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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97 vote 0 2025.02.21 (00:25:16)

    신이 7일간 세상을 만들었다고 고지식하게 믿는다면 피곤하다. 하늘의 숫자는 3이니 삼위일체다. 지상의 숫자는 동서남북이니 4다. 1, 2, 3, 4를 모두 더하면 10이니 4는 완전수다. 3 + 4 = 완성이다. 7일은 완성의 기간이다. 신은 완성될때까지 세상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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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로 이루어진 유대인의 메노라 촛대.


    성경에 무수히 등장하는 숫자 7은 아람인들의 관습적 표현이다. 시리아의 아람인들이 7을 좋아한 것이 식민지 가나안의 유태인에게 전해진 것이다. 히브리 문자도 아람문자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다. 곧이 곧대로 보지 말고 이면을 꿰뚫어봐야 한다는 말이다.

   

    신은 있다. 우주가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다. 우주가 없거나 신이 있거나다. 우주가 있으므로 신이 있다. 누가 우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나는 즉시 무신론자가 될 것이다. 보이는 것은 하드웨어다. 이면의 소프트웨어를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소프트웨어는 통일성 없이 존재할 수 없다. 라디오는 방송국과 연결되지 않고 불성립이다. 컴퓨터를 뜯어보면 알 수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OS에 장악되어 있다. 중심과 연결되지 않고 그냥 있는 소프트웨어는 없다. 모든 소프트웨어는 전체의 부분으로 존재한다.


    우리는 하드웨어 속에 별도로 소프트웨어가 깃든다고 생각한다. 육체 속에 별도로 정신이 깃든다고 생각한다. 천만에. 컴퓨터에 하드웨어가 존재하는 이유는 인간이 하드웨어이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인간이 조작하려면 컴퓨터를 인간의 기준에 맞추어야 한다.


    하드웨어란 컴퓨터를 인간이 사용할 수 있게 인간의 기준에 맞춘 것이고 본질에서는 필요없다. 스스로 작동하는 양자 컴퓨터가 있다면 외부에서 정보를 입력하지 않으므로 자판과 모니터와 마우스가 필요없다. 하드웨어는 정보의 전달방식 혹은 관측방식이다. 


    소프트웨어는 변화로 이루어지고 하드웨어는 변화의 결맞음이다. 그것은 방향전환이다. 어떤 전달의 지점에서 하드웨어로 나타날 뿐 존재는 그 자체로 소프트웨어다. 즉 우주는 켜고 끌 수 있다. 전부 하나의 중심과 연결되어 커다란 하나의 회로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신이 무엇이냐다. 세상을 창조했다고 신이 될 수는 없다. 건담 프라모델을 조립했다고 건담의 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내가 창조했냐? 그것은 나와 상관없다. 창조자는 피조물에 대해 권리가 없다. 부모도 자식이 성장하면 더 이상건드리지 못한다.


    부모는 자식을 창조했지만 권리가 없다. 신은 인간에게 권리가 없다. 그러므로 종교의 신은 외계인 비슷한 존재일 뿐 신이 아니다. 인간을 벌하려 한다면 황당하다. 그런 신이 있다면 단매에 쳐죽여야 한다. 그 자가 나를 만들었더라도 내가 독립한 이상 적이다. 


    인간 바깥의 어떤 존재는 어떤 경우에도 신이 아니다. 인간의 삶에 개입하지 않는 신은 어떤 경우에도 신이 아니다. 신과 인간의 관계는 작가와 배우의 관계다. 영화는 감독이 만들지만 배우에 의해 최후에 완성된다. 신이 인간을 만들듯이 인간도 신을 완성시킨다. 


    인간에 의해 신의 존재는 확정되는 것이다. 신과 인간은 둘 다 미완성의 존재이며 상호의존적이다. 신이 어떤 외부의 독립된 인격체일 수 없듯이 인간 역시 독립된 개체가 아니다. 소프트웨어의 일부다. 소프트웨어가 컴퓨터 바깥으로 걸어나가서 독립할 수 없다. 


