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4788 vote 0 2005.04.11 (22:23:52)

좋은 교육이란 무엇인가? 흔히 자율(自律)을 말한다. 틀렸다. 자유(自由)여야만 한다. 자유란 무엇인가? 그것은 자기 내면에서의 동기부여다. 동기부여란 무엇인가? 창의(創意)다. 창의성 교육을 위해서는 자율이 아닌 자유가 필요하다.

그리고 또 무엇이 필요한가? 집중력이 필요하다. 집중력 있는 교육은 어떠한 것인가? 그것은 차라리 스파르타식 교육에 가깝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파르타’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그것이 곧 매질을 일삼는, 교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그런 교육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최고의 집중력을 보여주는 속도감 있는 교육을 말한다. 진도가 팍팍 나가주는 교육을 말한다.

이렇게 말하면 혹자는 말할 것이다. 방금 자율이 아닌 자유라고 말해놓고 또 갑자기 또 최고의 집중력이라니? 이상하지 않은가? 맞다. 교육에는 본래 두 가지의 서로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그 모순성을 인정해야 한다.

● 최고의 교육은 동기부여가 되는 + 집중력 있는 학습이다. 둘은 모순된다. 교육의 문제는 이 근본적인 딜렘마를 해결하기 위한 변증법적인 모색이 되겠다.

아래는 특히 미술교육과 관련한 토론을 정리한 것이다.


--------------------------------------------------------------------------------

● 창조성을 기르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 일단은 모방이 중요해. 이거 알아야 한다구. 모든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모방해 보지 않고 처음부터 창조한다는건 거짓말이야. 진정한 창조는 부단한 모방의 끝에 그러한 모방의 한계를 깨닫는데서 시작되지.

모방을 통한 성취의 크기 만큼 모방을 통한 좌절도 크지. 그 모방을 통한 좌절을 체험해보지 않고 처음부터 창조한다면 그건 진지한 거짓말에 지나지 않아.

● 요령과 패턴을 가르쳐주는 건 너무 많거든.
● 우리나라 정규 미술교육은 창조성 교육을 한다면서 실제로는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거든. 그냥 니가 알아서 그려라는 식이야. 차라리 북한 미술교육이 낫다구. 북한은 학원에서 가르치는 요령을 가르쳐 주는데 실은 거기서 많은 창조성이 나온다구.

● 모방을 통한 방법 밖에는 없을까?
● 글고 기존의 질서와 권위에 반발하는 교육을 시켜야 해. 주류에 맞서는 아웃사이더의 자세, 속된 말로 안티맨이 되어야 한다 이거지.

● 처음엔 무작정 많이 보게 하는건 어떨까?
● 그런 말이 있지. 어떤 시인에게 말이야. 어떻게 하면 시인이 될 수 있느냐고 질문하니까 일단 시 3천편을 외우고 오라고 말했다더군.

● 나는 약 2년 동안 1만점의 시각자료를 보여주기로 계획하고 있어.
● 연대기 별로 구분해서 시대의 흐름을 보여줘야 해. 두가지가 있지. 편년체가 있는가 하면 기전체가 있거든. 연대기와 열전이 있는 거지. 연대기는 고딕식이니 바로크식이니 로코코 식이니 그 흐름을 보여주는 것. 열전은 한국식, 일본식, 인도풍, 아프리카풍, 인디안풍, 아랍풍 등등 양식을 보여주는 것이 되겠지.

● 그리고 미학적인 관점을 가르쳐야 해. 미학이란 말은 하나의 기준(주제 혹은 스타일)을 정하고 그 기준에 맞추어 그 한 폭의 그림 안에 긴장감을 불어넣기지.
● 나의 조형원리 정도는 그런 방법으로 교육이 가능한데.

● 미학은 별게 아니고 일단 긴장감을 주는 것이야. 대비를 통한 긴장, 명암을 통한 긴장, 정과 동의 긴장, 강과 약의 긴장, 전쟁과 평화의 긴장 등등 어떤 그림에든 나름대로의 긴장감이 있지.
● 대비는 내가 무척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지.

● 인공적인 방법 대 유기체적인 방법.. 등 형식과 내용 모두 대비는 가능하지.
● 요소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을 가르쳐야겠지. 일단은 스타일이 중요하지.. 스타일은 소재와 관련이 있어. 이단은 구성이 되겠고.. 구도라고 봐야하나. 레이아웃 말이지. 긴장감을 낳는 대립구도. 3단은 더 정밀한 묘사인데 명암과 색의 배치문제가 되겠고. 4단은 비틀기인데 그림에 어떤 파격성을 부여하기.. 5단은 재능이 필요한 부분인데 주로 시각적 착시효과를 응용하는 것이 되겠지.

● 자유라는 이름의 동기부여와 그 실천으로서의 교육이라 했을 때 교육은 스파르타가 최상이다? 그거만 가지고 지속성이 있을까?
● 최대한 집중하는 거지. 일단 수학을 하려면 구구단을 외어야 하겠지. 한글을 못 익히면 국어고 역사고 다 꽝이라구. 당연히 이수해야 할 필수과정을 트레이닝 시키는 건 필요하지.

