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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534 vote 0 2005.03.04 (16:56:59)

관건은 지자체 선거다
내년에 지자체 선거가 있다. 선거의 간판으로 이명박을 세울 것인가 박근혜를 세울 것인가? 이명박 얼굴로 선거를 치르면 서울식당은 영업이 되겠지만 달구벌식당은 폐업해야 한다.
 
반면 박근혜 얼굴로 선거를 치르면 달구벌식당은 어떻게 유지가 되겠지만 서울식당은 폐업해야 한다. 한나라당 입장에서 최고의 이익은 달구벌식당을 폐업하더라도 서울식당을 살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 지도력이 지금 한나라당에 없다는 점이다. 이회창이 TK가 아니었듯이 얼굴은 TK가 아니어야 하는데 박근혜는 TK 하고도 유신본당이다.
 

 
소거법이 적용된다.
필자가 한나라당은 ‘소거법’으로 해결한다고 썼던 때가 작년 10월 8일이다. 필자의 예견대로 박근혜와 이명박이 차례로 소거되어 가고 있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 했으니 잔명은 보존하겠지만 예기가 꺾였다.
 
왜 소거법인가? 지난해 봄 실용주의 소동 때다. 조기숙님이.. 한나라당에 잠룡이 셋 있는데 대선 직전에 이들이 서로 잡아먹으면서 살을 찌워 우리당을 위협할 것이며.. 우리당은 우향우 해서 실용주의로 중도파의 표를 잡아야 한다는 논리를 편 적이 있다. 물론 필자는 그 전망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또 하나의 배경은.. 지난해 10월에 있었던 노하우21과의 외연확대 논쟁이다. 찌질이나 꼴통이나 안가리고 다양한 세력을 끌어들이는 것이 외연확대라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이 있었다.
 
천만의 말씀이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그렇게 간단하다면.. 전략 전술이라는 말이 국어사전에 왜 있겠는가. 정치란 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향우 해서 중도파 잡아서 지지율 높이고 실용주의 해서 외연확대하고.. 남프도 끌어들이고, 시대소리도 영입하고, 진보누리와 친해서 다 우리편 만들고.. 이런 생각은 초딩도 한다.
 
정치가 그렇게 쉽다면, 중도 잘하고 실용 잘하는 이인제와 정몽준이 왜 대통령이 되지 못하였겠는가? 제발 부탁이니 초딩은 가라. 초한지를 인용하겠다.
 
하수 중에 하수 역이기
역이기라는 유자(儒者)가 있었다. 형양성에 고립되어 날마다 항우에게 깨지고 있었던 유방을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진시황 이전에 있었던 6국의 후손을 찾아 그들을 왕으로 봉하면 항우 밑에 숨죽이고 있던 제후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날 것이므로 초나라가 곤란해 지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언뜻 보면 그럴싸 하지만.. 최악의 아이디어이다. 이건 자살이다. 대국을 보는 안목이 결여되어 있다. 역사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책상물림 서생의 헛소리인 것이다. 또한 초한지를 인용하면..

유방이 역이기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초군의 기세를 약화시킬 수 있겠소?"
역이기는 거침없이 대답했다.
"옛날 탕왕은 무도한 걸왕을 멸한 뒤 그 후손을 기 땅에 봉했습니다. 또 무왕은 주왕을 멸한 뒤 그 후손을 송 땅에 봉했습니다. 이를 본받아 대왕께서 진시황에게 망한 옛 6국의 자손들을 부활시켜 제후의 인장을 내린다면 그들은 대왕을 따르고 복종할 것입니다. 그 때는 초나라도 별 수 없이 옷깃을 여미고 공손한 태도로 입조할 게 아닙니까."
불안한 상태라 유방은 분별력을 잃고 있었다.
"좋소. 속히 도장을 새겨 역선생이 직접 6국의 후손을 찾아가서 그것을 허리에 차게 하시오!"
때마침 장량이 입궐해서 그 소식을 듣고 펄쩍 뛰었다.
"아니, 누가 그런 망할 계략을 내놓았단 말입니까? 대왕께서 그대로 하셨다간 끝장입니다!"
"아니, 왜 그렇소?"
"옛날 탕왕이 걸왕을 치고 그 후손을 기에 봉한 것은 탕왕이 걸왕의 생사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왕께서 항우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직은 좌우할 수 없소."
"게다가 무왕이 주왕을 쳐서 그 후손을 송에 봉한 것도 무왕이 주왕의 목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항우의 목을 쉽사리 얻을 수가 있겠습니까."
"자신 없소."
(중략)
"무왕은 은나라 정벌이 끝나자 전차를 개조해 짐수레를 만들고 방패와 창을 뉘어놓고 그것을 덮어버림으로써 다시는 천하에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표시했습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무사를 폐하고 문사를 시행하여 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할 수 있는 처지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오. 불가하오."
(중략)
"지금 천하를 떠돌아다니는 선비들은 가족과 이별하고 조상의 무덤도 버리고 친구와도 작별하며 대왕을 따라나선 터입니다. 그들이 대왕을 따라나선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얼마 안 되는 땅이라도 얻지 않을까 열망하기 때문에 죽음도 불사하고 따라나선 것입니다. 대왕께서 망한 6국을 부활시켜 그들의 후손에게 땅을 주어버려 보십시오. 선비들은 모두 대왕을 버리고 가족과 친척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고 각자 자기나라로 돌아가서 제 주인을 섬길 채비를 할 것입니다. 그 땐 대왕께서는 대체 누구와 더불어 천하를 취할 계략을 세울 것입니까. 이것 역시 그 계략이 안 된다는 여덟 번째가 되는 것입니다."
"듣고 보니 과인이 잠깐 분별력을 잃었던 것 같소."
"지금은 항우의 초나라보다 더 강한 나라는 없습니다. 6국의 후손을 왕으로 세운다해도 결국 초에게 다시 먹혀버리고 맙니다. 육이기가 짜낸 계략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입니다."
거기까지 듣고 난 유방은 수저를 내팽개치며 입에 물었던 음식가지 뱉어내었다.
"그 못난 선비놈이 과인의 대사를 망쳐놓을 뻔했구나!"
곧 명령을 내려 다 새겨놓은 인장을 없애버리도록 했다.

