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모나리자.
관람객이 모여든 빈자리 1911년의 일이다. 일차대전 직전의 어수선한 시기. 드레퓌스 사건이 프랑스를 뒤흔들고 있었다. 모나리자 도난사건은 보나마나 유태인의 음모에 의한 것이라는 기사가 프랑스판 조중동에 도배되었다. 진범은 박물관 그림에 유리를 끼운 유리공 빈센초 페루자다. 그는 청소도구실에 숨어 있다가 자신이 조립했던 액자의 그림을 빼간 것이다. 그는 왜 모나리자를 훔쳤을까? 훔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물관의 감시가 허술하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머피의 법칙.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훔칠 수 있으면 훔친다. 할 수 있으면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그것이 먹히기 때문이다. 액션이 걸리면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체적으로 진화한다. 각종 음모론과 괴력난신이 히트하는 공식이다. 한 번 이야기를 획득하면 바이럴 마케팅과 같은 생명력이 있다. 이재명과 조국에 주목하는 이유도 전형적인 복수극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안철수나 금태섭은 조연으로 등장할 뿐 주인공이 될 수 없다. 누구에게 복수해? 아무도 모나리자에 주목하지 않았는데 모나리자가 사라지자 빈자리를 보려고 관람객이 미어터졌다. 평범한 그림이었던 모나리자는 단번에 유명해졌다. 이 소동의 최대 수혜자는 루브르다.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벌어졌다. 범인은 오리무중이었다. 경찰은 엉뚱하게 피카소를 잡아다가 문초하는 삽질을 했다. 유명 시인도 잡아들여 피카소와 대질했다. 2년 3개월 만에 범인이 잡혔다. 범인은 이탈리아 작가의 그림은 이탈리아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여 조국의 영웅이 되어 구속된 지 7개월 만에 풀려났다. 전쟁 직전의 어수선한 시기다. 이탈리아에서 석방하라는 탄원이 쏟아지자 외교관계를 의식하여 석방한 것이다. 사실은 다빈치가 프랑스왕 프랑수아 1세에게 팔았는데 나폴레옹이 약탈했다고 주장한게 먹혔던 것이다. 20년 후 발피에르노 후작이라는 아르헨티나 사기꾼이 범인 빈센초 페루자를 사주하여 그림을 훔치게 하고 자신은 위작 6점을 그려서 팔아먹었다는 매우 그럴듯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미국의 어떤 신문에 그런 기사가 났다는 것이다. 빈센초 페루자는 그림을 침대 밑에 숨겨놓고 사기꾼 발피에르노의 연락을 기다리다가 2년 동안 연락이 없자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피렌체의 화상에게 팔아먹으려다가 잡혔다고. ‘나는 모나리자를 훔쳤다’는 제목의 소설이다. 소설이 진실로 둔갑하여 발피에르노가 진범이라는 이야기가 퍼져 있다. 당시에 모나리자는 유명하지 않았다. 모나리자가 유명해진 것은 도난당했기 때문이다. 그럼 미국 기자는 왜 거짓 기사를 썼을까?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범인은 왜 훔쳤을까? 훔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가는 왜 소설을 썼을까? 책이 팔리니까 썼지. 모나리자가 도난당한 진짜 이유는 박물관의 경비가 허술했기 때문이다. 소동이 커진 이유는 프랑스 경찰이 멍청했기 때문이다. 지문이 찍혀서 모든 직원의 지문을 대조했는데 빈센초 페루자만 빠뜨렸다고. 멍청한 유리공이 모나리자의 가치를 알아볼 리가 없다는 이유로 의심하지 않았다는데. 윤석열은 왜? 정명석은 왜? 계급배반투표는 왜? 인지부조화는 왜? 스톡홀름증후군은 왜? 이찍들은 왜? 일베충은 왜? 이들의 공통점은 액션이 걸려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먹힌다는 점이다. 먹히면 한다. 하는 놈은 반드시 나타난다. 당신이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한다. 다른 사람이 할 것 같으면 내가 먼저 선수를 친다. 이것이 인간의 법칙이다. 흔히 말하는 머피의 법칙은 그냥 농담이고 이건 진실이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그것을 할 수 있으면 누군가 그것을 한다. 약한 고리는 결국 끊어진다. 한국인이 커피집 테이블에 놓인 핸드폰을 훔쳐가지 않는 이유는 CC 카메라에 잡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집시가 있다면 어떨까? 한국인이 자전거를 훔치는 이유는? 밤이기 때문이다. 어떤 의도, 목적, 흉계, 음모, 야망, 이념 따위는 말을 갖다 맞춘 것이다. 시스템의 약점을 보면 인간은 흥분한다. 집단의 약한 고리를 포착하면 호르몬이 나와준다. 그리고 핑계를 생각해본다. |