● 어쨌건 자유의 측면과 교육의 측면은 상호 작용을 하는 걸로 봐야겠지.
●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시간낭비를 하지 말자는 거지. 교육은 최단시간에 집중하는게 맞아.

무슨 뜻인가 하면 부모가 애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은 교육을 시키기 위한 목적 뿐만이 아니라, 부모들이 직장에서 일할 동안 애들을 좀 학교에 잡아놔 달라 이런 측면도 있다구. 학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지.

그래서 그 부분은 빼고 학습부분만 본다면 .. 내 의견은 초기단계에서 빠르게 진도를 나가줄 필요가 있다는 거지. 그래야 흐름을 알 수 있다구.. 나라면 일년 배울걸 한 달에 다 가르칠 것임. 압축지도가 좋지. 그래서 안되면?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해. 그 방식을 반복하는 거지.

교과서 받은 첫날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읽어야 해. 그 방법으로 일년동안 가르칠걸 한달에 다 가르치고 그 남는 시간동안엔 토론식 수업을 하는게 좋겠지.

● 교실 안에서만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는데..이건 뭔 말인가?
● 동기부여를 위해서는 어떤 극적인 체험이 필요하겠지. 예컨대 박물관에 데려간다든가, 걸작을 보여준다든가.. 지적인 충격을 줘야 해. 거기에 빠져들만한 어떤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거지.

● 동기부여 자체도 교육의 중요한 요소지. 이건 교실 밖에서 이뤄질 수 있는 교육이군.
● 부러운, 샘이 나는, 갖고 싶은, 쟁취하고 싶은.. 그런 체험을 주는 거지. 초발심을 불러 일으키는 거.

● 상담도 무척 중요하거든. 가다가 힘이 빠지는 경우가 많아서.. 길을 잃고 지루하게 느끼고, 온갖 사적인 문제가 비집고 들어오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궁극의 동기부여를 위한 상담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일종의 명상 프로그램과 같은 방식의.
● 세상을 만만하게 보는 연습을 시켜야 해. 천상천하 유아독존. 달마를 보면 달마를 잡아먹고, 뱀을 만나면 뱀을 구워먹고.. 무서운 것이 없어야 하지. 자기도 모르게 자기 스스로 정해놓은 한계를 과감하게 넘어서보기.

● 무엇을 배워야지만, 충분히 연습해야만, 또 특별한 누구누구한테 가르침을 받아야만 알 수 있다는 신념이.. 자기 제약의 신념과 다를 바 없다는 것. 문제는 짧게 배워서 넘어가려면 그만한 집중력이 필요한데 충분한 동기부여가 전제돼야 한다는 말이거든.

문제는 이 동기부여라는 게 그 자체를 교육의 내용으로 삼기가 무척 까다롭다는 거지. 이미 동기부여가 충분히 된 사람을 어떤 한계를 살짝쿵 넘어서게 해주기는 쉬울 수 있는데.
● 동기부여는 충격적인 작품을 보여주는 수 밖에 없겠음. 작품을 보고도 필이 안오는 사람이라면 가망이 없다고 봐야지. 그런데 동기부여를 하려면 최신 경향과 최신 유행을 알려줄 필요가 있지. 애들이 좋아하는 최신 유행의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등.

● 요즘처럼 개인의 경험이 다양해진 시대에 켸켸묵은 옛날 고전 작품을 보고 동기부여가 되지는 않겠지.
● 남미나 유럽의 박물관을 순례하면 필이 온다고들 말은 하더만.

● 삶에 대한 동기부여도 필요하지. 인간의 정신적 성장에 대한 동기부여.
● 보통은 유치하지. 그런데 그런 속물적인 측면도 일단은 존중해 줄 필요가 있어. 멋에 대한 감각은 누구나 가지고 있거든. 문제는 그게 멋이라는걸 깨닫지 못한다는 거.

자랑거리 말이지. 예컨대 애들이 자랑하는 명품이라든가.. 유행하는 최신 휴대폰과 운동화나 청바지.. 또 여자친구를 사귄다든가.. 이런 측면도 낮은 단계의 동기부여라 하겠는데 그런걸 대놓고 배척하면 안돼.

● 집중적인 트레이닝에 가장 방해가 되는 요소는 동기부여가 충분치 못해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현상이지. '배움'이라는 한계를 넘어서서 스스로 어떤 목표에 도전하게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음.
● 그런 속물적인 측면, 유치한 요소들을 수용하면서도 그걸 뛰어넘어 더 높은 경지가 있다는걸 보여줘야 하거든. 그러려면 이론을 좀 알아야지. 멋이라는 것은 단순히 그 제품이 좋기 때문이 아니라 그 제품과 잘 어울리고 그 어울림으로 하여 2차적인 후방효과를 낳기 때문이라는 것을.

동기부여를 하려면 선생님이 스스로 멋쟁이가 될 필요가 있어. 전방위적인 멋쟁이라야 하겠지. 좀 더 품위있고 고상해져야 한다는 거.. 때로는 무섭고.. 어떻든 긴장을 불어넣는 기술을 가져야 해.

