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은 듣기 좋게 말을 갖다 붙인 것이고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진짜는 지정학적 알박기다. 인간에게는 문제를 해결할 도구가 필요하다. 총이 필요하다. 정치는 총질하는 것이다. 지정학이 총이다. 총을 구하는 사람이 진보라면 총을 쏘는 사람은 보수다. 지정학이 영토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허생전과 같다. 허생이 제주도의 말총을 독점한다. 거래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선점하려는 것이 지정학과 본질이 같다. 바둑도 마찬가지다. 포석을 잘해서 유리한 지형을 만들고 상대를 불리한 지형으로 몰아붙인다. 바둑판 안에 산맥과 강과 도시를 만든다. 축구라도 마찬가지다. 빌드업을 잘해서 그라운드에 산맥을 만들고 후방침투를 잘해서 강을 만든다. 결국은 구조다.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로 만든다. 지정학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므로 구조의 힘을 깨닫는다. 미국은 땅이 넓고 민족이 다양해 자유주의로 방향을 잡고 유럽은 땅이 부족하고 민족이 같아 사회주의로 방향을 잡는다. 한국은 땅이 좁아서 남 잘되는 꼴을 못 보는 사회주의 기질이 강하지만, 수출국가로 성장해서 수출무대가 넓으니, 자유주의도 있다. 문화가 발달해도 영토확장의 효과가 있다. 상호작용의 총량이 증대하기 때문이다. 한류가 흥하고 문화가 발전하면 영토가 넓어진 것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충돌이 감소한다.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느라 상대방의 행동에는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구조는 깔때기다. 한반도는 깔때기의 노즐이다. 한반도는 노즐이 대륙과 해양으로 두 개나 된다. 유럽은 반도가 여럿이라서 반도의 이익이 적다. 동아시아에 반도는 한반도뿐이므로 우리가 절묘한 위치를 차지했다. 우리가 긍정적 사고를 해야 하는 이유다. 비스마르크는 독일이 지정학적 알박기 위치를 차지한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서쪽의 영국, 프랑스와 동쪽의 러시아를 연결해 중간자의 이익을 취한다. 해외에 식민지를 얻은 영국, 프랑스 해양세력과 내륙을 차지한 러시아 대륙세력이 충돌하는 목이다. 조선 초에는 우리나라가 일본과 명나라 사이를 중개해서 막대한 이득을 얻었다. 왜구의 활동 때문에 일본과 명이 조공무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여진족이 명나라 원정군의 길목을 차지하고 막대한 이득을 얻어서 갑자기 커졌다. 진보 이념은 외부로 진출하여 알박기를 할만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기동이고 보수이념은 알박기가 이루어진 현재의 위치를 이용하려는 기동이다. 외국과 친해 놔야 지리적인 이득을 볼 수 있다. 진보는 외국과 친하다. 보수는 적국의 지정학적 약점을 찾는다. 조선이 명나라, 일본과 친하지 않으면 중개무역을 할 수 없다. 명나라와 일본이 직접 거래하면 조선은 중간자의 이득이 없다. 적당히 친하고 한편으로 적당히 이간질을 해야 한다. 친하자는 진보와 이간질하자는 보수가 만들어진다. 문제는 비가역성의 원리다. 친한 사이가 틀어지기는 쉬운데 틀어진 관계를 복원하기는 어렵다. 선진보 후보수가 되는 원리다. 북한은 미국과 틀어져서 절묘한 위치를 차지하고도 전혀 이득을 보지 못한다. 만약 북한이 나진, 선봉을 터주면 중국의 동북 3성 경제는 크게 발전할 수 있다. 보수는 한국과 중국 사이를 벌어지게 만들어 호남을 고립시키려 하고 진보는 한국과 일본 사이를 벌어지게 만들어 영남을 고립시키려 한다. 둘 다 교활한 알박기 기술을 구사하는 점은 같다. 말이 많지만, 결국 지렛대를 만들어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