    우리는 나와 타자를 구분하지만 소프트웨어는 피아의 경계가 없다. 컴퓨터 속의 인물은 컴퓨터와 분리되지 않는다. 우리는 각본과, 감독과, 배우를 구분하지만 영화속에서는 섞여 있다. 영화에는 작가와, 감독과, 배우와, 소품과, 미장센의 기여가 합쳐져 있다. 


    선역과 악역은 섞여 있다. 신과 인간은 섞여 있다. 배우는 대본대로 연기해야 한다. 수동적인 반응에 그치지 말고 능동적인 애드립으로 대본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넣어 영화를 완성해야 한다. 인간은 그저 주어진 무대 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존재다. 


    인간은 신을 파악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신은 인간을 통해 자신을 확인한다. 신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은 신을 위해 봉사하지 않으며, 신은 인간에게 상벌을 가하지 않으며 인간은 신 안에서 신의 생태계를 완성할 뿐이다. 신태계를 완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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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의 욥기는 점토판으로 전해지는 바빌론신정론을 그대로 가져다 쓴 건데 거기에 여러 사람이 각자의 의견을 댓글로 달아 내용이 풍성해진 것이다. 욥기는 바가바드 기타의 가르침과 유사하다. 욥기는 기계적으로 착한 사람이 보상을 받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신은 축구심판처럼 점수만 매기는 자가 아니다. 신 자신의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는 칼뱅파의 예정설과 유사하다. 칼뱅은 욥기를 연구한 것이 틀림없다. 바가바드 기타의 가르침도 같다. 결과가 원인이 되면 안 된다. 결과의 보상이 내 도덕의 원인이 되면 곤란하다.


    보상받기 위한 선은 위선이다. 바가바드 기타에 의하면 결과의 선과 악은 같다. 인간이 선하는 이유는 악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악이 승승장구하는 경우는 피해가 집단에 옮긴다. 개인적 악이 집단에 물타기 되는 수는 있어도 집단적 악은 생태계를 파괴할 뿐이다.


    악한 인간이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집단이 감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집단은 파괴된다. 마찬가지로 선한 사람이 보상받지 못하는 이유는 집단이 헤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집단은 선한 사람에 의해 혜택을 받지만 보상하지 않으면 선의 흐름은 단절이 된다.     


    바빌론 신정론 = 신의 입장을 변호함


    [고통받는 자] 당신의 마음은 북풍과 같아서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미풍이오. 선택받은 친구여, 그대의 충고는 훌륭하오. 당신에게 한 마디만 묻겠소. 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번영의 길을 가고 있소. 여신에게 기도하는 사람들은 가난해지고 가진 것을 뺏긴다오. 


    젊어서 나는 신의 뜻을 구했소. 엎드려 기도하며 여신을 따랐소. 하지만 나는 소득없는 부역의 족쇄를 찼소. 나의 신은 부유함 대신에 궁핍함을 나에게 주었소. 나의 윗사람은 절름발이고, 미친 자들이 나보다 낫소. 강도들이 승승장구하고, 나는 비천해졌다오. 


    [친구] 나의 믿음직스러운 친구, 지식의 소유자여, 당신의 생각은 잘못되었소. 그대는 의로움을 저버리고 불경하게 신의 계획에 반항하고 있소. 마음 속으로 당신은 신이 정해 놓은 것들을 무시하는 마음을 강하게 품고 있소. (….) 신의 마음은 하늘만큼 멀다오. 


    그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사람들은 이해할 수도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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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은가?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않은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바가바드 기타 = 칼뱅의 예정설 = 욥기= 바빌론 신정론 = 논어 학이편은 모두 같은 말을 한다. 구원을 현찰박치기 거래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선악은 집단에 있을 뿐 개인에게 없다. 의미는 개인에게 없다. 선수가 득점을 올리고 보상받는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리그가 보상을 받는 것이다. 인간의 행위로 신이 보상을 받는다. 욥의 선행으로 신은 욥을 얻었다. 바가바드 기타는 아르주나를 얻었다. 중국은 공자를 얻었다. 리그는 손흥민을 얻었다. 보상은 과정의 매개일 뿐 목적이 아니다. 무대는 주인공을 얻어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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