옛날에는 가난 때문에 생존의 문제가 본능적으로 긴장을 불러 일으키는 측면이 있었지. 또 극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만 고등교육이라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데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이 그런 긴장을 불러 일으키는 측면도 있고.

그런데 요즘은 생존의 문제가 없으니 도무지 절박하지가 않고 또 문호가 개방되어 있어서 선택받은 소수라는 자부심도 없고, 우리가 아니면 이 나라를 누가 책임지랴 하는 그런 식의.. 옛날 선배들이 가졌던 그런 책임감도 없지.

이제는 멋과 경쟁이 유일한 긴장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가 아닐까. 멋은 자유에서 얻어지는 창의성을 말하지. 창의성의 요소와 경쟁의 요소 외에는 충분한 집중력을 유도할 만큼의 긴장을 불러 일으킬 방법이 없어.


--------------------------------------------------------------------------------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인가?

필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된 계기는.. 서머힐 스쿨을 비롯한 각종 대안교육 프로그램에서 어떤 한계를 보았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의 대안교육이 행해지고 있지만 대개는 성공스럽지 못하다.

뭔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막연하게 강조되는 자율.. 그것은 질서에 대한 태도이다. 질서? 그것은 이미 교육의 본의에서 벗어나 있다. 강제적인 질서가 좋지 않은 만큼 자율적인 질서 역시 문제가 있다.

어떤 질서이든 질서는 집단우선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개인을 강조하고자 한다. 서머힐은 어린이를 기숙사에 가두어 놓고 개인을 말살하는 위험한 교육일 수 있다. 민주적인 회의를 통해 각자의 동의를 구한다고는 하지만,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간에 일단은 영역침범이 일어난다.

진정한 교육은 무엇일까? 그것은 엄격한 스승에 의해 강제로 질서를 부여하는 방법이 아니다. 자율적으로 질서를 부여한다면서 실제로는 ‘회의’ 등의 명목으로 지루하게 시간을 끌어서 기진맥진하게 만드는.. 이름만 허울좋은 소위 대안운동의 방법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의 내면에서 동기를 부여하는, 강한 개인으로 단련하는, 그러면서도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속도감 있는 교육, 진도가 팍팍 나가주는 교육이어야 한다. 가능한가? 나는 가능하다고 본다.

그것은 게가 허물을 벗듯이.. 한 단계 더 위로 상승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한 번은 겪고 넘어가야만 하는, 어떤 뛰어넘기 어려운 한계를 최소한의 갈등을 겪으면서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어야 한다.

● 기존의 권위주의 교육.. 그 어떤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 앞에서 소수의 실력이 뛰어난 영재를 제외한 다수는 주눅들고 기죽어서 자포자기 하고 체념하게 된다.(조중동의 방식)

● 참교육, 혹은 대안교육의 이론.. 자율이라는 명목으로, 실제로는 통제되지 않는 군중의 무질서가 빚는 난맥상에 의해 지리멸렬하고 기진맥진하게 된다.(노하우21이나 국참연의 난맥상을 보면 알수 있다. 관념좌파들도 마찬가지.)

● 진정한 교육은?.. 내면에서의 동기부여에서 비롯한 창의성과, 경쟁의 요소에서 얻어지는 긴장감으로 충분한 집중력을 발휘하여 그 한계들을 가볍게 뛰어넘는다.(서프라이즈 방식)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329 일본, 무엇이 문제인가? 김동렬 2005-04-20 13438
1328 영천에도 희망이 있나? 김동렬 2005-04-18 15877
1327 김두수님 글을 읽고 김동렬 2005-04-18 13008
1326 조선일보가 조용해 졌다? 김동렬 2005-04-18 14806
1325 강준만의 오랜만에 바른 말 김동렬 2005-04-18 14748
1324 민병두와 조기숙, 환상의 2인조 김동렬 2005-04-12 14307
1323 명계남은 아직도 입이 있나? 김동렬 2005-04-11 14192
1322 김두수님과 소통의 논리 김동렬 2005-04-11 14686
»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일까? 김동렬 2005-04-11 14788
1320 김두관 전 장관님 보세요. 김동렬 2005-04-11 13654
1319 왜가리 및 철새 도래지에 관한 보고서 김동렬 2005-04-11 14385
1318 명계남 이기명을 꾸지람한 노무현 대통령 김동렬 2005-04-07 14421
1317 김대중에서 노무현 그리고 유시민 김동렬 2005-04-06 13540
1316 김두관과 유시민의 관포지교 김동렬 2005-04-05 13508
1315 명계남 보다는 김개남 image 김동렬 2005-04-04 13307
1314 명계남이 노무현을 찔렀다 김동렬 2005-04-01 15185
1313 굿데이가 된 오마이뉴스 김동렬 2005-03-31 12683
1312 달마북 2권 '뜰앞의 잣나무'가 나왔습니다. image 김동렬 2005-03-30 14754
1311 김두관 당의장 가능한가? 김동렬 2005-03-30 14446
1310 유시민을 무서워 하지 말라 김동렬 2005-03-25 12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