이고, 지금 넌 농노니까 농노라는 건 현상이다. 그렇다. 선비와 소통하면 선비고, 신과 소통하면 신이다. 둘은 뗄레야 뗄 수 없다. 북과 북채를 뗄 수 없다. 범종과 당목을 뗄 수 없다. 짝짓기로 신분상승은 가능하다. 카스트의 벽을 허물고 높은 레벨과 짝지어야 한다.


    필자가 현상계와 본질을 구분해 놨지만 실제 철학자들은 본질에다 현상계의 의미를 집어넣는다. 왜냐하면 자기가 본질을 이야기해놓고 보니까 뭔가 앞뒤가 안맞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어가 뒤죽박죽이다.


    지금까지의 전복에 대한 논의는 하향평준화였다. 높은 레벨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귀족도 없고 평민도 없고 다 똑같다는 것이다. 이는 희망이면서 동시에 절망이다. 다음 단계의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단히 새로운 영역은 창조된다. 컴퓨터가 등장하고 인터넷이 등장하고 스마트폰이 등장한다. 부단히 높은 레벨로 올라서야 한다. 제 자리에 안주하면 안 된다. 동일성의 신화를 깨뜨리고 비동일성으로 올라서야 한다.


    비동일성은 비선형성이다. 대개 무언가를 반대하는 부정의 의미로 사용되지만 진정한 비동일성은 비대칭성이며, 비현실성이며, 노자의 무위자연과 같은 것이며, 강을 이기는 유이며, 새로운 창의다.


    구조론의 질과 양은 흔히 거꾸로 받아들여진다. 사건은 질에서 양으로 이행하지만, 제 2의 사건에서는 그 양이 다시 질로 세팅되기 때문이다. 이때 추가적인 에너지 투입이 필요하므로 구조론에서는 이를 배척하지만 피상적으로 보면 같다. 양이 질로 인식되는 장면은 매우 많다.


    마르크스의 양질전환 거짓말과, 로버트 그린의 양질전환 거짓말, 영절하의 양질전환 거짓말이 그러하다. 하나의 사건 안에서 양은 결코 질이 될 수 없다. 단지 그렇게 착각될 뿐이다. 그렇게 착각되는 이유는 연쇄적인 사건의 고리 안에서 사건의 마디를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과율을 잘못 적용한 것이다.


    기존의 시스템 안에서 상놈이 양반되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 상놈이 양반되는 유일한 방법은 설국열차를 파괴하고, 밖으로 나가서 새로운 공화국을 건설한 다음 자신이 왕이 되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다. 싸이는 유튜브 왕국을 건설했다. 왕이 되었다. 신분상승했다. 누구도 시비하지 못한다. 진정한 완전성이다.


    무엇보다 완전성에 대한 개념을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 기도든 헌금이든 108배든 무언가 반복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전부 거짓말이다. 북은 단숨에 이루어진다. 그 북이 반복적으로 소리를 토해내어 세상을 바꾸는 것은 별개다.


    당신이 소리를 내는 북이냐 아니냐가 중요할 뿐 세상이 알아주느냐는 논외다. 매팅리는 무언가를 반복해서 성공한게 아니라 류현진을 영입해서 성공한 것이다. 답은 짝짓기다. 북은 북채를 만나는 순간에 완전해진다.


    ###


    언젠가 왔었다고 한다. 언젠가 올거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지금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불완전하다. 완전하지 않은 신은 신이 아니다.


    신에게 기도하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기도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불완전하다. 줄 것을 주고 댓가를 받는다면 불완전하다. 어떻게 신과 인간이 거래관계일 수 있다는 말인가? 완전하지 않은 신은 신이 아니다.


    신은 어디에서 오는가? 저기에서 온다. 여기는 아니라는 말이다. 천상이든 지상이든 신은 그곳에 있고 나는 이곳에 있다. 그렇게 서로는 분리되어 있다. 그러므로 불완전하다. 완전하지 않은 신은 신이 아니다.


    진짜 신을 말한 사람은 일찍이 없었다. 불완전에서 완전을 바라보는 한 완전을 볼 수 없다. 그림자에서 빛을 보려는 한 빛을 볼 수 없다. 오직 완전에서 완전을 볼 수 있을 뿐이며, 빛에서 빛을 볼 수 있을 뿐이며, 덕유산 정상에서 본 지리산 정상의 모습만이 진짜 지리산이다. 기슭에서 본 정상의 모습은 진짜가 아니다. 그것은 그대가 만들어낸 환영이다.


    그러므로 그대여. 신은 죽었다고 말하라. 진실을 고백하라. 그리고 진짜 이야기를 시작하라. 쿨한 신을 이야기하라. 친구인 신을 이야기하라. 지금 현재 이곳에 존재하는 신을 이야기하라. 댓가없이 서로 사랑하는 신을 이야기하라. 결코 나와 분리되지 않는 완전성의 신을 이야기하라.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언젠가 올지도 모르는 어떤 신을 말하지 말라. 그 신은 죽은 신이다. 무언가를 반복하는 자에 의해 살해된 신이다. 지금 이 순간에 그대와 함께 살아서 호흡하는 그리고 마침내 그대를 완성하고 세상을 완성하는 진짜를 이야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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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妙)님의 신간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시중서점에 있습니다.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97706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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