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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3624 vote 0 2013.08.22 (13:30:28)

    정의와 평등


    정의는 사건의 판단기준이고 평등은 판단의 결과다. 구조는 축core과 날개가 세트를 이루어 사건을 판정하는 스위치가 된다. 축은 비대칭이고 날개는 대칭이다. 정의는 축이 날개에 대해 가지는 비대칭성이다.

 

    평등은 두 날개 상호간의 대칭성이다. 스위치는 ON과 OFF가 대칭을 이루며 사람은 버튼을 비대칭적으로 작동시켜 전류의 방향을 결정한다. 

 

    사건은 정의로 출발해서 평등으로 종결된다. 재판장의 판결이 정의면, 원고와 피고가 받는 처분은 평등이다. 정의의 임무는 사건의 통합을 통한 위험의 관리에 있다. 사회가 단계적으로 위험에 대한 대응수준을 높여가는 것이 정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대응수준이 낮은 양적인 대응이다. 양적인 대응은 단기적인 대응이다. 어린이가 잘못을 저질렀어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은, 어린이의 행동을 하나의 완결된 사건으로 규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15세가 되면 그 전체의 성장과정이 하나의 사건이 된다. 그 과정에서의 자질구레한 행동은 부모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어린이의 행동에 대해 단기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더 높은 수준에서의 질적인 대응이다. 어떤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어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하지 않는 것은 그 사건을 아직 완결된 사건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사건을 이루는 기승전결의 진행과정으로 보는 것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무례하게 굴었다면 곧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여자가 맞대응할 것이 아니라, 사과할 기회를 주는 방법으로 장기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이 방법으로 사회는 위험에 대한 관리의 수준을 높여간다. 서로 다른 개별적인 사건을 연동시켜 일괄타결 하는 방법으로 개입횟수를 줄여서 에러가 일어날 확률을 낮추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대응하면 개입횟수가 증가하는 만큼 오판이 일어날 확률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감독이 4번타자에게 너무 많은 작전을 내면 헷갈려서 작전이 실패로 돌아갈 확률은 그만큼 증가한다. 도루왕에게는 마땅히 그린라이트를 주어야 한다.

 

    갈림길에서 운전자가 핸들을 왼쪽으로 꺾으면 한 사람이 죽고 오른쪽으로 꺾으면 두 사람이 죽어야 하는 상황에 있다. 정의는 이 상황을 하나의 독립된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


    단순히 2명을 살리는 쪽으로 판단하면 거기에 맞추어 사회가 세팅될 것이고, 이는 또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그 한 명이 어린이라면 어린이부터 살려야 한다. 눈앞에 펼쳐진 사건을 보고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연동되어 함께 결정될 사회의 다른 많은 부분을 보고 판정하는 것이, 위험에 대한 대응수준을 높이는 것이며 곧 정의다.


    정의를 양적으로 계량하려는 공리주의적 태도가 있다. 이들은 명성, 쾌락, 행복 등의 수치화된 값으로 사건을 판정한다. 그러나 사건은 서로 연동되어 있으므로 전체적으로 보아야 한다. 개입횟수를 최소화 하는 통짜덩어리로 판정해야 한다.


    계량화는 개입횟수의 최대화가 되므로 정의에서 이탈한다. 만약 공리주의적 판정을 시도한다면 실제로 판정되어야 하는 것은 명성, 쾌락, 행복이 아니라 존엄, 긴장, 밀도다.


    첫째 인간이 존중받고 있는가, 둘째 사회가 긴장되어 있는가, 셋째 사회 구성원의 상호작용이 충분한가로 계량해야 한다. 연주자라면 첫째 좋은 피아노인가? 둘째 피아노줄은 잘 조율되었는가?


    셋째 연주할 곡은 라흐마니노프인가?로 판정한다. 싸구려 영창피아노를 조율하지 않은 채 빠빠빠를 연주한다면 최악이 된다. 이는 질적인 판단을 통해 위험에 대한 대응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존중받지 않으면 이탈하고 이탈하면 사회는 위험해진다. 긴장되어 있지 않으면 사회는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사회는 정치적 논쟁, 경제적 차별, 유형의 변화, 문화의 전파, 종교의 활동, 교육의 보급으로 사회 구성원 간의 긴밀도를 높인다. 긴장의 조성을 통해 사회가 해체되어 구성원이 각기 딴 방향을 바라보며 무질서하게 폭주하는 사태를 막는다.


    모두가 하나의 방향을 바라보고 코어를 향하여 집중하게 한다. 가족이 서로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밀도가 낮은 것이다. 왕따나 오타쿠나 히키고모리로 분열되면 사회가 붕괴된 것이다.


    사회는 존엄, 긴장, 밀도로 판단되며 국민이 어떤 대접을 받는가?, 구성원 모두가 주목하는가?, 상호작용은 긴밀한가?로 결정되어야 하며 이 방법으로 사회는 위험에 대응하는 수준을 높인다. 그것이 정의다.


    정의가 없는 사회는 각자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무관심하고 서로 연동되지 않는다. 문화도 없고, 교육도 없고, 패션도 없고, 스포츠도 없고, 오락도 없고, 정치도 없고, 경제도 없다. 그 경우 갈림길에서 2명을 살릴 것인가 1명을 살릴 것인가를 판정할 수 없다.


    일베충 둘과 어린이 한 명이라면 누구를 살려야 하겠는가? 이를 판정할 수 있도록 정의를 구사하여 사회구조의 긴밀도를 높여야 한다. 평등은 사회의 존중받는 정도, 긴장하는 정도, 소통하는 밀도가 최대수준에 이른 전방위적 대칭상태다.


    이때 리더는 정의를 구사하여 대칭을 비대칭으로 통제할 수 있다. 스위치의 ON과 OFF가 대칭적이어야 리더가 스위치를 켜거나 끌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부자와 빈자, 강자와 약자사이에 스위치가 대칭적이지 않다. 스위치를 어떻게 작동하더라도 부자와 강자에게만 전구가 켜지도록 왜곡되어 있다. 그 경우 통제가 불가능해지며 사회는 해체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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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97706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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