 

이것이 유명한 장량의 팔불가(八不可)이다. 형세판단을 해야한다. 모름지기 천하의 형세를 읽을줄 안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나라의 사정과 딱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다.
 
전쟁이 끝나기 전에 실용주의 운운하며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다. 6국의 제후를 봉한다는 것은 사나운 적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사의 흐름이다.
 
천하대란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인가? 봉건제가 한계를 보여 군현제로 나아간 것이다. 이것은 역사의 진보이다. 이걸 도로 되물린다면 전쟁의 의미가 없다. 그 전쟁에서 수천만명의 백성이 죽어갔다. 그들이 왜 죽었겠는가?
 
역사의 수레바퀴에 치인 것이다. 역사를 두려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무수한 죽음들을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한다. 위대한 역사의 진보에 가담하므로써 그 전쟁을 확실히 종결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우리당의 실용주의나 노하우21 일각의 외연확대 주장은 말은 그럴듯 하지만.. 멍청한 서생 역이기가 진시황에게 망한 육국을 부활시켜 봉건제로 되돌아가자는 것과 같다. 정신 나간 짓이 아닐 수 없다.
 
분명히 말한다. 하수는 있다. 초딩은 있다. 바보는 있다. 이인제가 깨진 이유는 그가 하수이기 때문이다. 정몽준이 깨진 이유도 초딩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연방 깨지고 있는 이유도 바보이기 때문이다.  
 
왜 서프라이즈가 존재하는가? 충분한 토론을 통해서 어리석게도 앙시앙레짐을 주장한 역이기의 반동적 오판을 막자는 것이다. 우리가 토론해서 인식을 공유하고 오판을 막아야 한다.
 
항우가 패한 이유는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려 했기 때문이다. 앙시앙레짐과 같다. 진시황이 만들어놓은 군현제를 폐기하고 봉건제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그것은 역사의 반동이었던 것이다.
 
유방이 승리한 이유는? 봉건제를 타파하고 군현제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역사의 순리를 따랐기 때문이다. 승패는 역사가 결정한다. 지금 역사가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이 본질을 잊으면 죽음 뿐이다.
 
역사의 본질을 보라.
무엇인가? 우리는 진보니 보수니, 혹은 좌파니 우파니 하고 있지만 이건 가짜다. 본질을 보아야 한다. 조선일보의 이념타령은 허상이다. 속지 말아야 한다.
 
한나라당의 정체가 무엇인가? 이회창.. 정치인이 아니라 법조인이다. 박근혜.. 정치인이 아니라 수첩공주다. 이명박.. 정치인이 아니라 재벌이다. 이들은 정치인이 아닌.. 남들이 민주화를 위해 아스팔트에서 최루가스 먹고 눈물 흘릴 때.. 정치를 모르고 다른 곳에서 탱자탱자 잘 놀다가 우연히 모여든 기득권 다국적군들이다. 이는 봉건제와 유사하다.
 
우리당은? 학생때 부터 정치를 한 사람이다. 학생운동이나 시민단체에서의 활동도 정치의 연장선이다. 전대협출신도 있고 시민단체 출신도 있고 관료출신도 있지만 그 중심은 정치 그 자체를 공부하고 연마한 사람들이다. 아스팔트 위에서 최루가스 마신 사람들이다. 역사의 순간에 역사의 현장을 지킨 사람들이다.
 
두 집단이 있다. 대한민국을 일으켜 살리겠다는 뜻을 가지고 학생 때 부터 나라를 위해 몸을 던진 사람과... 판사나 재벌이나 관료나 군인이나 교수나 탤런트나 이런 것으로 유명해진 다음 뒤늦게 정치에 뛰어든 사람들이다.
 
전자는 우리당이고 후자는 한나라당이다. 전제는 군현제고 후자는 봉건제다. 무엇이 다른가? 시스템이 다르다. 우리당은 공론창출이라는 민주주의 시스템을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고.. 그들은 조중동을 등에 엎고 포퓰리즘 방식으로 여론몰이를 해서 움직인다.
 
한나라당이야 말로 철저한 포퓰리즘 집단이다. 포퓰리즘 정치의 전형인 태국의 탁신을 보라. 박근혜식 온정주의 이미지 + 이명박식 불도저주의를 합쳐놓은 것이 탁신의 포퓰리즘 실용주의다. 그렇지 않은가?
 
외연을 넓히는 것도 좋지만 지금 우리가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군현제로 밀어부칠 의사를 보이지 않으면, 과거의 봉건제로 되돌아가는 반동의 조짐을 보인다면.. 그것은 모여든 병사들을 해산하고 무기를 녹여버리는 것과 같다.  
 
진시황 때 부터 유방과 항우의 승부에 이르기 까지 수천만의 목숨이 죽어갔다. 봉건제에서 군현제로 천하의 질서를 바꾸기 위해서다. 마찬가지로 민주항쟁 50년간 수없이 많은 열사들이 죽어갔다. 민주주의라는 공론창출의 시스템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 본질을 보라.
 
필자는 소거법을 주장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왜 소거법인가? 소거법이란 유방의 모사인 진평이 주장하여 항우의 오른팔이라 할 범증을 항우로 부터 떼놓은 것과 같다. 범증 뿐만이 아니다. 계포, 팽월, 종리매 등이 차례차례로 항우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결국 항우 혼자 고립되었다.
 
그 역의 상황도 생각할 수 있다. 항우 쪽에서 수단을 써서 유방의 참모인 장량이나 한신, 소하를 유방으로 부터 떼놓는 방법이 있다. 실제로 한신은 괴통의 진언에 넘어가서 유방에게서 떨어져나갈 뻔 하였다.
 
그런데 왜 유방의 부하들은 하나도 떨어져 나가지 않았고, 항우의 부하들은 다 떨어져 나갔을까? 유방은 덕이 있고 항우는 사납기 때문이라는 말은 역사를 모르는 소설가들의 유치한 견해일 뿐이다.
 
항우는 봉건제를 주장했기 때문에 다들 봉건제후가 되어 한덩이씩 먹고 떨어진 것이다. 유방은 군현제를 했기 때문에 떨어져나갈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한신이 한때 유방에게서 떨어져나갈 뻔 했던 것은 유방이 궁지에 몰려 한신을 제왕에 봉했기 때문이다.(유방은 제후를 회유하기 위해 일부 봉건제를 병행했다.)
 
‘군현제냐 봉건제냐’ 이것이 천하의 대의요 명분이요 역사의 큰 줄기가 된다. 봉건제.. 춘추5패로부터 전국7웅에 이르기까지 600년동안 줄기차게 싸웠다. 봉건제로는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 군현제를 채택한다는 것은 전쟁을 확실히 끝낸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한신이 유방을 배반하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다. 유방의 군현제가 전쟁을 반드시 끝낸다는 쪽으로 천하인과 그 시대의 대의를 공유해버렸기 때문에 전쟁의 지속을 의미하는 천하3분은 불가능했던 것이다.
 
실제로 필자의 예견대로 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바란다. 필자가 그렇게 예언했기 때문이 아니다. 역사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일극체제냐 다극체제냐다. 다극체제로 간다면 우리당은 망한다. 일극체제를 분명히 해야 한다. 다극체제란 무엇인가? 지역주의다. 다극체제로 가면 우리당은 충청당, 서울당, 호남당으로 3분된다.
 
한나라당은 다극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철 지나간 지역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서울식당과 달구벌식당으로 나누어진 것이 그렇다. 이러한 본질이 역사를 밑바닥에서 움직이는 힘이다.
 
이쪽의 파워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 우리당의 30년 영구집권 계획을 알려줘야만 적이 스스로 소거되게 되어 있다. 우리가 지금 겸손하게 나가면 적은 소거되지 않는다. 적에게 공포를 심어주어야 한다.  
 
● 우리는 50년 동안 줄기차게 싸워서 무수한 피를 흘린 끝에 민주주의라는 공론창출의 시스템을 만들어왔다. 우리당은 그 시스템 안에서 성장했고, 한나라당은 그 시스템 밖에서 개별적으로 출세한 사람들이 반노를 기치로 모여있다.
 
● 우리당은 탈지역주의와 남북통일이라는 1극체제를 지향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지역주의와 반통일이라는 다극체제를 지향하고 있다.
 
● 우리는 항상 1을 지향하고 한나라당은 다(多)를 지향한다.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의 1을 지향하고 한나라당은 개별적 출세라는 다를 지향한다. 우리는 탈지역주의의 1을 지향하고 한나라당은 지역주의라는 다를 지향한다.
 
한나라당이 소거법으로 각개격파 되는 이유는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얼어죽을 실용주의니 외연확대니 좌파니 우파니 하는 이념논쟁으로 헛갈리지 말기 바란다. 중요한건 과거로 가는가 미래로 가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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